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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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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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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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탈출 (1)

DUMMY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루시안 아비오르.

지하 3층에서 활동하는 모험가인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상으로 올라가려던 그의 파티.

그들이 지하 1층에서 발견한 광경 때문이었다.


지하 1층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

그것은 수많은 몬스터의 사체, 그리고 인간의 시신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몬스터가 아닌 모험가가 서로가 죽인 거로군요.”


루시안의 파티, 위고가 시신들의 상태를 살폈다.

대부분 인간에 의해 사망한 흔적들이었다.


“이 많은 모험가가 서로를 죽였다고······?”


루시안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지금까지 수많은 던전을 오가며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같은 파티인 마법사, 고티에 마르보가 주변을 살폈다.


“강력한 정신 지배 스킬이라도 있었나 보군. 마력의 흔적이 느껴지네.”


마력의 흔적이 느껴지나 마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스킬 뿐.


“그런 스킬을 대체 누가······?”

“인간 사냥꾼 아닐까요?”


루시안의 곁으로 갈색 머리칼을 하나로 올려묶은 여자가 다가왔다.

마찬가지로 같은 파티의 소속인 엠마였다.


“그렇다기엔 모험가들의 장비들이 그대로 있군.”

“루시안, 이곳을 봐주십시오.”


시신들을 살피던 위고가 루시안을 급히 찾았다.


“영웅의 시신입니다.”



***



[ 남은 시간 : 26249시간 51분 ]


이곳에 빙의하고 하루를 가뿐히 넘은 시간.

나는 그제야 던전의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스킬을 얻었음에도 지옥과도 같은 행군이었다.

스킬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됐거든.


자려고 하는데 몬스터가 달려드는데 스킬이 무슨 도움이야.

[맹종]으로 몬스터가 추종하게 하면 되지 않냐고?

그건 몬스터한테 통하지 않는다.


그럼 모험가한테라도 쓰면 되는데······.

모험가가 없다.


지하 1층에 있던 놈들은 자기끼리 다 싸우다 죽었을 거고.

지상층에 있던 놈들은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싹 감췄다.


나는 그 이유를 지금 깨달았다.

오는 길에는 볼 수 없던 모험가가 던전 입구에 가득했다.

토마 놈이 날뛰어서 겁먹고 입구로 도망간 건가?


그럴 거 같긴 해.

놈이 벽이고 뭐고 다 부수고 돌진하긴 했거든.


그래도 뭐, 덕분에 잘 쉴 수 있겠군.

이렇게 모험가가 많은데 사고를 치겠어?


내가 빙의했을 때가 4일이 남았다고 했으니, 이제 개방까지 남은 시간은 3일.

그 시간만 이곳에서 버티면 된다.


“당신도 피난해 온 모험가입니까?”


모험가 무리로 다가가자 통솔자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붉은 머리칼에 짙은 인상을 지닌 남성.

그의 맹렬한 눈빛은 뛰어난 전사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장비를 보아하니 마법사로군.

쯧, 전사를 했다면 대성할 상이다만 잘못된 선택이구나.


“그렇습니다.”

“현재 이곳은 많은 모험가가 모여 저희가 통제를 맡고 있습니다.”

“통제인가요?”


모험가들을 쓱 살폈다.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일이니까요.”


붉은 머리 마법사가 무기가 잔뜩 쌓인 곳을 가리켰다.


“그저 무기만 잠시 맡아둘 뿐입니다.”


무기를 뺏어서 못 싸우게 하는 건가.

하지만 무기가 없어도 되는 놈들은?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 말이야.


난 [맹종]으로 너희끼리 싸우게 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도 [맹종]으로 뻥튀기한 스탯으로 싸워도 되고.


뭐 내 알 바가 아니긴 하지.


그런데 너희가 통솔할 실력은 되니?


“저희의 신원과 실력은 보증합니다. 이곳의 인원을 충분히 통제 가능하죠.”


내 눈빛을 읽었나?

그가 품에서 인식표를 꺼내들었다.


내거랑 뭔가 색이 다르네.

내것은 전형적인 금속의 색, 놈은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저 색이면 신원과 실력이 보증되나?


게임에선 모험가에 등급 따위 없었는데.

흠······.


“······지팡이도 맡겨야 합니까?”


그런데 지팡이도 무기니?

나 사실 허리가 아파서 이게 필요한데.


“그렇습니다.”


젠장.


어쩔 수 없이 무기들을 건넸다.

가진 거라곤 파이어가 새겨진 지팡이, 혼 고블린이 쓰던 조잡한 칼 하나뿐이지만.

지하에서 무기도 챙겨올 걸 그랬나?


“가방에는 따로 무기가 없습니까?”

“그게 전부입니다.”

“한 번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깐깐하군.

나는 배낭도 그에게 건넸다.


그는 배낭을 건네받자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전리품으로 일어나는 싸움을 방지하기 위함인가.


“미노타우로스··· 의 뿔, 그리고 소량의 식량······. 확인했습니다.”


배낭을 뒤지던 그의 표정이 일순간 변했다.

저게 무슨 표정이지?

당황인가?


미노타우로스를 잡을 정도의 사람이라 내가 좀 대단해 보이나?


내부를 확인하던 그가 물건을 도로 넣었다.

이어 배낭을 건네며 내가 쉴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이쪽에서 쉬시면 됩니다. 3일 후면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열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이 밀집된 입구 쪽에서 동떨어진 위치였다.

푹 쉬고 싶은데 괜히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고 싶진 않았는데.

잘 됐군.


나는 배낭을 옆에 내려두고 바닥에 미끄러지듯 주저 앉았다.

어후, 피곤해.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잠들 수는 없다.

상황을 파악해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1층에 미노타우로스보다 더 한 몬스터가 나타났다면서요?”

“듣자 하니 그런 것 같군. 던전의 단단한 벽도 간단히 부수는 괴물이라······.”

“그 때문에 영웅이 나선 걸까요? 제가 어제 영웅을 봤었거든요.”

“영웅? 어떤 영웅 말인가?”

“그야 이 던전을 개방해주신 타우러스님이죠.”

“타우러스님이 직접 나섰다고? 이거 확실히 큰일인가 보군.”


육포를 팝콘 삼아 씹으며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너희가 말하는 몬스터랑 그 타우러스랑 동일 인물이야.

아, 이제 내가 타우러스니 아닌가?


여하튼 그 문제도 사실상 없는 거고.

그냥 쫄아서 모여있는 거니까 한동안은 사고 날 일은 없겠군.


정보도 별다른 건 없는 것 같고.

그럼 눈 좀 붙여볼까?


나는 배낭을 베개 삼고 잠을 청했다.



***



잠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귓가를 파고드는 소란스러운 소리.


아, 잘 자고 있는데 뭐야?


졸음이 강제로 깨며 몰려오는 짜증에 눈이 떠졌다.

누가 사람이 자는데 이렇게 떠들어?


“아무 이상이 없으니 무기를 돌려달라는 소리다.”

“맞아요. 우린 다시 내려가겠다고요!”


대충 몸을 일으켜 벽에 등을 기댄 후,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모험가 몇몇이 붉은 머리 마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라기엔 언성이 좀 높은 거 같긴 하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내가 이곳에 갓 왔을 때 시간이 대충 뒷자리가 49시간이었나.


[ 남은 시간 : 26245시간 20분 ]


지금은 45시간, 4시간이나 잤군.

던전에서 잔 거 치곤 푹 잤구만.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내기엔 한참은 부족하지만 말이야.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애초에 우리 무기잖아요!”“사고를 친다는 게 아니고, 우리 할 일을 하러 가겠다 이거네! 안전한 것이 확인됐으니 떠난다는 이야기일세!”


아무래도 던전이 계속 조용하니 안전하다 파악한 모험가들이 이곳을 떠나려는 것 같았다.

하긴 이곳에 계속 머물러선 돈을 벌 수가 없을 테니까.


무려 무료로 개방된 던전이다.

돈 복사는 물론, 스킬, 스탯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모험가에겐 이만한 기회가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의뢰를 받거나, 입장료를 내던가 하는 방법으로 올 수 있으니.


“아무리 적색 모험가라고 해도 이건 아닐세!”


적색 모험가라.

인식표의 색에 따라 등급이 있는 건가.


“흐음······.”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한창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어이, 형씨.”


웬 시커먼 남자 둘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형씨는 어떻게 생각해?”


왜 나한테 와서 이래?

난 그냥 조용히 있었다고.


“······떠나려고 하는 쪽은 보내주는 게 통제도 편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갈 놈들 괜히 싸우지 말고 보내줘.

있을 놈들만 데리고 있음 되잖아.


함께 온 다른 놈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통제되지 않습니다. 한 그룹이 떠나기 시작하면 그것을 선례로 잇따라 탈주가 일어나니 말입니다.”


애초에 모험가를 통제하려고 드니까 그렇지.

너희가 뭐 왕국군이니?

너희도 모험가잖아.


“상관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다들 위험을 피해 잠시 모인 거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 아닙니까?”

“어이, 형씨. 상관이 없긴 왜 없어?”


새카만 머리에 지저분한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

자꾸 나보고 형씨라고 하던 놈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다.


“다 떠나면 빼앗을 게 없잖아.”


하아······.

역시 너희 인간 사냥꾼이구나.

느낌이 그렇긴 했어.


토마가 너희가 많이 들어왔다곤 하더라.


어떻게 하루도 일이 터지지 않는 날이 없냐.

에휴.

그런데 왜 나한테 두 명이나 붙은 거니?


“가만히 있어. 지팡이도 없는 마법사잖아?”


아, 혹시 날 마법사로 본 거니?

하긴 제출한 무기가 지팡이랑 조잡한 칼 하나니.


“주문을 외면 바로 베어버리겠습니다.”


이놈들 미노타우로스의 뿔이랑 지팡이를 보고 내가 가장 위험한 놈이라고 판단한 거 같은데?


그때였다.


콰아앙!


방금까지 다투던 놈들이 있던 곳에서 터져 나오는 폭음.

동시에 자욱한 폭연이 그곳에서부터 피어났다.


“시끄럽게 떽떽거리긴.”


범인은 다름 아닌 붉은 머리의 마법사.

머리 색에 걸맞게 화염 마법을 다루는구나.


무슨 마법인지 봐야 했는데 얘네 때문에 못 봤네.


“이, 이게 무슨······.”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모험가가 당황한 눈빛으로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라.”


마법사가 완드를 모험가들에게 겨누었다.


“이, 인간 사냥꾼······!”

“그래, 우리는 사냥꾼이다. 이 멍청한 놈들아. 지켜준다고 냅다 무기를 바쳐? 이거 병신들 아니야?”


마법사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모험가의 기본도 안된 병신들. 이곳에선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아. 스스로 지켜야지.”


음음, 그건 맞는 말이야.

나도 공감하고 있어.


“너희 마법사를 잘 잡고 있어라. 마법사는 귀하신 몸이거든. 인질로 삼으면 몸값이 짭짤할걸?”


붉은 머리 마법사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비웃음을 터트렸다.


마법사가 지팡이를 맡긴다는 사실에 저러는 건가?

기분 나쁘네.

이거 한 방 먹여줘야겠군.


내가 지팡이를 맡긴 건 한숨 자기 위함이었다고.

덕분에 마력도 체력도 얼추 회복됐다.


스킬을 사용하기엔 충분하다는 거지.


[ 스킬 : 맹종을 사용합니다. ]


“고작 입구 막기나 하고 있는 허접들이 누굴 비웃어?”


전신이 달아오른다.

그것은 시각적으로도 나타났다.

내 몸이 주홍빛으로 물들며 동일한 아우라가 주변에서 뿜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형씨, 죽고 싶어?!”


남자가 칼날을 목 가까이 겨누었다.

금방이라도 찌를 듯한 기세.

하지만 그는 나를 찌르지 못했다.


[맹종]에 당해버렸거든.


나와 눈을 마주치자, 그의 눈동자에 주홍빛 기운이 서렸다.

[맹종]의 영향이었다.


이놈은 이제 내 맹렬한 추종자.


“옆에 이놈 좀 치우고 있어라.”


내가 명령을 내리자 남자는 자신의 동료를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정신 계열 마법······?”


그 모습에 붉은 머리 마법사가 나를 경계하며 완드를 겨누었다.

네 완드에는 무슨 마법이 담겨있니.

아까 열기랑 폭음을 보면 불 계열이긴 할 텐데.


아니다, 그냥 내가 가져가서 확인할게.

스태프보단 완드가 휴대가 좋아서 탐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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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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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던전 탈출 (3) 24.09.15 20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 던전 탈출 (1) 24.09.13 27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0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3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8 영웅 (2) 24.09.09 44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2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3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8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4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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