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716
추천수 :
40
글자수 :
76,195

작성
24.09.15 11:50
조회
15
추천
1
글자
12쪽

유사하(流沙河)로

DUMMY

“흐하핫!”


손오공은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만 웃어라.”

“구뭰 우스라. 크하핫! 진짜 웃겨 죽겠네!”


육이미후는 결박된 채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에 반해 손오공은 배를 부여잡고 자지러져라 웃음을 토해냈다.


“흥. 두목이 우리와 함께 마련해 둔 걸 잊을 리가 없지.”

“운이 좋았어. 칠 주야 동안 관련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안 했잖아.”


그 말에 손오공은 잠시 그들을 노려보았다.

분명 그가 육이미후의 기운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뒀기에.


처음에 갇혀있지 않던 육이미후 탓에 그들이 홀랑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했던 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검사조차 안 했다고?


“허허. 어디서 찬 바람이 부나?”

“알면 엎드려.”

“예입!”


그래도 잘못한 게 뭔지는 아는지 곧바로 대가리를 박는 그들.

손오공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를 어쩌면 좋을까.”

“그, 두목이 오자마자 잡긴 했지 않습니까? 한 번만 봐주시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손오공은 그들을 헛웃음을 내뱉으며 노려보았다.

요괴들은 조용히 입을 닫은 채로 머리를 숙였다.


“···됐다. 저 녀석이 얼마나 용의주도한지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럼?”

“이번이 대체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다만. 봐주마.”


그제야 얼굴을 활짝 펴는 요괴들.

그 사이에서 강휘와 왕후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유하신 것 같은데.’


인간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다.

그의 확실한 부하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


‘그럼 우리는?’


잠시 강휘는 고개를 기울였으나, 왕후연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손오공의 기준은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이니.


‘적어도 저 녀석보단 내가 낫군.’


조금의 우월감도 함께였다.


“···뭔가 시선이 더러운데.”

“착각이겠지.”


강휘는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쓸데없이 감만 좋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진천 나리. 저 녀석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흐음··· 원래는 죽이는 게 맞다만.”


손오공의 얼굴은 떨떠름하게 변해 있었다.

또한 그의 시선은 삼장에게 향해 있었으니.


“살생은 부처가 할 일이 아니지만··· 이번 여정은 손행자의 손에 맡기기로 했답니다.”

“뭐?”


손오공은 잘못 들었다는 듯, 귀를 후볐다.


“이번 여정은 꽤 고달프겠네요.”

“아니, 진짜 괜찮냐? 너 불살 주의잖아.”


그의 표정은 꽤 당혹스러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손오공이 보는 삼장은 절대 변하지 않는 하늘과 같았으니.


변하지 않는 존재나 다름없었단 소리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더더욱 의아했다.


어째서 삼장이 바뀌었는가.

순간적으로 그녀가 가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닿았을 무렵, 삼장은 고개를 저었다.


“손행자. 제가 말했지요?”

“뭘?”

“이번 여행은 오로지 손행자의 손으로 이뤄져야 해요.”


그 말에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 말은 다른 주장이 끼어들면 안 된다는 소리인가?”

“그런 셈이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손행자의 여정이 아니게 되니까요.”


삼장의 말에도 손오공은 쉽사리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삼장과 함께했던 여행도 다 같이 가지 않았던가.


심지어 삼장이 이끈 여정이었다. 그건 한낱 인간들조차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오정과 저팔계는 생불로서 천계에 오르지 않았던가.


“···후우.”

“손행자.”

“아무것도 아니야.”


손오공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일을 혼자서 처리했던 적이 몇 번이었던가.


적어도 삼장을 만나기 전까진 제멋대로 살던 삶이었다.

그렇기에 그대로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마음에 걸릴 뿐이다.


“···야.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화안금정을 켠 채로 육이미후를 노려보았다.


“뭘 말하는 거지?”

“넌 다음에 풀려나더라도 똑같은 짓을 반복할 거냐?”

“···흐.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육이미후는 비소를 지었다.


“손오공. 생불이라고 떠받들어지니 잊은 거냐? 네 본질은 요괴다.”


적어도 전생이 천계와 연관이 있던 사오정, 저팔계와는 다르다.


또한 현생과 전생.

전부 인간의 몸으로 다시 생불의 경지에 오른 삼장과 다르다.


“요괴가 요괴를 모른다는 걸 말도 안 되지. 안 그런가?”

“···그렇지.”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손행자.”


삼장이 다급히 손오공을 불렀다.

하지만 손오공은 이미 결단을 내린 참이었으니.


“저 자식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 해. 처우는 너희가 결정하고.”

“알겠습니다!”


죽이진 않았다.

그건 온전히 삼장과 같이 다녔던 습관 탓에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삼장은 쓰게 웃었다.

결국 그녀의 부름이 손오공의 결단에 영향을 끼쳤음을 알아차린 탓이다.


‘아직 저도 멀었군요.’


생불의 경지.

분명 그녀가 달성한 경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의 지인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왜 저 녀석을 의심하지 않은 거냐?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쯤은 눈치챘을 텐데.”

“아무래도 기운이나 그런 것까지 완전 똑같으니 말이죠. 예전과 달리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왔더라고요.”

“허··· 그 정도야?”


손오공은 육이미후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그와 관련된 이가 아니면 애초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조치해 두지 않았던가.


그 말은 곧 녀석이 봉인을 뚫은 것과 다름없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봉인이 녀석을 들여보내는 걸 보고 나인 줄 알았다는 건가.”

“그렇죠. 설마 육이미후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만.”


그 말에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단지, 옛 추억이 떠올라서 그렇다.


과거에는 육이미후를 상대할 때, 사오정의 지략이 필수나 다름없었으니까.

그가 아니었으면 다른 부처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으리라.


‘그 녀석, 꽤 달변가였으니 말이지.’


과연 사오정은 뭘 하고 지내고 있을까.

그의 성격이라면 지금도 단련하며 생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용포는 되찾았군.”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하더군요. 육이미후는 용포에 숨겨둔 기운을 흡수하질 않았으니까요.”

“흥. 흡수하지 않은 게 아니라 연구하느라 흡수하지 못한 거다.”


손오공은 그리 말하며 콧방귀를 꼈다.

그의 태도에 요괴들이 고개를 기울이자, 손오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한 거다. 녀석에겐 내 기운을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흡수한 것 같지만.”

“···아!”


그래도 완벽하게 따라하기엔 칠주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정말 유사한 수준에서 그쳤으니까.


손오공조차 어느 정도 보고 나서야 눈치챘을 정도로 비슷했다.

아마 용포에서 기운을 흡수해가며 조금씩 자신의 기운을 변질시킨 모양이지.


“뭐,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긴 했지.”

“아유. 그렇습니다. 저희가 속은 게 괜히 속은 게 아니라니까요?”


손오공은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거칠게 여의를 땅에 박았다.


“엎드려. 적어도 너희들은 한 대는 맞아야겠다.”


그래도 손오공을 옆에서 끝까지 보필했던 이들 아닌가.

그런데 그를 못 알아봐? 가짜를 따라?


나중에는 눈치챘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결국 그가 오기 전까지 알아차리지도 못하지 않았던가.


생각은 빨랐고 처벌은 그보다 더 빨랐다.

결국 그를 말릴 자가 없었기에 그렇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쓰러진 요괴가 열에 다다를 무렵, 손오공은 여의를 손에서 놨다.


“그래서? 내가 가기 전에 너희에게 부탁한 게 있었을 텐데.”


손오공이 자리에 앉자, 그제야 요괴들도 몸을 일으켜 그의 앞에 엎드렸다.


“예. 천계에 있는 요괴들에게 부탁해 꾸준히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적어도 실망하실 정도는 아닐 겁니다!”


그 말에 손오공 일행은 고개를 기울였다.

손오공에게 들은 바가 없었기에 그렇다.


결국 용포를 회수하는 게 목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그들이었으니.


“수백 년이야. 그 기간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들을 생각은 없어.”

“예?”

“짧게 요점만 말해. 중요한 건 결국 나와 관련된 것들이니까.”


더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사오정과 저팔계 등등일 것이다.

손오공은 그리 생각하며 턱을 괴었다.


“예. 그럼 바로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손오공. 소림과 신선들의 합작으로 봉인 당하다.

사오정. 손오공이 봉인되었다는 사실에 천계를 뒤집고 투옥되다.

저오능. 상실감에 빠져 폐관에 들어가다.


이것이 단 5년 만에 벌어진 일.


사오정. 생불의 업적으로서 감옥에서 풀려나다.

사오정. 천계의 관직을 내려놓고 수보리조사에게 몸을 의탁하다.

사오정. 수보리조사에게 도술을 전해 받다.


이것이 30년 만에 벌어진 일.


이때, 사오정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다.


“아! 손형님이 돌아올 날이 벌써부터 두렵구나. 내가 사제가 되었다는 걸 알면 얼마나 갈구실까?”


저오능. 천계에 상보심금파(上寶沁金耙)를 겨누다.

저오능. 태상노군을 쓰러뜨리다.

저오능. 이랑진군을 혼수상태로 만들다.

저오능. 백만 대군을 홀로 상대하다.


이때, 저오능은 울부짖으면서도 포효했다 한다.


“형님을 풀어줘라! 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이는 70년 만에 벌어졌다.


사오정. 저오능을 설득하다.

저오능. 회의감에 빠져 감옥에서 다시 폐관에 들어가다.

사오정. 저오능 대신 재판에 서다.

사오정. 다시 한번 감옥에 갇히다.


80년.


삼장. 첫 번째로 환생하다.

삼장. 불법을 다시 쌓으며 불교를 전파하다.

삼장. 변한 서유기를 듣고 분노하다.


150년.


삼장. 저오능과 사오정을 만나다.

저오능, 사오정. 이를 기점으로 감옥에서 나와 칩거에 들어가다.

삼장. 첫 번째 환생을 마무리하다.


.

.

.


그리하여 수백 년.


“마지막으로 두목이 깨어났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요괴는 말했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그들의 눈과 귀를 가린 것 같다고.


“···천계는 무지렁이가 아니야. 내가 너희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을 걸 알고 있었겠지.”


손오공은 조용히 눈을 반개하며 하늘을 노려보았다.


‘내가 깨어난 것까지 이 녀석들에게 전했단 말이지.’


옥황상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쯤 되니 육이미후가 풀려난 것 또한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살려뒀나.”


그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손오공은 별말 없이 일어섰다.


“진천 나으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 생각이우?”

“사오정을 찾는다.”


본래 수보리조사를 먼저 만나려고 했던 그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의 사제가 됨과 동시에 저팔계를 설득한 사오정.

동시에 지금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삼장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


모든 걸 고려했을 때, 수보리조사보단 사오정을 만나야겠다는 결론이 섰다.


“이봐. 사오정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유사하(流沙河)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외에 이야기는 전해진 바 없습니다.”


손오공은 숨을 들이키곤 저 멀리 시선을 두었다.


“···곧 보겠네요. 만나면 어떤 대화를 할 생각인가요?”

“글쎄.”


일단, 좋은 말이 나갈 것 같았다.

결국 그를 위해 화를 내준 듬직한 동생들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손오공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흐. 아무래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요.”

“결국 그들은 손행자의 충직한 동생이니까요.”


강휘와 삼장의 말에 귀를 살짝 붉힌 손오공은 곧바로 헛기침하곤 등을 돌렸다.


“준비됐으면 움직여. 망설일 시간이 별로 없어.”


그리 말한 손오공은 요괴들을 바라보았다.

수백 년이 지나고도 그를 따르는 이들.


그런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언젠가 당부했었지.”

“예!”

“그걸 잊지 마라.”

“물론입니다. 딱 천 년만 기다리겠다 안 합니까.”


그 말에 손오공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곧바로 등을 돌려 떠나는 손오공을 보며 왕후연은 고개를 기울였다.


‘이게 요괴들의 특징인가?’


잠시 의아해하던 왕후연은 재빨리 손오공 일행에 따라붙었다.


“같이 가시우! 나만 놓고 가지 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각 고정 24.09.06 34 0 -
» 유사하(流沙河)로 24.09.15 16 1 12쪽
13 삼장과 함께 24.09.14 22 1 12쪽
12 삼장과 함께 24.09.13 21 2 12쪽
11 삼장과 함께 24.09.12 32 1 12쪽
10 삼장과 함께 24.09.11 36 2 12쪽
9 무당에 들르다 24.09.10 33 3 12쪽
8 무당에 들르다 24.09.09 35 2 13쪽
7 무당에 들르다 24.09.08 36 3 12쪽
6 하남에 들르다 24.09.07 45 2 12쪽
5 하남에 들르다 24.09.06 50 3 11쪽
4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5 62 3 12쪽
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2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01 6 12쪽
1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44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