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4.09.02 19:56
최근연재일 :
2024.09.18 20: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774
추천수 :
39
글자수 :
90,623

작성
24.09.06 20:10
조회
52
추천
3
글자
12쪽

아무도 모른다 (2)

DUMMY

직감이란 것을 아는가?

그것은 보기만 해도 뭣 같음을 깨닫게 해주는 경고 같은 것이다.

그러한 것이 지금, 저 파티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사람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대뜸 질문부터 박는 저 모습.

그것이 내 직감을 자극했다.


그게 뭔 개소리냐고?

생각을 해봐.


서로 무기를 지니고 최소 5일을 갇혀 있어야 하는 흉흉한 던전이다.

그런 곳에서 인사조차 없으면 삭막해서 어떻게 살겠는가.

아니, 이게 개소리네.


그냥 직감이다.

저놈들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제임스 역시 같은 것을 느꼈는지 놈들을 경계했다.

그의 망치를 움켜쥔 손에 힘이 한껏 실렸다.


“무슨 질문 말인가?”


실눈을 한 건지, 그냥 눈이 작은 건지.

그런 눈을 지닌 금발의 남자가 물었다.


“오늘 길에 미노타우로스가 죽어있던데······. 혹시 그쪽 파티가 잡았나요?”


놈의 허리춤에 장검이 달린 것을 보아하니 전사로군.

방패는 없으니 딜러 쪽인가.


남자의 뒤로 파티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셋이었다.


한 명은 작은 원형 방패를 손목에 차고 도끼를 들고 있다.

다른 한 명은 커다란 검을 등에 차고 있었다.


뭐야, 쟤네 전사 넷이 파티를 짠 거야?

낭만 미쳤네.


는 아니었다.

한 명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거든.

몸을 보면 그냥 전산데 말이지.

심지어 덩치도 제일 크네.


“우리가 잡았을 것 같나?”


제임스가 역질문으로 공세에 나섰다.

이 녀석 의외로 머리를 굴릴 줄 아는군.


방금 놈의 질문은 내가 생각해도 외통수였었거든.

하지만 뭘 뱉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괜히 외통수인 게 아니다.


나는 저 금발 실눈의 시선을 눈치챘다.

실눈이지만 시선이 있긴 하더라고.


놈만이 아니다.

뒤에 있던 놈들도 우리의 장비, 그리고 상태를 살폈다.


그 뜻은 무엇인가.


미노타우로스 너희가 잡았니?

그럼 지쳤으니 우리가 너희를 죽일 수 있겠네?

혹 잡지 않았다면,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니 죽일 수 있겠네?


대충 이럴 것이다.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긴 해요.”


실눈이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너희 인간 사냥꾼이로군.”


제임스가 그들의 정체를 발로했다.


“하하, 들켰네?”

“인간 사냥꾼이요?”


그게 뭐냐?

게임엔 없었는데.


“이름 그대로네. 던전 내에서 사람을 죽이고, 그 장비와 전리품을 빼앗는 사악한 놈들이지.”

“사악이라니. 우리는 그저 관리인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거라고? 언제 죽은 사람들 장비를 다 처분하고 그러겠어. 시신 회수도 바쁠 텐데 말이야.”


제임스가 소리쳤다.


“웃기는 소리! 너희가 그 시신을 만드는 거 아닌가!”

“그게 싫으면 뭐, 전리품만 넘기던가.”


실눈이 검을 뽑아 들었다.

살벌한 칼날이 우리를 향해 겨눠졌다.


저 칼 좀 탐나네.

나 안 그래도 무기가 없었거든.


“미노타우로스의 뿔. 그쪽이 가지고 있지?”

“아니, 없네.”

“그 가방에 튀어나온 뿔이나 숨기고 말하지?”


제임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튀어나온 부분은 없었다.


“역시 너희가 가지고 있군.”


이 아저씨 왜 이렇게 순진해.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대사도 무슨 엑스트라 같은 대사만 내뱉네.


“무사하지. 그야 던전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마리가 그 소리를 듣고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도 모른다······.”


어어?

잠깐만 잠깐만.


진정하세요, 선생님.

지금 스위치가 눌려 버린 거 같아요.


“그래, 아무도 모른다고.”


닥쳐 이 자식아.

이러다 다 죽는다고.

이런 좁은 골목에서 불 마법이 얼마나 무서운데!


“자크, 시작해.”


실눈이 자세를 다잡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우람한 근육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뻗었다.


“바인!”


쿠드득.


그가 시동어를 외치자, 주변 벽과 바닥을 뚫고 덩굴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우리를 휘감는 그것.


덩굴이 자라는 속도가 심상치 않은데?

근육 마법사, 너 스킬도 있구나?


실눈과 나머지 전사들은 우리가 속박되기 무섭게 돌진을 시작했다.


“크윽······!”


제임스가 신음을 흘리며 덩굴이 휘감긴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지만 어찌나 억센지 풀려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떻냐고?

똑같지 뭐.

그래서 반항도 안 했어.


어차피 우리 화염 마법사님의 스위치가 눌려 버렸잖아.

해줘, 마법사님.

아, 물론 우리는 말고.


전투 돌입과 동시에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한 그녀.

그것이 지금 완성되었다.


화르륵!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피어나는 화염.


“파이어볼.”


그것이 거대한 구체로 변했고, 쏘아졌다.


그녀의 지팡이에 새겨진 파이어의 상위 마법.

그것은 그녀가 뽑아서 응축하던 화염 덩어리와는 다르다.


진정한 화염 구체.

그렇기에 그 위력도 남다르다.


콰아아앙!


거대한 화염 구체가 돌진해 오던 전사들과 충돌했다.


스트라이크로군.


폭발에 휩싸인 전사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벽과 충돌하는 놈도 있었고, 바닥을 요란하게 구르는 놈도 있었고.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 놈도 있었다.


어우, 잔인해라.


참고로 산산조각이 난 놈은 실눈 친구였다.

넌 실눈 실격이다.

실눈이라면 숨겨둔 실력이 있어야지!


“이, 이 무슨······.”


자크라 불린 마법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조심했어야지.


우리 마법사 친구 눈이 돌아갔다고.


“허억, 허억······.”


마리가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아무래도 방금은 마력 소모가 꽤 있었나 보다.

불덩이 크기는 물론 폭발의 위력도 상당했으니 말이다.


자칫하면 우리도 휘말릴 정도였거든.


“크흐음······.”


가장 앞에 있던 제임스가 신음을 흘렸다.

방패를 들어 폭발을 막았으나 충격이 있는 것이었다.

열기도 상당할 테고 말이지.


그래도 덕분에 덩굴에서 벗어났다.

그의 몸을 휘감던 덩굴이 모조리 불타버렸다.


제임스가 내 곁으로 다가와 단도로 팔 주위의 덩굴을 끊어주었다.

남은 것은 내가 마저 끊어냈다.


이제 남은 건 저 풀 마법사 하난가.

예로부터 풀은 천민의 속성이었다.

유명한 주머니 괴물을 안 해봤구나, 너.


당황한 자크가 지팡이를 뻗었다.


“빌어먹을! 바인!”


아까는 모르니까 당한 거지.

나도 그 마법 게임에서 좀 써봤어.


지정한 지점에 덩굴을 소환해 상대를 속박하는 마법이잖아?

다른 스킬을 통해 속도를 높였다지만 한계가 명확하다고.


한 마디로, 그거 구려.


나는 시동어가 나오기 무섭게 자크를 향해 내달렸다.

[바인]은 이렇게 위치를 빠르게 벗어나면 다 빗나가는 허접한 마법이다.


“제임스 씨! 무기!”


제임스는 곧장 망치를 공중에 띄웠다.

나는 그것을 낚아챈 채 질주를 이어갔다.


역시 무기는 단도보단 둔기지.

이게 궁극의 돈가스 망치다.

너에게 흉터를 새겨주마!


자크가 곧장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나의 망치가 더 빨랐다.


우득!


그의 손목을 부숴버리는 망치질.


윽.


쓸데없이 생생한 감각이 망치를 넘어 손을 타고 퍼진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면 내가 죽는다.


“크아아악!”


자크가 지팡이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다시금 망치를 휘둘렀다.


퍽!


망치가 무릎의 옆면을 후려쳤다.

그대로 중심을 잃으며 바닥에 주저앉는 자크.


나는 쓰러진 그를 향해 왼손의 단도를 겨누었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바로 찔러버립니다.”


[ 스킬 : 고요가 한층 강하게 발동됩니다. ]


물론 찌를 용기는 없다.

그야 나는 현대인이잖아?


때릴 때 감각만으로 몸이 이렇게 떨리는데 사람을 죽이라고?


몬스터는 죽이지 않았었냐고?

이건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 고요 (중)이 발동 중입니다. ]


그래도 스킬 덕에 그렇게 티가 날 정도로 떨리진 않는군.

침착한 나, 칭찬해.


그런데 이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필요하긴 해.

예를 들어.


화르륵!


저 미친 마법사 말이지.


“하다르! 피하게!”


제임스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자크의 뒤로 달려갔다.


콰앙!


그것과 동시에 들려오는 폭발음.


홉 고블린을 잡을 때 쓰던 파이어가 작렬했다.

음, 역시 풀 타입은 불에 약하군.

한 방에 죽었잖아.


그나저나 저 정신 나간 것.

나까지 불태울 셈이었어?


“······아무도 몰라.”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지팡이를 겨누었다.


“다 죽여도!”


제임스가 방패를 앞세우고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 정신 차리게, 우리일세!”


제임스 씨 쟤는 지금 우리 말이 안 통해요.

저 눈을 보세요.


“파이어.”


그녀가 지팡이를 내민 채로 시동어를 내뱉었다.

그러자 화염이 전방으로 한줄기 쏘아졌다.

저거 안 모으면 그냥 화염 방사구나.


화르륵!


“크으윽!”


제임스는 방패를 내밀어 그것을 막아냈으나, 그의 장비는 전부 철제.

그 뜻은 저 열기에 가열된다는 뜻이었다.


“크학!”


방패가 너무 뜨거워졌는지 제임스는 그것을 놓치며 뒤로 물러났다.


“어떡해야 하나 하다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당신이 파티장 아니야?

혼자 스킬도 있잖아.


“당신이 미노타우로스만 제대로 막았으면 모리츠는 살았어!”


마리가 지팡이를 제임스에게 겨누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내게 겨누더니 다시금 외쳤다.


“안전 구역으로 갔으면······. 모두 살았다고!”


이걸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건지.

그렇게 갔으면 다 죽었다니까.

애초에 미노타우로스가 나온 것부터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우릴 죽이겠다고요? 우리 때문에 모리츠가 죽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지옥에 가서 사과해!”


엄, 그 뜻은 모리츠 씨도 지옥에 갔단 소린데.

모리츠 씨, 당신은 사실 나쁜 사람이었군요.


“그 대신 당신이 산 건 기억 못 하나요?”


생색내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야.

내가 너를 밀쳐서 살려줬잖아.

안 그랬으면 너도 사이좋게 꼬치가 됐다고.


“그냥 갔으면 모두 살았어!”


하, 이거 이래서 사람을 구해주면 안 돼.

구해줘도 감사한 줄 모른다니까?


이것은 경험담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꽤 겪어봤거든.

내가 구해준 사람의 중 꽤 많은 이들이 저랬으니까.


[ 스킬 : 고요가 한층 더 강하게 발동됩니다. ]


“하아······. 그렇다고 파티원을 죽인다고요?”


아무리 애인이 죽었다고 해도 어떻게 저런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간담.


“우릴 죽여도 모리츠 씨는 돌아오지 않아요.”

“상관없어.”


전형적인 대사는 먹힐까.


“살아남아 모리츠 씨를 기억해야죠. 모리츠 씨도 이런 상황을 바라진 않을 거 아니에요.”

“이미 죽었는데 그게 다 무슨 상관이야! 이제 모리츠는 없어!”


안 먹히는군.

아니, 애초에 말이 안 통하는군.


완전히 미쳐버렸잖아.


상관이 없으면 우릴 죽일 이유도 없는 거잖아요.

왜 자꾸 죽이려고 해.


“하아······.”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죽여야겠다.


그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아니, 애초에 정당방위다.

마리가 먼저 우리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


던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른다.

그건 너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허용되는 말이거든.


나는 바닥에 있던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자크의 지팡이, 시동어는 ‘바인’.


왼손엔 지팡이.

오른손엔 망치.

그리고 [미싱 피스]를 수도 없이 플레이한 나의 기억.


[ 마법사 마리를 살해하거나 교화하세요. ]

[ 실패 시 사망. ]


생각보다 이르지만 퀘스트를 처리할 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6화 파일 교체 안내 24.09.17 3 0 -
공지 연재 공지 안내 24.09.03 27 0 -
17 주도 알데바란 (2) NEW 4시간 전 6 0 12쪽
16 주도 알데바란 (1) 24.09.17 12 0 12쪽
15 던전 탈출 (4) 24.09.16 18 1 11쪽
14 던전 탈출 (3) 24.09.15 20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6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0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2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8 영웅 (2) 24.09.09 44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2 3 12쪽
»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3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8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4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