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4.09.02 19:56
최근연재일 :
2024.09.18 20: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777
추천수 :
39
글자수 :
90,623

작성
24.09.12 20:10
조회
30
추천
2
글자
12쪽

죽거나 죽이거나 (2)

DUMMY


콰앙!


도끼를 휘둘렀으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스킬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한 곳에 충돌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하자가 있는 스킬.


그렇기에 토마의 목을 갈랐음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그와 충돌했다.


토마의 몸이 크게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다.

나 역시 충격을 이기고 못하고 튕겨나 바닥을 굴렀다.


무슨 몸이 돌처럼 단단하냐.

공격을 한 건 난데 내가 더 아픈 것 같네.


뭐가 됐든 공격은 성공했다.


역시 이런 곳에 오면 특전은 줘야지.

이름을 보면 하나의 스킬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긴 한데.


시간을 멈추고 홀로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소리가 나면 깨진다는 개 같은 점과 어떻게 키는 지를 모른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 쓰면 좋을 것이다.

아마도.


여하튼 그 스킬로 인해 활로는 물론 반격의 기회를 찾았다.

스킬을 먹었고, 그것으로 거리를 좁혀 토마의 목을 갈랐다.


손에 감도는 촉감.

그리고 내 두 눈에 담긴 새빨간 피가 쏟아지는 광경.


완전히 잘라내진 못했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죽을 상처다.

하지만.


“크허어어······.”


토마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영웅, 이 세계의 단 열둘뿐인 존재.


“그걸 맞고 살아있다고?”


토마는 갈라진 목을 움켜쥐고 황금빛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것으로 상처를 지혈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임이 아니니까 별의별 짓을 다 하네.

이런 게 현실 패치라는 건가.

[사자 사냥]의 마력을 하나로 모아 상처를 지혈하다니.


그사이 모험가들은 내 행보에 놀랐는지 하나둘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 영웅을 해쳤다!”

“마족이다!”

“감히 타우러스님을 해치다니!”

“잡아! 죽여라!”


그리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를 포위한 놈들이 하나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날이 선 수많은 무기와 지팡이들을 나를 향해 겨누어졌다.


“젠장.”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사방을 둘러싼 모험가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곳이 지하 1층이라는 것.

놈들이 강한 모험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알데바란은 지상의 층 하나와 지하의 층 다섯 개로 이루어진 던전.

1층과 지하 1층은 초입, 그렇기에 그곳의 모험가들은 강하지 않다.


끽해봐야 스킬 한 두 개.

더군다나 영웅을 해한 내 무력을 짐작하지 못하는지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럼 나야 좋지.


[ 스킬 : 돌진을 사용합니다. ]


콰앙!


바닥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쏘아지는 놈.

나는 바로 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터엉!


어깨에 얻어맞은 놈이 날아가며 검을 흘렸다.

어우, 어깨야.

너 갑옷 좋은 거 입는다?


칼도 좋은 거 쓰고 말이야.

이거 좀 빌릴게.

아, 진짜 빌리는 거야.

금방 돌려준다니까?


새 무기도 얻었겠다 다시 토마를 노린다.

우선 앞을 가로막은 놈을 향해 도끼를 던진다.


카앙!


그러자 방패를 들어 올려 도끼를 가로막는 그.

나는 그 즉시 칼을 집어 들었다.


어차피 무기 바꾸려고 던진 거야. 이 자식아.


“크아아압!”


다가오는 나를 향해 메이스를 휘두르는 남자.

방금 방패로 도끼를 막아낸 남자였다.


너를 보고 있자니 제임스 씨가 생각나는구나.


나는 뒤로 슬쩍 물러나며 메이스를 피했다.

그리고 놈의 머리를 칼등으로 후려친 후 다시금 전진했다.


지킬 거였다면 앞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계속 방패로 막고 있었어야지.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접근하지도 못했을 텐데.


방패 남자를 넘어서자, 이번엔 마법사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다행히 신관은 없나 보군.

아, 그 돌덩이가 아니라 진짜 사람을 뜻하는 거야.

아래 층에선 가끔 보이거든.

하지만 역시 지하 1층에선 보기 어렵지?


“파이어.”


나는 놈들이 시동어를 읊는 것보다 빠르게 마법을 사용했다.


[ 고요 (상)이 발동 중입니다. ]


늘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이용한다.

그것의 장점이 지금 드러났다.


놈들의 당황, 나의 침착함.

그것은 나의 승리로 이어진다.


화염이 쏟아지며 마법사들을 집어삼켰다.


이제 앞에 있는 것은 영웅 하나.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

“마······.”


목을 당했기에 제대로 된 말을 내뱉지 못하는 그.


“영웅의 이름을 걸지 마라. 너는 영웅이 아니잖아.”


내가 영웅이 되지 못했다고, 그가 받는 시선을 시샘하거나 질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네 본성은 결단코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그가 지닌 영웅이란 명성은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철저히 그가 지닌 스킬, [맹종]으로 인해.

[맹종]을 위해.


스킬, [맹종].

그것은 자신을 추종할수록 강해지는 스킬.

그리고 동시에 타인이 자신을 강제로 추종하게 하는 스킬.


그는 그것을 이용해 타인을 착취했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자신을 추종하게 했다.

그 어떠한 것도 정당해지는 힘.

그것으로 그는 영웅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 영웅으로 있을 수 있었다.


오로지 폭력, 그리고 힘만 추구하는 그.

그러므로 그는 영웅이 아니다.


그가 지닌 영웅의 이미지는 모두 스킬로 만들어진 가짜니까.


콰드득.


날카로운 칼날이 놈의 목을 파고 들었다.


“커······!”


그렇게 영웅,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는 숨을 거두었다.


“여, 영웅이······.”


토마가 죽기 무섭기 그의 전신에서 솟구치는 주홍빛 섬광.

그것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몸을 파고들었다.


이게 무슨 현상이냐고?

영웅을 계승 중입니다. 토마님.


잃어버린 조각.

그것이 나에게 흡수되고 있는 것이었다.


[ 잃어버린 조각 중 하나가 회수됩니다. ]

[ 스킬 : 맹종이 조각으로서 각인됩니다. ]

[ 획득한 조각 1 / 12 ]


이렇게 빨리 조각을 모으게 될 줄이야.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없던 일인데 말이지.


“네놈, 마족! 감히 영웅을 해하고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여기지 마라!”


아, 참 주변에 너희가 남아있었지.

그런데 마족이라.

너희는 알고 있지 않아?


“영웅을 죽이면 그 힘을 계승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다음 영웅이 되기 위해선 그 영웅이 죽어야만 한다.

즉, 영웅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스승을 죽이겠다는 뜻.


그럼 어차피 죽여야 하는 거 왜 거부했냐고?

얼마나 걸릴 줄 알고.

더군다나 토마는 자기 제자가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맹종]을 박고 죽여버린다는 설정이 있었거든.


여하튼 이 계승에 대한 사실은 이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야 몇 대에 걸쳐 이어져 온 전통이니 말이다.


이놈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방금의 섬광이 무슨 의미인지도 말이다.


“그럼 이제 내가 다음 타우러스 아닌가?”

“마족이 영웅의 이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너는 육체를 빼앗은 괴물에 불과하다!”


영웅이라고 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았는데 괴물이라니 너무하네.

그런데 나도 너희의 영웅이 되고 싶진 않았어.


조각을 한데 모아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게임, [미싱 피스].

그러나 나는 영웅이 되지 않을 거다.


지금 내가 조각을 모으는 이유.

그것은 오직 살아남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뭐라고 부르든 상관 없어.”


영웅처럼 굴 필요도 없다.

아니, 애초에 영웅이란 없다.

이 세계에도, 내 세계에도.


“그리고 이제 영웅은 싫거든.”


[ 스킬 : 맹종이 사용됩니다. ]


전신이 달아오른다.

이게 [맹종]의 기분이로군.

기분 되게 좋은데?


모두가 나를 따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다.


[ 맹종의 효과로 눈을 마주친 이들이 시전자를 추종합니다. ]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맹종]의 힘으로 나를 추종했으니까.


“나를 해치려는 이들을 쓰러뜨려라.”


추종이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그 사람을 따르는 것.

그렇기에 그들은 내 명령을 판단조차 하지 않고 따랐다.


“예!”


나와 토마의 싸움으로 인해 한곳에 모인 모험가들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이놈들 왜 이래?”

“정신 차려! 놈은 마족이다!”

“마족이 사술을 부린다!”


아직도 마족이라네.

이거 내가 바깥으로 나가서 증명을 해줘야 하나?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추종자가 되지 못한 이들은 이곳에서 죽을 거고, 추종자는 나를 믿을 테니까.


““와아아아아-!!””


나는 서로 충돌하는 그들을 뒤로한 채 지상층으로 향했다.



***



지상층으로 향한 나는 우선 신관을 찾았다.

고블린과 싸우느라 다친 상처, 토마와 싸우느라 다친 상처를 치료.

동시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군.”


나는 신관을 작동한 후, 아까 모험가들이 싸울 때 슬쩍한 배낭을 열었다.

제발 식량아 있어라.

힘들어서 하나 밖에 안 가져왔단 말이야.


다행히 가방에는 식량이 적당히 들어 있었다.

휴, 이제 이걸 먹고 오면서 주운 미노타우로스의 뿔로 빈 공간을 채워주면 되겠군.


토마로 인해 배낭이 찢어지며 흩날린 미노타우로스의 뿔.

다행히 계단 근처에 한 쌍이 떨어져 있어서 그걸 챙겨왔다.

나가면 이제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데 돈은 필수 아니겠어?


“후우······.”


육포를 뜯으며 신관에 등을 기댔다.


아직 이곳에 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두 번의 직접적인 살인을 저질렀다.


현대 사회에선 결단코 용서 받지 못 할 짓.

하지만 이곳에선 필요한 일이었다.


“열두 조각.”


그것을 모으기 위해선 남은 열하나의 영웅을 죽여야 했으니 말이다.


죽이지 못 하면 내가 죽는다.

그렇기에 죽일 수밖에 없다.


“내가 살기 위해서.”


고요 스킬이 빠져서 그런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내가 얻게 된 스킬들 연구라던가.


나는 품에서 인식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움켜쥐며 정신을 집중했다.


저 멀리 느껴지는 다섯 개의 방.

그 중 두 개가 들어찼다.


하나는 [돌진].

다른 하나는 [맹종].


이렇게 빠른 시기에 얻게 된 영웅 스킬은 호재이나, 하필 돌진을 얻게 되다니.

이걸 지워야 할 미래를 생각하니 벌써 어지럽군.

[맹종]이야 영웅 스킬이니 다른 조각을 얻는다면 바꿀 수 있지만······.

일반 스킬은 아니다.


“후······.”


다른 생각을 하니까 왜 더 심란해지는 거 같지?

내가 가려던 루트로 못 가서 그런가?

하긴 완벽하게 키울 수 있는 캐릭이 꼬이면 화가 날 수밖에 없지.


다른 생각을 하자.

나가서 앞으로 뭘 해야 할 지를 생각하자.


우선 정보를 얻어야겠지.

보통 술집이나 모험가 길드 같은 곳에서 정보를 얻겠지?

이 게임도 그런 곳들이 있으니까.


이 뿔도 처분해야 하고.

지팡이도 처분하는 편이 좋으려나?

파이어 하나만 남긴 했는데.


모르겠다.

피곤해 죽겠네.

그냥 편하게 잠이나 자고 싶다.


그걸 위해선 우선 입구 쪽으로 향해야겠지.

그쪽이라면 나갈 사람들이 즐비해 있을 테니까 잠도 편하게 잘 수 있겠지.

아, 바닥에서 자야하니 힘드려나.

침낭도 훔쳐 올걸.


뭐가 됐든 몬스터에 걱정하며 잘 필요는 없겠지.

입구는 몬스터도 적으니까.


그래, 우선 하나씩 해결하자.

그러니 입구로 이동한다.


대충 상처를 회복한 나는 짐을 챙기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6화 파일 교체 안내 24.09.17 3 0 -
공지 연재 공지 안내 24.09.03 28 0 -
17 주도 알데바란 (2) NEW 4시간 전 6 0 12쪽
16 주도 알데바란 (1) 24.09.17 12 0 12쪽
15 던전 탈출 (4) 24.09.16 18 1 11쪽
14 던전 탈출 (3) 24.09.15 20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7 2 12쪽
»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1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3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8 영웅 (2) 24.09.09 44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2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3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8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4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