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둔재가 기억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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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다귀0
작품등록일 :
2024.09.03 02:06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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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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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 변하는 것

DUMMY

시험 합동 연습.

나는 그걸 애당초 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내가 케리 하면 되니깐.

그런데···.


‘연습 무조건 해야지!’


내 친구가 하잔 댄다.

대충 시간이나 때워야겠군.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상황, 그렇기에 연습의 장소는 자연스레 내 저택으로 되었다.


“란스!!!”


내가 보이자 반갑게 손을 흔드는 그녀, 옆에는 뭔가 불편한 표정의 데일이 보였다.

뭐지···?

왜 이딴 표정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그러나 시계를 보니 모든 게 납득됐다.

지금 시각은 10시 32분 그런데 약속 시간은 10시···.

30분은 넘게 지각한 거였다.


“미안, 엘리안 내가 너무 늦었네. ···그리고 너한테도 사과하마.”

“아냐 란스! 별로 기다리지도 않았어!”

“하, 뭘 별로 안 기다려···! 30분 넘게 기다렸건만. 하···.”

“야, 데일.”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내 앞에 있는 엘리안은 세상 차가운 표정으로 데일을 보고 있었다.


“말버릇이 그게 뭐냐? 상대방이 잘못을 했어도 좋게좋게 얘기할 수 있잖아.”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

“이게 뭔!!!”

“자! 그만 그만.”


과열될 거 같은 분위기 나는 재빨리 그들을 진정시켰다.

앞서서도 말했듯이 이 연습을 대충 넘어가고 싶으니깐.


“우리 이제 연습을 할까? ···내가 잘못한 거니깐 싸우지 말지? 부탁할게 리안···.”

“아니 아무···. 하, 알겠어.”


대충 정리된 상황, 그제서야 나는 처음부터 궁금했던 걸 물을 수가 있었다.


“근데··· 빅칸은 어디 갔어? 처음부터 안 보이던데.”

“아, 그게··· 안 온대. 자기는 이딴 합동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나···.”


그래, 오히려 좋다.

또 저놈과 같이 훈련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깐···.

내 눈에 묵묵히 검을 휘두르는 데일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슬슬 훈련을 해볼까?”

“어, 좋아!”


그렇게 시작된 합동 훈련.

우리를 진두지휘한 건 의외로 데일이었다.

안경을 쓴 공부를 잘할 거 같이 생긴 그.

그래서일까?

성적과 관련된 부분에선 꽤 진심이었다.

나는 데일이 직접 만든, 각종 전술이 적힌 종이를 봤다.


“엘리안이 마법 쪽이고 나랑 가란스가 검 쪽이니 우선 C 안의 대형을 이용해보자. 그런데··· 하.”


데일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이 이유는 아마 내가 쓰는 무기 때문일 터.

나는 툭하면 부서지는 몸 때문에 무거운 철검보단 가벼운 단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양손에 하나씩 쌍 단검, 이건 어찌 보면 매우 비주류 픽이었다.


“너무 정석적인 무기가 아니야. 그래서 C 안에서 많은 부분을 손봐야 될 거야. 귀찮게 된 거지···.”

“어, 그래. 근데···.”


계속 힘 빠지는 소리만 하는 그, 나는 그런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뭔가 이상한 점을 지적했다.


“우리 조 4명 아니야? 그런데 왜··· 여기에는 3인 기준 대형밖에 없냐?”

“어, 그렇네! 지금 여기는 없지만 빅칸도 우리 조잖아.”

“하, 그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애당초 빅칸은 우리랑 같이 행동하지 않을 거야.”


순간 그의 표정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다, 라는 감정이 보였다.


“빅칸은··· 애당초 우리랑 수준이 다르거든. 그냥 그는 혼자 두고 나중에 우리가---.”


아, 그니깐 빅칸이 몬스터를 몇 번 잡고 그가 지치면 우리가 투입해서 몬스터를 몇 번 잡는··· 태그 매치 방식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소리였다.

나쁘지 않은 방식, 그렇다고···.


“꼭 좋은 방식은 아니네.”

“뭐···? 뭐라고 했냐?”

“네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먼저, 전제부터 틀렸어. 만약에 몬스터가 빅칸보다 강하면 어떡하게?”

“···.”

“그냥 손 놓고 당하고 있게? 아니면 갑작스럽게 대형을 바꿀래?”

“아니···! 그건 너무 편···.”


내 말이 어느 정도 일리 있다고 생각하는지 중간에 말을 멈추는 데일.

그는 이런 생각을 결코 못했을 거다.

원래 피식자의 눈에는 포식자가 한없이 커 보이니깐 말이다.

그치만 나는 안다.

빅칸, 그가 한없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데일, 빅칸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그리고···.

데일 너도 그렇게 약하지 않다.

내 눈에 데일의 아우라가 보였다.

빅칸의 아우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우라, 그치만 정작 그 주인은 자신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와 나는 눈을 마주쳤다.


“그럼 너는 더 나은 방법이 있어? ···어차피 빅칸도 없는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이라고!”

“아니,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말은 이어졌다.


“내가 최고의 방법을 알고 있으니깐. ···샤를린.”

“알겠습니다.”


내가 그녀를 부르기 무섭게 쏜살같이 자리를 떠나는 그녀, 그리고 잠시 뒤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기사 몇 명을 대동하고 말이다.

··· 사실, 데일이 자신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치만 이 마음은 강하다, 편하게 있고 싶은 마음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최고의 방법을 제공했다.

원래, 최고의 방법이 가장 편한 방법이니까.


“갑자기 나타난 이 기사들은 뭐냐···?”

“데일, 너를 가르칠 선생님들이다. 빅칸이 없어 팀 합은 못 맞추니, 개인 역량이라도 올려야지.”

“아···! 그렇네.”


그 후 그가 기사를 향해 허겁지겁 달려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사라는 건 결국 기사단 소속이라는 거고, 기사단은 열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

그렇기에 기사 하나하나가 가지는 가치는 매우 높았다.

그런 기사를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가문 내에서 내 입지가 생겼다는 소리겠지.

뭐, 한 줌의 재 같은 거였지만 뭔가 기분이 좋았다.


“란스! 나는···?”


엘리안이 나를 애타는 목소리로 불렀다, 자신을 가르쳐줄 마법사가 1명도 없기 때문.

엄밀히 따지면 1명도 없는 건 아니지.

내가 여기에 있으니깐.


“너는 내가 직접 가르쳐줄게.”

“와, 진짜?”


그간 고마움에 보답을 할 겸, 또 그 고마움을 빨리 갚아 거리를 둘 겸, 나는 엘리안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와! 대박!”


손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내뿜는 그녀가 신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란스, 네 말을 들으니깐 더 강해졌어! 진짜 신기해!!!”


아쉽네···.

지금 그녀의 마법적 성취는 고작 2서클.

그렇기에 기초적인 원소 마법 활용, 마나 재활용 같은 기본적인 요소밖에 알려주지 못했다.

4서클만 됐어도 더 많을 걸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리안, 이제는 마나에 네가 사용하는 원소의 특징을 담는다고 생각해봐.”

“음··· 알았어! 한 번 해볼게.”

“···.”

“워터··· 웨··· 안돼.”


역시 벌써부터 3서클 마법은 무리인가, 다른 걸 못 해주니 이거라도 해주고 싶은데···.

나는 그런 아쉬움을 속으로 삼키며 허공을 향해 손을 들었다.


“리안, 이번에는 내가 직접 보여줄 게. ···우선 화염 마법을 쓸 거니 불의 연소를 마나 하나하나에 형상화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입을 움직였다.


“헬파이어.”


화르륵!

내 손바닥을 기점으로 거세게 뻗어 나가는 불, 대마법사가 쓴 마법이라서 그런지 그 위력이 엄청났다.


“와···! 란스, 대단해!!!”

“어, 고마워. 근데 그보다··· 감은 잡겠어···?”

“어···. 아··· 니?”


그래,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괜찮아. 천천히 해보자.”

“그래 알았어! 나도 꼭 열심---.”


그나저나 전에는 이 마법을 썼다가 죽을 뻔했는데···.

나도 3서클 마법은 한 3번 정도 버틸 수준?, 으로 상태가 꽤 많이 호전됐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지만···.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진 찰나, 내 눈에 저 멀리서 검을 휘둘고 있는 데일이 보였다.

최대한 뽕을 뽑아 내려는 지 정열적으로 기사에게 질의응답을 하는 그, 그런 질문에 기사는 나름 잘 알려줬지만···.

아쉽군.

적어도 내 눈에는 더 좋고 효율적인 방법이 보였기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당연한 현상이었다.

내가 저 기사들보다 수준이 높았으니.


“···.”


솔직히 데일에게는 그닥 마음이 가지는 않는다.

말투부터 싸가지가 없지 않은가.

그치만 저놈이 보여줬던 노력 그리고··· 내가 오늘 했던 잘못, 이런 걸 고려해 본다면 한 번쯤은 도와줘도 괜찮을 거 같았다.

그렇게 나는 그에게 갔다.

소드마스터의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



합동 연습, 수업 그리고 회의.

일련의 이런 스케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내 시간은 중간고사 당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곧이 군.

우리 팀이 시험을 보는 시간대는 점심시간 이후, 지금 하고 있는 학생회 회의가 끝나고 바로 다음이었다.

나름에 성과가 있다.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비록 엘리안은 3서클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2서클 후입까지는 도달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금방 3서클에 도달할 것이다.

또한 데일 역시 나름의 성취가 있었다.

소드익스퍼트 초입에서 중입까지 갔으니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다만 내 가르침을 받아들였으면···.


‘알았어.’


순간, 알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일의 모습이 생각났다.

뭐··· 어쩔 수 없는 건가, 내가 나타내는 이미지가 있으니.

데일의 잠재력이면 내 말을 들었으면 무조건 익스퍼트 후입까지는 갔을 거다, 운이 좋았으면 액티듀트 입구까지는 갔을 터.

자기 팔자인 셈이지.

이런 생각의 흐름에 휩쓸리다 보니 문뜩 한 의문이 들었다.


‘오! 알겠어, 란스! 그렇게 해볼게!’


둔재라고 평가받던 내 조언을 아무런 의심 없이 따르던 엘리안, 그녀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궁금해졌다.

··· 진짜 왜 그런 거---.

그치만 내 의문은 이어질 수가 없었다.

회의가 너무 시끄러웠거든.


“저기 회장. 시험은 어땠어? 가상 던전이 진짜 던전 같아?”

“빅칸 군, 말투가 조금 건방진 거 같군.”

“음··· 그랬나? 하하 그럼···.”


그는 의외로 정중하게 말했다.


“시험은 어떠셨습니까? 회장.”

“빅칸, 형평성을 위해 시험 결과는 유출 금지다. 진짜 순수하게 내 느낌이 궁금한 거라면 시험이 끝나고 알려주지.”

“아··· 재미없게, 그래도 힌트쯤은 줄 수 있잖아요? 우리---.”

“규칙은 규칙이다.”


나달리의 위압적인 목소리가 빅칸에게 꽃혔다.


“정해진 걸 바꾸려고 하지 마라.”


··· 분위기 한 번 살벌하군, 왠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빅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니 어찌어찌 풀리는 분위기.

그리고 곧이어 회의는 끝나고 말았다.

이렇게 잡담을 하는 것 자체가 회의 막바지라는 소리였으니깐.


“다음 주에 만나지.”

“회장님 고생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떠나는 사람들, 나 역시도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제 시험인가···.

솔직히 떨리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게 나는 강---.


“야! 자신 있냐?”


같은 학생회 그리고 같은 팀,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동일한 동선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그가 갑자기 시비를 건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깐, 짐이나 되지 말라고!”

“그래. 근데···.”


나는 걸음을 멈춘 채 두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네 실력이 그 정도로 믿을 만한가?”

“허! 무슨 당연한 소리를! 적어도 이 그룹 내에서는 내 실력이 최고야!”


흠···.

나는 녀석의 뒤에 있는 거대한 대검을 봤다.

무기 크다고 꼭 그 주인의 능력치까지 큰 건 아닐 텐데.

내가 자그마한 단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 알겠다.”


그치만 나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깐, 그리고 또.

시험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깐.

나는 시험장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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