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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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최근연재일 :
2024.09.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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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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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

DUMMY

16. 기사회생.


‘근데···, 이제 어쩌지.’


블랙의 도움으로 제정신을 차리는 것에는 성공했다만. 상황은 여의치 않은 건 똑같았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적이 저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였다면 부활한 지금이 각성하고 분위기가 반전 혹은 역전될 타이밍이겠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으며, 위기 또한 변함없었다.


‘그냥 튈까?’


반 쯤 진심이 뒤섞인 푸념을 늘어놓는다.


어차피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아까도 느꼈다시피 이 망망대해에서 어딜 간단 말인가.


탐지 범위 내에 섬은커녕 무인도조차 보이지 않으니. 놈을 쓰러뜨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저 괴물을 무찌를 방법이 있나?’


까놓고 말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랙이 말했던 대로 녀석은 아직 우화를 마치지 않은 새끼.

본 종족의 진화형태도 갖추지 못했고. 심해의 괴물 고유능력 또한 개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려운 상대인 건 매한가지다만. 마주치면 순살 당했을 성체와는 그 수준이 달랐다.

피할 수 없는 싸움. 나는 신속하게 승리하기 전력으로 머리를 굴렸다.


‘일단 바다에서 벗어나야 해.’


마물은 바다에서 월등히 강하다. 괜히 놈들을 심해의 괴물이라 부르는 게 아니었다.


이른바 홈그라운드. 바다 속은 인간에게 불리한 환경이기도 하니.

대(對) 마물 전투는 필드를 육지로 하는 것이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서둘러 해수면을 향해 상승하는데.


‘제길, 한발 늦었다.’


마물은 제자리에서 내가 올라가길 기다려주지 않았다. 참으로 고맙게도 친히 마중을 나와 준 것이다.

조금 전 세운 계획이 처음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좋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위엔 지면이라 할 것도 없었으니까.

위치만 조금 바뀌었을 뿐 전투 구도나 양상은 비슷했을 것이다.


또한 녀석이 지금 시각 이곳에 왔단 것은 현장을 무시하고 곧장 내게로 왔다는 소리였다.

그런고로, 나는 싸움에만 전념하면 되었다.


‘원거리 공격이 강력한 것 같지만 그래도 근접전을 조심해야 돼.’


방금 전 에너지 방사와 같은 특수기와 더불어 상위종은 기본 육체 능력조차 초인을 상회했기에,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 많았다.


마물이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서슴없이 접근하는 놈을 향해 레이저 건을 발사했다.


‘맞아라, 좀!’


어림도 없는 공격.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건 당연한 장면이었다.

가만히 멈춰있어도 맞추기 어려운데. 물 만난 고기처럼 헤엄치는 놈의 동선을 예측하고 맞추겠다니. 솔직히 억지나 다름없다.


간소한 움직임으로 회피하니 녀석의 전진하는 기세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 씹!’


허접한 명중률에 욕지거리를 삼키곤 소닉 블레이드를 꺼내 드는데.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꽉 붙잡고 있다는 내 생각과 달리 손아귀 힘이 빠져있었던 탓이다.


방금 죽음의 문턱을 밟고 와서 그런 걸까. 감각 기관이 살짝 맛이 간 모양.

어떻게든 쥐고는 있지만 어느 만큼의 세기로 붙잡고 있는지 가늠이 안 된다.


‘이길 수 있어. 아니 반드시 이긴다!!!’


의지가 꺾이지 않게끔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상대를 과대평가해서 두려움을 부풀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지만.

신체든 정신이든 아직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정신 없는 와중에, 마물은 별다른 노림수 없이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조금 전 난사한 레이저 건이 의도치 않게, 마물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고 일직선으로 유도한 것이다.


차라리 간결하게 공격해와서 다행이다.

단숨에 대가리를 움켜쥐어 박살 낼 작정인지, 놈은 머리를 향해 양손을 뻗어왔다.


‘···기회다!’


마물이 방심하고 무모하게 돌격한 지금이 비수를 꽂을 찬스.

녀석이 도달할 지점을 예측하며 손을 재빨리 움직인다.


블랙의 보조로 물의 저항이 크지 않을 텐데도, 팔이 전진하는 속도가 너무나 느리게 느껴진다.

이래서야 타이밍이 맞을지 모르겠다.


팔뚝으로 덮쳐오는 손아귀를 가까스로 막아내며. 적의 목을 향해 전력으로 찔러 넣었다.


푸욱-

피부 가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 칼날.

그대로 목을 꿰뚫는가 싶더니만 우뚝 멈췄다.


‘젠장, 뭐 이리 질겨.’


여객기 천장이 한 장의 색종이였다면.

이쪽은 하드커버로 된 두꺼운 책이었다.


“캬아악!”


위기감을 느낀 마물이 재빠르게 검을 쳐내며 크게 물러났다.


‘한 번에 죽였어야 했는데.’


제법 큰 상처를 입혔으나 치명상은 절대 아니었다.

매우 빠르게 전투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아깝게 놓쳐버리고 말았다.


'출력이 조금만 높았어도.'


방어력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워치의 내부 장치 손상으로 줄어든 출력이 발목을 잡았다.


“크르르르.”


피를 본 마물이 경계심을 높였다.

정면으로 상대하면 본인도 피해를 본다고 여겼는지 거리를 두는데.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며 수상쩍게 행동했다.


‘설마 또 파괴광선인가?’


배리어의 수복되지 않았기에, 서둘러 피할 준비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파괴 광선이 발사되진 않았다.

벌어진 입에서는 빔 대신 비눗방울 같은 반투명한 구슬이 쏟아져 나왔다.


‘휴우. 재사용하는데 대기시간이 있나?’


하긴 그런 걸 마구잡이로 난사할 순 없겠지.


핑-. 핑-.

놈이 뿜어낸 비눗방울들이 차례대로 탄환처럼 발사되었다. 아담한 사이즈와 달리 매서운 기세.


[원거리 공격 확인. 투사체의 궤적을 표시하겠습니다.]


블랙은 상대의 공격을 위험요소로 판단했고. 즉각 지원에 나섰다.


희미한 붉은색 레이저가 일직선으로 내 복부를 관통하고 있다. 이 사실을 확인한 나는 급히 에어 부스터를 활용, 회피 기동을 실시했다.


“큭!”


구슬 하나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비록 어정쩡한 자세였지만 피해는 최소화했다.


“크르르, 카아아!!”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던 것일까.

내 멀쩡한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마물은 면상을 구기며 돌격했다.


조금 전 일은 까맣게 잊고 달려드는 어리숙한 모습.

어째서 저리 분기탱천했는지 모르겠다만. 뭐가 됐든 나야 환영이었다.


‘와라.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끝내주마.’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힘껏 찔러 넣는데. 갑자기 손끝에서 굉장한 반발력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어떻게든 그 힘을 버티려 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었고. 소닉 블레이드가 빠르게 튕겨져 나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마물의 뿔에 알 수 없는 모종의 기운이 서려 있음을 포착할 수 있었다.

무기가 쇄도하는 찰나의 순간. 마물은 내 공격 타이밍과 경로에 정확히 예상하고 뿔을 강화해 방어해낸 것이다.


서커스와 같은 실로 놀라운 재주.

하지만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공격의 실패했단 것은 즉, 상대방의 턴이란 뜻이니까.


콰드드득-!


마물은 입을 크게 벌리고 어깨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끄아아아악!!!”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치악력인지, 상어 같은 이빨이 전투복을 짓이기며 살갗을 파고들었다.


“놔, 이 새끼야!!”


마치 짐승한테 산채로 먹히는 느낌. 치솟는 원초적 공포감을 뿌리치려 발악했다.


푹. 푹. 푹.


소닉 블레이드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놈의 몸을 수차례나 쑤시고 나서야 녀석에게서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크케케케.”


물러선 마물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피어난다.


‘미친 새끼.’


하지만 기괴스러웠던 것과 다르게 실제 피해 자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살을 주고 뼈를 취한 상황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상대는 손해이며 나는 유리한-.


“쿨럭!”


갑자기 메스꺼움이 느껴지더니. 가슴 밑에서부터 구토감이 치밀어 오른다.


‘으으으, 이건 또 뭔···.’


시야가 정처 없이 흔들린다.

혀끝에서 감도는 비릿한 쇠 맛의 정체는 굳이 고민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경고. 강력한 독극물이 체내에 주입되었습니다. 조속히 해독하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나.’


어리석고 멍청한 건 나였다. 상대가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속절없이 당해버렸다.


“우웁, 구웨에에엑-!”


온몸의 피를 쏟아낼 정도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한다.


마스크에서 핏물을 빼내는 속도보다 게워내는 것이 빨라서. 마치 피로 붉게 칠해진 방에 갇힌 기분이었다.


‘크으으윽···!’


체내로 침투한 독은 혈관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간다.


딱딱하게 굳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 신체.

새빨간 시야. 그리고 내부에서 터져나가는 핏줄. 신체가 서서히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스터. 포기하긴 이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시길 바랍니다.]


블랙이 또다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도저히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뭐 임마. 이제 끝났어. 우리, 망했다고···.’


그렇다.

나는 졌다.

져버리고 만 것이다.


[마스터. 포기하긴 이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응원 메시지가 들려오지만. 나는 마지막을 직감하며 블랙에게 유언을 남겼다.


‘못나고 약한 주인이라 미안하다.’


블랙 워치는 내게 무척이나 과분한 물건이었다.


‘마지막까지 힘내줘서 고맙다.’


비록 매크로 기능이었지만. 그 응원 덕분에 한순간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몸부림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인가.’


정신을 단단히 하고 맞서 싸울 다짐을 했는데. 결국 이 꼴이다.

억울하고 화가 치밀면서도 한편으로 허탈하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눈을 감고.

숨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그때였다.


‘······뭐야, 이 간질간질한 느낌은.’


가슴 속의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기운.

잠자는 숲속의 공주마냥 가만히 있던 마력이 마물의 독소에 격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대체 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혈관을 타고 청량한 기운이 힘차게 나아간다.

점차 박동이 느려지며 멈출 것만 같았던 심장에 힘차게 뛰고. 몸속 구석구석에 활기가 채워진다.


시력은 맞춤 렌즈라도 낀 것처럼 선명해지며. 정신은 이루어 말 할 수 없는 고양감에 휩싸였다.

내부에서부터 힘이 끓어오르는, 이런 기분은 난생 처음이다.


그야말로 기사회생(起死回生).

몸이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 상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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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적 NEW 11시간 전 3 0 13쪽
» 기사회생 24.09.18 8 2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10 2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13 2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6 2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6 2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5 2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20 3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20 2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23 2 12쪽
7 전리품 24.09.08 27 3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6 2 12쪽
5 역할 24.09.05 28 1 13쪽
4 다섯 24.09.04 29 2 12쪽
3 괴한 24.09.03 32 1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9 1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7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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