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부터 시작하는 각성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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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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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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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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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100층의 주인(2)

DUMMY

“···뭐라?”


“저를 제자로 좀 삼아주십시오!”


김우현은 본격적으로 드래곤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성실성 하나 만큼은 확실합니다! 알바 사장님도 저 열심히 한다고 보너스도 주셨고요! 이래 봬도 중학교 때 복싱 관장님도 선수 해보라고 권유까지 했었습니다! 알바도 4개 뛰고 있고요! 체력도 나쁘지 않습니다!”


두서 없이 자신을 어필하는 김우현. 하지만 지금 만큼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드래곤은 마법에 능통하다고 책에서 배웠습니다! 또한 드래곤의 지혜는 그 어떠한 다른 생물보다 고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좋으니 제발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


김우현의 어필에 드래곤은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흐음···."


자신에게 조건을 내거는 건방진 모습에 일격에 쳐 죽일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후 제자로 삼아 달라며 연신 굽신 거리는 이 인간이, 좀처럼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게 네 조건이냐.”


“네. 맞습니다.”


드래곤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는 김우현.


“이 곳의 구조를 알고 있다. 아래부터 시작하여 종국에는 용사들이 이 곳에 도달한다고 알고 있다. 맞는가?”


‘···알고 있었다고?’


김우현은 세가지 관점에서 놀랐다.


첫번째는 이 드래곤은 이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는 것.

두번째는 탑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구조라는 것.

세번째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 즉 최종보스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네, 맞습니다.”


“용사들은 각 층을 공략하며 그 곳을 지키는 수호자들을 죽인다고 알고 있다. 맞느냐.”


“그것 또한 맞습니다.”


“그럼 네놈이 뱉은 말이 모순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모순?


김우현은 드래곤이 뱉은 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드래곤은 김우현이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는 이 곳의 수호자다. 그리고 네 놈은 층의 수호자를 죽이러 온 용사고.”


“아.”


김우현은 드래곤의 속내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 속내를 드래곤이 뱉어냈다.


“나를 죽이러 온 용사를 나보고 키우라는 것이냐?”


자신을 죽일 용사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운다.


김우현의 제자 선언은 분명 위에 기술한 문장과 동일한 뜻이었다.


“말해보거라. 벌거벗은 용사여.”


드래곤은 더욱 거세게 순백의 업화를 피어올리며 김우현을 겁박했다. 어찌나 뜨거운지 입고 있던 옷들마저 타들어가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에 미간이 찌푸려진 김우현.

하지만 그의 입가만큼은 위로 올라가 있었다.


“드래곤께서도 원하시는 것 아닙니까?


“무엇을?”


“영원한 안식을요.”


김우현은 자리에 당당히 섰다.

매서운 열기와 거친 압력에 밀려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생각했다.


“당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영원한 안식을 선물할 자라고요.”


김우현은 기억했다.

드래곤에게 4번 정도 구워진 덕분에 자신의 뇌리에 박힌 드래곤의 대사.


[그대인가. 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물할 자.]


드래곤은 등장할 때마다 이 말을 내뱉었다.


물론 두 번째부터 벌거벗은 용사라는 말이 추가되긴 했지만, 드래곤은 계속해서 그 말을 내뱉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이 드래곤은 죽음을 원하고 있어.’


영원한 안식.

그것이 다른 식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면, 분명 죽음을 표현하는 뜻일 터.

즉, 이 드래곤은 용사에게 자신의 죽음을 기대하고 있단 것이 분명했다.


“드래곤께서도 죽음을 원하시는 것 아닙니까. 용사라는 자에게 말이지요.”


“······.”


눈을 얇게 뜨며 김우현을 바라보는 드래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마주하는 김우현.


그들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고.


“크흐··· 크하하하하!”


별안간 드래곤이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크, 크윽!’


하지만 김우현은 웃지 못했다.

드래곤에 뒤에서 넘실거리던 순백의 업화들이 격렬히 진동했기 때문이다.


‘노, 녹는다!’


이미 옷은 곳곳에 구멍이 난지 오래였다.

김우현의 몸에도 화상으로 인한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온 몸에 있는 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우현은 인내하며 인고하였다.


자신은 일반인과 다를바 없는 1레벨 각성자이다.

시점회귀라는 개사기 능력을 지녔지만 탑에 오르면 100층이다.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혼자 들어가 공략할 방법도 요원하다.

각성자 협회에 검증도 받았지만 실패했다.

죽고 다시 회귀하면 대부업체 직원들에게 쫒겨다녀야 한다.


이런 노답 상황에서 생각나는 타개책은 이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타개책을 실행하려면 드래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크흐흐··· 재밌군. 나에게 안식을 제공할 자를 내 손으로 직접 키운다라.”


별안간 웃음을 멈춘 드래곤이 김우현의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넘실거리던 업화들은 어느 샌가 사라져 있었다.


“여신이 안배한 녀석이 이 녀석일지도 모르겠어.”


저벅. 저벅.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던 드래곤.

이윽고 김우현의 지척에 이르렀다.


“내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나?”


“···네!”


드래곤의 표정을 보아하니 작전이 먹혀들어 간 것 같았다. 김우현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를 죽이려면 수억년, 아니 수십억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견뎌낼 수 있겠느냐.”


“수 십억년···.”


평범한 자신이 이 드래곤을 잡아내기까지 걸릴 시간. 하지만 김우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견뎌낼 수 있습니다.”


이미 자신의 상황은 지옥이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며.

어머니는 병으로 쓰러지셨다.

어머니의 병원비에 대출 독촉까지 받으며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그러느니 차라리 강해져 현실을 타파하리라.


“불구덩이에 들어가라면 들어가겠습니다. 가시밭길을 걸으라면 걷겠습니다. 제발 저를 키워 주십시오!”


“으음.”


드래곤은 턱을 매만졌다. 하지만 김우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 만큼은 분명 호의의 눈빛이었다.


“좋다. 허락하마.”


“감사합니다!”


김우현은 그제서야 무릎을 꿇고 드래곤에게 넙죽 엎드렸다. 사함을 표함과 동시에 앞으로 그녀를 스승으로서 대하겠다는 의지였다.


“근데 말이야.”


“음?”


드래곤의 사족에 고개를 든 김우현.


“내 수업은 선불이라서.”


“···그럼.”


“좋아. 이해했군.”


별안간 자신의 황금빛 영역을 해제하는 드래곤. 

그러더니 손에서 강렬한 불꽃을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다음엔 더 훌륭한 떡볶이로 나를 만족시켜라. 수업은 그때 하도록 하지.”


“아, 아니!”


“네 놈이 이 곳을 나가려면 죽어야 하니 친히 손 써주도록 하지.”


“부, 불 말고 다른 걸로!”


“수업은 하루 뒤다. 늦지 말도록.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듣도록 하지.”


“안돼애!!”


후화아아아악!


드래곤의 업화에 김우현의 모든 것이 산산히 녹아버렸다. 그가 있던 흔적까지도.


“후훗. 재밌겠어.”


드래곤은 흔적마저 사라진 그 곳을 보며 중얼거렸다.


“오필리아. 이런 식으로 언약을 이행하겠다 이거지?”


***


“커헉!”


또 다시 부활한 김우현.


아찔한 고통이 아직도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지만, 그는 급히 정신 차려야만 했다.


‘분명 시점 지정한 때는···.’


세이브 시점은 어제.

빛의 기둥을 만지기 직전.

그렇다는 말은 즉.


“꺄악!”

“변태다!”


‘튀어!’


벌거 벗겨진 몸으로 또 한번 여고생들의 눈에 발각된 김우현. 혼신의 힘을 다해 중요 부위를 가리며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저, 저!”

“뭐야 저 새끼는!”


대낮이었기에 김우현의 나신을 바라본 자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몇 번 경험한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이 적은 최적의 동선을 선택하며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하!”


또 다시 침대에 드러누운 김우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해냈어.’


이번에는 진짜 죽을 뻔했다.

드래곤이 수틀려서 자신을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의 드래곤의 호감을 이끌어냈고, 그녀의 제자가 되는데 성공했다.


“이제 강해질 수 있어!”


김우현은 뛸 듯이 기뻤다.

자신의 막막했던 상황이 해결됐다는 기쁨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스승이 드래곤이다. 

다른 것도 아닌 판타지 세계 최강의 생물, 드래곤.


“드래곤이 뭘 가르쳐주지?”


마법? 아니면 소환술? 아니면 정령술?


모든 것에 능통한 드래곤이기에 그녀에게 제대로 된 절기 하나만 전수받는다면 현실세계에서 한가닥하는 각성자로 이름을 날리리라.


띠링!


[읽지 않은 메세지가 있습니다. 읽으시겠습니까?]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안내 메세지.


“확인.”


김우현은 동의하며 시스템이 보낸 메세지를 확인했다.


[축하합니다! 반복된 고통을 경험하며 패시브를 습득하셨습니다!]


[패시브 : 업화 저항 LV.1]

- 업화 데미지의 5%를 저항합니다.

- 일반 화염의 경우, 데미지의 20%를 저항합니다.


“오!”


메세지를 확인한 김우현은 기뻤다.

업화저항이라니.


기존에 불꽃에 내성을 지니는 화염저항보다 상위 개념의 패시브인듯 했다. 업화는 아마도 그 드래곤이 쓰던 순백의 화염을 뜻할 터.


‘계속 드래곤의 불에 타죽는다면···.’


업화 저항의 스킬은 늘어날 것이고.

그럼 자신은 더욱 화염에 대한 내성이 올라갈 것이다.


‘차진우 그 새끼도 족칠 수 있어!’


자신에게 치욕적인 굴욕을 선사한 차진우.

그의 전매특허인 화염에 저항이 생긴다면.

그 자식의 능력은 자신에게 무용지물이 되리라.


‘그 새끼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마도 시점 지정을 한 다음날 각성자 협회에 갔으니, 차진우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새끼가 개새끼라는 것은 아니깐.’


언젠가 한번 흠씬 조져주리라.

김우현의 복수리스트에 첫 명부가 등재되었다.


김우현이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던 그 때.


뚜루루루.


김우현의 전화기에 울리는 한 통의 전화.


‘이 전화는···.’


모르는 번호지만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김우현은 전화를 받아 들었다.


“여보세···.”


“이제 전화를 받으시네요. 고객님?”


전과 똑같은 말을 내뱉는 남자.


“제 핸드폰 번호는 차단 하셨나 봐요? 이 시발놈아?”


바로 전에 받았었던 사채업자의 전화였다.


이전 대화에선 김우현은 그에게 굽신 거리기에 바빴다. 


“예. 차단 좀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김우현은 다르다.


“하도 전화하셔서요. 일하는데 방해되더라고요.”


“···뭐?”


당당히 밀고 나가는 김우현의 대답에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사채업자.


“갚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왜 이렇게 전화하고 지랄이세요.”


“뭐··· 뭐? 지, 지랄?”


김우현은 무서울게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드래곤과 대면하며 그녀의 앞에서도 당당히 할말을 했던 자신이다.

더구나 그녀의 제자가 되어 강해질 기회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은 무한 회귀자이다.

무한의 하루를 반복해낸다면.

언젠가 이 사채업차와 대부업체 직원들의 대가리에 빵꾸를 내버릴 수 있다.


“아,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이것도 이야기 합시다. 이미 빌린 원금은 갚았는데 남은 이자가 원금보다 많은게 말이 됩니까.”


“그건 복리의 마법···.”


“복리의 마법인지 록리의 마법인지 뭔지 난 모르겠고.”


김우현은 사채업자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여태까지 많이 보냈으니 그걸로 그냥 퉁치쇼.”


“······.”


수화기 너머의 침묵.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고객님.”


“왜요.”


“혹시 대가리에 드래곤 브레스라도 맞으셨어요?”


‘사실이다’라고 말하려던 김우현.

그것을 목에 삼키고 사채업자의 말을 기다렸다.


“안되겠네. 어머님 병실이라도 찾아가야···.”


“직접 받으러 와.”


어머니의 병실에 찾아갈까 싶어 김우현은 재빨리 사채업자의 말을 끊었다.


“우리 집 주소 알지? 내일 저녁 11시에 우리 집 앞에서 봐. 알바 10시에 끝나니깐.”


“······.”


“혼자서 돈 받으러 와. 아, X밥이라 혼자선 못 오시려나? 뭐 좋아. 니 똘마니들도 데리고 오던가.”


“이익···!”


수화기 너머에서 사채업자의 분노가 느껴진다.


하지만 김우현은 속이 후련하였다.

여태껏 굽신 거리기만 했던 자신이 이렇게 당당히 나댈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후우··· 고객님.”


분노를 수그러 트린 사채업자.


“내일 뵙도록 하죠. 고객님은 특.별.히. 빛의 길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특별은 시발. 원래도 할 거였으면서.”


“내일 저녁 11시. 그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뚝.


김우현은 끊긴 핸드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이제.’


화살은 던져졌다.


김우현.


그는 이제 무한의 하루를 보내며 기필코 강해져야만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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