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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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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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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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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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영웅 (3)

DUMMY


이 자식 아까 줬던 뿔은 정말로 환심을 사기 위함이었나.

내가 자기를 믿고 계속 실려 오게?

아니면 경고?

미노타우로스조차 한 번에 죽일 힘이 있으니 반항하지 말라고?


근데 어차피 못 빠져나가는 상태였는데 말이지.


[ 고요 (하)가 발동 중입니다. ]


그나저나 몸의 주인이 아니라다.

이미 나 같은 경우가 몇 번 있었던 건가?

저놈이 바로 알아차리는 걸 보면 그런 거 같은데 말이야.


하긴 보통 이런 빙의물을 보면 나 말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있더라.


“그게 무슨 소리죠?”


우선은 티를 내지 말자.

아닐 수도 있잖아.

그냥 떠보는 걸 수도 있고.


“시치미 떼지 말게.”


토마가 자세를 잡았다.

금방이라도 날 때려죽일 듯한 자세였다.


“마족!”


엥, 마족?

저는 인간인데요.

빙의한 몸도 그렇고, 원래도 그렇고.


[미싱 피스]의 세계관에는 종족이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인간, 그리고 그 외의 것을 지칭하는 마족.


여기서 마족이란 보통 던전에서 나오는 인간 형태의 몬스터, 이종족을 뜻했다.


플레이어도 마족이라고 칭하는 건가?

여기 세계관을 보면 그럴 거 같기도 한데······.


그게 아니라면.


“오크인가? 아니면 수인?”


[미싱 피스]내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이벤트를 뜻하는 것일 거다.


서브 퀘스트, 혹은 돌발 퀘스트로 발생하는 이벤트.

주로 파티원으로 받아 함께 던전에 들어간 NPC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였다.


마족의 빙의.

그것은 파티원을 순식간에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개같은 이벤트.


설정 상 이유는 던전은 마력의 농도가 바깥보다 짙고, 그것이 심층에 가까울수록 더 짙어져 마족의 능력에 닿기 쉽기 때문이랬나.

여하튼 그런 이유로 던전 심층부로 들어갈수록 자주 발생하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나는 1층에 있었잖아.

그리고 마족이 아니라고.


“전 인간입니다.”

“던전에서 모험가의 몸을 빼앗는 건 마족들이나 할 수 있는 짓이다.”


토마의 오른손이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봐요, 사실을 말했잖아요.

보고 있다며!


저건 토마가 지닌 스킬 중 하나, [사자의 앞발].

특정 범위를 저 사자의 앞발을 흉내 낸 마력으로 휩쓸어버리는 스킬이었다.


지금 내가 저걸 맞으면 한 방에 죽겠군.

그걸로 저를 죽이시려고요?


금빛의 마력이 점차 짐승의 앞발로 변하기 시작했다.

진짜 죽이려고 하나 보네.


“지금 그 몸에서 벗어난다면 죽이진 않겠다.”


벗어나는 방법을 모르는데요.

벗어날 수 있으면 진작에 벗어났지.


누가 이런 곳에 있고 싶겠어?

집에서 편안한 침대에서 편안하게 자고 싶다고.


“난 그 몸의 주인이 마음에 들었네. 후계로 삼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저건 뭔 소리래.

너 원래 하다르를 알고 있니?

위층에서 볼 땐 처음 보는 것처럼 말하더니.


토마의 눈동자가 다시금 밝게 빛났다.

저게 [간파]의 이펙트로군.


“보아하니 빙의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돌려다오.”


아, 혹시 미노타우로스를 잡고 사냥꾼한테 벗어났다가 빙의 당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전에 빙의하고, 다 내가 한 짓인데.

그렇다면 마음에 드는 건 내가 되는 거야, 영웅씨.


물론 제자로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전 오크도 아니고 수인도 아닙니다.”

“그럼 뭐지?”

“인간입니다.”

“인간은 할 수 없는 일이네. 인간의 영혼은 과거의 일로 묶여 버렸으니까. 그러니 그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족이지.”


금빛 마력이 완전한 짐승의 발로 변모했다.


“끝까지 우기는 것을 보아하니 돌려줄 생각은 없나 보군.”


아, 나도 나가고 싶다니까요.

그리고 나 인간이라니까 왜 안 믿어.

간파 있다며!


빙의도 인간, 그 전도 인간.

내가 29년 평생을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인간이 아니면 뭐겠어?


토마가 갑작스레 마력을 거두었다.

이어 품에서 얇은 종을 닮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게 뭔지 아나?”


어······.

그걸 왜 영웅 씨가 들고 계셔요?


[퇴마의 종].

그것은 빙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가장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육신에 빙의된, 본래의 영혼이 아닌 것을 강제로 소멸하는 힘이 깃든 물건.

게임에선 구하기 엄청 힘든 물건이었는데······.


역시 영웅인가 저런 귀한 것도 가지고 있고.


“돌려주지 않는다면 처리할 수밖에 없네. 마지막 기회일세. 내가 이것을 흔든다면 육신의 본래 영혼이 아니면 소멸하네. 자네도 소멸하고 싶진 않겠지?”


토마가 종을 내밀었다.


“할 수가 없다면요?”


진짜로 못 한다고.


“그럼 어쩔 수 없네.”


딸랑.


[퇴마의 종]이 토마의 손놀림에 따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주변의 마력을 밀어내며 파장을 일으켰다.


그것이 전부였다.


“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퇴‘마’라서 그런지 마족한테만 통하는 건가?


“이게 무슨······?”


토마도 당황한 듯했다.

그러게 인간 맞다니까요.


“자네, 대체 뭐지?”

“하다르입니다. 모험가고요.”


토마의 황금빛 눈동자가 떨렸다.

아, 이건 또 거짓으로 찍히나 보네.


“······무슨 수를 썼는 지는 모르겠지만.”


토마의 오른손이 다시금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돌이킬 수 없나 보구나. 미안하다. 내가 더 일찍 왔어야 했거늘.”


이번엔 진짜다.

저 녀석 날 죽이려고 하고 있잖아.


“영원히 던전을 떠돌게 할 바에 편하게 해주마. 하다르.”


[사자의 앞발], 그것이 토마를 통해 시전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나는 그 즉시 바닥에 달라붙듯이 몸을 낮췄다.


[ 고요가 한층 강하게 발동됩니다. ]

[ 고요 (중)이 발동 중입니다. ]


콰과과과과!


머리 위를 지나가는 마력의 폭풍.

배낭이 찢어지며 그것에 담긴 물건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내가 놈의 패턴을 알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즉사였어!


“이걸 피하다니······!”


토마가 놀란 듯이 휘두른 손을 회수했다.


“빌어먹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영웅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니.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온몸을 비튼다면 가능하긴 해.


나는 바닥을 구르는 지팡이를 움켜주며 몸을 일으켰다.

파이어가 담긴 지팡이인가.

다행히 부서지지 않았군.


지금 상황에선 바인보다 쓸모가 있을 거다.

문제는 내 마력이 얼마나 남았냐는 건데.


마리와의 싸움에서 바닥까지 써버린 마력.

신관조차 소모된 마력은 채워주지 못 한다.


마법사는 보통 명상류로 마력을 채웠는데 말이지.

지금의 나는 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쏠 수 있는 파이어는 단 한 번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토마의 패턴은 잘 알고 있다.

내가 가장 많이 잡은 영웅 중 하나니까.


특징으로는 저돌적, 직선적 그리고 한 대 맞으면 골로 간다 정도가 있겠군.


주로 쓰는 스킬로는 [사자의 앞발], [돌진], [포효].

조심해야 할 스킬은 페이즈 2에서 나오는 영웅 고유와 조합 스킬 정도였던가.


좋아, 해보자.

어차피 3년 안에 열두 명을 다 잡아야 하는데 하나 정도 미리 잡는 게 좋겠지.

그게 아니라도 못 잡으면 여기서 뒈질 거 같거든.


지팡이를 토마에게 겨누고 도끼를 강하게 움켜쥔다.

황소 사냥을 할 시간이다.



***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

그를 공략하는 것은 일종의 투우와 비슷하다.

저 앞발 휘두르기만 빼면 말이지.


콰과과과과!


[사자의 앞발]이 다시금 휘둘러지며 던전의 단단한 벽을 두부처럼 깨부쉈다.


강력하지만 다른 공격에 비해 느리고, 단순하다.

가로로 후리기, 세로로 내려찍기 밖에 없는 공격.


가로는 바닥으로 붙거나, 하늘 높이 뛰면 피할 수 있다.

내려찍기는 옆으로 구르면 피할 수 있다.


토마의 눈에 당황이 어렸다.

스킬도 없고 던전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다 피하니까 당황스러운가요?

아니지, 마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럼 피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오히려 마족이라 요새 스킬을 모른다는 설정인가.


하지만 벌써 놀라면 안 돼.

이어지는 패턴이 더 쉬워서 잘 피할 수 있거든.


쿵!


토마가 발을 크게 굴렀다.

저것은 이어지는 [돌진]의 준비.

미노타우로스와 동일하다.


피하는 법은 놈이 발을 떼는 것과 동시에.


콰앙!


구른다.


토마가 마치 성난 황소처럼 내가 있던 자리를 가로질렀다.

동시에 그가 지나가는 길 주변으로 충격파가 일며 주변을 밀어냈다.


지하 1층 초입이라 넓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못 피하거나 저 충격파에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이것조차 피한다라······. 그 몸의 재능인가. 아니면 마족의 힘인가.”


토마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마족의 힘이라니 그런 치트키가 있었음 진작 넌 죽었어.

아, 물론 이 몸이 좋다는 건 인정해.

내 몸보다 튼튼한 거 같거든.

다리도 멀쩡하고.


하지만 그 외에건 내가 직접 쌓아온 거라고.

게임이라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곧장 거리를 좁히며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단순한 내려찍기.


이곳은 게임이 아닌 똑 닮은 현실.

그렇다면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거창한 것은 필요 없다.

사람은 작은 날붙이에도 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영웅도 결국엔 인간, 이거에 대가리 찍히면 다 죽는겨.


캉!


아, 이걸 까먹었네.


도끼날이 토마의 승모를 뚫지 못하고 멈춰섰다.

근육이 너무 튼튼해서 뚫지 못한 거냐고?


아니, 이건 놈이 가진 스킬이다.


[강철몸].

순간적으로 몸의 방어력을 높이는 스킬.

이것을 쓰는 동안에는 움직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딱이다.


그래서 놈의 패턴에도 자주 들어갔었지.

[돌진] 이후 [포효], 혹은 [강철몸].

하도 [포효] 패턴만 유도하다 보니까 까먹었네.


“돌진 스킬 직후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는가.”


토마의 살벌한 눈빛이 나를 향했다.

저거 살기가 아주 가득한 거 같은데.


나는 도끼를 움켜쥔 손에 힘을 더욱 불어넣었다.

[강철몸] 풀면 바로 목을 갈라버릴 생각이었다.


“강철몸의 단점마저. 역시 마족이기 때문인가.”


그가 강철몸에 쏟아붓던 마력을 거두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끼의 날이 그의 승모를 파고들었다.


이대로 목까지 갈라 버린다.


퍼억!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커헉!”


토마의 재빠른 주먹이 내 복부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짧게 뻗었기에 몸에 구멍이 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뒤로 날아가기엔 충분한 위력.


이거 갈비뼈가 박살 난 거 같은데······.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토마의 목에 박힌 도끼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나도 스킬 하나만 있었으면 바로 갈라버렸을 텐데.


괜히 화만 나게 한 거 같은데.


“위험했군.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하다르를 위해서도.”


그의 전신이 주홍빛으로 달궈지기 시작했다.


[ 고요가 한층 더 강하게 발동됩니다. ]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저 스킬을 벌써 쓴다고?

아, 선생님 도끼 한 대 맞았다고 바로 페이즈 2로 넘어가는 게 맞나요?


“전력으로 상대해주마.”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

그의 두 번째 페이즈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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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던전 탈출 (2) 24.09.14 23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7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1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3 2 12쪽
» 영웅 (3) 24.09.10 41 2 11쪽
8 영웅 (2) 24.09.09 45 3 12쪽
7 영웅 (1) 24.09.08 50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3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3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9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5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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