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둔재가 기억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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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다귀0
작품등록일 :
2024.09.03 02:06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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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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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 변하는 것

DUMMY

“그럼 이만 강의를 마치겟습니다.”


강의가 끝나자 처벅처벅 힘없이 나가는 사람들, 나 역시도 이들과 비슷했지만 조금은 정신을 차렸다.

생각해보니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이곳은 성적이 곧 미래의 처지로 결정되는 곳, 그러니 대학 학점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그래도 안 된다면 대화를 통해···.

사실은, 나는 그닥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짜피 몇 달만 아카데미를 다니다가 또 그만둘 거니깐.

그렇지만··· 얘 때문에라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된다.

나는 좀비처럼 내 옆을 걷고 있는 엘리안을 봤다.


“야, 너무 걱정하지 마.”

“··· 어? 뭐라고 했어···?”

“힘내자고 ··· 나 어디 좀 간다.”


나는 웃으며 그렇게 말한 후 그녀를 떠났다.


“란스! 어디···.”


뒤도 안 돌아보고 말이다.



//



아카데미 수업은 대학교 강의와 그 형식이 비슷하다.

원하는 시간에 듣고 싶은 수업을 넣고, 남는 시간이 생기면 주변 시설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기에 나는 다음 강의를 째고 도서관으로 왔다.

만날 사람이 있으니깐.

··· 여깄다.

몇 분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이내 한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안경을 쓰고 있는 소녀, 이 소녀가 내가 아카데미에 다시 온 두 번째 이유였다.


“록시, 오랜만이군.”

“···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정체를 드러내··· 이미 수를 써놨군요.”


자신의 주위에 소리 차단 마법이 쳐져 있다는 걸 눈치챈 그녀는 이내 다시금 책을 본다.

환각 기능은 없었으니깐.


“여전히 섬세하군.”

“과찬이십니다, 도련님. 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마법을 쓸 수 있게 됐습니까?”

“또 여전히 거짓말은 미숙하고.”


나는 얀과 같은 쉐이든 소속인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런 건 이미 얀이 말해줬지 않나? 떠볼 거면 상대를 가려서 떠봐라.”


나는 무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봤다.


“불쾌하군.”

“··· 그런 속셈은 아니었습니다. 진심으로 궁금---.”

“알겠다. 지시할 게 있으니 잘 듣도록.”

“알겠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이 1도 안 닫는 지역을 찾아라, 단 근처에 많은 던전이 있어야 된다.”

“알겠습니다.”

“기한은 어느 정도 걸리지?”

“어느 정도도 아니고 영향이 애당초 없는 지역을 전부 찾아야 하니,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한···. 4주 정도가 정당한 거 같습니다.”


더 확실히 한다.


“5주 주겠다. 그 대신.”


말은 이어졌다.


“실수가 있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쉐이든은 절대 실수하지 않습니다.”

“알겠다. ···아 맞다.”


자리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괜찮은 단검을 구해줘라.”

“알겠습니다. 그건 1주일이면 충분합니다.”

“그래. 변수 같은 게 생기면 실시간으로 보고 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자리를 떠났다.

적어도 5주 동안은 아카데미에 나와야겠군.

부디 별다른 일이 없기를··· 그렇게 되기를 나는 간절히 빌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말이다.



//



망할.

지금은 식사 시간이 끝난 자투리 시간, 나는 방금 전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이 자식아!!! 뒤질래!’

‘··· 미안.’


식판 셔틀을 하는 데일과 그런 그에게 화를 내는 빅칸이 보였다.

귀찮지는 군.

그래도 같은 팀이니 빅칸 저놈의 괴롭힘도 조금은 수그러들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현실은 반대지만 말이다.


‘야 꺼져!’

‘어···! 아, 아!’


식판을 들고 있던 데일을 넘어뜨리는 빅칸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다.

그리고 동시에 생생했다.

분노를 최대한 삼키고 있는 데일의 모습이 말이다.

··· 일이 꼬일 수도 있겠어.

솔직히 몬스터를 잡는 건 나 혼자서도 가능하다.

그치만, 갑자기 던전에서 팀원들끼리 싸우고 거기서 또 사고가 발생하면···.

생각만 해도 번거롭고 짜증 나는 일이었다.

빅칸이 한 번 보이면 말을 해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학생회실의 방문을 열었다.


“···?”


뭐야.

한 책상에 앉아 대화 중인 사람들,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회 멤버들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내가 모르는 약속이 있었던 건가?

사람이 적을 거라고 예상을 했···.


“가란스 브리시온. 여기서 보니 더 반갑군.”

“아··· 네, 회장···.”


갑자기 등장한 나에게 순식간에 쏠리는 시선들, 나는 그런 시선들을 담담히 느끼며 물었다.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딱 보니, 저 빼고 다 모여있는 거 같은데···.”

“그래, 맞다. 너 빼고 여기 모든 학생회 멤버들이 모였다.”


자칫 들으면 내가 기분 나쁠 수도 있던 말이었지만 그녀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너는 안 들어도 되는 입장 아닌가? 너만 빼고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음··· 그랬군.

조금 거슬리는 말이었지만 납득이 안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학생회의 서기니깐.

원래 학생회는 역할 분담이 없다.

그저 다 같이 힘을 합쳐, 시험 감독을 돕는 다거나 교수님을 돕는다거나 하는 학교 지원 활동을 한다.

그치만 이번 학생회에는 직책을 가진 유일한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


‘네 역할은 서기다.’


회장이 그렇게 지시를 했거든.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학교 지원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 능력치로는 지원을 못 할 거라는 전제가 깔린, 무시면 무시 배려면 배려였다.

그치만 나는 매 순간 이런 특혜가 싫었다.

그렇기에 이것 역시 어느 정도 이바지 한 걸 거다, 내가 지금 할 얘기에 말이다.


“회장, 저 학생회 그만두겠습니다.”

“거절하겠다.”


내 말을 예상했다는 듯 바로 거절하는 그녀, 그리고 옆에서 몇몇 얘기들이 나왔다.


“아니, 회장 그냥 자르죠. 어차피 저 자식 도움도 안 되는 데.”

“이보게 빅칸! 뭐라는 건가. 가란스 군은 우리의 동료일 세. 어떻게 동료를 이리 쉽게 버리는 가? ···가란스 군 이유가 뭔가? 그만두는데 이유라도 있는 거 아닌가?”

“음··· 굳이 이유---.”

“됐다.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너는 무조건 학생회 소속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깐.”


그녀는 눈빛은 매서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결국 후회할 겁니다 회장.”

“후회를 해도 내가 하는 거다. 게다가···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거다.”

“하···”


이렇게 나온다면···.

나는 왜인지 모르게 있는 빈자리에 앉았다.


“알겠습니다. 그깟 학생회 계속하죠. ···단, 이제부터 저도 학생회 인원들과 평등한 대우를 해주십쇼.”

“그렇다는 건··· 이제부턴 이런 회의는 물론이고 지원 활동에도 참여하겠다는 건가?”


나는 니한의 말에 덧붙여 말을 했다.


“네, 그렇게 할 겁니다.”

“허, 웃기는군. 도련님, 가능은 하십니까? 아무리 그래도 수준에 맞는 일을 하셔야 됩니다.”


나를 비웃으며 은근슬쩍 비꼬는 빅칸, 그러나 나는 그런 그를 무시한 채 고민하고 있는 듯한 회장을 보았다.

결국 결정권을 지고 있는 사람은 그녀니깐, 이 도발은 나중에 갚으면 된다.

배로.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다른 학생회 멤버들이 보인다.

회장과 같은 엘프족인 니한, 그리고 수인족인 빅칸 그리고··· 드워프인··· 어?

없다.

드워프라는 종족이 원체 키가 작은 종족이기에 없다는 걸 이제야 발견할 수 있었다.


“니한, 무하드는 어디로 간 거지?”

“아··· 무하드 군 말이요? 그는---.”

“그만뒀어. 갑자기 무기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던가? ··· 이렇게 금방 그만둘 거면 왜 한다고 한 건지. 아! 찔리라고 한 말은 아니야, 도련님.”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도련님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오히려 기뻤거든. 그니깐 그냥 그만---.”

“알겠다, 가란스 브리시온. 너도 이제 우리와 같은 일을 한다.”

“아니! 회장!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이···.”

“회의 계속 진행하겠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가란스, 회의는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 한다. 앞으로 계속 회의에 참석하도록.”

“알겠습니다, 회장.”


회의 내용은 간단했다.

시험 기간에 시험까지 갑자기 바뀐 상황이니, 학교에서 학생회에게 당분간 아무 일도 안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앞으로의 5주 동안은 회의만 참석하면 되는 건가.

잘됐다.

이 자식만 빼면 말이다.


“아니! 하!!! 이게 말이 되냐!”

“빅칸 군, 품위가 없어 보이니 여기서 그만하시---.”

“아니!!! 무슨 품위야! ···아오!!!”


회장이 있을 때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놈이었지만, 회장이 없으니 그 정도가 끝이 없었다.

뭐 잘됐다, 어차피 해야 될 말도 있었지 않은가?


“빅칸, 그만하지?”

“허··· 도련님, 지금 양심···.”


나는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의 경지가 내뿜는 위압감을 가감 없이 들어냈다.


“이··· 압박감은 무, 무슨···.”

“그리고 빅칸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하겠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는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시험기간 동안만큼은 데일을 건들지 마라. 경고다.”

“··· 내가 왜 네놈의 말을 따라야 되지?”

“굳이 안 따라도 된다. 그치만 그에 따른 결과는··· 오로지 네 책임이다.”

“무슨!”


빅칸은 떨리는 팔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거세게 책상을 박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지 같네!!!”


그 후 문을 쾅차며 밖으로 나가는 그.

그래도 대충은 알아들은 거 같군.

나 역시도 밖으로 나갔다.


“회장님이 괜히 허락한 게 아니었군···.”


나가기 직전 자그마케 들린 닉한의 독백이었다.



//



쏜살같군.

전과는 바뀐 환경 때문인가, 나는 어느새 한주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도련님, 오늘 뭔가 편안해 보입니다.”


다 먹은 식사를 정리며 샤를린은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네! 요즘 따라 혈색도 좋아지시고 표정도 좋은 게···.”


틀렸다, 요즘 나는 여유는커녕 아주 바쁘다.

지금은 그저 멍한 척 연기하는 것뿐, 이것 역시 일의 연장선이었다.


“아무래도 이 모든 게 이거 덕분인 거 같습니다!”

“···.”


품에서 보랏빛의 물약을 꺼내는 그녀, 그것은 중독성과 의존성이 매우 강한 불법 물약이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정신이 멍해지는 건 덤이고.

멀리해야 될 매우 위험한 물건, 그치만 난 미소를 보이며 그것을 책상에 놓았다.


“고맙군, ···이런 건 용케 잘 구해내는군.”

“감사합니다.”


그녀가 이런 물약을 권하기 시작했던 건, 나를 물약 중독이라고 오해했을 때부터.

나는 그런 그녀의 오해에 어울려 주고 있었다.

당근 이런 물약은 입도 안되고 말이다.


“··· 아, 이건 나중에 마시지.”


물약의 마개를 따는 듯한 시늉을 하던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왔지 않나?”

“아! 맞습니다. 방금 전에 손님이 와서···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말을---.”


일부로 말을 안 했을 거다.

그치만 그저 넘어간다.

나는 지금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고 있기에, 그리고 방금 전 중독자 같은 연기 역시 이런 거의 일환이기에,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밖으로 나갔다.


“됐다. 먼저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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