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부터 시작하는 각성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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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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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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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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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100층은 답이 없으니(2)

DUMMY

“선배!”


이지현이 급하게 남자를 말렸다.


“말해봐 새끼야. 죽여도 되냐고.”


하지만 남자는 이지현을 아랑곳하지 않고 김우현을 위협했다. 남자의 손에 피어오른 불꽃은 더욱 강렬하게 회전했다.


“어차피 회귀한다며. 그럼 죽어서 증명하면 되는 거 아냐?”


강렬한 불꽃이 김우현의 뺨에 점점 다가가기 시작했다.


“······.”


“하. 이 새끼가 아가리에 꿀 발라놨나.”


남자의 계속된 위협. 그럼에도 김우현은 남자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근데 이 새끼가 어디서 자꾸 눈알을···.”


“그만두세요! 선배!”


이지현은 사달이 날까 싶어 급하게 남자의 팔을 끌어당겼다.


“상대는 일반인이잖아요!”


“이 새끼가 각성자라고 자꾸 구라를 치잖아.”


이지연에게 난처로운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남자.

다시 김우현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너도 지연이한테 껄덕 대려고 여기 온 거야? 다른 놈들처럼?"


"선배!"


"말해봐 새끼야. 허풍만 떨지 말고."


“일반인을 공격하면 선배만 문제라고요!”


그렇게 이지연과 남자와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김우현.


“죽여.”


“···뭐?”


“죽여보라고.”


자신의 목을 물어 뜯으려는 늑대의 이빨 앞에 목을 들이밀었다.


“해봐. 나는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


“이런 개새···.”


“둘 다 그만 좀 해요!”


그들의 충돌을 제지 시킨 이지연. 두 사람을 때어 놓은 후, 김우현의 팔을 잡아 당겨 엘리베이터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네?”


“어쩌려고 진우 선배를 자극했냐고요!”


그를 올라왔던 엘리베이터까지 인도하면서도 이지연은 계속 김우현을 질책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반인이 각성자를 자극하는 건지···.”


 “저 진짜 각성자인데···.”


“좀!”


이지현은 계속 헛소리를 해대는 김우현 때문에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들은 타고 왔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1층으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지연씨.”


“조심히 가세요.”


이지연의 냉담한 반응.

김우현은 할 수 없이 엘리베이터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혹시나 각성했더라도 각성 능력을 남에게 함부로 발설 하지 마세요. 본인에게 불리할 테니까요.”


쿠웅.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털썩.


김우현의 몸이 저도 모르게 무너져 내렸다.


“···하아. 하아.”


갑작스레 긴장감이 풀어진 탓일까.

간신히 붙들고 있던 육신을 제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며 입을 열었고.


“음?”

“어머!? 괜찮으세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안부에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녹초가 된 김우현.


“괜··· 찮습니다···.”


힘겹게 그들에게 대답한 후, 억지로 몸을 일으켜 협회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몸을 옮긴 끝에.

김우현은 간신히 나무가 드러워진 한 벤치에 앉을 수 있었다.


“후우···.”


남자에게 뿜어져 나오던 폭력적인 위압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당한 조롱과 멸시 때문일까.

당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진우···. 차진우였던가.”


이지연의 입에서 나온 남자의 이름에서 김우현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차진우. B급 랭커.

화염의 왕자로 불리는 남자.


잘생긴 얼굴에 실력까지 겸비한 그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인기 각성자이다.


‘성격 좋아 보였었는데···.’


TV나 너튜브에서 보던 그의 느낌은 훈남 그 자체였다. 부드러운 매너에 멋진 외모까지 갖춘 그를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런 개새끼일 줄이야.’


방송에서 보던 성격과 실제 성격이 다르다는 평을 몇 번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그를 시기하는 자들의 밑도 끝도 없는 악플이라 치부했었다.


하지만 소수의 댓글. 그것이 진실이었다.


워낙 예의 바르고 인성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김우현은 그가 차진우임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가면을 벗고 본 모습을 드러냈고, 김우현에게 치욕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개새끼···.”


조용히 그를 향해 욕지꺼리를 내뱉는다. 자신을 핍박하다 못해 조롱까지 가한 그 남자에게서 환멸감이 느껴진다. 또한 마음 속에 차진우를 향한 분노의 끓어오름이 진동했다.


“후우···.”


하지만 그 감정은 사치다. 힘 없는 자가 복수의 감정을 품는 것만큼 주제 넘는 짓이 없기에.


‘B급이 이 정도일 줄이야.’


TV에서 보던 S급 각성자들을 보며 B급 각성자는 그저 B급 인생일뿐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그가 뿜어낸 폭압적인 위협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았더면 졸도하고 말았을 만한 위력이었다.


B급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SSS급 각성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휴우···.”


김우현은 그렇게 몸을, 그리고 정신을 제대로 가눌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김우현이 힘겹게 몸을 가눠 이동한 곳은 떡볶이 가게. 바로 어제 김우현이 그만둔다고 했던 아르바이트 장소였다.


“뭐 사정이 있었다고 하니···. 다음부턴 그러지 마라.”


“네···.”


빛의 기둥도 사용할 수 없다.

게이트 사용도 요원하다.

그렇다면 남은건 평소 자신이 했던 아르바이트 밖에 없다.


“여기 주문이요!”


“우현아. 주문 받아라.”


“네! 잠시만요!”


달리 방법이 없는 김우현은 평상시의 루틴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로제 떡볶이 2인분이랑요. 튀김 세트 하나랑···.”


“로제 2개, 튀김 하나···.”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는 김우현의 입장에서 다른 시도는 이제 사치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이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


영업이 끝나고 마무리까지 마친 김우현은 떡볶이집 사장님께 인사했다.


“가보겠습니다. 사장님.”


“그래. 오늘도 고생했다.”


인사를 하는 사장님의 손엔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김우현에게 내밀었다.


“집에 가서 먹어라. 부쩍 말라 보인다.”


어제부터 이곳 저곳을 분주히 돌아 다녀서 일까.

아니면 각성 능력을 활용할 방법이 요원해서 일까.

그것도 아니면 돈을 날려 먹었다는 자책감 때문일까.


김우현의 얼굴은 부쩍 야위고 헬쓱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받아 든 봉투가 꽤나 묵직했다. 아마도 떡볶이와 튀김, 어묵이 꽤 담겨있는 듯한 모양. 김우현은 다시 한번 사장님께 감사를 표현한 후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터벅터벅.


김우현은 집까지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싶었으나, 교통비조차 아까웠기 때문이다.


“하아···.”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천운이라 할 수 있는 각성자로 선택 받았다.

거기에 무한 회귀라는 사기적인 각성 능력까지 획득했다.

하나 그것을 사용할 방법이 요원하다.


‘이제 어쩌지.’


E급 게이트를 돌아 레벨 업 하는 것도 실패했다. 각성 능력을 검증 받아 대형 길드에 들어가는 것도 실패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제길.’


각성자로 개화하여 인생이 술술 풀릴 줄만 알았다.

여태껏 한 고생을 보상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를 결코 평탄한 길로 걷게 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차라리 각성을 안 했으면.’


이번 달 내야 할 엄마의 병원비도, 사채업자에게 내야 할 이자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발로 걷어찬 상황이 되어버렸다.


“···흐윽.”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자신만 힘들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내 인생은 진흙 구덩이 속에서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걸까.

왜 나는 작은 행복조차 누릴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일까.


“끄흑··· 으흐흑!”


이를 꽉 깨물고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김우현.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그의 울음은 가로등조차 밝히지 못한 어두운 공간까지 새어나갔다. 


그리고 그때.


“고객님.”


그가 슬픔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뒤에서 누군가 뒤에서 김우현을 불러 세웠다.


“끄윽··· 흑?!”


김우현의 습기 어린 눈에 들어온 한 무리들.


얼굴에 흉터가 길게 새겨진 남자. 그리고 그의 뒤로 한 덩치한다 싶은 네 명의 남성들. 그들의 손엔 당연히도 쇠파이프 같은 것들이 들려있었다.


“실례지만 핸드폰이 혹시 뒈지셨나요?”


앞으로 나서며 말을 하는 흉터 남자. 

바로 어제 통화했던 대부 업체의 사장이었다.


“아 그게···.”


“오늘까지 돈 안 보내면 내가 빛의 길로 인도해드린다 했어요? 안 했어요?”


그는 쇠 파이프를 붕붕 휘두르며 더욱 가까이 김우현에게 다가왔다.


“보, 보낼게요!”


김우현은 손사래를 치며 그의 행동을 만류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떡볶이 봉투가 요란하게 부스럭거렸다.


“밀린 이자까지 450만원. 바로 입금하세요.”


“네.”


김우현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조작하는 시늉을 하더니, 흉터 남자에게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저 배터리가 나가서 그런데 내일 보내면···.”


“그래? 그럼 집에서 기다리지 뭐. 그 정돈 기다려 드릴 수 있습니다.”


‘시발···.’


X됐다!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 했지만 이 개새끼는 좀처럼 자신을 보내주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타다다닥!


“저, 저 새끼가!”


김우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야 이 개새끼야!”

“거기 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신을 쫒아 오는 대부업체 직원들. 그들의 무시무시한 소리에 김우현은 더욱 발을 바삐 움직였다.


‘젠장!’


잡히면 죽는다. 그들의 손에 들린 쇠 파이프가 자신을 유린할 것이다. 그것은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서! 이 새끼야!!”


김우현은 좁은 골목을 이리저리 오가며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체대 준비라도 한 것인지, 대부업체 직원들은 끈질기게 그를 추격하고 또 추격했다.


‘젠장!’


각성 능력이 조금만 더 도움 되는 능력이었다면!


신체 강화 같은 각성 능력을 지녔다면 저들을 쉽게 격퇴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자신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수준.

그나마 가지고 있는 시점 회귀도 저들에게 쳐 맞는 것을 막아줄 순 없다.


‘칭호가 있긴 하지만···.’


데미지를 90% 경감 시켜주는 희대의 사기 칭호.


하지만 그 칭호는 그것 밖에 없는 김우현을 조금 더 튼튼한 샌드백으로 만들어 줄 뿐이었다.


“거기 안 서!”


“허억! 허억!”


저 새끼들은 지치지도 않나.


골목을 여기저기 옮겨 다녔음에도 그들을 떨쳐낼 수 없었던 김우현은 어느새 익숙한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저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는 기둥.

밤이라 그런지 더 밝아보이는 기둥.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 생각했던 그 기둥.


"빛의 기둥···!“


자신의 세이브 시점은 분명 어제 낮이었다. 다시 탑에 들어가 죽더라도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후우.’


자신에게 뿜어지는 강렬한 드래곤 브레스.

분명 겪고 싶지 않을 끔찍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저들에게 죽도록 쳐 맞고 빛의 길로 인도 당하느니, 여기서 깔끔하게 죽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마치 따끔한 주사 한대로 감기 몸살을 끝내는 것처럼.


“허억! 야 이 개새끼야!”


어느새 김우현의 지척에 이른 대부업체 직원들. 그들도 꽤나 지친 모양인지 숨을 헐떡였다.


“시바아알!”


김우현은 용기를 내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빛의 기둥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또 한번 기둥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


쿠오오오오.


다시 100층에 도달한 김우현.


꿀꺽.


빛의 길보단 이곳에서 죽는 게 낫겠다 싶어 들어왔지만, 막상 다시 오니 공포를 통제할 수 없었다.


[그대인가. 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물할 자.]


똑같은 레퍼토리. 똑같은 대사.


쿠우우웅!


거대한 드래곤이 김우현의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여신이 안배한 자인지··· 음?]


하던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드래곤.


‘음?’


분명 ‘시험토록 하겠다’라는 말을 한 후 브레스를 내뱉었는데,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본다.


‘뭐지?’


거대한 육신 덕에 그의 동공이 어디에 꽂혀 있는 건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선이 자신을 향해 꽂혀 있음을 김우현은 알 수 있었다.


‘뭐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거지?’


자신의 무언가가 드래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눈치가 빠른 김우현은 자신의 상황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낡고 헤진 운동화.

허름한 후드티.

너덜해진 츄리닝 바지까지.

그리고.


‘아! 이건가!?’


그의 손에 들려있는 하얀 봉투.


김우현은 봉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드래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드래곤님?”


다시 한번 통구이가 될까 두려웠다.


하지만 김우현은 이 것이 드래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라 확신했다.


“떡볶이 좋아하세요?”


김우현은 떡볶이 봉투를 드래곤에게 흔들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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