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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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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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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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 알데바란 (1)

DUMMY

“끄으윽······.”


섬광을 거하게 얻어맞은 남자가 신음을 흘렸다.

바닥을 요란하게 굴러 벽에 처박힌 그.

나도 저랬겠구나.


“토··· 마를 데려와······!”


놈이 정신을 차린 후, 곧장 몸을 날렸다.


“당장-!!”


동시에 토해내는 [포효].

하지만 루시안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가 방패를 앞세웠다.

그러자 방패의 면을 따라 펼쳐지는 푸른 장막.

그것이 진동으로 시작되는 충격파를 완벽히 막아냈다.


방패에 마법을 새긴, ‘아티팩트’인가?


아니, 마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스킬도 아니고······.

방패 고유의 능력인가?


그렇군.

저건 진짜로군.


마법을 새긴 물건, ‘아티팩트’와는 또다른 결의 물건.

그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던전에 존재하는 것들.

정확히는 던전의 마력과 그곳에 버려진 물건들이 융합, 그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들이었다.


유니크 아이템.

그것이 저 방패와 같은 물건들을 지칭하는 이름이었다.


아티팩트는 저것을 대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템.

그렇기에 저 유니크 시리즈 아이템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야 저건 종류가 겹치는 것도 없거든.


똑같은 장비는 다시 발견되지 않는다.

유니크 장비는 오직 단 하나다.


저 녀석 부자잖아?


루시안이 방어막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남자를 향해 쇄도했다.


콰앙!


그대로 남자의 목을 움켜쥔 그.

그는 남자를 그대로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영웅의 이름을 멋대로 부르지 마라. 범죄자.”


루시안이 남자의 목을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주도 알데바란의 모험가 길드에서 난동을 부린 것만으로도 중죄. 그런데 영웅을 친우 마냥 자신의 앞에 대령하라 하다니.”

“영웅······? 웃기지 마라······! 그 새낀 영웅이 아니야!”

“영웅 모독까지 추가됐군. 네게 주어지는 것은 즉결처분뿐이다.”


루시안이 짓누르던 손을 발로 대체하고 검을 뽑아들었다.

새하얀 검신에 새겨진 푸른 글자들이 인상 깊은 검이었다.

설마 저것도 유니크 장비야?


“멍청한 놈들. 너희는 속고 있는······!”


서걱.


그것이 그 남자의 유언이었다.

얼마나 강하게 베었는지 잘려 나간 목이 바닥을 굴렀다.


“더 들어줄 필요도 없다. 길드는 왜 이런 놈을 그냥 두고 있는 거지?”


그가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낸 후, 피 묻은 천을 놈의 목에 떨어뜨렸다.


거침 없는 살인.

저게 이 세계의 모습인가.

정말 돌아가고 싶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거잖아.

아니, 진작에 그럴 뻔하긴 했지.


내게 [고요]가 없었다면.

영웅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붉은 머리 마법사가 방심하지 않았다면.


그러고 보니 다 나한테 방심하고 졌네.

혹시 나한테 상대를 방심시키는 특전도 주어졌나?


“여기서 또 보는군. 하다르.”


루시안이 나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의뢰를 받으러 온 건가? 타인을 돕는 것도 좋지만 자신을 아끼는 것이 최우선이다.”


엄, 그냥 도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려고 온 건데요.

남 도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이거만 보고 쉬러 갈 거예요.


“음? 그 의뢰는 자네의 등급에서 받을 수 없는 것일 텐데?”


루시안에 내 손에 들린 의뢰지를 바라보았다.

엥?

의뢰 받는 것도 등급이 있니?


내가 의뢰지를 다시금 살펴자 루시안이 말을 이었다.


“그건 황색 이상의 모험가에게 제공되는 의뢰다. 하다르, 너는 철이 아닌가?”


황색?


“설마 모르고 있었나?”


이거 또 기억을 잃었다고 둘러대야 하나?

나는 옆에 있는 꽁지 머리, 토마를 바라보았다.


근데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했니?


“형씨, 철 등급 모험가였어?! 그런데 적색 모험가를 이겼다고? 이거 굉장한데?”


뭐야, 내 등급도 모르면서 미노타우로스를 잡았다고 대단하다고 한 거야?

아니지, 뿔은 받았다고 했잖아.


“나는 나랑 같은 황색은 되는 줄 알았지. 미노타우로스는 지하에 있으니까. 그런데 철이라······. 확실히 그러면 타지역 활동의 기본을 모르긴 하겠네. 여기가 첫 모험의 시작이야?”


토마가 뺨을 긁적였다.

사람이 참 뭔가 뭔가로군.


그나저나 너는 황색이라고?

흐음······.


놈을 위아래로 훑었다.

장비로 보건데 깊어야 지하 1층 같은데.

그럼 철 다음이 황인가?


아오, 못 참겠다.

이걸 파악해야 모험가 생활을 하든가 하지.


“그 색이라는 게 대체 뭡니까?”

“응? 색을 몰라?”

“모험가 일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말입니다.”


루시안이 답했다.


“그런데도 사냥꾼 집단 적룡을 혼자 처리했다라. 역시 그대는 영웅의 자질을 지니고 있군.”


괜히 오해만 깊어지는군.

됐고, 설명이나 해줘.


“모험가를 시작하면 그대처럼 기본적으로 철 등급을 받지. 그리고 공적이 인정됨에 따라 색의 칭호를 부여받는다.”


루시안이 자신의 목에 걸린 인식표를 꺼내들었다.

그의 것은 적색이었다.


“색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황, 적, 녹, 청. 순서대로 다음 등급이라고 보면 되지.”


토마가 설명을 덧붙였다.


“참고로 황은 지하 1층에서 2층 정도, 적은 3층에서 4층, 녹도 4층이고, 청이 5층 수준이라고 보면 돼.”


그렇군.

적과 녹이 둘 다 4층이라······.

하긴 4층이 좀 빡세긴 해.


“물론 같은 색이라고 해도 무력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같은 색도 실력 차이는 천지 차이니 말이야. 예를 들어 그대가 쓰러뜨린 적룡. 그들은 적색의 초입이지.”


그럼 그쪽은 적색의 최상위인가요?

실력도 그렇고 장비도 그렇고 그 적룡들을 한참 뛰어넘는 거 같은데.


“그리고 현재, 알데바란에서 가장 높은 모험가는 녹색이다. 그 이상은 아직까지 나온 적이 없다. 이건 다른 지역도 비슷할 거다.”


녹이 최대라······.

지하 5층까지 간 사람이 없다는 건가?


“그건 그렇고 미노타우로스의 뿔 의뢰라. 미노타우로스를 잡은 건가?”

“영웅께서 주셨다고 하더군요.”


토마가 나를 대신해 답했다.


“그렇군. 그럼 공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겠어.”

“제가 직접 잡았다면 공적으로 인정되나요?”

“그래, 그리고 곧장 황색의 모험가로 인정받을 수 있겠지.”


오, 곧바로 승급?

이건 못 참지.


“사실 제가 잡았습니다.”

“응? 아까는 영웅님이 줬다며!”

“하나는 그런데 하나는 제가 직접 잡았습니다.”

“뭐? 말이 돼? 철 등급이 미노타우로스를 잡아?! 지하까지 내려갔다고?”


반응 참 격하네.

안 내려갔어 임마.

1층에도 미노타우로스 있잖아.


“1층에 있던 놈을 잡았습니다.”

“적색 모험가 집단을 단신으로 처리한 실력을 보면 무리는 아니지. 그쪽은 이름이 뭐지?”


루시안이 토마를 바라보았다.


“토마라고 합니다.”

“영웅의 이름과 같군.”


토마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딱히 관심을 안 주고 있었는데 이름이 토마잖아?


“하하, 알데바란에선 가장 흔한 이름 아니겠습니까. 영웅의 이름이니까요.”

“그렇긴 하군. 토마, 의심된다면 모험가 길드에 ‘기억의 감별’을 요청해라.”

“아, 아닙니다. 저를 구해준 사람을 의심하다뇨. 그저 너무 대단해서.”

“확실히 대단한 업적들이긴 하다. 철 등급 모험가가 적색 모험가를 막아낸 것도 모자라 미노타우로스까지. 어떻게 잡았지?”


아, 이걸 또 설명해야 해?

귀찮네.

하지만 해줘야 겠지.

나는 놈들에게 미노타우로스를 잡은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미노타우로스가 지닌 스킬의 특성을 이용한다라······. 대단하군. 역시 그대는 자질이 있어.”


그놈의 자질.

얘는 그걸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그 의뢰 내가 대신해서 승낙해주도록 하지. 아, 모든 공적은 그대에게 돌릴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오, 뭐야.

이녀석 좋은 녀석인가?


나는 그를 따라 접수처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던 직원은 이미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가져와 달란 의뢰죠? 여기 보상이랑 준비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녀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인식표를 주시겠어요?”


이거 못 벗는 거 아니야?


“그대의 의지로라면 잠깐 동안 해제할 수 있다.”


그렇군.


나는 인식표를 해제해 그녀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녀가 황색 깃털펜으로 인식표에 무언가를 새기기 시작했다.


“원래는 좀 더 여러 심사나 이것저것을 받아야 하지만······. 무려 루시안 아비오르님께서 인정하신 모험가니까요.”


오, 루시안 씨.

역시 좋은 사람이셨군요?

이 세계도 인맥은 중요하군.


물론 아까 남자를 죽일 때의 모습을 보아하니, 진실을 들킨다면 나를 죽이겠지만.


“자, 이제 황색 모험가로 인정되셨어요.”


그녀가 깃털펜을 떼자 인식표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금속에 불과하던 인식표가 황색으로 변했다.


“축하한다.”

“축하해, 형씨. 이 승급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닌데 말이지.”


토마가 루시안을 흘끗 바라보았다.


너는 힘들게 승급했나보구나?

근데 나도 힘들었어.

던전에서 몇 번을 죽을 뻔 했는데.


“등급이 오르면 뭐가 달라지나요?”

“우선 받을 수 있는 의뢰가 늘어나요.”

“그리고 대우도 달라질 거야 형씨. 철 등급 모험가는 무뢰배나 다름 없잖아? 그냥 모험가를 하겠다! 하면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니까. 하지만 황색부터는 진정한 모험가라는 느낌이지.”


직원이 묵직한 주머니를 건넸다.


“이건 의뢰 대금이에요.”


오호, 상당히 묵직하군.

이정도 금액이면 적당한 장비를 맞출 수 있겠어.

그럼 이제 던전에서 자유로운 파밍을 하면 되나?


근데 얘가 던전 잠긴다고 했잖아.

나는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아, 내 의뢰도 완수를 부탁하지.”


그가 허리춤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작은 주머니로서는 담을 수 없는 크기의 자루.

사람의 상체만한 크기에 자루였다.


저런 게 들어가다니······.

게임에서는 구현되지 않던 부분이었다.

그야 거기선 그냥 줍는 족족 다 별개로 저장됐으니까.

인벤 제약도 없었거든.


하지만 현실이 되니 나도 저런 가방이 필요해졌다.

배낭 메고 싸우는 게 힘들기도 하고, 내려둔다고 해도 매번 줍기도 힘들잖아?

털어가는 놈들도 있고 말이야.


이 돈으로 살 수 있나?

된다해도 전부 털어야 할 거 같은데.


“남은 뿔은 어쩔 생각이지?”


의뢰가 요구하는 뿔은 한 쌍.

그렇기에 한 쌍이 고스란히 내 품으로 돌아왔다.


“글쎄요. 처분할만한 곳을 알고 계십니까?”

“한 곳 추천해주지.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머물 곳을 찾는 것 같은데 그 곳도 추천해주마.”


그것도 듣고 있었구나.


그가 데스크에 있던 종이와 펜을 챙겨 무언가를 끄적였다.


“길은 토마, 자네가 안내해주겠나?”

“물론이죠.”


토마가 자신의 가슴팍을 툭 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렇게 보여도 알데바란 토박이입니다.”


그렇군.

시골 청년처럼 생겼는데 말이지.


나는 루시안이 건네는 종이를 받으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의뢰지와 마찬가지로 잘 읽어지는군.

더군다나 쓸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특전인가?


종이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황금 고래 잡화점, 황소의 집.


“황소의 집이라······. 자리가 없지 않을까요?”

“가서 내 이름을 대면 방 하나를 내줄 거다. 부족하다면······.”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


“이걸 맡겨라. 나중에 되찾아가면 되니.”


그것은 꽤 비싸보이는 펜던트였다.


흠, 고맙긴 한데 왜 이정도로 잘 해주는 거야?

의심스럽게.


“미래의 영웅에게 이 정도 투자는 가볍지.”


아, 그런 거구나.

근데 난 영웅이 아니라, 그 영웅을 죽여야 하는 사람인데 말이지.


“그럼 가봐라. 나도 처리할 일이 많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자고 형씨.”


나와 토마는 모험가 길드를 벗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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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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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주도 알데바란 (3) NEW 1시간 전 2 0 12쪽
17 주도 알데바란 (2) 24.09.18 11 0 12쪽
» 주도 알데바란 (1) 24.09.17 17 0 12쪽
15 던전 탈출 (4) 24.09.16 23 1 11쪽
14 던전 탈출 (3) 24.09.15 23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7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31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4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7 2 12쪽
9 영웅 (3) 24.09.10 44 2 11쪽
8 영웅 (2) 24.09.09 50 3 12쪽
7 영웅 (1) 24.09.08 57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9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60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72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90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105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4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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