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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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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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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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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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당에 들르다

DUMMY

“여의 말입니까?”


유청운의 눈이 오천명에게로 향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


그 시선을 받은 오천명은 한숨을 내쉬더니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밝혀도 되겠습니까?”

“음. 필요하다면 밝혀.”

“크흠! 이분이 손오공이시다.”


유청운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숫제 미친놈을 보는 시선이었다.


“···무량수불. 정말 여의를 되찾으러 오신 분이 맞습니까?”

“그럼 누가 감히 내 여의를 탐낼까?”


손오공은 턱을 까닥였다.


“그러는 너는 누구인데 이렇게 내 앞에서 당당한 걸까?”

“실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천대성은 너무 고귀하신 분이라 오히려 못 알아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손오공의 눈썹이 꿈틀댔다.

저게 비유로 그를 무시하는 것임을 눈치챘기에.


“오천명의 말대로구나.”

“컥?!”


갑자기 유청운이 하늘로 올라갔다.

무언가에 멱살이 잡힌 채였다.


“오만한 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행동해야 한다. 그걸 너희가 모르는 건 아닐 텐데··· 애새끼 교육을 못 하나 보군?”


손오공은 조금 전에 봐둔 초절정 무인을 노려보았다.

무인은 경악을 가까스로 숨긴 채로 손오공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잡듯이 허공을 틀어쥔 손오공의 손.

그것이 허공섭물이 아닌 도술로 벌인 일임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저런 도술은 무림에 없다는 것 또한.


“···진정 제천대성이 맞으시군요.”

“내가 직접 교육할까? 아니면 네가 나중에 직접 할래?”

“무량수불. 모든 게 저의 잘못입니다. 사제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으니 어찌 사제의 잘못이겠습니까? 벌하신다면 저를 벌하는 게 옳은 줄 압니다.”


곧바로 무릎을 낮춰 예를 표하는 모습에 손오공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심지어 알아서 그를 제천대성이라 칭하고 있지 않은가.


“좋아. 네 이름은 뭐지?”

“현우진, 별호는 현천검이라 합니다.”

“그렇군. 내가 정말 손오공인지 알고 싶다고 했지?”


손오공은 만들었던 출입패를 던졌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에 찬 모습으로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때. 좀 신기하려나?”

“반갑습니다.”


그곳에는 유청운이 있었다.


“아니, 어떻게?”


오천명의 눈동자가 허공에 매달린 유청운과 또 다른 유청운을 바라보았다.


“누구인지 모르겠지?”

“물론 성격으로는 알아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손오공이 유청운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한다면 아예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현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저 도술의 매개체는 무엇입니까?”

“내 머리카락이다.”


그것만으로 이해한 현우진은 포권을 쥐었다.


“죄송합니다. 빠르게 장교진인께 알려 여의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안내인으로 유청운을 붙여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녀석에게 말하면 될 겁니다.”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현우진은 데려왔던 이들을 데리고 다시 산을 올라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유청운을 허공에서 내려놨다.


“커헉! 크흑···”


거친 기침을 내뱉으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유청운.


그 모습을 보며 손오공은 씨익 웃었다.

저렇게 사라졌어도 몇 명은 아직도 남아있다는 걸 알아서 그렇다.


‘아무래도 완전 믿는 건 아닌 모양이지.’


개방주가 서신을 보냈을 터.

그렇다면 개방주가 당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손오공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보다 이들이 뭘 봉인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 제천대성 님. 그쪽으로 가시면···”

“뭐?”


유청운의 말에 도력이 깃든 손오공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것만으로 유청운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그래야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인 손오공은 곧바로 봉인의 정중앙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형님. 이거 이대로 가도 되는 거 맞소?”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신경 써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어.”


강휘는 퉁명스레 대답했으나, 그의 속도 타들어 가는 건 매한가지였다.


무려 무당이 숨기고 있는 걸 찾아 나서는 일이다.

대체 뭘 숨겼는지도 의문이었으나, 신선 수준의 봉인이다.


그런데 그게 궁금해서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이게 안전한 게 맞을지 확신할 수 있는 이는 무인 중에는 없었다.


“오. 이곳인가.”


손오공 일행이 3각 정도 걸었을 때, 그들은 봉인식의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어. 아무것도 모르고 왔으면 도착하지도 못했겠네요.”


오천명의 말에 강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결계가 봉인진 이라는 걸 알고 나니 어느 정도 보이는 그였다.

그럼에도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었다.


재능을 더불어 자연환경에서 인위적으로 자랐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어야 했다.


사실상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는 게 맞았다.


“그런데 진천 나으리는 찾지 않았수?”

“그게 우리와 다른 점이겠지.”


강휘는 변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살아온 세월부터 한참이나 차이 나지 않던가.


하지만 신기한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곳을 찾은 건지 그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기에 더더욱.


“허어··· 왜인지 익숙한 기운이다 싶더라니.”


그리고 중심부에 다다랐을 때, 손오공은 봉인된 존재를 볼 수 있었다.


구릿빛 피부를 지녔으며 완벽하지 못한 의태 탓에 소의 뿔이 보이는 건장한 청년.


수백 년 전, 그의 친우이자 오랜 동료.


“우마왕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우마왕이었다.


“예? 저 사람이 우마왕이라고요?”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조차도 지금 상황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우마왕이 그를 만나고 나선 쉬이 사람을 해치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근데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이곳의 인간들이 입힌 상처는 아니었다.

그들이 그럴 힘이 없다는 것 정도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애초에 꽤나 약해진 그에게도 그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한숨이 나올 수준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다쳤다는 건···’


그리고 이 상태를 봉의 묘리로 보존했다는 건.

오히려 우마왕을 지키려고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봉인을 해주 해야겠어.”

“예? 그래도 됩니까?”

“안 될 건 뭐야? 내가 이 녀석하고 호형호제하는 사이인데.”

“나중에는 우마왕이 제천대성 님을 공격했다 들었습니다만.”


그 말에 손오공의 손이 잠깐 굳었다.


“···부정할 순 없네.”


그렇다고 해서 손오공은 우마왕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과거의 인연 아니던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원은 얼마 남아있을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마왕은 봉인되었다 해도 그가 가장 아끼던 이 중 한 명 아니던가.


마지막에는 틀어졌다 해도 그렇다.

그가 부처에게서 도망칠 때, 그를 보고도 모른 척해주었던 의형제였다.


“형님. 오랜만에 해후를 나누겠어. 그렇지?”


손오공은 묻고 싶었다.

어째서 대역 죄인 칭호를 받았던 그였는데 살려 보냈던 건지.


본래도 손오공의 전성기와 대적할 수 있던 우마왕이었다.

진정 그가 밉다면 곧바로 그를 부처에게 바치면 그만이었는데.


“···유청운이라고 했나?”

“예!”


약간 잠긴 듯한 손오공의 목소리에 긴장한 유청운이 빠릿빠릿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술은 어느 정도 다룰 줄 알겠지?”

“예. 혹여 제가 도와드릴 게 있습니까?”

“괴황지. 그것 좀 나눠줘라.”


그 말에 유청운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괴황지는 분명 부적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종이다.

그런데 그게 왜 지금 필요한 걸까?


“없어?”

“아, 아닙니다. 바로 드리겠습니다.”


유청운의 머릿속에선 질문이 계속해서 솟아났으나, 손오공은 그걸 해결할 틈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받아 든 괴황지에 글자를 새겨 봉인진에 붙이기 시작한 것.


“진천 나리가 이렇게까지 준비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만큼 뛰어난 술법입니까?”

“···뛰어난 술법이라. 그건 아니지.”

“예? 그러면 어째서 이렇게나···”


강휘는 부적을 자세히 살피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건 봉인을 풀기 위한 부적이 아니다.


“회복의 부적···”


회복. 증폭. 거기에 하늘의 기를 끌어오는 술법까지.


감히 말하건대, 인간 수준에선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고위 부적이었다.


“이걸 알아봐?”


손오공의 눈에 흥미가 서렸다.

우마왕 때문인지 약간 잠긴 목소리였으나, 손오공이 강휘를 부르기에는 충분했다.


“이리로 와.”

“예?”

“내가 하는 걸 도와라. 난 형님을 온전한 상태로 깨우고 싶으니까.”

“···하지만 저는 아는 게 없습니다만.”


그 말에 손오공이 고개를 저었다.


“아까 그걸 알아보지 않았냐. 그 정도만 되면 내가 알려줄 수 있어.”

“정말입니까?!”


강휘는 놀라 외쳤으나, 손오공은 그런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강휘에게 괴황지를 나눠주었다.


“회(回), 신(身), 토(土), 금(金). 이 활자들을 잘 조합해 봐. 성공하면 다음을 알려주지. 뭘 하나 알려주자면··· 하나의 그림처럼 완성하면 된다.”


본래 그가 쓰던 부적은 아니다.

그도 삼장이 쓰던 부적을 그대로 읊을 뿐이다.


“완성했습니다!”

“···어디 봐봐.”


그럼에도 강휘는 그의 지도를 잘 따라왔다.

사실상 키워드만 알려줬음에도 그렇다.


분명 배우지 않은 부적일 것이 분명한데도 강휘는 빠르게 습득해 낸 거다.


“너,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강휘의 표정도 꽤 좋았다.

설마 그가 선계의 부적을 익힐 기회가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기에 그렇다.


“성심성의를 다해 돕겠습니다!”

“···흐. 그래. 받아 적어라 뭘 사용해야 할지 알려줄 테니.”


손오공은 부적 몇 가지의 핵심을 알려주었다.

강휘는 그때마다 알아서 부적을 제작했다.


어찌나 그런 쪽의 재능이 뛰어난 건지 단 두 번밖에 헤매지 않았을 정도.


“···후. 끝났군.”

“허어억! 흐어억!”


손오공의 이마에는 작은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손오공이 그 정도인데 강휘는 어느 정도일까.

간단했다. 온몸에 혈관이 올라와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 있었다.


기를 너무 쓴 나머지 동나 버린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열중하던 나머지 선천진기까지 끌어 쓸 뻔했다.


“수고했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했어.”


손오공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 번 그를 건드는 것으로 손오공의 기를 흘려 넣어주었다.


“나머진 내가 할 테니 가만히 있어라. 더 도와줄 필요는 없어.”

“···영광이었습니다.”


강휘는 안구에 실핏줄이 오른 탓에 눈조차 뜨지 못했다.

본래 수준보다 너무 높은 것을 다루어 그렇다.


손오공 또한 그걸 알고 있었기에 그를 기절시켜 버렸다.


“애쓰긴.”


손오공은 처음으로 그런 강휘가 좋게 보였다.

배우려는 의욕이 뛰어나니 놀라울 정도.


덕분에 준비가 끝났다.

손오공이 기를 끌어올리자, 봉인식이 덕지덕지 붙은 모든 부적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형님. 궁금한 게 정말 많습니다.”


어째서 그를 묵인했는가.

사실상 삼장과 불경을 찾으러 갔을 때도 아예 죽여버릴 수 있던 그다.


그럼에도 우마왕은 손오공을 살려 보냈었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 있다.

결국 손오공이 이긴 게 아니냐고.


아니다.

일 대 일이 아닌 다수 대 일이었기에 그렇다.


그 혼자 싸웠다면. 그가 손오공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다.


거기서 삼장과의 여정이 끝났을 거라는 뜻이다.


“···후우.”


손오공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탈력감에 그대로 땅바닥에 앉았다.

그런 그의 앞에 거체가 몸을 일으켰다.


“으으음···”


자신의 양손을 쥐었다 펴며 몸 상태를 확인하는 우마왕.

그걸 보니 그가 형으로 모시던 이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군. 손행자.”

“그 이름 버렸습니다. 그냥 예전처럼 손오공이라 불러주십시오.”


손오공의 존대에 놀란 건 다름 아닌 다른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우마왕은 그런 손오공을 보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감옥에 갇혔었다 했던가. 생각보다 멀쩡하구만 그래?”

“그러는 형님은 완전 빈사 상태였고요.”

“···”


우마왕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제가 봉인 당하고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손오공은 그런 우마왕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우마왕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알려줄 수 없다.”

“예? 형님이라면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알고 싶으면 삼장을 찾아라. 네가 깨어났다면 이미 환생했을 테니.”

“···예?”


막연히 삼장이 환생했을 거라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우마왕의 입으로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삼장을 데리고 다시 내게 와라. 그러면 알려주마.”


그렇게 말한 우마왕은 손오공의 몸을 두들겼다.


“···보아하니 화과산도 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가능한 한 빨리 들러보는 게 좋을 거다.”

“예? 형님. 그게 무슨···”


당황할 시간도 없었다.

우마왕은 순수 각력만으로 무당산을 떠났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손오공은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으십니까?”

“망할 형님 같으니.”


그의 귓가에 우마왕의 전음이 들려왔다.


-화염산으로 오라.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가 말하고 있었다.

삼장과의 약속을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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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유사하(流沙河)로 24.09.15 15 1 12쪽
13 삼장과 함께 24.09.14 22 1 12쪽
12 삼장과 함께 24.09.13 21 2 12쪽
11 삼장과 함께 24.09.12 32 1 12쪽
10 삼장과 함께 24.09.11 36 2 12쪽
9 무당에 들르다 24.09.10 33 3 12쪽
» 무당에 들르다 24.09.09 35 2 13쪽
7 무당에 들르다 24.09.08 36 3 12쪽
6 하남에 들르다 24.09.07 45 2 12쪽
5 하남에 들르다 24.09.06 49 3 11쪽
4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5 62 3 12쪽
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2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01 6 12쪽
1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4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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