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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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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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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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과 함께

DUMMY

본격적으로 소림으로 향하기 전.

오천명은 손오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유심히 보는 거야?”

“분명 삼장 스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셨지요.”


점점 오천명의 표정이 가늘어졌다.

손오공의 이곳저곳을 훑는 것은 멈추지 않은 채였다.


“···그게 왜?”

“보아하니 구전되어 내려오는 서유기와 달리 삼장 스님은 여인이신 것 같던데, 맞습니까?”

“맞긴 하다 만.”


손오공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왜 이러나 싶었기에 그렇다.


하지만 오천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손오공이 삼장에게 마음을 품지 않은 건 아니다.

여인인 삼장이 그런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럼 쌍방이라는 건데.’


다시 한번 손오공의 모습을 살폈다.


“흐아아···”

“야.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참지 못한 손오공이 보란 듯이 기세를 끌어올릴 때가 되어서야 오천명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은 채였다.


이번만큼은 이 왈패 같은 신선을 교육할 수 있겠다고 여기며.


“대협. 인간이 이성을 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첫인상 아니냐? 아니, 이건 요괴도 마찬가지인데.”


손오공은 고개를 기울였다.

왜 이 걸뱅이가 자신만만하게 행동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왜인지 모를 압박을 느낀 탓이다.


“아이고 대협!”

“어우씨. 얻다 대고 큰 소리야.”


둔탁한 소리가 오천명의 머리를 강타했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걸 아시는 분이 그 몰골로 삼장 스님을 만나러 가십니까!”

“···허. 바다에 던져도 입만은 뜰 놈이야.”


손오공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의 입을 막지 못했다.

그 또한 걸리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뭘 그래서입니까? 그 사자 갈기처럼 늘어뜨린 머리나 정리하시죠.”

“뭐?”

“어차피 요괴시라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같은 개념은 없으시지 않습니까?”

“···”


손오공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돌에서 태어나 돌 원숭이라 불리던 그다.


당연히 부모 개념은 없었다.

하지만 그걸 인간에게 듣는 건 기묘한 기분이었으니.


“···거기서 삐끗하면 알지?”


괜히 짐승 소리를 섞어 추궁할 뿐이었다.

물론, 자신감이 붙은 오천명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깔끔하게 쳐냅시다.”

“뭐를? 네 목을?”

“당연히 그 사자 갈기 같은 머리카락이죠. 제 목을 왜 자릅니까?”


그 말에 손오공은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쯧. 이건 말 안 하려 했는데.”

“뭡니까?”

“삼장이 자르는 거 싫어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투는 오천명이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조용히 눈을 끔벅거리던 그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 가볍게 상투를 틀죠. 머리 형태는 유지하면서 깔끔하게 하는 법을 제가 압니다.”

“···고맙긴 한데 말이지.”

“왜 그러십니까?”


손오공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내 인간관계에 그리 관심이 많은 거냐?”


오천명은 목젖까지 올라온 말을 가까스로 삼켰다.

그걸 말이라고 묻는 걸까?


‘잘 되면 나한테도 좋은 거잖아.’


무려 손오공과 연줄이 생기는 거다.

솔직히 지금 좋은 관계라고 여기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가.


아무리 좋게 여겨도 계약 관계. 그것도 데면데면하게 끝날 관계였다.

심지어 그는 일행으로 인정받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좋은 인상이라도 남기는 게 최선일 터.


“결국 삼장 스님은 인간 아닙니까. 부처님의 불경까지 얻으신 분이 왜 환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으시겠죠.”

“그래서?”

“뭐, 좋은 인상을 남기게 도와드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손오공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 사라졌다.

결국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이르렀기에 그렇다.


약간의 거짓말이 있긴 했으나,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았으니.


“그래서? 상투를 트는 것 말고는 뭐가 있는데?”


오천명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걸로 그들의 감정에 진전이 있으면 손오공의 마음엔 개방이 주기적으로 떠오르리라.


그는 곧바로 손오공에게 지식을 전파했다.

사실상 외모를 돋구는 것들이었기에 손오공의 표정은 점점 묘하게 바뀌었다.

오천명의 외형을 살피는 것도 함께였다.


‘이 자식. 거지 주제에 묘하게 깔끔하다 했더니.’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으십니까?”

“아니. 알려준 정보는 고맙다.”


생각해 보니 삼장도 고행을 하는 중에도 묘하게 피부는 좋았다.


‘···아니지. 저팔계, 그 녀석도 때깔은 좋았단 말이야.’


손오공의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무렵, 오천명은 손오공에게 병을 하나 건넸다.


“이건?”

“피부 미백 효과가 있는 금창약입니다. 다칠 때 바르셔도 좋지만, 외모를 관리하실 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오호라.”

“이 금 패와 함께 개방 지부를 방문하시면 언제든 무료로 받아 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손오공의 입매가 뒤틀렸다.

지금까지의 정보가 이것 하나만을 위해서였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연줄을 만드려 한 건가.’


오천명이 상납한 금창약을 살핀 손오공은 씨익 웃었다.


“딱 한 번이다.”

“예?”

“무슨 일이든 딱 한 번. 너희 개방이 위험에 처하면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손오공은 별것 없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은원 중시.

언젠가 오천명이 파악한 대로 그는 은혜를 받았으면 갚아야 한다는 주의였으니.


“그래서? 이번에도 가는 데 비슷하려나?”

“예. 나흘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하자. 강휘!”


손오공의 외침에 강휘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의 밑에는 종이가 널려 있었다.


“기로 부적을 쓰는 건 잘 되고 있냐?”

“···좀 어렵긴 합니다만.”


손오공은 종이를 보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진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군.’


손오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가면 정말 화과산에 도착할 즈음엔 삼장의 보조는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이 자식, 진짜 신선 되는 거 아니야?’


그는 어이없단 눈빛으로 강휘를 바라보았다.

그가 도술을 익히는데 얼마나 고통을 받았던가.


하지만 손오공의 기운을 나눠 받은 탓일까.

강휘는 무의식적으로 기운에 도력을 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빨리 출발하자고.”


좋은 게 좋은 거다.

손오공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빨리 삼장을 만나고 싶었던 탓이다.


“···쯧.”


그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째서 배신당했던 손오공에게 불경을 준다 약속했는지.


손오공이 이곳에서 온전히 믿는 이들이 있다면 고행을 같이한 이들이었다.


본래라면 헛소리라면서 무시했겠으나, 삼장의 말이었다.


‘심지어 형님도 알고 있었지.’


보아하니 무당이 생겨날 때부터 봉인되어 있었을 우마왕이다.

그런데도 알고 있었다는 건 삼장이 그에게 말했단 소리다.


“모르겠군. 모르겠어. 인생이 영 쉽지가 않아.”


급작스러운 손오공의 한탄에 일행은 고개를 기울였으나,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손오공의 감정이 하남으로 돌아갈수록 널뛴다는 걸 알아차린 탓이다.


거지. 그리고 하오문에게 버려진 자물쇠 따개.

사실상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 이들이다. 침묵이 금이라는 사실을 옛날 옛적에 습득했다.


그렇기에 소림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했다.

가끔 침묵을 참지 못한 왕후연이 입을 열었으나,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그렇게 다시 나흘이 흘렀을 때, 손오공 일행은 숭산 앞에 서 있었다.


“어째, 바로 소림으로 가보시겠습니까?”

“···아니.”


눈치를 보며 물었던 오천명은 손오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헛것을 보고 있는 사람처럼 어딘가를 빤히 응시했다.


그러더니 이젠 아예 눈까지 감는 것 아닌가.


“···대협?”

“쉿.”


강휘는 빠르게 오천명의 입을 막았다.

오천명은 고개를 기울였으나, 강휘는 미간을 좁히며 손오공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강휘야.”

“예. 저도 느껴집니다.”


손오공과 같은 기운을 가지게 된 강휘다.


그렇기 때문일까.

강휘는 지금 요상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순수하다.

만약 손오공에게 도술을 배우고 있는 게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다.


동시에 소림에 어울리는 기운이다.

짙은 법력이 깃들어 있다는 소리다. 그것이 이 숭산을 메우고 있는 수준.


“···익숙하네.”


손오공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과거의 인연에게 보이는 미소였으나, 어리석은 자신에게 한탄하는 웃음이기도 했다.


“익숙해. 진짜로 환생을 한 거야.”


손오공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가식적인 감정이 아닌 진실로 떠는 듯한 목소리였다.


“뭐하시우.”


손오공은 왕후연을 바라보았다.

그답지 않은 진중한 표정으로 손오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나지 않을 생각이우?”

“···흐. 그래. 아니지.”


수백 년의 과거가 그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의 인생.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존재가 이렇게 존재감을 뽐내고 있지 않은가!


“강휘만 따라와라. 나머진 이곳에 남고.”

“예!”

“강휘야. 가는 동안 네 보법을 시험하겠다. 따라오지 못하면 매를 들 생각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손오공이 힘겹게 발걸음을 떼었다.


일 보.

그가 미후왕으로서 가졌던 심상이 하늘을 농락했다.


이 보.

그가 수보리조사에게 배운 묘리가 천하를 굽어보았다.


삼 보.

그가 제천대성으로서 움직인 행동이 땅을 헤집었다.


···그리하여 사 보.

모든 것이 그녀의 앞에 섰다.


미후왕이. 손오공이. 제천대성이. 하다못해 필마온까지.

그 모든 것을 다 합쳐서 손행자가.


“허억! 허어억···!”


처음으로 들인 제자와 함께 과거의 인연 앞에 섰다.


“···오랜만이네요. 손행자.”


과거와 달리 긴 머리를 가진 삼장.

그럼에도 외모는 수백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그녀.

동시에 과거의 승복을 입고 있는 그녀.


그런 그녀가 손행자에게 미소 지었다.


“오, 랜만이야. 울보.”

“언제 적 호칭을 꺼내는 건가요?”

“···그러게.”


어색한 미소였다.

항상 호쾌한 미소를 짓던 그와는 달랐다.


옆에 있던 강휘는 그 사실에 경악했으나, 침묵을 지켰다.


“아직도 제 법력을 기억하고 계셨군요?”

“네 기운을 잊기는 힘들지. 그리고 예전에도 말했을 텐데. 나 기억력 좋아.”


손행자는 삼장을 바라보았다.

삼장은 손행자를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시선이 맞은 순간, 먼저 고개를 돌린 건 손행자였다.


“어때요? 이상한가요?”

“···승려 같지는 않네.”


본래도 고운 말을 잘 못하던 그다.

그런 그에게 칭찬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렇죠. 하지만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뒤늦게 기억을 떠올렸다.


손행자로서 삼장과 함께할 때.

흘려가듯이 했던 말.


[넌 외모가 아쉽단 말이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언젠가 네가 머리를 기른 걸 보고 싶네.]


···승려한테 머리를 길러달라 하다니.

그에겐 조금 부끄러운 과거였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귀를 붉혔다.


“그, 뭐냐. 확실히 기른 게 낫네!”

“하여튼. 좋게 말할 줄 모르네요.”


삼장은 작게 웃었다.

손오공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린 탓이다.


“손행자도 아직 기억하고 계셨네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가만히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다녀왔다.”

“어서 오세요.”


그들의 얼굴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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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삼장과 함께 24.09.14 22 1 12쪽
12 삼장과 함께 24.09.13 21 2 12쪽
11 삼장과 함께 24.09.12 33 1 12쪽
» 삼장과 함께 24.09.11 37 2 12쪽
9 무당에 들르다 24.09.10 33 3 12쪽
8 무당에 들르다 24.09.09 35 2 13쪽
7 무당에 들르다 24.09.08 36 3 12쪽
6 하남에 들르다 24.09.07 45 2 12쪽
5 하남에 들르다 24.09.06 50 3 11쪽
4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5 62 3 12쪽
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2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02 6 12쪽
1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4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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