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둔재가 기억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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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다귀0
작품등록일 :
2024.09.03 02:06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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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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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 변하는 것

DUMMY

훈련 또 훈련.

한동안 계속 훈련을 했다.

그 덕에 나름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철검을 몇 번 휘둘수도 있고 5서클 마법도 한 번이지만 쓰고 버틸 수 있으니깐.

그리도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성장하는 건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노가다 성 편법을 막기 위한 게임 제작자의 의도인지 방법을 쓰면 쓸수록 성장 증가율을 점점 줄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쥐꼬리만큼 오르는 상황.

그렇기에 나는 찾아야 됐다.

다른 방법을 말이다.


“요즘 자주 보는구나.”


나는 3일 전에 사전 약속을 잡고 아버지와 대면하고 있었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흠, 시원시원하군. 뭔데 말해봐라.”

“잠시 가문 밖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내 말을 들은 그가 뭔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런 말을 한 이유가 뭐지?”


그 이유라··· 그건 성취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서···.


“던전을 돌 생각입니다.”


던전, 그곳을 깨면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

그걸 이용하면 분명 내 상태를 많이 호전시킬 수 있을 거다.

상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가진 아티팩트들은 많으니깐.

좀 더 희망을 가지면, 해주(解詛) 관련 아티팩트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기 위한 과정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안된다.”


아버지의 기묘했던 표정이 이내 차가워졌다.


“지금 네 수준으로는 던전을 돌다 객사할 게 뻔하다. 자식을 사지로 내모는 부모가 어딨겠느냐. ···정 원한다면 증명이 먼저다.”


그의 눈은 나를 보고 있었다.


“네가 충분히 강하다는 걸 나에게 증명해라.”

“아버지, 저는 충분히 강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 아직 부족하다. 괜찮은 탐험가가 되기 위해선 좀 더 성장을 해야 된다.”

“···.”


나는 이를 악물었다.

성장을 해야 된다니···.

진보를 하기 위해서는 던전을 돌아야 되지만, 그전에 먼저 성장한 걸 보여줘야되는 상황.

모순이었고, 내가 파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다.

내가 대련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가 보이게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여기는 순전히 그의 무대니까.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그렇기에, 나는 다른 걸 건들기 시작했다.


“또, 할 말이 있습니다.”

“음! 뭐지?”


나는 그의 눈을 보며 말했다.


“샤를린, 아무래도 그녀는 첩자인 거 같습니다.”



//



‘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샤를린은 어릴 때부터 우리 가문에서 키운, 자식 같은 애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첩자라니! 차라리 네 여동생이 첩자라고 해라!’

‘아버지,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가란스, 그만. 듣기 거북하구나.’


그때의 아버지의 눈빛은 가히 무거웠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해라. 샤를린은 내가 네놈보다 더 오래 봤고, 내가 네놈보다 더 많이 의심했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

‘네 놈이 오해하는 거다.’


하.

이미 한 번 경험한 일을 다시 생각하는 것뿐인데도 자연스레 한숨이 나온다.


‘종종 샤를린 관련으로 말이 나오는 군, 가란스.’


사실 샤를린 관련으로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수십번 오랜 기간 그녀의 위험성에 대해서 말해왔다.

그치만 전부 다 무시당했다.

이번 역시도.


“하하, 도련님 왜 이리 표정이 안 좋데!”

“··· 알 필요 없다.”


예술품을 판 돈을 주기 위해 내 방에 온 얀, 나는 녀석이 준 정보를 읽으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마켓에도 없군.

아티팩트는 당연히 시장에서도 판다.

그래서 혹시나 쓸만한 게 있는지 알아봤지만··· 의미 없는 짓 들이었다.


“얀, 불법적인 경로도 조사해 본 거냐?”

“아! 도련님! 당연하지!!! 우리 쉐이든이야. 일 처리는 철저하다고!”

“알겠다.”


모든 수단을 다 확인했다.

아버지에게 말도 해봤고, 시장들도 확인해봤다.

솔직히 말하면 결과가 어느 정도 보였던, 굳이 안 해도 될 일들이었다.

그치만 난 굳이 그 일을 했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이 선택지는 최선이자··· 최후의 선택지였니깐.


“자 받아라.”


그래, 이제는 결정했다.

이 선택지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봉투 안에 있는 대략 8,000만 실링을 돼 보이는 지폐들 거기서 100만 실링 지폐를 꺼낸 나는 얀에게 돈을 건넸다.


“어···! 갑자기 이 돈은 뭡니까. 아, 설마! 다음 달 회비이십니까!”

“그래.”

“아이고! 감사합니다! ··· 이제는 그만두신다고 하시더니···. 갑자기 마음이라도 바뀌었습니까?”

“···.”


마음이라···.

아니,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러니, 그것에 맞춰.


“변화가 필요했을 뿐이다. 다른 건 없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가 신사답게 고개를 숙였다.


“다음 달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똑똑, 그때 샤를린이 문을 두들겼다.


“도련님 나달리 하이든님이 오셨습니다.”


때맞춰왔군.


“얀, 이제 가거라.”

“네, 짜피 그러려고 했습니다. 가보겠습니다! 도련님!”


탁, 나는 손을 튕기며 우리를 감싸던 소리차단 마법을 해제했다.

그러곤 잔잔하게 말했다.


“들여보내라, 샤를린.”


얀은 나갔고 그거와 교차되듯 들어오는 회장.

그녀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가란스, 학교로---.”

“알겠습니다.”

“···! 뭐라고···!”


그녀가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라고 한 거···.”

“돌아가겠다고 한 겁니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돌아가겠습니다, 아카데미에.”


모든 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변화해야 될 때였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내가 한국에 살고 있을 때 대부분 아카데미물에는 클리셰가 있었다.

주인공과 그를 괴롭히는 나쁜 놈, 그런 진부한 구성이 있었다.

그런데 소설은 소설인가 보다.

내 주변에 일진은커녕, 사람 한점이 없으니깐 말이다.


“···.”


오랜만에 온 학교, 자유 좌석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원하는 데에 앉았지만 내 근처에 앉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잊고 있었네.

나는 찐따였다.

··· 그래, 어차피 친구 사귀려고 온 것도 아니었잖아.

맞다, 내가 굳이 여기로 다시 돌아온 까닭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 이곳에는 학생과 교사들만 있을 수 있기에 샤를린이 있지 못한다.

날 밀착 감시하는 CCTV가 없다는 소리,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기에는 최고의 장소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두---.


“란스!!!”


날 반갑게 부르는 매우 익숙한 소리.

아··· 이제는 학교에서 보는군.

우리 가문에 아주 많이 방문했던 엘리안이었다.


“어···. 리안, 또 보내.”

“또···? 오늘은 여기서 처음 보는 건데?”

“아, 그렇지. 너무 많이 봐---.”

“뭐 근데! 어차피 또 네 집에서 볼 거니깐···.”

“뭐···! 뭐라고? 우리 집에 온다고? 왜···? 어차피 여기서 보잖아.”


아니, 귀찮게 왜···!

그러나 그녀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당연한 거 아니야? 여기서 보는 거랑 집에서 보는 건 느낌이 다르잖아. 또, 네가 입고 있는 옷도 다르고.”


이게 무슨···.

논리적으로 따지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가장 오래된 친구 아닌가.

또 유일하기도 했고.

그렇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알았다.”

“아, 맞다! 란스, 너 내가 준 거 다 읽었어? 교수님이 오늘 쪽지 시험 본다---.”


어느새 내 옆에 앉아 조잘대기 시작하는 그녀.

어차피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의 경지를 지닌 나에겐 그닥 실속있는 얘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그녀의 말을 무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던 와중, 갑자기 그녀의 말이 멈췄다.

무슨 일이지하고 엘리안을 보자 그녀는 어느 한쪽을 보고 있었다, 괴롭히는 남자와 괴롭힘당하는 남자가 있는 쪽을 말이다.

아··· 일진이 있었구나.

순간 다시 생각해보면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빵이나 비슷한 음식을 들고 달리는 학생들을 보기도 한 거 같았다.

내가 너무 주변 사람한테 관심이 없었나.


“진짜 이딴 짓을 왜 하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나?”


그녀의 혐오감이 느껴지는 말투, 그런 말투를 들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저놈의 타겟이 안된 건··· 든든한 가문의 뒷배경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저놈과 알고 있는 사이기 때문인 걸까.

내 눈에 남자를 괴롭히고 있는 거대한 체격의 수인족이 보였다.

나와 같은 학생회 소속인, 빅칸이었다.

말려야 되나, 나랑 그렇게 깊은 관계의 사람들도 아닌데 굳이 참견을 해야---.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 교수님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장내.

어, 근데··· 이상하다.

분명 리아의 말대로라면 오늘 쪽지시험을 본다고 했는데··· 교수님 손에는 종이는커녕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뭔가 무거운 교수님의 표정.

뭔가가, 일어날 거 같았다.


“아, 아. 여러분 전할 말이 있습니다. ···우선, 오늘 쪽지시험은 안 봅니다.”


좋은 소식 그러나 기뻐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상하게도.


“··· 신문에서도 말하지만, 요즘 정세가 이상합니다. 갑자기 던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질 않나. 또, 근처 마을들이 공격을 당하지 않나. 그리고 또··· 몇십 년 만에 흑색 던전이 발견되지 않나.”


연단에 선 교수님은 여전히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 변화가 긍정적인 쪽은 아닐지라도 변화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거겠죠.”

“···.”

“우리가 그 변화에 맞춰가는 건요. ···기존에 있던 시험 방식이 바뀔 겁니다.”


교수님 등 뒤로 마법으로 만든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내 이름을 포함해서 말이다.


“어! 내 이름 바로 옆에 네 이름이 있는데?”


··· 맞다.

내 이름, 그리고 바로 옆에 리안의 이름 그리고 바로 옆엔···.

빅칸, 아까 일진의 이름이었다.


“같은 칸에 적힌 이름들이 같은 팀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 팀원들과 함께, 가상 던전에 들어가시게 될 겁니다.”

“예···? 던전이요···? 교수님! 너무 갑작스러---.”

“이렇게 갑자기 시험을 바꿔버리면 미리 공부했던 사람은 뭐가 되는 겁---.”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반발들 그럼에도 교수님은 굳건하게 자신의 말을 했다.


“네. ···여러분의 고민들은 충분히 고민합니다. 그치만.”


치지직.

학생들의 기를 꺾기 위함일까, 교수님은 자신이 잡고 있던 연단을 그대로 얼려 버렸다.

그 후 다시금 그의 말이 이어졌다.


“시험은 이대로 진행 될 겁니다. ···그래도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 마세요. 팀원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배정됐고, 가상 던전은 말 그대로 가상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는 없을 겁니다.”

“···.”

“시험은 정확히 2주 뒤에 보겠습니다. 그럼 이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님, 그러나 학생들의 눈은 어딘가 정신이 나가 있었다.

내 옆에 있는 그녀도 그렇고 말이다.

그치만 나는 괜찮았다.

아니, 멀쩡했다.

오히려 궁금증이 드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누구지···.

중간고사 팀원 총 4명, 그렇기에 나는 빅칸 이름 옆에 적혀 있던 데일이라는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

한번 물어··· 어?

그녀의 상태를 보기 위해 고개를 살짝 돌린 순간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란스···. 우리 어떻게···.”

“어, 어···! 괜찮을 거야. 그렇게 걱정할 필요---.”

“아니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우리 팀원이 빅칸과 데일인데···.”

“그게 뭐가 어땠···.”


설마.

순간 머리를 스친 생각.

나는 재빨리 빅칸이 있는 위치를 보았다.

엄청나게 심각한 표정의 그 그리고 그의 바로 옆에 당장이라도 죽을 거 같은 표정의 소년이 보였다.

불과 몇 초 전까지 빅칸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소년이었다.

에이, 설마··· 아닐 거야.


“맞아.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뭐···!”


내 생각을 읽은 듯 바로 대답하는 그녀, 나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봤다.

그치만, 그녀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뿐이었다.


“쟤가 데일이야.”

“어···? 뭐, 뭐라고···?”


순간 하얘지는 머리.

괴롭히는 사람이랑 괴롭힘당하는 사람이 한 팀이라니···.

다른 세계에서 경험했던 조별과제의 악몽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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