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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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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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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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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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웅 (2)

DUMMY


다행히 눈빛이 건방지다고 저 거대한 주먹으로 날 죽이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내게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네. 내가 더 일찍 왔어야 했군.”


통한 건가?

하긴 나는 거짓의 원칙을 사용한 완벽한 연기를 해버렸거든.


그게 뭐냐고?

뭐였더라, 대충 거짓말에 진실을 적당히 섞으라는 거였나.

여하튼 그렇다.


사실 대부분 사실이긴 해.

그냥 원망하는 연기만 한 거지.


“이 던전의 주인으로서 사과하지.”


토마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영웅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는 사냥꾼들이 악한 것이니까요.”

“동료들의 시신 위치는 알고 있나? 내 회수를 돕도록 하지.”


엄······.

그렇게까지 하신다고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내 사죄의 뜻일세.”

“그것은 영웅이 아닌 관리인이 하는 일입니다.”


사실 누가 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쪽이랑 더 엮이고 싶지 않아서요.

그리고 걔네가 회수되든 말든 별 상관 없거든.


하나는 나를 죽이려고 했고, 하나는 그런 놈을 감쌌고.

또 하나는 그냥 내 말을 안 듣다가 죽어버린 거라서.


나머지는 사냥꾼 놈들이고 말이지.


“하지만 나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아니, 이 사람 왜 이래?

사냥꾼 잡으러 왔으면 그거나 잡으러 가!


“차라리 그 힘으로 다른 사냥꾼을 처리해주시죠. 그 편이 모두에게 더 좋을 겁니다.”

“으음······.”


맞는 말이라 반박하지 못하나 보군.

그나저나 게임에서 볼 땐 특정 대사만 보다 보니 성격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책임감이 있고 인자한 성격이군.

게임에서 볼 때는 그냥 호탕한 근육 아저씨였는데.

하긴 호탕한 성격이 보통 책임감이 강하지 않나?


“알겠네.”


토마가 바인이 새겨진 지팡이를 도로 건넸다.


“자네 이름을 물어도 되겠나?”


나는 지팡이를 건네받으며 질문에 답했다.


“하다르라고 합니다.”

“성은 없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

“네, 머리를 크게 다쳤었는데 그때 기억이 날아갔습니다.”


사실은 빙의해서 다른 사람인 거지만.


“흐음, 신관을 사용해도 그대론가?”

“그렇습니다.”


뭐야, 저 의미심장한 눈빛은.


“자네 그 배낭에 뿔은 뭔가?”


이걸 봐서 그런 거였군.

배낭에 도로 바인 지팡이를 집어넣을 때 열린 틈을 봤나 보다.


“미노타우로스의 뿔입니다.”

“미노타우로스? 초입부의 모험가들이 잡을 만한 녀석이 아닐 텐데.”


토마의 눈동자에 다시금 의심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 겨우 풀었더니 다시 쌓이네.


“살기 위해 잡았습니다.”

“설명해보게.”


설명이랄게 있나.

그냥 벽에 박게 하고 칼로 쑤셨는데.


“벽으로 돌진을 유인한 뒤 공격하는 것을 반복해서 잡았습니다.”

“미노타우로스의 스킬 특성을 이용한 건가? 대단하군.”


그의 눈동자가 밝게 타올랐다.


“스킬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일세.”


뭐야, 너 스킬을 볼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니?

내가 알기론 공격 스킬로 다섯 개를 꽉꽉 채운 애 아니었나.


“자네, 내가 왜 던전을 개방했는지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다.

게임 내 설정은 물론, 제임스에게 전부 들었으니 말이다.


“후계를 찾기 위해서 아닌가요?”

“맞네.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존재라면 다음 타우러스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게 아니라도 싹이 보이는 이가 있다면 거두어 키울 생각이었네. 자네처럼.”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내 제자가 될 생각이 없나?”

“네?”

“제자가 될 생각이 없나 물었네. 이는 내 사과의 뜻이자, 자네에게 싹이 보인다는 뜻이지.”


이 미친 양반이 무슨 소리야.

나를 제자로 삼겠다고?

왜?


“어떤가?”


어떻긴 뭘 어때.

나는 그쪽을 죽여야 하는 입장인데, 속 편히 제자로 들어가겠어?


물론 제자로 들어가면 놈을 죽일 기회는 많아지겠지만······.

문제가 많다.


우선적으로 내가 원하는 스킬의 파밍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야 쟤 제자가 되면 이 알데바란 위주로 파밍을 하게 될 테니까.


아, 물론 그게 약하다는 건 아니다.

저 근육을 봐.

괴물이잖아.


게임에서 상대할 때 보통 첫 보스로 택하는 영웅.

그러나 그는 첫 보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차라리 아리스나 레오가 더 잡기 쉬웠지.


여하튼 이건 거절이다.


“거절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럴 줄 알았······? 뭐? 거절?”


토마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무래도 차세대 영웅이 되는 걸 거절한다는 사람은 처음 보겠지.

그치만 나는 너희를 죽여야 하는 사람인걸.


“무려 영웅의 제자일세. 이어지는 영웅의 자리를 받는 거나 다름없지. 설마 머리를 다쳤을 때 영웅에 대한 지식도 날아갔나?”


무례하네.

사람을 정신 나간 것처럼 취급하다니.


“아닙니다.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영웅은 귀족으로 취급되며 상당한 혜택을 받죠. 대신······.”


나는 몸을 돌려 내가 왔던 길을 바라보았다.


“이 던전을 평생동안 관리해야하지만요.”

“그게 영웅의 책임일세.”


토마가 두꺼운 두 팔로 팔짱을 꼈다.


“내 제자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라······.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군. 이 던전에 들어온 모험가의 다수가 영웅이 되려고 안달인데 말일세.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마음에 드는군.”


영웅이 뭐라고 안달까지 난데.


하긴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더군다나 이곳에선 대우도 좋고 말이야.


하지만 이곳의 영웅은 내가 바라던 영웅이 아니다.

이곳의 영웅은 부패했다.


귀족이라는 작위를 받고, 그것을 통해 부귀영화 누리며 영웅이라는 가치가 변질된 것이었다.


게임의 스토리를 따르면 원래는 이 던전에서 올라오는 마족을 막는 희생적인 존재.

하지만 작위를 받고, 모험가를 이용하며 영웅의 탈만을 쓰게 되었다.

진정한 영웅이 아닌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지닌 조각을 모아 진정한 영웅을 탄생시키는 것이 게임의 목적.

그리고.


[ 메인 스토리 퀘스트 : 영웅의 자격이 진행 중입니다. ]

[ 획득한 조각 0 / 12 ]

[ 잃어버린 조각 중 하나가 근처에 있습니다. ]


내게 주어진 메인 스토리 퀘스트.


그러니깐 난 네 제자가 될 수 없어.

가서 다른 사람 알아봐라.

나는 바깥으로 나갈래.


“답은 드렸으니 저는 그럼 이만.”


대충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아갈 수 없었다.


토마의 덩치만큼이나 거대한 손이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아, 아저씨 집착하지 마세요.

이제 초입부잖아요.

안에 들어가면 더 많은 인재가 있다고요!


“아니, 나는 자네가 마음에 들었네. 그렇다면 자네의 마음을 돌리는 수밖에 없겠지.”


아.


“무슨······?”


토마가 나를 가볍게 집어들었다.

이 무식한 놈.

그리고는 댑다 던전 안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난 나갈 거야!


주변의 풍경이 훅훅 변하기 시작했다.

그저 인간 하나가 질주하고 있을 뿐인 상황.

그런데 마치 차량이라도 탑승한 것 같은 속도가 나온다.


콰앙! 쾅!


단단하기는 또 그 이상이고 말이야.


그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이 산산조각이 났다.

혼 고블린, 벽.

그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아, 다행히 사람은 치지 않았다.

영웅이시다보니 그건 피해가더라고.

대신 지나간 자리에 폭풍이 일어서 다들 뒤집어졌지만.


내가 하루 종일을 걸려서 잡았던 뉴비 분쇄기, 미노타우로스도.


“우오오오오!”


콰앙!


토마의 주먹 한 방에 도넛으로 변해버리며 숨을 거두었다.


“하하핫! 어떤가? 내 제자가 된다면 자네도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거네. 하지만······!”


그가 쓰러진 미노타우로스에게 다가가 뿔을 잡아당겼다.


뿌드드득!


그것은 마치 땅에 박힌 잡초처럼 미노타우로스의 머리에서 뽑혀 나왔다.


“자네의 방법도 좋다고 생각하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사용했던 게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강자가 되는 잠재력이지.”


토마가 뽑아낸 뿔을 내게 건넸다.


“받게.”

“이걸 왜 저한테······.”

“자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선물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군.”


내 마음을 사고 싶으면 던전 안쪽이 아니라, 바깥으로 데려다주면 될 거 같은데요?

다른 건 다 꿰뚫어보는 것처럼 말하더니 이건 왜 몰라!


내가 뿔을 받아들기 무섭게 토마의 질주는 다시금 이어졌다.

와, 속이 울렁거려.

이게 멀미라는 것인가?

원래 멀미 같은 거 모르던 삶을 살았는데.


설마 게임에 빙의되고, 사람한테 납치당하면서 알게 될 줄이야.


“여, 영··· 웅······ 님······.”


나는 입가를 간신히 틀어막으며 그를 불렀다.


“하하하!”


하지만 커다란 웃음을 토하느라 내 목소리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아,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

너는 내가 반드시 복수한다.



***



그렇게 토마의 어깨에 실려 한참을 흔들린 결과.

나는 던전의 지하에 진입했다.


“이곳은 와본 적 있나?”

“······없습니다.”


알데바란의 지하 1층.

던전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하는 곳에 들어선 나는 우선적으로 속을 게워냈다.


“우웨에에엑!”


저놈이 열심히 달린 덕에 속이 아주 엉망이거든.


“이거 이거 단련이 아주 많이 필요하겠구만.”

“······제자로 들어간다고 하진 않았는데요.”

“하하하, 곧 마음이 변하게 될 걸세.”


절대 안 변할 거 같은데.

만약 들어가도 당신 밑으론 절대 안 가.


그나저나 의문이다.

얘는 왜 갑자기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저를 왜 이곳으로 데려오신 겁니까?”

“내겐 간파라는 스킬이 있네. 이 던전에선 얻을 수 없는 스킬이지.”


뭐야, 갑자기 자기 자랑?


그나저나 간파, 그 스킬은 게임에서 그가 지니고 있다고 나온 스킬이 아니다.

그가 지닌 스킬은 저것을 제외하고 이미 다섯 개로 조합이 맞춰진 상태.

그런데 스킬이 하나가 더 있는 것이었다.


게임이라서 안 나온건가?

하긴 그건 플레이할 때 유저나 쓸만한 스킬이긴 했지.

보스몹이 쓸 일은 없긴 해.


이놈은 슬롯을 확장하고 스킬이 더 있는 거로군.

역시 영웅이라서 그런가.

그거 인게임에서 꽤 비싸던데.


“그게 무슨 스킬입니까?”

“말 그대로 간파. 상대를 꿰뚫어 본다네. 물론 나는 숙련도가 낮아 깊게 볼 순 없지만 영혼에 새겨진 스킬의 개수, 혹은 흘러나오는 감정 정도는 볼 수 있지.”


토마의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자네 영웅 혐오 같은 감정, 그리고 자네가 내뱉은 거짓말 등을 말이야.”


아, 다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사람이 줄어드는 구간에서 날 죽이려고?


하긴 영웅이 사람을 대놓고 죽이긴 좀 그렇지.


나는 곧장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도끼의 손잡이가 손에 잡히며 주머니에서 거칠게 뽑혀 나왔다.


[ 스킬 : 고요가 발동됩니다. ]


“자네는 나를 원망하지 않더군. 그 눈빛과 대사. 그건 연기였더군.”


토마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만으로 거대한 위압감이 쏟아지며 나를 짓눌렀다.


“내뱉었던 말도 대부분은 거짓은 아니었지. 대부분은 말이야. 하지만 기억을 잃었다. 그것은 거짓이었네.”


그가 두터운 손가락이 나를 가리켰다.


“자네, 그 몸의 주인이 아니군.”


아, 이런 벌써 들켰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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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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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도 알데바란 (2) NEW 4시간 전 6 0 12쪽
16 주도 알데바란 (1) 24.09.17 12 0 12쪽
15 던전 탈출 (4) 24.09.16 18 1 11쪽
14 던전 탈출 (3) 24.09.15 20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2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7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1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3 2 12쪽
9 영웅 (3) 24.09.10 40 2 11쪽
» 영웅 (2) 24.09.09 45 3 12쪽
7 영웅 (1) 24.09.08 49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2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3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3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78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4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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