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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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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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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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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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3)

DUMMY


죽여야겠다.

어째서 이러한 생각이 곧바로 든 것일까.


이곳의 빙의하기 전에 나라면 결단코 생각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야 나는 평범히 방에 박혀서 게임이나 하던 사람이니까.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그저 사람들을 구하려고만 했지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꼴을 당했음에도 말이다.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특전으로 받게 된 스킬 때문인가?

아니면 아직도 이걸 게임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일까?


그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상대는 마법사.

주문을 외기 전에 공격한다.


곧바로 돌진을 시작한 나는 망치를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너무도 단순한 동작이기 때문일까.


“파이어!”


전방에 화염을 뿌리는 것으로 그것을 제지하는 마리.

맛 좋은 통구이가 되지 않으려면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다시금 그녀와 나의 거리가 벌어졌다.


싸움은 대체로 수 싸움이다.

상대가 무엇을 할지 예측하고 대응한다.

상대의 공격을 파훼하고 나의 공격을 처박는 것.


[미싱 피스]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이 게임 한정으로 그것에 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을 깨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했거든.


지금 이곳은 그 게임의 현실판.

조금 다른 것은 있어도 웬만한 것은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그 게임에 현실성, 창의성을 포함해 계산한다.

그렇게 한다면 나는 움직이는 치트 키나 다름 없겠지.


머리를 굴려라.

기억을 헤집어라.

그것을 뒤섞어 지금 필요한 것을 꺼내라.


[ 마법사 마리를 살해하거나 교화하세요. ]

[ 실패 시 사망. ]


내가 살기 위해서.


“바인.”


나는 지팡이를 뻗고 시동어를 뱉었다.

그러자 몸 안에서 무언가 쑥 빠져 나가는 느낌과 함께 마리 주변에 덩굴이 자라났다.


쿠드득.


주변 틈을 뚫고 자라나는 연약한 덩굴.

느리다.


역시 보조 스킬이 없으면 구린 마법이야.

애초에 바인은 다른 스킬이나 마법과 조합해서 쓰는 속박용 마법.

예를 들어 기절이나, 수면 같은 상태를 걸고 다시금 상태 이상을 이어갈 때 쓰는 용도였다.


왜냐고?

지정된 지점, 그 좁은 범위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덩굴이 속박하는 마법이거든.


그래서 잘 안 쓰는 마법이었지.

마력 소모는 적지만 마법 자체가 구려도 너무 구리거든.


이래서 풀 타입은 안 돼!

얘는 왜 써도 이런 마법을 쓰는 거야?


이미 죽어버려서 투정 부릴 수도 없다.


마리가 뒤로 물러나며 나의 귀여운 덩굴을 피해냈다.

아까 내가 피하는 걸 보고 익힌 건가?


똑똑하군.

그리고 극악무도하구나.


그녀는 잔인하게도 불을 뿜어 자라난 덩굴을 불태웠다.


갓 피어난 생명을 저리 무참히 짓밟다니.

역시 제정신이 아니군.


채식주의자들이 본다면 화를 냈겠어.

연약한 생명들을 죽이다니.

아, 풀은 먹어서 안 그러려나?


하지만 이걸로 얻은 게 있다.


마리가 덩굴을 상당히 경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거 바인만 남발해도 주문을 막고 때려잡을 수 있겠는걸?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거든.


그것은 바로 이 몸은 마력이 상당히 처참하다는 것.

방금 덩굴로 벌써 지친 느낌이거든.


하긴 전사로 키우던 캐릭인데 마력까지 넘치면 그게 사기캐지 뭐.

근데 난 사기캐로 키울 거거든.

그게 아니면 이 게임 못 깨.


그러니까.


“바인.”


열심히 마력을 써버리자.

이게 현실적은 요소를 받는다면, 보통 마력은 쓰면 쓸수록 늘잖아?


그게 아니라도.

마법사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오케이다.


주문을 외지 못한다면, 근접전에 강한 내가 이기니까.


덩굴이 다시금 솟구치자 마리가 또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나는 다시 한 번 거리를 좁혔다.


그녀의 도약 한 번.

나의 전력 질주.

무엇이 빠르겠는가.


당연히 후자지.

난 전사고, 넌 법사야!


거리를 좁히며 망치를 크게 휘두른다.

목표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손.


“파이어!”


지팡이와 망치가 맞닿기 직전이었다.

지팡이에서 사방으로 뿜어지는 불길.


악, 뜨거!


불을 저렇게 뿜을 수도 있는 거였어?

그런데 자기는 안 데이고?


사기네.

역시 불 타입이다.


뜨거운 열기에 망치를 놓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또 파이어볼인가?


젠장, 좀 더 파악하고 할 걸.

멋부리면서 수 싸움이다 어쩌구 중얼거리는 게 아닌데.


나는 바닥에 있던 검을 집어들었다.

실눈의 것이었다.


그래도 아예 꽝은 아니네.


이거 아까부터 탐났거든.

망치보다 검이 더 멋있잖아?


지금 상황에선 아까 쓰던 망치보다 이게 더 좋기도 하고.


검보다 망치가 좋은 점.

우선 리치가 더 길다.


무엇보다 검은 양날이 서 있는 무기.

어디로 휘둘러도 최소 부상, 크겐 치명상이다.


무기를 쓰는 전투법을 모르는 내게 가장 쓸만한 무기라는 뜻이지.

힘은 뭐 이 육체가 전사였어서 들만하고.

휘두르는 것도 문제 없다.


자, 그럼 무기도 챙겼겠다.

그 다음으로 할 건 주문의 파훼다.


내 상태는 손에 생긴 약간의 화상.

바인을 2회는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 마력.

새로 주운 칼 한 자루.


뭐가 너무 없어 보이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금 이곳은 게임과 닮은 현실.

즉, 게임과 달리 자잘한 환경도 이용이 가능하다.


따악!


바닥에 있던 벽돌의 파편을 강하게 걷어찼다.

미노타우로스의 돌진, 그리고 그녀의 파이어볼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걷어차는 감각.

이렇게 다리를 움직이는 감각이 너무도 오랜만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허공을 가르는 나의 돌멩이.

이런 젠장할.


재빠르게 옆에 있던 돌을 하나 더 걷어찬다.

늦으면 불타죽는다.

그게 그렇게 아프다는데.


아니지, 파이어볼이니까 터져 죽으려나?


따악!


다행히 이번에 차낸 돌은 적중에 성공했다.


“큭!”


마리에 이마와 충돌하는 돌.

그녀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주문이 멈췄다.


이게 마법사의 단점이지.

캐스팅이 오래 걸리고 조금이라도 방해가 들어오면 멈춰버리거든.


내가 이래서 마법사를 안 키웠어.

딜은 센데 답답하잖아.

마력 바닥나면 아무것도 못하고.


일단 주문은 깼고.

다음 패턴은 다시 내 접근을 밀어내기 위한.


“파이어!”


한 줄기 화염이 일직선으로 쏘아진다.

나는 곧장 몸을 틀어 그것을 피해냈다.


반사 신경이 좋은 몸이군.

한동안 방에 처박혀 있던 내가 이렇게까지 잘 싸울 수 있을 줄이야.

구리다고 했던 말 취소.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파이어!”


마리가 다시금 소리치며 마력을 장전했다.

혼 고블린을 잡을 때 쓰던 방식.


지팡이에서 피어난 불길이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응축되더니 쏘아진다.


화르륵!


파이어볼보단 약하지만 맞으면 무사하진 못할 마법.


기껏 살려줬더니 악을 쓰고 죽이려고 하네.


하지만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 빌어먹을 데스 게임을 다시 클리어할 거다.


나는 아직 죽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으아아아!”


나는 날아오는 불덩이를 향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앙!


검과 불덩이가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이 그대로 내 손목을 타고 전해졌다.


아오, 아파.

손목 나가겠네.


이제 내 차례지?

양심 없이 너만 너무 공격하잖아.


자크의 지팡이가 마력을 집어삼켰다.


“바인.”


반복된 풀의 교육으로 인해 마리가 반사적으로 뒤로 도약했다.

또 네 발밑에 자라게 할 줄 알았니?

그럴 리가.


덩굴은 내 지팡이 밑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자라난 곳에 있는 지팡이를 휘감았다.


그 모습을 보자 마리가 안도하듯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가 마법을 잘못 쓴 줄 알았나 봐.

근데 그게 아니란다.

이걸 노린 거야.


이건 게임이 아니니까 이런 창의적인 공격이 되거든.


이게 뭔지 아니?


나는 지팡이를 당겨 덩굴의 길이를 늘렸다.

이어 날카로운 칼날로 덩굴과 바닥이 연결된 부위를 잘라냈다.

칼이 뜨겁데 달궈져서 더 잘 잘리는 거 같기도 하고.


자, 그럼 받아라.

덩굴로 할 수 있는 궁극의 기술.


덩굴 채찍!


덩굴이 휘감긴 지팡이를 휘두른다.

불에 맞아 저승을 가버린 풀의 원한이 실린 공격, 풀의 복수.

그 맹렬한 공격이 마리의 어깨를 후려쳤다.


“아악!”


그녀는 통증에 지팡이를 놓쳤다.


주문도 실패했고, 즉발의 마법도 잃었다.

이젠 완전히 나의 차례.


“바인.”


마지막 남은 마력을 긁어모아 그녀를 속박한다.

동시에 칼을 겨누고 돌진을 시작했다.


죽인다.

사람을 죽인다.


그 생각으로 심장이 빨리 뛴다.

알 수 없는 공포가 옥죈다.

하지만.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멈추진 않았다.


거리를 좁히는 짧은 시간 손 떨림은 잦아들고, 공포도 줄어들었다.

남은 것은 오직 목적 하나.


마법사 마리를 죽이는 것.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연약한 심장을 꿰뚫기 직전이었다.


카가각!


칼날을 막아서는 방패 하나.

그리고 그것을 들고 있는 남자.


“하다르! 진정하게!”


제임스가 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임스 씨.”

“죽일 필요까진 없지 않나?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네. 자네도, 마리 양도.”

“······우리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진심으로요.”


방패를 든 제임스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직 방패가 식지 않아, 그의 팔은 천천히 익어가고 있었다.

그 통증을 감내하고도 그녀를 감싼 것이었다.


어리석긴.

걔가 널 죽이려고 했잖아.


“모리츠의 죽음으로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러네. 조금만 쉬면. 그래, 그러면 괜찮아질 걸세.”


그가 고개를 돌려 마리를 바라보았다.


“안 그런가? 마리.”


그러나 그 순간 그가 본 것은 지켜준 것에 감사하는 모습도, 당황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반성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줍고 있었다.


“파이어.”


지팡이에서 피어난 불길이 제임스를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아악!”

“제임스 씨!”


저 미친 년.

자길 감싸준 사람을 저렇게 불태워버리다니.


진작에 죽였어야 했는데.


아직 파이어 마법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불길에 휩싸인 제임스를 지나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이어 온 힘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크게 내리찍는다.

그것이 회수된 지팡이에 막혔다.

하지만 힘의 차이로 인해 마리의 몸이 휘청였다.


다음 공격은 막을 수 없다.

진짜 끝이다.


푸욱.


날카로운 칼날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그녀가 비틀거리며 고통에 찬 숨을 토해냈다.

칼날을 타고 새빨간 선혈이 흘러 내렸다.


“모, 리츠······.”


그녀의 손이 칼날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헛된 저항에 불과했다.

이미 칼이 심장을 관통했다.


“살인··· 자······.”


생기를 잃어가는 눈이 나를 노려본다.

원망 가득한 눈빛이었다.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그녀의 몸이 천천히 허물어졌다.

나는 검을 움켜쥐던 손의 힘을 풀었고, 그녀는 옆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끝이었다.


마법사 마리는 죽었다.


띠링.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익숙한 소리와 함께 UI가 떠올랐다.


[ 분기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 선택한 결과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


그렇게 나는 교화가 아닌 살해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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