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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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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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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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3)

DUMMY

시야에 나타난 익숙한 UI의 창.


갓 빙의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보았으며, 평소 게임을 할 때 보았던 창이었다.


게임의 UI라면 내가 설정할 수 있는 건가?


UI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터치는 안 되는군.

그럼 생각은?


상태창!


아니, 그런 건 없었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할 때처럼 불친절한 빙의구나.

아니지, 게임은 적어도 설정을 열어 상태창은 볼 수 있었는데.


더 불친절하구나.

이러면 어떻게 키우라는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럼 이건 왜 뜬 걸까.


[ 메인 스토리 퀘스트 : 영웅의 자격이 진행 중입니다. ]


뜰 거면 뭘 해야 하는 지나 알려주든가.

보통 퀘스트가 뜨면 진행 내용은 알려주지 않나?

쓰레기 게임 같으니.


[ 영웅의 자격 ]


내 불순한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눈 앞에 있던 창이 변화를 일으켰다.


[ 먼 과거 영웅은 마족이라 불리는 이들을 던전에 가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봉인은 완벽하지 못했던 것. 그렇기에 시간의 속박을 동반했습니다.


긴 시간 이어진 시간의 속박으로 인해 세계가 한계에 달했습니다. 봉인이 풀리지 않으면 세계는 억압되어 있던 시간의 여파로 인해 멸망을 맞이하게 됩니다. 세계의 봉인을 해제하십시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열두 개의 영웅의 조각이 필요합니다. 세계가 잃어버린 조각을 모아 영웅의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


익숙한 세계관의 설정.

이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니 상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 남은 시간 : 26279시간 22분 ]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던 시간 제한.


뭐야 왜 시간으로 써놨어.

이따위로 긴 시간이면 개월 같은 거로 나누는 게 예의 아니야?


26279시간.

이 압도적인 시간 천천히 머리를 굴려 계산해보자.


1년은 8760시간.

그렇다면 26280은 3년을 뜻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건 내가 미노타우로스와 씨름한 시간이 지난 건가.


빙의해서 살아가게 된 것도 억울한데 3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이라니.

두 배로 억울하다.

아니, 3년이라 세 배로 억울하다.


[ 획득한 조각 0 / 12 ]


그나저나 조각을 모은다라······.

퀘스트 자체는 게임이랑 같다.

게임도 열두 영웅을 쓰러뜨려 그들의 조각을 모으는 것이 메인 컨텐츠였으니 말이다.


그럼 달라진 게 없잖아.

그저 빙의의 차이인 건가?


직접 발로 뛰어서 깨보라고?

아니, 그건 이 게임을 만든 놈들이 겪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애초에 난이도도 개같이 만들어놓고, 그 지옥 같은 게임에 강제 빙의라니.


이건 돈가스 망치로 후려치고도 용서가 되지 않는 인성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받아들이는 것뿐.

이 허접하고 반복되는 메인 스토리를 말이다.


“망할.”


뭐가 됐든 원래 게임처럼 진행하라는 뜻이겠지.


몸을 일으키고 발걸음을 옮길 시간이다.

뭐가 됐든 나는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렸으니까 멈춰있을 시간은 없다.

내가 방 안에서 게임을 클리어했던 것처럼, 빙의된 이 게임을 클리어한다.



***



미노타우로스와의 격전으로 지친 몸.

발걸음 하나하나가 천근처럼 무겁다.

하지만 멈춰있을 수는 없었다.


왜냐고?

시한부 인생이잖아.

멈춰 있으면 그대로 죽는다고.


하지만 3년이나 있는데 조금 천천히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그렇긴 해.

나의 일면이 그렇게 설득한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이게 게임을 그대로 따왔다면, 그런데 현실의 시간을 반영한다면.

3년도 부족할지 모른다.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니 돌아간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나는 처음 정신이 들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미노타우로스와 인사하고, 수염 아저씨가 벽에 처박힌 곳.


변명거리도 대충 생각했으니 뭘 물어도 문제는 없다.

머리를 다쳤다고 했지?

그럼 최강의 변명 카드가 주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내가 미노타우로스와 놀고 있던 사이 아저씨는 정신을 차렸는지 마법사를 위로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까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군.


전 여기 이렇게 살아있어요.

이름 모를 아저씨.


“하다르!”


내 모습을 발견한 수염 아저씨가 발작하듯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달려와 내 몸을 살폈다.


“멀쩡하군. 멀쩡해! 자네 어떻게 살아남았나!”


어떻게 살아남았냐니.

그건 내가 할 말 아닌가.


보통 사람이 그렇게 벽에 처박히면 죽을 텐데.


아니, 그러네?

아저씨 어떻게 살아있어요?


일단 질문의 답부터 해주었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였습니다.”

“······뭐?”


수염 남자의 눈이 커졌다.


“거짓말하지 말게. 그건 우리 수준에서 어찌해볼게······.”

“······못 믿겠다면 사체를 저쪽에 그대로 두고 왔으니 확인하시면 돼요.”


남자가 허겁지겁 내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뭘 저렇게 급하게 뛰어간담.


그나저나 뛰는 것조차 완전 멀쩡하군.

미노타우로스의 돌진을 막았던 것도 그렇고, 저 남자는 스킬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미싱 피스]에는 수많은 스킬이 존재한다.

그것은 보통 던전에서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으로 파밍이 가능하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따로 조정하지 않는 한 다섯 개가 최대.

그럼 그 외에는 뭘 쓰냐고?

그냥 무기에 맞는 평타를 쓰는 거지 뭐.


그런 게임 많잖아?

그냥 굴러서 피하고, 그냥 휘둘러 패고.


여하튼 다섯 개의 스킬을 시너지가 맞도록 조합하는 재미도 쏠쏠한 게임이었다.

그렇게 내가 발견한 조합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물론 내가 사용할 조합은 단 하나로 정해져 있지만.

그것은 바로 내가 마지막으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사용한 조합.

이 게임을 클리어했던 조합이었다.


그걸 다시 모을 생각을 하니 어지러운 거 같기도 하고.

차라리 내 계정에 빙의시켜주지.


“······당신 때문이야.”


미싱 피스와의 행복했던(?) 추억에서 헤엄치는 나를 파고드는 날이 선 목소리.

그것은 마법사의 목소리였다.


“당신 때문에··· 모리츠가······!”


모리츠, 그게 궁수의 이름인가.


[ 스킬 : 고요가 발동됩니다. ]

[ 고요 (하)가 발동 중입니다. ]


그런데 왜 내 탓이지?


“안전 구역에만 갔으면 모두 살 수 있었어!”


얘도 학습 능력이 없군.

안전 구역에 갔으면 살았을 거라고?

미노타우로스의 그 돌진 속도를 보고도?


아니, 모두 죽었다.

그리고 그중 너는 가장 먼저 죽었을 거고.


그런 생각이 가득했지만 내뱉지는 않았다.

상태를 보아하니 이미 정신 머리가 정상이 아니거든.


“대체 왜 이런 일이······.”


마법사가 얼굴을 부여잡고 흐느꼈다.


아무래도 그 끔찍한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 말이다.

나야 스킬이 정신을 보호해주고 있다지만, 보통은 저 반응이 정상이다.


사람이 눈 앞에서 소뿔에 꼬치가 되어 죽었다.

피와 내장을 쏟으며 바닥에 내던져졌다.

누가 그것을 웃으면서 볼 수 있겠는가.


“정말이군. 정말로 잡았어.”


어색한 침묵을 끊어내고 구원이 찾아왔다.

수염 남자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의 손엔 거대한 뿔이 한 쌍 들려 있었다.


“당장 이 뿔만 해도 이번 던전 수익은 보장되겠어. 미노타우로스의 뿔은 튼튼하고 마력 함유량이 높아 무구 재료로 인기가 많으니 말이야.”


그가 등에 멘 거대한 가방에 뿔을 집어넣었다.

같은 파티니까 공유하는 거겠지?

거기다 내가 잡았잖아.


“그나저나 도대체 어떻게 잡은 건가?”

“······벽으로 돌진을 유도해 기절시키고 머리에 칼을 꽂았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하긴 그 자세에서의 돌진을 어떻게 멈추겠나? 하하, 정말 대단해. 하다르.”

“저···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사실 나 이 몸에 빙의한 다른 사람이야.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네, 정황상 여러분이 동료인 건 알겠지만······.”


눈을 흘겨 마법사를 슬쩍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머리를 다쳐서 그런 것 같군.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네.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 기억이 날아간 거지.”


수염 남자가 내 머리를 살폈다.


“그럼 기억 나는 게 아예 없는 건가?”

“대부분 날아간 거 같아요.”

“심각하군.”


남자는 우선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나는 제임스라고 하네. 저기 마법사 친구는 마리. ······먼저 떠난 궁수는 모리츠라고 하네. 우리는 함께 던전에 들어온 파티고 말이야.”

“그렇군요.”


제임스가 마리의 눈치를 살피다 작게 속삭였다.


“아, 모리츠가 죽은 것에 대해 자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네. 모두 각오를 하고 들어온 것이고, 미노타우로스가 돌아다닐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자네가 그 선택을 내리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겠지.”


잠시 간의 침묵.

그것을 벗어나 제임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 이곳은 알데바란.

영웅,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가 자신의 후계를 찾기 위해 무료로 개방한 상황이었다.


“열두 영웅은 기억나나?”

“네, 대전쟁 이후 열두 던전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죠.”


영웅, 그것은 이 게임의 세계관에서 열두 곳의 파밍 던전을 관리하는 이들.

동시에 플레이어인 우리가 쓰러뜨려야 하는, 조각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나저나 제임스의 말대로라면 스토리 진행은 게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거기서도 이 알데바란이 가장 먼저, 무료로 열렸거든.


그럼 다른 던전은 유료냐고?

실제로 입장료를 받는 던전도 있었고, 조건을 충족해야만 입장 가능한 던전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곳에서 얻는 스킬들이 좋았고 말이지.


물론 그렇다고 이 던전이 질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던전의 난이도와 가치는 동급, 그저 나오는 스킬만 다를 뿐이다.

그저 다른 던전의 스킬이 내가 짤 조합에 좋은 거지.


아, 물론 여기도 내가 맞출 조합에 필요한 스킬이 하나 존재한다.

결국 이 던전도 돌긴 돌아야 한다는 뜻이지.


하지만······.


“모리츠······.”


지금 상태로는 무리일 거 같단 말이지.


정신 나간 마법사 하나.

탱킹만 되는 수염 아저씨.

그리고 그냥 아무것도 없는 기억상실의 나.


심지어 무기마저 모조리 망가졌다.

이젠 난 진짜 뭐 할 수 있지?


이 조합으론 지하층을 공략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던전에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빌어먹을 게임의 던전은 한 번 입장하면 클리어, 혹은 일정 시간이 흐를 때까지 출구가 열리지 않는다.


벌써부터 어지럽네.


“우선은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세. 부상도 회복하고 정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알겠습니다.”


나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제임스는 마리를 억지로 일으켜 뒤를 따랐다.


그렇게 안전 구역에 진입했을 때였다.


띠링.


익숙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아, 제발.

이번엔 또 뭐야?


그러자 시야에 떠오르는 창.


[ 분기 퀘스트가 지급되었습니다. ]


분기 퀘스트?

이것도 처음 보는 것이다.


[ 마법사 마리를 살해하거나 교화하세요. ]


염병.


분기 퀘스트가 있다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내용은 더 머리가 아프다.

더군다나 이 아래 써진 것을 보라.


[ 실패 시 사망. ]


게임보다 더 살벌하게 죽음을 권유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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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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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7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1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3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8 영웅 (2) 24.09.09 45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3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3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 데스 게임 (3) 24.09.04 79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4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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