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722
추천수 :
40
글자수 :
76,195

작성
24.09.13 12:50
조회
21
추천
2
글자
12쪽

삼장과 함께

DUMMY

“···흐으.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한 끼였어요.”


오천명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그에 대해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손오공이 익숙한 듯이 육포를 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이 익숙하신 모양입니다.”

“으음. 뭐 그렇지. 익숙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나.”

“혹여, 그래서 명진이 고깃집으로 데려갔을 때도···?”


오천명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제 친우가 부끄러웠던 탓이다.


손오공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도 가끔 삼장이 부끄럽지 않던가.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삼장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

그건 천축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쓰러진 탓이다.


고기를 전혀 먹질 않으니 힘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정의 내린 저팔계가 삼장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였더랬다.


돼지로 변한 녀석이 인간에게 돼지를 먹이는 모습은 기이한 모습이었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고기를 먹었지.’


그것도 원래는 한 달에 한 번이었다.

줄어든 이유도 단순히 시기가 지날수록 양민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랬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쓰게 웃었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삼장은 여러모로 성장했다.


그는 그 이유가 몰래 먹었을 고기에 있다 생각했다.


“자아. 슬슬 출발할까요?”

“···그래야지.”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삼장이 도와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용포에 가둔 기운을 다룰 녀석을 만나야 한다는 것.

그것은 꽤 지독한 것이다.


“괜찮아요. 그게 손행자의 힘이더라도 손행자가 아니잖아요? 본래 무엇이든 쓰는 이가 중요한 법이랍니다.”


그제야 손오공의 미간이 조금 풀렸다.

그 모습을 보는 강휘와 왕후연은 조금 신기한 것을 보듯 쳐다보았다.


그들이 알던 손오공은 낙천스럽고 무서운 존재였기에.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라.

정말 인간처럼 다양한 표정을 짓지 않던가.


“그래서 후개 님?”

“아이고. 말씀을 낮춰주시지요. 걸뱅이라 부르셔도 충분합니다.”


삼장은 저도 모르게 손오공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오천명이 이런 장난을 치는 건 손오공 탓이 아니던가.


“그래요 오행자. 언제까지 저희를 따라오실 생각인가요?”

“···예?”


오천명은 저도 모르게 눈을 끔벅였다.

하지만 결국 그는 정보 단체의 후계.


자연스레 삼장이 하고 싶은 말을 알아차렸다.


“아하. 저는 화과산으로 향해선 안 되는 거군요.”

“원래는 왕행자도 남겨두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손행자가 데려가기로 했으니까요.”


사실상 거의 첫날부터 만났는데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 사실이 괜히 마음에 걸리는 오천명이었다.


“예. 그러면 화과산에서 빠져나오신다면 언제든 이 호각을 불어주십시오.”


그럼에도 오천명은 빠르게 물러났다.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탓이다.


“이건··· 고위 인사한테만 제공된다는 호각이군요?”

“그렇습니다. 그 호각 소리를 들은 거지들이 저, 혹은 제 스승에게 안내해 줄 겁니다.”


삼장은 웃으며 호각을 행낭에 넣었다. 곧바로 합장을 한 채였다.


“나무아미타불. 언제나 저희는 개방의 도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거 정말 감사한 말씀이군요.”


오천명은 비열하게 웃어 보이곤 자리를 떴다.

강렬한 첫인상에 삼장은 잠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아. 갈까요? 한시가 급하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잠시였다.

순식간에 손오공 일행의 우두머리를 차지한 삼장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가는 법이 달랐다.

손오공이 더는 여유가 없다 판단한 것.


도보로 다녔던 평시와는 달랐다.

지금은 손오공의 고향이 털릴 위기 아니던가.


“삼장. 부탁해.”

“좋아요. 강행자. 도와주시겠어요?”


강휘는 재빠르게 괴황지를 꺼내 들며 삼장에게 착 붙었다.


“제가 말하는 한자를 잘 조합해 보세요.”

“예!”


손오공은 조금 멀찍이 떨어져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 옆에선 왕후연이 멍하니 서 있었다.


“···저게 뭘 하는 건지.”

“이형환위라고들 하지. 나는 단순히 장거리 이동이라 칭하지만.”

“이형환위? 그 절세 고수가 되어서야 시도할 수 있다는 그것 말이오?”


손오공은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게 절세 고수가 되어야 펼친다고? 참 한숨만 나오는 수준이군 그래.”


손오공은 턱짓으로 삼장을 가리켰다.


“잘 보고 배워봐라. 혹시 모르지. 네가 독학에 성공한다면 내가 직접 가르쳐 줄지.”


그제야 왕후연은 조용해졌다.

단순히 집중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고 있는 탓이다.


“···삼장.”


그런 뒤에야 손오공은 삼장을 불렀다.


“이번 세상에서의 진명은 뭐지?”

“아, 이연이라고 지었답니다.”


그 말에 손오공은 고개를 기울였다.


지었다고?

이번에는 부모가 없었다는 소리일까.


그런 그에게 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부모가 없답니다.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파 무리에게 죽임을 당하셨거든요.”

“···복수해 줄까?”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전생의 삼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평범한 삶을 살았다곤 말할 수 없는 삼장을.


그렇기에 손오공의 손이 꿈틀거렸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됐습니다. 그들도 살기 위해 그랬을 뿐이거든요.”

“···네가 그렇다면야.”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삼장의 심성이 너무 곱다고 생각하면서.


그럼에도 삼장은 그저 싱글싱글 웃을 뿐이었다.


“그보다 완성되었답니다. 법력을 주입하면 곧바로 화과산에 도착할 수 있어요.”

“잠깐. 법력?”


손오공은 미간을 좁혔다.

법력. 그건 손오공 또한 가지고 있는 성질이었다.


하지만 저건 삼장의 의도를 나타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신이 혼자 힘을 발휘하겠다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삼장.”

“손행자도 알고 있을 텐데요? 단순한 기운으로 한정한다면 제가 손행자보다 많답니다.”


지금 당장은 말이죠.


“끄응.”


손오공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에 틀린 구색이 없었기에 그렇다.


“알았어. 그럼 네가 발동 시켜줘. 그 이후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예.”


손오공은 손에 여의를 꽉 붙잡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출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양새.


“손행자. 왕행자. 법진 안에 올라주시죠.”

“음.”


그렇게 모든 일행이 자리잡은 순간, 삼장이 기운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이 무슨!’


삼장의 법진 제작을 돕던 강휘는 저도 모르게 경악했다.

지금 삼장이 가지고 있는 내공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던 탓이다.


절대 인간 한 명이 담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하단전. 중단전. 하다못해 상단전까지 사용하더라도 이 정도는 담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수백년을 산 요괴나 가지고 있을 축기량 아닌가.

그게 법력이라는 차이만 있을 정도다.


“···형님. 이 정도면.”

“그래. 아무리 봐도 십 갑자 이상이군.”


단순히 어림짐작했음에도 그렇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지금 삼장의 몸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이래서 몸이 터질 거라고 한 건가.’


강휘가 보기에 삼장은 그럴듯한 외공을 익히지 않았다.

단지 그 기운을 다루는 통제력이 뛰어날 뿐이다.


사실상 조금이라도 조절이 어긋나면 죽어버릴 수도 있는 기예.

손오공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을 지켰다.


그저, 나중에 제대로 된 외공을 알려줘야겠다 생각할 뿐이다.


“열렸다.”


나지막한 손오공의 중얼거림.

그걸 듣자마자 그들은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마치, 용오름에 강제로 휘말린 듯한 느낌.


그리고 어지럼증이 극도로 심해질 때, 그들은 시야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허.”

“아름답군.”


초록색이다.

지금 시기가 망종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상한 일은 아니나, 완전히 달라진 풍경 자체가 문제였다.


숲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커다란 나무들.

그런 나무가 이어지고 이어져 만들어진 하나의 숲.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손오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육이미후인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손오공은 인상을 찌푸렸다.

과거에 느꼈던 기운. 그것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 요괴 말이에요? 분명 석가여래께서 감옥에 가두었을 텐데.”

“녀석이라면 수백 년 안에 탈출했어도 이상하지 않지.”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원래도 그와 힘을 견줄 수 있던 이다.


물론, 손오공은 천계의 벌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이건 달랐다.

대체 누가 손오공과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무리 그의 기운을 물려받은 강휘라고 해도 가진 기운은 다르다.

결국 생명체 특유의 기운은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손오공은 알고 있다.

자신의 기운을 완벽히 따라 하고 부처의 눈마저 속일 뻔했던 요괴를.


그게 바로 육이미후였다.


“···그럼 둘이 만나면 위험한 것 아니우?”


왕후연은 조용히 삼장에게 붙어 물었다.

하지만 삼장으로서는 우스운 질문이었다.


“나무아미타불. 왕행자께서 의심을 푼은 모양이군요.”

“아니, 똑같은 사람을 구분할 수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소.”

“그건 맞답니다.”

“그러면 진천 나으리 또한 만나면 안 되는 것 아니우?”


삼장은 고개를 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근두운은 잊었다더니, 날씨를 바꾸는 법은 아직 남아있나 보군요.”


손오공은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 미간을 좁힌 채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위로 거대한 먹구름이 하늘에 잔뜩 끼기 시작했다.


“어, 이러면 인간계에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닙니까?”

“후후. 용케 화과산이 평범한 장소가 아니란 걸 눈치챘군요?”


강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손오공에게 직접 기운을 공유받은 이다.

그렇기에 손오공이 사는 곳은 자연스레 익숙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들어올 때부터 평범하지 않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보통은 일반인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답니다.”


삼장은 조용히 왕후연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삼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짜로 왕후연은 하늘을 메운 먹구름을 보며 이상함을 느낄 뿐이었다.

인간계와 분리되었다는 생각까진 닿지 못한 것이다.


“···그런 거군요.”


생각해 보면 그랬다.

손오공이 그동안 그들의 앞에서 진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


해봐야 화를 낼 때. 혹은 그들이 거짓말을 했을 때 발동시켰던 화안금정이 전부.


사실상 단 한 번도 진심을 발휘한 적 없는 게 맞겠다.


“···생각해 보니까 신기하네요.”

“손행자는 절대 상대를 무시하지 않아요. 진심을 발휘해야 이긴다 여기면 무조건 힘을 발휘하죠.”

“그래서 지금 먹구름을 불러오는 겁니까?”


그 말에 삼장은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고개를 좌우로 살살 저은 채였다.


“제자가 되었지만 아직 스승의 역량을 전부 파악하진 못했나 봅니다.”

“그 정도입니까?”

“예. 손행자는 이번 상대에게 진심을 발휘하진 않을 거랍니다.”


그 순간, 손오공이 눈을 떴다.

먹구름으로 온 세상이 검게 변한 탓에 손오공의 화안금정은 허공에 떠 있는 동공처럼 보일 정도였다.


“됐다.”


무슨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기분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앞에 기다란 발자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추적술이우?”

“생각보다 똑똑하긴 하군. 맞다. 동시에 내가 화과산을 떠나기 전에 조치해 둔 것 중 하나지.”


외부에서 들어온 발자국은 총 둘이었다.

그걸 알아챈 손오공은 곧바로 씨익 웃었다.


“이것 봐라.”


강휘와 왕후연은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조용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거, 아무래도 정말 재밌어지겠어.”


아무래도 육이미후는 이 조치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그의 추적술에 이런 흔적을 남겼을 리 없으니.


작가의말

너무 오래 잠자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각 고정 24.09.06 34 0 -
14 유사하(流沙河)로 24.09.15 16 1 12쪽
13 삼장과 함께 24.09.14 23 1 12쪽
» 삼장과 함께 24.09.13 22 2 12쪽
11 삼장과 함께 24.09.12 33 1 12쪽
10 삼장과 함께 24.09.11 37 2 12쪽
9 무당에 들르다 24.09.10 33 3 12쪽
8 무당에 들르다 24.09.09 35 2 13쪽
7 무당에 들르다 24.09.08 36 3 12쪽
6 하남에 들르다 24.09.07 45 2 12쪽
5 하남에 들르다 24.09.06 50 3 11쪽
4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5 62 3 12쪽
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2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02 6 12쪽
1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45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