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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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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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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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1)

DUMMY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살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


왜 그렇냐고?

이건 경험담이다.


내가 지금껏 겪었고, 이어나가고 있는 경험의 이야기.


영웅이 되려고 했던 놈들은 죽거나 망가졌다.

이곳에 있는 영웅이라는 것들은 거죽만 뒤집어쓴 놈들뿐.


즉, 공상이 아닌 현실엔 영웅 따위 없다.

그러니.


“너도 영웅이 아니잖아?”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왜, 내가 틀린 말을 했니?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괜히 신경 쓰이게 말이야.

어차피 죽을 놈이 찝찝하게 군다.


뭐, 신경 쓰지 말자.

이젠 익숙한 눈빛이니까.


“애초에 네가 진짜 영웅이면 여기 없었을 거라고.”


이 말대로다.

이 녀석은 영웅이 아니다.

이곳은 현실이니까.


놈의 몸에 박힌 창을 거칠게 뽑아냈다.


쑤욱.


창이 뽑히며 질척한 핏물과 살점 등이 달라붙은 날이 드러났다.


끔찍하다.

그것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광경.

코로 스며드는 짙은 피비린내.


현실적이다.

지나치게 생생하다.

그렇기에 더욱 실감한다.


이곳엔 영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이곳도 나의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



어릴 적부터 영웅을 동경했다.

이유?

그야 멋있잖아.


악을 무찌르고 약자를 돕고, 정의를 실천한다.

수많은 매체에서 다뤄진 흔한 그것은 어렸던 내게 인상 깊게 남았다.


선하며 강하며 멋있다.

그것이 영웅이니까.

그런 것이 영웅이었으니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그러한 마음이 자연스레 샘솟는 멋있음.


아니, 저렇게 되어야지.

저렇게 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여겼다.


타인을 돕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선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화나 영화 따위가 아니었다.


영웅이 시민을 구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심에서 일어난 칼부림.

나는 그 사건의 중심에 휘말려 있었다.


“죽어. 다 죽어!”


사람들을 향해 그 흉악한 것을 멋대로 휘두르는 악인.

겁을 집어먹은 시민들.


그럼 영웅을 동경하던 내가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그것은 당연하게 단 하나.


놈을 막는 거다.

악을 막아서고 약자를 구하는 것.


날카로운 칼날이 얼굴을 갈랐다.

차가운 칼날이 무릎을 파고 들었다.

고통스러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것이 영웅이니까.


실제로 사람들은 그런 나를 영웅이라 치하했다.

매스컴에서도 나를 영웅으로 다룬 기사를 내기도 했고.


하지만 그건 잠깐에 불과했다.


영웅?

그건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이 나를 기억하는 건 잠시에 불과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건이 있다.

그렇기에 나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묻혔다.


그럼 뭐가 남았냐고?


그것은 얼굴에 남은 흉터와 영구적인 장애.

목발이 없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삶.


그것으로 인해 제대로 일할 수 없어 일터에선 쫓겨났다.

사람들은 흉터가 새겨진 나를 기피했다.


웃기는군.

사람을 구했더니 남는 게 사람의 기피라니.

영웅을 동경해 나섰으나 잃은 것밖에 없다니.


빌어먹을.

지금 세상엔 영웅이 나설 자리가 없는 거구나.

아니, 필요하지 않은 건가?


그렇게 모든 것을 잃고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혔다.

안에 들어가 인터넷, 그리고 게임만 하는 나날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게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각종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타게 된 게임, ‘미싱 피스(missing piece)’.

장르는 싱글 ARPG로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지옥 같은 난이도 때문이었다.


전투에 돌입하면 세이브 포인트가 일절 존재하지 않는 게임.

즉, 단 한 번이라도 죽으면 처음부터 해야만 하는 게임인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게임은 그 죽음을 강요하듯 많은 상황에서 도주를 막아두고 있었다.


그로 인해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는 이들과 수많은 방송인이 이 게임에 도전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이들 역시 그 게임에 도전하게 되었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제한된 스킬의 개수와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스킬 조합의 다양성.

그리고 극악의 난이도.


그 무엇보다 내가 이 게임에 이끌린 것은, 이 게임이 영웅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 페이지에 쓰여 있는 광고 문구.


[ 잃어버린 모든 파편을 모아 진정한 영웅이 되어보세요. ]


흠, 진정한 영웅이라.

고작 데이터 쪼가리로 그걸 이룰 수 있으면 내가 이렇게 될 필요가 있던 건가?


아니지, 요즘 같은 세상에선 이런 데이터로만 존재할 수 있겠네.

현실엔 영웅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러니 여기선 이룰 수 있을 거다.

그런 마음을 조금 품고 게임을 시작했다.


수많은 스킬을 파밍하고, 조합을 만들었다.

그것에 따른 전투법을 만들고 익히고, 게임 내에 있는 적들을 쓰러뜨렸다.


파밍은 물론, 조합의 맛과 컨트롤, 액션까지 모두 챙긴 게임.

부족한 점이라고는 너무 어렵다는 것뿐.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나보다.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난이도 때문일까.

정말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게임을 벗어났다.


이 맛있는 게임을 안 하다니.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네.

다른 RPG들보다 훨씬 낫지 않나?


여하튼 뜨겁게 달아오르던 게임의 인기는 순식간에 식었다.

존재하지 않았던 일처럼.

마치 내가 과거에 겪은 일처럼.


그래서일까.

나는 이 게임에 동질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더욱 게임을 파고 들었다.


“아니, 이게 맞아?”


죽고.


“아, 씹······. 한 대만 더 때리면 되는 건데!”


죽고.


“아니, 이걸 깨라고 만든 건가?”


또 죽고.


그렇게 몇 번의 초기화를 당했던가.


“시발! 깼다!”


나는 의지의 사나이.

결국 해내고 말았다.


게임 내에 있는 12명의 보스.

그것을 모두 잡아낸 것이었다.


격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위업.

이것은 그야말로 인간 승리.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내가 게임 캐릭터가 된 줄 알았어.


아직도 심장이 빠르게 뛴다.


게임 제작자 새끼들, 얘네 절대 플레이 안 해보고 게임 냈다.

그러니까 이딴 난이도가 나오지.


하지만 그런 지옥의 난이도를 나는 깼다.


해냈다고, 개자식들아.


[ 잃어버린 파편을 모두 모았습니다. 영웅의 자격이 생성됩니다. 모든 이들에게 퀘스트 : 영웅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


게임 특유의 UI를 통해 떠오른 문구.


[ 메인 스토리 퀘스트 : 영웅의 자격 ]


“영웅의 자격······?”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이 없었기에 처음 보는 내용.


이거 감동이 미친 듯이 샘솟는데?

그야 이 장면을 내가 최초로 보고 있는 거잖아.


“아니, 잠깐만.”


그런데 그 감동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메인 퀘스트?”


이 개 같은 게임은 메인 퀘스트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서브 퀘스트는 존재하나, 대부분 던전 파밍과 영웅이라 불리는 지역 보스 사냥이 주된 컨텐츠.

그런데 모든 영웅을 처치한 지금, 메인 퀘스트가 주어졌다.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라고?”


그게 모든 영웅을 잡아야 시작하는데, 그 난이도를 이따구로 박아놓은 거라고?

이 미친 제작자 새끼들.

너희는 꼭 잡혀서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고문을 당해야겠구나?


[ 영웅이란 무엇인가? ]


화면에는 하나의 문구가 떠있었다.

그 밑에는 내 답변을 기다리듯이 키보드의 커서가 깜빡였다.


재촉하지 마라.

무려 첫 클리어한 내게 주어지는 질문, 신중하게 답해야 한다.


보통 이런 건 한 번 답하면 끝이거든.


“영웅······.”


그것은 내가 동경하던 것.

그리고 내 삶을 망쳐버린 것.


그것은 이제 내게 있어 무엇이 되었는가.

키보드 위로 올라간 손가락이 한참 동안 멈춰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에라, 모르겠다.”


딸깍.


답을 정한 나의 손가락이 답안을 작성했고, 엔터키를 눌렀다.

그러자.


[ 메인 스토리 퀘스트 : 영웅의 자격이 시작됩니다! ]


화면이 번쩍이며 정신을 잃었다.



***



“이봐, 하다르! 정신 차리게!”


이리저리 맥없이 흔들리는 몸뚱어리.

그 진동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아,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닌데.

더 자고 싶다고.

그 증거로 이렇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가잖아.


“하다르!”


하도 소리를 질러대 어쩔 수 없이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그러자 감각이 돌아오며 후각이 힘을 썼다.

처음 맡는 냄새가 코로 스며들었다.


“하다르! 정신이 들었나!”

눈앞에 수염투성이의 남자가 나타났다.


“누, 구······?”


누구세요?

내가 잠이 덜 깼나?

아니면 이거 꿈이냐?


우선적으로 의문을 표했다.

그야 생판 처음 보는 남자가 얼굴을 들이미는데 당연한 일이다.


“이런······!”


그러자 남자는 당황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빠르게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머리를 다친 게 컸나 보군. 이대로 안전 구역까지 후퇴하겠네. 그곳에 가면 신관이 있을 테지.”


안전 구역?

신관?

이게 뭔 개 소리지?


이렇게 생생한 꿈이라니.

나는 멍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는 저 수염 남자를 제외하고도 두 명이 더 있었다.


긴 금발을 깔끔하게 땋은,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자 하나.

갈색 곱슬 머리에 얼굴엔 주근깨를 품은 남자.

그들이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얼굴들이시네.

보통 꿈은 아는 사람의 얼굴이 뒤섞여 나오지 않나?

진짜 처음 보는데.


애초에 한국인 얼굴이 아니잖아.

난 외국인 친구도 하나 없는데.

아, 물론 친구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외국인 친구만.


그나저나 얘네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수염 남자 너머로 보이는 존재.


머리와 하반신은 소의 것이나, 상반신은 털에 뒤덮인 인간의 것.

현실에는 결단코 존재할 수 없는 기이한 생물.

그것은 바로.


“미노타우로스······?”


최근 내가 플레이하던 게임에서 지겹도록 본 몬스터였다.


꿈에서 보니 저 녀석, 웅장하게도 생겼군.


“후퇴하겠습니다!”


갈색 머리 남자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러자 미노타우로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거센 콧김을 내뿜었다.


살벌하군.

콧김이란 게 원래 저렇게 시각적으로 보이는 건가.


“우오오오오-!!”


거기다 쟤 울부짖기도 하네.


미노타우로스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콰아앙!


주먹이 벽과 충돌했다.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놈이 돌진을 시작했다.

그러자 수염 남자가 방패를 내밀며 그것을 막아섰다.


콰앙!


둘이 충돌하며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그것에 따른 폭풍이 내 안면을 후려쳤다.


저 스킬마저 게임이랑 똑같네.

요새 미싱 피스를 너무 많이 했나.


클리어가 코앞이라 좀 노력하긴 했지.

아니지, 클리어··· 하지 않았었나······?


“하다르씨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뭘 버티라는 거지?

난 지금 멀쩡한데.

그냥 몸에 힘이 조금 덜 들어가고 나른한 정도랄까.


그런데 꿈속에선 원래 그렇잖아?

빨리 움직이려고 해도 몸이 물속에 있는 것처럼 무겁고, 말을 안 듣는다고.


하지만 이렇게 아예 힘이 안 들어가는 경우는 처음인데.

더군다나 자각몽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소리와 함께 시야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 메인 스토리 퀘스트 : 영웅의 자격이 진행 중입니다. ]


동시에 머리에서부터 통증이 일기 시작했다.


“크윽······!”


나는 통증 부위를 향해 반사적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따뜻하며 점도가 있는 액체가 손에 묻어났다.


주변이 어두움에도 새빨간 빛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그것.

그것은 피였다.


“염병.”


생생한 통증과 피.

눈앞에 떠오른 익숙한 UI.

그리고 순간 떠오른 클리어에 대한 기억.


그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게임에서 자주 봤던 몬스터.

똑같은 패턴.

내가 있는 곳의 풍경.

수염 남자가 했던 발언.


이건 꿈이 아니다.

그럼 뭘까.


아아, 이것은 빙의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극악의 난이도를 지닌 게임, ‘미싱 피스’ 속으로.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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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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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도 알데바란 (2) NEW 4시간 전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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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던전 탈출 (3) 24.09.15 20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6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0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2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8 영웅 (2) 24.09.09 44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2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2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8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4 4 12쪽
» 데스 게임 (1) 24.09.02 1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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