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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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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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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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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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DUMMY

“한데, 어떻게 찾아가실 생각입니까?”

“응? 당연이 걸뱅이들한테 물어서 가야지.”


거지들의 왕이면 당연히 거지들이 알고 있지 않겠는가.

손오공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무려 구파일방의 일좌가 아닙니까?”

“구파일방? 그건 또 뭐냐?”


손오공은 고개를 기울였다.

1호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해도 그렇게 무시하면 곤란해.”


너희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손오공이다.

그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니 딱딱하게 굳는 그.


“시정하겠습니다.”


곧바로 군기가 든 군인처럼 몸을 숙이는 1호를 보며 손오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됐어. 그런데 너희, 이름이 뭐냐? 계속해서 번호로 부를 수도 없잖냐.”


그의 말에 1호는 묘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본적으로 하오문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버렸던 그들이기에 그렇다.


···애초에 떳떳한 이들이 아니었기에 하오문에 들어간 것도 있었고.


“이름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뭐? 허. 덩치는?”

“이 녀석도 비슷할 겁니다.”


손오공은 그들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름을 버린다고?

이름이란 부모가 정해주는 것 아닌가.


자신의 이름인 손오공조차 수보리 조사가 처음 지어준 이름을 사용했다.

그 이름을 부처와 척질 때조차 간직했다.


그런데 이름을 버려?


“···개명이라도 한 거냐?”

“아닙니다. 지은 죄가 너무 커 부모님께 부끄러워 버렸습니다.”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그건.”


1호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애초에 지어낸 이야기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이름을 버린 이유가 부모 탓이라?

그냥 신분을 버려서라도 살기 위해 그런 것이다.


물론 그들이 죄를 저지른 것은 맞았지만.


“···됐다. 너희 원래 성 씨나 말해봐. 대충 지어주마.”

“제 성 씨는 강. 이 녀석은 왕입니다.”

“그럼 왕후연, 강휘로 하자. 불만은 없겠지?”


1호. 이제는 강휘가 된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갑자기 개명 당한 사실을 14호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일 뿐이었다.


“그래서 강휘야. 개방주 녀석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장 간단한 건 그만한 명성을 갖추는 겁니다만.”

“귀찮아.”


한 조직의 수장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명성을 쌓으라고?

그게 악명이라면 금방 쌓을 자신이 있는 손오공이다. 하지만 단순한 명성은 쉽지 않았다.


명성이라는 건 절대 쉽게 쌓이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쌓이고 소문이 쌓여야 쌓이는 게 명성이다.


그런데 그만한 명성이 필요하다라?


“···끄응. 난 이런 머리 쓰는 일은 잘 못하는데.”


배우는 것이라면 문제없다. 애초에 도술도 배운 손오공 아닌가.


하지만 계책이라면 말이 다르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던 손오공에게 계책이란 거리가 먼 무언가에 가까웠다.


애초에 삼장과 여행을 할 당시에도 계책은 사오정의 역할이 아니었던가.


“끄응··· 뭐요? 무슨 얘기 중이요?”

“깼군.”


강휘가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설명을 해줘야 하는지 물어보는 시선.


“잠시 혼자 생각할 테니 설명하고 있어라.”

“옙.”


손오공은 그대로 벌러덩 누웠다.

가만히 생각하다 보니 고민이 많아졌다.


어째서 자신이 갇혀야 했는가.

삼장은 죽었을 테니 환생했을 텐데, 지금 몇 살일지.

자신의 지인들이 얼마나 살아있을지···


“그, 손오공 님.”

“제천대성.”

“예? 아, 제천대성 님! 강휘한테 듣다 보니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우.”

“뭐가?”


손오공은 자신의 상념을 깨트린 왕후연을 바라보았다.

잠시 움찔거린 그는 이내 자신이 꿀릴 게 없다 판단한 건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결국 개방주를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오. 그러면 간단하지. 그냥 어떤 소문이 되었건 퍼트리면 그만이란 말이외다.”

“소문?”

“그렇수. 어떤 소문이든 상관없소. 미담이고 믿기 힘든 허무맹랑한 말일수록 더 효과가 좋지.”


손오공이 말도 않고 계속 들어주고 있기 때문일까.

자신감을 얻은 왕후연이 자신의 계획을 계속해서 떠들었다.


“그래서?”

“예, 예?”

“실현시킬 수는 있냐? 실현시킬 수만 있다면 바로 실행하고.”

“실현시킬 수 있수다!”


왕후연은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소리치듯이 대답했다.

그에 손오공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오 시끄러.”

“미, 미안하우.”

“뭐해? 가서 뭐든 해봐.”


왕후연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에 반해 강휘는 손오공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었다.


“왜?”

“···제천대성께선 뭘 하실 건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나? 일단 밥부터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엄청난 공복이 손오공의 위장을 강타했다.

아마 수백 년간 돌에 갇혀있던 탓이리라.


“하여튼 밥 먹고 올 테니까 뭐든 하고 있어라.”

“예. 다녀오십시오.”


강휘는 손오공이 사라질 때까지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드는 의문.


“···저 양반. 돈 없지 않았나?”


그 생각이 머리에 스치니 강휘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제천대성 님! 같이 갑시다!”


당황할 시간도 없었다.

대체 무슨 보법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있었으니.


“대체 얼마나 배가 고프셨던 거야···!”


강휘는 빠르게 은형술로 몸을 숨기며 손오공을 찾아 나섰다.



***



‘이 사람은 대체···’


낭인, 이연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손오공을 보았다.


금색 눈과 금색 머리칼.

누가 본다면 저도 모르게 황족을 생각할 법한 외모.


하지만 먼발치에서 황족을 보았던 그녀다.

무언가 황족이라 생각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다.


‘대체 누구지?’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한 이연은 손오공을 불렀다.


“선생은 누구신데 내 앞에서 이리 서 있으시오?”

“아, 혹시 고기 좀 나눠줄 수 있겠나? 내가 돈을 안 가져와서 말이지.”


곧바로 이연의 표정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여깄수.”

“이야. 착한 인간이군. 고맙다.”


···설마 거지는 아니겠지.

이연은 한숨을 내쉬며 짐승처럼 고기를 뜯는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름이 어떻게 되오? 머리색을 보아하니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 같은데.”

“음? 이 몸 말이냐?”


손오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말해도 되나 싶어서.


생각해 보면 왕후연과 강휘는 그가 봉인된 장소가 어딘지 아는 것처럼 찾아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감추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뭐,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오.”


그렇게 말하는 이연의 모습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마치 범죄자를 대하는 태도.


“겁먹긴.”


아무래도 자신이 살던 시기와 크게 변한 건 없는 모양이다.

그 사실에 손오공은 웃음을 터트렸다.


“진천. 진천이라고 불러라.”

“성이 진 씨요?”

“그래. 문제라도 있나?”

“아니. 없지.”


없어서 문제였다.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느껴지는 게 없으니.


“그래도 고맙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어.”

“···그렇소?”

“보답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이거 받아라.”


손오공은 옷을 찢어 글자를 새겼다.

순식간에 조잡해 보이는 부적이 완성되었다.


“뭐, 뭐··· 무당 사람이었소?!”

“무당?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무당은 또 어디란 말인가.

걸뱅이들처럼 인간들이 무리를 이룬 곳인가?


잠시 고개를 기울인 손오공은 그에게 부적을 건넸다.


“호신부다. 적어도 일류 수준의 공격은 열 번 정도 막아줄 거야.”

“···이렇게 귀한 걸 내가 받아도 되는지.”

“됐다 됐어. 애초에 조잡한 호신부잖아. 밥값으로 쳐.”


그 말에 이연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이 진천이라는 이는 사회에 나온 적이 드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애초에 호신부는 중산층부터 살 수 있는 물건 아니던가.

한낱 일류 낭인인 그가 사기엔 무리였다.


“이 은혜. 나중에 꼭 갚겠소.”

“됐다. 나중에도 밥이나 한 끼 사줘.”


손오공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저 멀리서 강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여. 왜 이리 급해 보이냐?”

“···한참 찾았잖습니까!”


곧바로 손오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소리를 질러?”

“···죄송합니다.”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허리를 숙이는 강휘.

그 모습을 보며 손오공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어디서 거둬준 은혜도 모르고 덤비는가.


손오공 안에서 그의 입지는 확고했다.

정확히 안 좋은 쪽으로.


“그래서?”

“···아니. 나가실 때 돈을 가져가지도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 말이지. 누가 줬다.”


강휘는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되었나 고심했다.


“···정말입니까?”


정말 이 남자한테 밥을 사줬다고?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휘는 찌푸려지는 손오공의 얼굴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어떻게 저런 성격을 지닌 이에게 음식을 사준단 말인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그렇다고 손오공의 앞에서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직 죽을 생각은 없었으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찾아왔어?”

“본래는 돈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만···”


이미 배를 든든히 채운 것 같은 모습에 강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럼 줘.”

“···예?”


강휘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이미 밥도 먹었으니 필요 없지 않은가.


애초에 생불인 그에게 왜 돈이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그가 생각했던 생불과는 다른 걸까.


“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예, 예?”


그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걸까.

고개를 든 강휘의 시야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손오공이 있었다.


“부처는 사람 아니냐?”

“예?”

“부처는 사람 아니냐고. 하다못해 요물도 피조물이야. 뭘 먹어야 한다는 소리지.”


손오공은 손가락을 까닥였다.


“하여튼 인간들은 생각이 단순해. 신선도 술을 먹고 밥을 먹는 데 돈이 왜 필요 없어?”

“필요합니까?”

“그럼 술하고 음식은 어떻게 사는데?”


마치 천하의 무지렁이를 보는 듯한 시선에 강휘는 저도 모르게 분노가 차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누군데?


“저는 신선들은 직접 담근 술과 음식만 먹는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아 그거. 다 형상소조(形象塑造)지. 내 스승도 잘만 돈을 썼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사실상 등잔 밑이 어두운 셈이지. 하여튼 인간들은 밝은 면만 보려고 한다니까.”


···그 정도란 말인가?

강휘의 표정이 매우 묘해졌다.


“···응?”


그 순간, 손오공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딜 보시는 겁니까?”

“으음. 무언가 오고 있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손오공의 표정은 매우 떨떠름해 보였다.

설마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동시에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는 듯한 표정.


“대체 뭐가 오고 있다는··· 미친.”


그리고 손오공의 시선을 따라 안력을 높인 강휘 또한 새파랗게 질려 욕설을 내뱉었다.


“흐, 헤헤! 이쪽입니다요!”

“야 덩치. 거짓말이면 알지?”

“에이. 제가 거짓말을 할 리가 있습니까?!”


그들의 시선에 잡힌 건 다름 아닌 왕후연과 한 거지였다.


“저 녀석이 개방주냐? 다른 녀석보단 내재한 힘이 많은데.”


···그리고 그 거지의 허리춤에 달린 끈.

그것의 매듭은 총 여덟.


“···개방주의 후계입니다.”


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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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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