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부터 시작하는 각성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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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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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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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444번의 죽음(1)

DUMMY

내가 그 당시 100층에서 보낸 시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지옥.


약 444여 일간. 아니, 아니지. 

죽은 횟수가 444번이었지.

어떤 회차에선 반나절, 어떤 회차에선 일 년이었으니.

내가 실질적으로 보낸 시간은 그의 몇십 배는 될 거다.


그런 무수한 시간 동안 같은 날을 반복하면서도 결코 같은 날을 반복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굴렀으며.

어느 날은 지져졌고.

어느 날은 담금질 당했으며.

어느 날은 복날에 개 쳐 맞듯 두들겨 맞았다.


그 지옥 같은 상황을 어떻게 버텼냐고?


“흐흐.”


아 미안.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와서.


각설하고, 여하튼 내가 그 좆 같은 상황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분노였다.


게이트에 참여할 때의 날 조롱하고 무시하던 한 무리의 파티들.

각성자 협회에서 차진우에게 당했던 능욕.

사채업자에게 쫓겨 다녀야만 했던 치욕까지.


그들에 대한 분노가 나를 움직이게 했고, 이들에게 언젠가 복수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날 웃음 짓게 했다. 왜냐하면 그들을 마음껏 두들겨 패는 상상만 해도 너무나 짜릿하고 흥분 됐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 대한 분노보다 더 큰 분노는 사실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난 무엇이 부족한가.

왜 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가.

왜 각성을 했음에도 좆 같은 상황을 왜 벗어날 수 없는가.


병신 같은 삶만 살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나를 더욱 담금질 했다.


나는 바뀌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바꾸고 싶었다.

무력한 인생을 나 자신의 손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죽을 듯이, 아니 진짜 죽으면서 노력했다.


그렇게 수 없이 죽어가며 단련하고 또 단련해갔다. 그리고 444번째 죽던 날 내가 계획했던 일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뭐? 계획했던 일?”


그거야 뻔하지 않아?

사채업자랑 다른 놈들에 대한 복수겠지.


“근데 왜 444번째냐고?”


아 그게···.

흐음···

뭐, 뭐였더라···?


전나게··· 죽여버리겠다? 뭐 그런 의미였었나?


***


“드디어.”


그 날이 왔다. 444회차.


김우현은 드래곤의 제자가 된 이후로 자신의 죽음을 세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죽은 횟수가 443회차였으니, 오늘 들어가 죽는다면 그 횟수가 자신이 목표한 444회차가 될 것이다.


김우현이 444회차에 복수하기로 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김우현의 생일은 4월 16일.

김우현의 아버지의 생일은 4월 18일.

김우현의 어머니의 생일은 4월 22일.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생일이 모두 4월이었다. 그 4월을 모두 붙여 444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이것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 그리고 병상에 계신 어머니를 위한 마음, 그리고 인생을 반드시 바꾸고 말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반영한 숫자였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


그렇기에 그는 긴 시간을 견뎌내며 반복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 썅년까지 4월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물론 집 나간 동생이 4월이었다고 해서 4,444회차 까지 진행하려 하진 않았을 테지만. 


여하튼 김우현은 그 긴 시간을 견뎌내며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회차인 444회차 죽음을 위해 빛의 기둥 앞에 섰다.


손에는 비닐 봉투 하나가 들려있는 채로.


슈웅.


이제는 익숙한 느낌. 빛의 기둥에 자연스레 진입한 김우현에게 또 다시 보이는 우주적 공간.


그 공간에서 한 존재가 걸어 나온다.


“오늘의 메뉴는?”


“돼지 국밥입니다.”


“오.”


김우현이 이리엘이라 부른 존재는 당연하게도 드래곤이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그들은 여러 대화를 나누었고, 이제는 제법 친밀한 사제지간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분위기는 형성되어 있었다.


“약과는?”


“아 맞다.”


“바로 죽여줄 테니 다시 사 오거라.”


물론 분위기는 다소 살벌했지만.


이리엘에게 다음 번엔 반드시 사오겠다 다짐한 김우현은 테이블 위에 음식을 올려 놓았다.


“빨리 하거라. 본신은 배가 고프니.”


‘그럼 지가 마법으로 할 것이지.’


“지금 뭐라 했지?”


“아뇨? 아무 말도 안했는 데요?”


궁시렁 거리면서도 김우현은 누구보다 신속하게 테이블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 드래곤은 이상하게 입맛이 특이했다.

뭔가 고급스러우면서도 서민적이랄까?


김우현은 약 50회 정도의 죽음 이후에야 이리엘의 입맛을 이렇게 정의 내릴 수 있었다.


한식 사랑.


이상하게도 그녀는 파스타나 스테이크 류의 양식은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도 본인이 살았던 곳에서 많이 먹어본 탓인 듯 했다. 

그것을 깨우친 이후로, 김우현은 떡볶이 뿐만 아니라 다른 한식도 사다 바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언제나 좋군, 이 꼬릿한 향기는. 마치 골드 드래곤의 꼬린 내 나는 브레스 같단 말이지.”


‘예예. 그러시겠죠.’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무사히 그녀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뛰고 오거라. 본신은 식사할 테니.”


드래곤이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크윽!”


순간 가해진 중력에 김우현이 비틀거린다.

마치 물에 적신 솜 뭉치를 등에 맨 당나귀처럼.


“오늘은 6배 니라. 시간 내에 도착하도록.”


“제엔자앙!”


김우현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뒤로 돌아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 지점은 이곳에서 10km 떨어진 깃발.

그 깃발을 찍고 5분 내로 돌아와야만 한다.


“으아아아!!!!”


전속력으로 달려야 겨우 도착할 만한 거리. 중력의 5배에 겨우 적응했나 싶었건 만, 이 도마뱀 신은 기어코 또 한번 중력을 가중 시키고 말았다.


어떻게 일반인 수준의 각성자에 불과했던 김우현이 이런 고된 훈련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김우현의 스탯을 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이름 : 김우현]

[직업 : 없음]

[레벨 : 1]

[힘 : 85]

[민첩 : 69]

[체력 : 105]

[마력 : 185]


1레벨임에도 불구하고 가공할만한 그의 스탯 수치. 약 135레벨 각성자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훈련으로 스탯을 올릴 수 있을진 몰랐어.’


이리엘에게 이리저리 굴러 다닐 때마다 스탯이 오르는 것을 확인한 김우현.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이 스탯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꽤 높이 올렸어.’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레벨업을 할 때마다 3정도의 스탯이 랜덤으로 상승한다. 그것을 김우현에게 적용하여 재환산한 경우, 스탯만 따졌을 때 약 135레벨 각성자 수준이란 결과가 도출 되었다.


‘레벨업을 못하니 이거라도 해야지.’


이것은 김우현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한 이것은 김우현에게 최고의 선택이기도 했다.


신체가 성장할 때마다 스탯을 올리기 위한 훈련치는 가중된다.

이를테면 체력 10수준의 각성자와 체력 100수준의 각성자가 스탯 1을 올리기 위한 훈련요구치가 다르다는 말이다.


‘덕분에 레벨을 초월하는 스탯을 얻을 수 있었어.’


김우현은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했다.

또한 죽음을 몇 백번이나 경험할 정도로 지옥의 훈련을 수행하였다.

그렇기에 이러한 결과를 움켜쥘 수 있었다.


‘이러다 늦겠어.’


[화룡신보(火龍神步)]


김우현이 스킬을 사용하자 패도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김우현의 몸도 폭발적으로 깃발을 향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뭔 드래곤이 무공부터 알려주고 있어.’


마법부터 가르쳐줄 줄 알았 건만, 놀랍게도 드래곤이 김우현에게 전수한 첫 번째 분야는 다름 아닌 무공이었다.


- 너에게 가장 먼저 알려줄 것은 화룡멸천무(火龍滅天武). 본신이 이세계에서 유희를 즐기던 당시 창안한 무공으로···.


4시간 동안 주구장창 설명한 이리엘의 말이었지만, 요약하자면 이계에 가서 무공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 덕분에 신이 될 단초를 얻을 수 있었지.


그리고 그 무공으로 신을 죽였다나 뭐라나.

그래서 이제 자신은 드래곤이 아니라 신이란다.


뭐 여하튼 화룡멸천무라는 거창한 이름의 무공을 김우현은 4성까지 익힐 수 있었다.


슈와아악!


김우현의 몸이 바람을 가르며 급속히 깃발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몸의 기운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샐러맨더. 도와줘.'


- 쉬익!


어느새 그의 옆에 나타난 불의 정령 샐러맨더가 김우현의 등에 붙어 기운을 쓰기 시작했다. 


따사로운 불의 기운.

그 기운이 김우현의 단전과 심장에 녹아든다.


'조금만 더 힘내줘. 오늘은 더 빨라야 돼.'


- 쉬! 쉬익!


샐러맨더가 기운을 불어넣자 김우현의 단전에도 따뜻한 화의 기운이 채워진다.


‘고마워.’


이 무공은 화룡의 기운이 녹아든 무공.

당연하게도 화의 기운이 운용에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김우현은 샐러맨더의 기운을 받아가며 화룡신보를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2분 만에 반환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신이 꼼수는 쓰지 말라고 했을텐데.]


갑작스런 목소리와 함께 소환 해제 된 샐러맨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더욱 가중되는 중력.


“으아악!”


약 10배의 중력이 김우현의 몸에 급격히 가해졌다.


“이런··· 시바···알!”


순대국(특)을 벌써 다 먹은 건가.

약과를 꼭 사왔어야 됐는데!


그녀의 식사 중에 최대한 모든 능력을 쥐어 짜 최대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김우현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약과를 사오지 않는 우를 범했기에 그녀의 감시가 조금 더 일찍 시작 되었다.


“으윽!”


김우현은 이빨을 앙 깨물며 한 걸음씩 전진했다.

하지만 이 속도라면 시간 내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마력까지 모두 쥐어 짜냈기에 화룡신보를 사용하는 것도 어렵다.


‘후읍.’


김우현은 호흡을 하며 자신의 내부에 있는 무언가를 이끌어냈다.


‘검댕아. 힘 좀 쓰자.’


김우현의 명치에 자리 잡은 검은 무언가.

그 무언가가 김우현이 요청하자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슈우오오.


김우현의 신체 내부에 검은 기운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고맙다!’


김우현은 다시 힘을 쓰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용하길 잘했어.’


20회정도 죽을 즈음, 김우현은 자신에 내부에 무언가를 발견해 내었다.


검고 음습한 무언가.


이것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

-???


시스템도 이 것에 대한 것은 알지 못하는지 물음표 만을 제공할 뿐이었다.


김우현은 처음에 이 것의 사용을 꺼려했었다.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에게 호의적임을 안 이후로, 이것을 사용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검댕이는 눈치 못 채서 다행이야.’


이상하게도 이리엘은 이 검댕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김우현도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호오. 10배인데도 제법이군.]


김우현이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이리엘이 다소 놀라운 듯 말했다.


“그럼 좀 빼주던지요오!”


김우현은 악에 바친 소리를 내지르며 빠르게 도착지로 내달렸다.

그리고 검은 무언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점점 쪼그라들었다.

‘젠장.’


남은 거리는 약 500m. 이제부터 김우현은 오롯이 정신력으로 그곳에 도착해야만 한다.


“후욱. 후욱.”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

김우현은 달리고 또 달렸다.


매일을 이렇게 반복했다. 

그리고 이것은 워밍업 훈련에 불과했다.


뇌를 빼고 달리는 김우현의 눈에 이리엘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입에 쫀드기가 물려있다.


“우움. 쉽초 남와숴.”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김우현. 그렇게 그는 오늘도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음. 제법이군. 10배는 좀 빡셀거라 생각했다만.”


땅에 쓰러진 김우현을 향해 다가오는 이리엘.

그녀는 말하면서도 쫀드기를 질겅질겅 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좋아. 회복 시켜주지.”


이리엘은 이렇게 훈련을 시간 내에 완수하면 김우현을 회복 시켜 주곤 했다. 김우현의 고통을 덜어줌과 동시에 빠르게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기 위함이었다.


“이리엘님.”


하지만 김우현은 숨을 헐떡거리며 그것을 제지했다.


“뭐냐.”


“오늘은 회복 말고 다른 부탁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


쫀드기를 또 하나 꺼내 물며 질겅 씹는 이리엘. 그녀의 눈이 다소 가늘어졌다.


“오늘은 좀 빨리 끝내 주십시오.”


“뭐?”


“제가 좀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은 사랑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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