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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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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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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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2)

DUMMY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 만화, 소설 등의 작품.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상상.


내가 그곳에 빙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떻게 살아갈까.


나 역시 그런 상상을 했었다.

자나 깨나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생각만 했으니까.


그런데 실제로 빙의하는 것을 바라진 않았다.

뭔 소리냐고?


내가 지금 염병할 일을 당했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게임, [미싱 피스]에 빙의했다.


늘 죽음을 부추기며, 죽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 빌어먹을 데스 게임.


지금 저 앞에 있는 미노타우로스가 그 예시였다.


저 자식이 있는 것을 보니 지금 이 던전은 최초로 도전할 수 있는 던전, 알데바란.

저놈은 그 던전에 나오는 뉴비 분쇄기로 유명한 놈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게임의 던전은 여러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상의 층 하나와 여러 지하의 층.

그리고 위층은 당연하게 난이도가 낮다.


하지만 예외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저 소근육돼지 미노타우로스다.

알데바란 1층에 단 두 마리만 서식하는 주제에 틈만 나면 얼굴을 들이대는 새끼.


애초에 지하 2층에서나 잡는 놈인데 왜 1층에 있는 건지.

게임 제작자에 대한 욕이 자동으로 나온다.


콰앙!


후방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실 풀린 인형처럼 날아가는 남자가 있었다.


우리를 대신해 앞을 막아서던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

그가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을 얻어맞고 벽에 처박혔다.


저거 죽은 거 아니냐?

아아, 그는 좋은 수염이었습니다.


빌어먹을.

빙의하자마자 마주하는 상황이 이딴 상황이라니.


이 게임은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마치 현실처럼.


그럼 이곳에 빙의한 나는 어떨까.

어떻긴 뭘 어때.

그냥 뒤지겠지.


뭐든 죽으면 끝이다.

본능이고 뭐고 그건 당연한 사실이다.

생물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아, 저도 생물인가 봐요.


두렵다.

제대로 된 사고가 되지 않는다.


게임의 공략법, 놈의 패턴, 공포.

그 많은 것이 뒤엉켜 머리를 헤집었다.


이래서 죽음을 마주한 놈들이 굳는군.

좋은 걸 알게 됐다.

그게 죽기 전 정보라는 게 좀 그렇지만.


그때였다.


[ 원활한 스토리 진행을 위해 특전이 지급됩니다. ]


내 귓가를 파고드는 성별을 알 수 없는 음성.

그것과 동시에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가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 특전 스킬 : 고요가 지급됩니다. ]


혼란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차분함이 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실타래처럼 뒤엉켜 엉망이던 사고가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특전이라고······?”


역시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일단 파악은 나중에 한다.

대가리가 돌아가니 우선 살 궁리를 하자.


우선 파티원의 무장 상태를 살폈다.


나를 부축하는 남자는 활과 화살통을 찬 것을 보아 궁수.

옆에서 뛰는 여자는 지팡이를 들고, 가벼운 복장인 것을 보아하니 마법사.

방금 떠나간 수염씨는 누가 봐도 탱커고.


그럼 내가 근접 딜러겠군.

이거 완전 정석적인 파티로군.


“정신이 드셨습니까?!”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남자가 소리쳤다.

이거 나 혼자 걸으라고 꼽을 주는 거겠지?


나는 답변 대신 부축에서 벗어나 주었다.

네가 바라는 대로.

그리고 어차피 무장을 살펴야 했거든.


가벼운 가죽 갑옷에 허리춤에 달린 짧은 검 하나인가.

빈 검집이 있는 걸 보니 주 무기는 잃어버렸군.

이런 칠칠 맞은 놈한테 빙의하다니.


아니지, 대가리를 맞고 실려 가고 있었는데 어떻게 들고 있었겠어.

이번엔 봐주자.

어차피 같이 살아야 하는 몸이니까.


“지금 멈춰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안전 구역으로······!”

“그전에 잡힙니다.”


넌 아까 저 괴물이 돌진하는 걸 못 봤니?

애초에 1층에서 돌아다니는 파티는 저 미친 소한테 못 도망가.


미노타우로스가 괜히 뉴비 분쇄기겠는가.


“내려찍기, 돌진, 괴력이었던가.”


그것이 미노타우로스가 지니고 사용하는 스킬이다.


“패턴은 일정 거리가 되면 돌진, 그리고 괴력 버프였나.”“지금 무슨 소릴······. 도망쳐야 합니다!”


아잇, 생각하고 있는데 시끄럽게.

저거한테 살아남는 방법은 맞서는 것뿐이라니까?

아, 말을 안 했던가.


“살아남는 방법은 맞서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저 괴물을 어떻게 상대합니까?!”


이거 겁에 질려선 떽떽 시끄럽기만 하고.

내가 저걸 몇 번이나 잡았는지 알아?

그만큼 죽기도 했고.


궁수가 나를 닦달하다 소용이 없었는지 마법사에게 시선을 옮겼다.

도움 요청의 신호였다.


도망치려나 보군.


“그냥 갈 거면 그 지팡이나 좀 빌려주시죠.”

“······네?”


마법사가 당황했고, 궁수가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머리를 맞더니 정신이 나갔나 보군.”


이 새끼가?


“저 괴물을 무기도 없는 당신이 어떻게 상대하겠다고······! 애초에 저건 이 층에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지팡이를 빌려달라는 거 아닙니까.”

“마법사도 아닌 당신이 지팡이를 쓴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아, 요놈 이거 일일이 태클 걸면서 시끄럽네.

어디 돈가스 망치 없나?


이런 놈들은 돈가스 망치로 때리고, 그 흉터를 보면 떠오르게 해서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쿠웅. 쿵.


궁수의 방해로 말씨름을 하는 사이 미노타우로스가 거대한 발을 굴리며 다가왔다.


우리가 움직임을 멈춰서 자기도 천천히 오는 건가?

생각보다 느리네.


아니, 아니다.

저건 준비다.


“모두 피해요!”


돌진할 준비.


콰앙!


놈이 바닥을 박차며 돌진을 시작했다.


쾅쾅쾅쾅쾅!


대가리를 앞으로 내밀고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 냅다 달린다.


단순한 동작이다.

하지만 근육으로 이루어진 저 거대한 덩치가 하는 짓이다.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임에서도 저거 한 대 맞으면 죽거나 빈사였지?


나는 마법사를 벽으로 밀치고,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궁수는 어떻게 했냐고?


퍼억!


엄······.

저기 있네.


투두둑. 투둑.


미노타우로스의 우람한 근육을 타고 흐르는 새빨간 핏물.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궁수는 미노타우로스의 뿔에 꿰뚫려 있었다.


음······.

돈가스 망치로 때리고 싶었던 거지 꿰뚫고 싶진 않았는데.


아, 너도 궁수가 시끄러워서 맘에 안 들었구나?

그런 거라면 뭐 양보해줄 수 있지.

그 커다란 흉터가 더 잘 생각날 거 같기도 하고.


[ 스킬 : 고요가 강하게 발동됩니다. ]


말은 이렇게 했다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이다.

그 증거로.


“꺄아아아악!”


마법사가 열심히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아까 얻었다는 고요란 스킬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 처음 보는 광경이, 현실에서 일어날 일 없는 꿈 같아서인가.


“빌어먹을.”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단 한 개뿐이라는 것.


허리춤에 꽂혀 있던 짧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미노타우로스의 종아리에 처박았다.


푸욱.


날카로운 칼날이 두꺼운 가죽을 뚫고 안쪽에 처박혔다.

나는 그 즉시 온 힘을 담아 검을 내리그었다.


“크아아압!”


근육질이라서 그런지 되게 뻑뻑하네.

잡아도 먹진 못하겠다.


“우오오오오!”


종아리가 갈라지자 미노타우로스가 울부짖었다.


갈라진 종아리에서 피가 울컥울컥 샘솟았다.

나는 뺨에 튄 그것을 거칠게 닦아냈다.


핏물이 조금 입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선지의 맛.

비리다.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나는 곧장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공포가 아닌 다른 감정을 느꼈다.


감동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이렇게 멀쩡히 뛸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그야 무릎에 칼이 처박히고는 뛰기는커녕 목발 없인 걷기도 힘들었거든.


더군다나 이 몸은 근접 전사.

튼튼하고 빠르다.

이런 속도를 다시 느낄 수 있을 줄이야.


나는 재빠르게 미노타우로스가 달려왔던 길을 내달렸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것이 놈을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우오오오!”


분노한 미노타우로스가 포효를 내질렀다.

뿔에 박힌 궁수를 내던지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한쪽 다리를 다친 탓에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덕분에 작별했던 수염 남자와 인사를 마치고 두 갈래 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직각으로 펼쳐진 두 갈래 길.

앞은 벽이고 길은 양옆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이 환경은 저놈을 잡기 최적의 환경이지.”


벽을 등지고 미노타우로스를 바라보았다.

놈은 어느새 몸을 웅크리고 대가리를 내밀고 있었다.

돌진의 자세였다.


역시나 패턴대로 해주는구나.

그럼 넌 죽은 목숨이야.


쾅쾅쾅쾅!


놈이 피를 흩뿌리며 거대한 덩치를 움직였다.

보통의 사람은 그 위압감에 공포를 느낄 광경.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감사하게도 특전을 받았거든.


지금까지 느낀 바로 이것은 내 평온을 유지해주는 것.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냉정하게 받아들이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


“애초에 이딴 곳에 빙의되지 않는 게 제일 좋았을 테지만.”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현실이 되었는 것을.

오히려 걷고 뛸 수 있게 됐으니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받아들이고 최선의 답을 찾을 뿐이다.


콰아아앙!


미노타우로스의 머리가 벽과 부딪히며 굉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놈은 충격을 받았는지 무릎을 꿇으며 신음을 흘렸다.


나는 직전에 몸을 날렸기에 아무런 충격이 없었다.


이게 바로 공략법이다.


미노타우로스를 잡는 방법.

그것은 놈의 주력 패턴인 돌진을 지형에 처박는 것이다.


그것은 놈에게 충격을 줄뿐더러.

이렇게 공격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만들어 준다.


즉, 반격의 시간이었다.



***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다 털썩 주저앉았다.


도망가고 놈을 유인하고 충돌하면 난도질한다.

그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콰아앙!


미노타우로스가 벽에 머리를 처박는 것과 동시에 쓰러졌다.

머리에 반복된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안 그래도 체력이 바닥나가던 참이었다.

이제야 기절해주는구나.


“덕분에 잘 뛰었다.”


나는 몸을 일으키고 놈의 머리로 올라갔다.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그것을 내리찍고 또 내리찍었다.


손을 타고 생생한 감각이 느껴졌다.

손바닥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저리다.

손목도 시큰거린다.


이곳은 게임의 세계.

그러나 내가 알던 게임과는 달랐다.


빙의해버렸기 때문일까.

이 내리찍어지는 검만 보아도 그렇다.


게임에는 피와 지방이 들러붙어 날이 상하는 설정도 없었다.

두꺼운 가죽과 근육, 뼈에 검이 틀어막히는 설정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있었다.


빌어먹게 현실적이다.


개발자 놈들 이렇게 구현할 수 있으면 게임엔 왜 안 했대?

아니지, 안 해줘서 감사합니다.


자칫하면 더 어려워질 뻔했잖아.

아니지, 해줬으면 내가 못 깨서 여기 없을 텐데?


[ 고요가 해제됩니다. ]


모르겠다.

잡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너무도 현실적인 이 감각에서 도피하고 싶기 때문일까.


콰드득!


무뎌진 칼날이 몇 번을 반복한 끝에 미노타우로스의 두개골을 꿰뚫고 뇌를 부수었다.

그 끔찍한 감각이 손을 타고 퍼졌다.


“빌어먹을.”


띠링.


그러자 익숙한 알림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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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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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도 알데바란 (2) NEW 4시간 전 6 0 12쪽
16 주도 알데바란 (1) 24.09.17 12 0 12쪽
15 던전 탈출 (4) 24.09.16 18 1 11쪽
14 던전 탈출 (3) 24.09.15 20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7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1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3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8 영웅 (2) 24.09.09 45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3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3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9 4 12쪽
» 데스 게임 (2) 24.09.03 95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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