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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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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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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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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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1)

DUMMY


분기 퀘스트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NPC의 상태, 아이템의 종류, 엔딩 등이 달라지는 퀘스트다.


하지만 [미싱 피스]에는 존재하지 않던 퀘스트였다.

애초에 그 게임은 보스를 잡는 것이 주력이었으니 말이다.

별다른 스토리가 없었다.


그런데 메인 퀘스트가 생기면서 분기 퀘스트까지 생겨버리다니.


어지럽다.

너무도 어지럽다.


더군다나 내용도 그렇다.


[ 마법사 마리를 살해하거나 교화하세요. ]


그리고 실패하면 뭐?


[ 실패 시 사망. ]


이 미친 퀘스트 창 새끼.

이거 누가 주는 거야?


너 누구냐.

당장 나와.

그리고 날 여기서 꺼내줘!


“무슨 일인가 하다르?”


머리를 움켜쥔 내 모습에 이상을 느꼈는지 제임스가 다가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제 셋뿐인 파티원 중 하나를 죽이래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죠?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대충 안전 구역 바닥에 주저앉았다.


안전 구역.

던전 곳곳에 존재하며 몬스터의 접근을 막고, 치유를 선사하는 ‘신관’이 있는 곳.


짧게 줄이자면 그냥 휴식할 수 있는 땅이다.


“신관을 작동하겠네.”

“알겠습니다.”


안전 구역의 꽃, 신관.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애초에 던전 한 곳에 어떻게 사람을 계속 박아두겠는가.

그것은 그저 직업의 이름을 딴 석상이었다.


제임스의 손이 인간의 형상을 띈 석상에 닿았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그리고 석상의 이마에서 빛이 교류하더니 무언가 번뜩였다.


화아악!


그 즉시 펼쳐지는 황금빛 섬광의 구.

그것이 안전 구역을 전체적으로 휘감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안전 구역?

이 빛이 몬스터의 접근을 차단하고, 우리를 회복하는 안전 구역 그 자체다.


그 증거로 머리에 생겼던 상처가 아문다.

제임스 역시 몸 곳곳에 빛이 스며들며 상처가 아물었다.


“그나저나 하다르, 미노타우로스를 잡았는데 스킬은 나오지 않은 건가?”

“스킬이요?”

“그래, 미노타우로스는 지하층에서 나오는 몬스터 아닌가? 스킬 드롭률이 더 높다네.”


그런 건 없었는데.

게임에선 무슨 빛무리가 스킬이었는데 여긴 뭐 다르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런 그것도 잊었는가?”


그가 자신의 품을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마치 군대에서 쓰던 개목줄··· 아니, 군번줄과 닮은 그것.


“인식표일세. 자네도 가지고 있을 걸세. 이건 영혼에 각인되어 귀속되거든. 마치 내 스킬, [철갑]처럼 말일세.”


철갑?

이 새끼 그래서 살았구나.


스킬, 철갑.

그것은 착용자와 방어구를 일체화하여 방어력을 극대화하는 스킬.

단점으로는 스킬을 사용한 방어구가 귀속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거 좋은 스킬인데 말이야, 여기선 못 구하잖아.

어디서 그걸 구해온 거람.


그런데 여기선 귀속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게임에선 그냥 장비를 못 파는 정도였는데.


“귀속이요?”

“그래, 귀속.”


제임스가 건틀릿을 벗어 내게 건넸다.


“한 번 껴보게.”


으으.

끼기 싫은데.

왠지 저 안에 아저씨의 땀이 가득하고 냄새날 거 같아.


하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

확인은 해봐야 하잖아?


나는 건틀릿을 받고는 천천히 손을 입구로 가져갔다.


만약 이 안에 내 손이 들어간다면 평생 저주해주겠어.


다행히 저주할 필요는 없었다.


파지직.


장갑과 손이 맞닿기 직전, 작은 스파크가 일며 나를 밀어냈으니 말이다.


“그게 바로 귀속일세.”

“그렇군요.”


이런 식으로 아예 거부하는군.


“귀속된 인식표엔 특수한 마법이 걸려 있어 귀속된 대상의 곁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지.”


그가 내가 꺼내든 인식표를 가리켰다.

그것 참 신기하군.

신분 확인용으로 좋긴 하겠어.


“스킬 확인은 어떻게 하나요?”

“그것을 움켜쥐고 정신을 집중하게.”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그러자 무언가 느껴졌다.


비어있는 거대한 다섯 개의 방.

그것이 내 몸 속에서 느껴졌다.


스킬 슬롯.

그게 방으로서 느껴진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킬이 없군.


방이 죄다 텅텅 비어 있잖아.


아니, 스킬이 왜 없지?

나 고요라고 스킬 받았잖아.

특전이라 방에 안 들어가나?


“어떤가? 알겠나?”


혹시 모르니 이건 숨기는 게 좋겠군.

나는 말을 둘러댔다.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스킬은 없네요.”


방이 비어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가? 아쉽군······. 아니지, 뿔만 해도 큰 수확이니 말이야. 너무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는 법이지 그래. 그게 아니라도 이렇게 살아있는 게 어딘가. 하하하.”


제임스가 웃음을 터트리다 문득 누군가의 존재를 깨달았는지 눈알을 굴렸다.

그의 시선 끝엔 마리가 사나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기가 가득한 눈이네.

저런 눈을 본 적이 있어서 안다.

그날도 저런 눈이었지.


이거 이래서 죽이라고 한 건가.

뭐, 교화도 있긴 하지만.


“흠흠.”


제임스가 어색하게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냈다.

이미 늦었어 임마.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내가 뱉은 질문이었다.

그야 이 안전 구역은 영원한 게 아니거든.


게임상에서도 안전 구역은 지속 시간이 있었다.

최대 사용 한 시간.

그리고 소모한 시간만큼의 충전 시간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떨까.


“확실히, 이 안에서 계속 버틸 수는 없지. 안전 구역은 한 시간만 지속되니 말일세.”


이곳에서도 정해진 시간은 동일했다.

웬만한 건 비슷한가 보군.


“흠, 하지만 던전을 더 돌아다니기엔 좋지 못한 상황도 사실이군.”


그가 자신의 개성인 수염을 쓰다듬었다.


“하다르, 무기가 모두 망가졌다고 했나?”

“네. 하나는 잃어버린 것 같고요.”

“그럼 그 잃어버린 무기를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겠군. 어떻게든 남은 4일은 버텨야 할 테니 말이야.”

“결국 던전을 도는 건가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 탈출구가 4일 뒤에 열리니 말이야.”


그의 말에 따르면 던전의 입구는 5일마다 한 번 열린다고 했다.

5일에 한 번 개방, 그리고 단 한 시간.

그렇기에 던전을 벗어날 사람들은 그 시간에 맞춰 1층으로 올라온다.


더 있을 사람은 그러거나 말거나 던전 깊숙이 들어가고 말이지.


여하튼 남은 기간은 4일.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분기 퀘스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4일 후면 사람들이 1층에 가득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 눈이 돌아간 마법사가 살인하고 멀쩡히 살아가긴 어렵겠지.


아니, 그렇다면 더 적은 거잖아?

빌어먹을.

대충 3일이라고 잡아야겠네.


3일.

그 안에 저 마법사를 교화하거나 살해해야 한다.


“우선은 쉬면서 뭐라도 먹고 생각하세.”


제임스가 가방을 뒤져 육포를 건넸다.


엄······.

저 가방에 갓 뽑은 뿔을 담지 않았나?

피가 뚝뚝 떨어졌던 거 같은데.



***



내 무기를 되찾기로 한 우리는 안전 구역에서 벗어났다.

그 길은 당연하게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애초에 미노타우로스에게 쫓겨 검을 잃었으니, 그놈과 싸우던 길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리츠의 시신을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을 뜻했다.


“······시신은 걱정할 필요 없네. 이곳은 지상층이니 던전 관리인들이 회수할 테니.”


이 미친 수염쟁이가 또 기름을 붓네.

왜 자꾸 불난 집에서 부채질도 아니고 기름을 붓는 거야?!


모리츠. 관련. 언급. 하지 마!


나는 빠르게 눈을 굴려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지팡이를 붙잡은 두 손이 떨리고 있었다.


퀘스트, 너 잘못 온 거 아니니?

내가 보기엔 교화는 마법사가 아니라 저 수염쟁이한테 필요한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제정신이 아닌 애를 건드네.


여하튼 제임스가 또다시 분위기를 망쳐 우리를 침묵을 유지했다.


미노타우로스의 흔적이 가득한 넓은 복도를 지나 첫 갈림길에 도달했다.

내가 미노타우로스를 처음으로 지형에 박은 곳.

여기서 우회전을 하면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방향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죠?”

“오른쪽일세.”


우연히도 도망을 시작한 곳도 오른쪽이었다.


우리는 오른쪽 갈림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것과 동시에 저 멀리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우선 인간은 아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머리의 위치가 너무도 낮았다.

피부색 또한 인간의 것과는 달랐다.


“혼 고블린이군.”


혼 고블린이라.


이름 그대로 뿔이 달린 고블린으로, 알데바란에서 나오는 가장 약한 몬스터다.

고블린의 변종으로 스킬조차 들고 있지 않아 잡을 가치가 없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쓸데없이 수가 많아서 방해가 많던 놈들이었지?


“피할 순 없겠어. 하다르. 이걸 받게.”


제임스가 작은 단도 하나를 건넸다.

과도만도 못한 사이즈.


이걸로 저걸 잡으라고?

내가?

나 현대에서 살다 온 현대인인데?

자기는 그 든든한 망치를 들고?


[ 스킬 : 고요가 발동됩니다. ]


후우······.

진정하자.


어차피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해야 하는 짓이다.

미리 익숙해진다고 생각하지 뭐.


나는 단도를 뽑아 들고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마리 역시 내 근처로 붙어 전투를 준비했다.


그것과 동시에 전방에서 밀려오는 홉 고블린.

수는 총 여섯이었다.


“와라!”


제임스는 곧장 전방으로 돌진하며 방패를 내밀었다.

방패가 휘둘러지는 칼날을 막아냈다.

그러자 두 마리가 그의 방패를 붙잡고 갑옷의 틈을 향해 단도를 내리찍었다.


카각!


하지만 제임스는 [철갑] 스킬이 있다.

그것은 방어구와 육신을 일체화하고 방어력을 극대화.

또한 그것을 전신에 두르는 스킬.

당연하게도 고블린의 칼날은 제임스를 꿰뚫지 못했다.


공격에 실패한 대가는 죽음.

제임스의 방패가 놈의 머리를 후려쳐 밀었다.


콰앙!


홉 고블린의 머리가 벽과 부딪히며 박살이 났다.

이어 휘둘러지는 망치 역시 고블린의 머리를 작살을 내버렸다.


휘유, 시원하네.


근데 몇 마리가 빠졌어요.

일부러 그러셨나요?


[ 고요 (하)가 발동 중입니다. ]


홉 고블린 세 마리가 우릴 향해 달려왔다.

나는 곧장 한 마리를 상대했다.


홉 고블린의 패턴은 단순하다.

점프 후 단도를 내려찍는다.

혹은 제자리에서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그것이 전부다.


그렇기에 점프 공격을 유도한 후 피한다.

다음으로 놈의 뒤통수에 칼을 박아주면 끝이다.


머리가 참 동그랗구나, 홉 고블린아.

내가 조금 모나게 만들어 줄게.

요즘 세상은 모나게 살 줄 알아야 한단다.


푹.


고블린 하나를 처리하는 사이 마리는 지팡이의 머리 부근을 손바닥을 향해 가져갔다.


“파이어.”


마리가 읊조리자 그녀의 손바닥 위로 작은 불이 생성됐다.

그것은 그녀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점차 커지더니 여러 개의 불덩이로 분열됐다.


화르륵.


구 형태로 응축된 불덩이들이 고블린들을 향해 쏘아졌다.


퍼엉! 펑!


고블린들과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키는 화염.


저게 마리의 지팡이에 새겨진 마법이로군.


[미싱 피스]는 다른 게임들이 그러하듯 판타지 세계를 기반으로 한 게임.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마법이 존재했다.


그것을 익혀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그중 하나가 바로 저 지팡이였다.


보통 마법사들은 지팡이에 적으면 하나, 많으면 세 개 정도의 술식을 새긴다.

그리고 급박한 상황, 시동어만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게임에선 시전 시간 없이 곧장 사용하는 느낌이었는데 말이지.

그럼 시전 시간이 있는 마법은 주문을 외우려나.


대충 그녀의 마법을 감상하고 있자 제임스가 곁으로 다가왔다.


“사람일세.”


사람?


그 말에 고블린들이 나왔던 코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 한 파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첫 대면에 인사도 없이 질문이라니.

이거 낌새가 좋지 않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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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6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0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2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8 영웅 (2) 24.09.09 44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2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2 3 12쪽
»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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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스 게임 (1) 24.09.02 132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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