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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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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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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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삼장과 함께

DUMMY

“···두 명이 들어온 겁니까?”


강휘는 조용히 삼장에게 물었다.

손오공에게 묻기에는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던 탓이다.


그에 삼장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조금 다르답니다.”

“예?”

“혹, 산에서 짐승을 사냥한 적이 있으신가요?”


강휘는 떨떠름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리 좋지 않은 삶을 살았던 그다.

당연히 산에서 빌어먹고 산 적은 꽤 있었다.


“개중에 사슴 같은 짐승을 덫 없이 사냥한 적은?”

“있습니다.”

“그럼 아실 겁니다. 저건 혼자서 낸 흔적이에요.”


강휘는 저도 모르게 발자국을 살폈다.

손오공의 도수로 인해 은은하게 빛나는 발자국.


사실상 도술이 없었다면 찾지 못했을 그 발자국의 크기는 일정했다.


정말 같은 이가 새긴 것처럼.


“···이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그렇기에 강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였다.


이유야 간단했다.

양쪽으로 나뉜 발자국은 동시에 새겨졌기에.


산에서 산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이 발자국은 총 둘이다.

대체 어떻게 새긴 건지 모를 정도로 일정하게 새겼다.


마치, 친구끼리 대화하다가 도중에 나뉜 것처럼.


“으음··· 강행자.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네요.”

“예?”

“왜 육이미후가 도술을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제야 강휘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은 화과산.

손오공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자, 요괴들이 서식하는 장소였다.


당연히 손오공을 따라 하려면 그와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렇군요. 확실히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진천 나리를 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거랍니다.”


그 말을 듣던 손오공은 웃음을 터트렸다.


“글쎄.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단 말이지.”

“예?”

“간단한 이야기다. 나는 돌 속에 수백 년을 갇혀있었지.”


강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을뿐더러, 애초에 그 봉인을 해제한 것이 그였으니까.


“그런데 저 녀석은 나보다 더 오래 갇혀있었단 말이지. 둘 다 어느 정도 약해졌을지 모른다는 소리다.”

“···그 정도란 말입니까?”


당연한 말이다.

수백 년에 달하는 시간은 절대 짧지 않았으니까.


“그럼 이기기도 힘들다는 소리 아니우?”

“걱정하지 마라. 저 녀석도 꽤 오랜 시간 동안 갇혀있던 모양이니까.”


손오공은 주변을 살피며 가리켰다.


몇몇 발자국들이 점점 선명해지며 신기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그건 일종의 시간.

발자국마다 묘하게 시간이 달랐으며, 지금도 흘러가고 있었다.


“허어. 설마 저 발자국이 찍힌 시간이우?”

“그게 무슨 소리지?”

“아니 형님. 그러니까 저 발자국이 찍히고 지금까지의 시간 말이우. 잘 보시우.”


그제야 강휘 또한 시간이 신기할 정도로 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봐야 칠 주야.

그게 육이미후가 화과산에 발을 들인 시간이었다.


“놀랍군요. 설마 시간조차 알 수 있을 정도라니.”

“흥. 내가 그 녀석이 봉인되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오히려 녀석은 지금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지금 내가 작동하기 시작한 많은 것들이 녀석을 옥죄고 있을 거거든.”

“···대체 무슨 짓을 해둔 건가요. 손행자?”

“글쎄?”


서서히 창백해지는 삼장과 확연히 즐거워 보이는 손오공.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강휘와 왕후연은 고개를 기울일 뿐이었다.


대체 뭘 해놨길래 저 정도로 삼장이 경악하는 걸까?


“그런데 진천 나으리. 혹여, 그 술법들이 저희에게 향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글쎄. 마냥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건 장담할 수는 있지. 그 술법은 절대 칠 주야 내에 풀 수 없어.”


그 말이 있고 나서야 일행의 표정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삼장만은 아직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그거야 나도 이걸 칠 주야 안에 다 푸는 건 무리거든. 강탈하는 거면 더더욱.”


그제야 삼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손오공은 안심할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잘 봐봐. 저 발자국들 무언가 이상하지 않냐?”

“예?”

“다 가짜란 소리다.”


순간적으로 창백해진 왕후연.

하지만 즐거워 보이는 손오공에 저도 모르게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심각한 상황인 거 아니우?”

“뭐, 녀석의 특징이 바뀌었다면 위험해졌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니다.

육이미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실패했던 녀석 아닙니까? 그런데 저번과 똑같이 행동할까요?”


삼장은 고개를 저었다.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죠. 손행자는 가끔 도박 수를 던지거든요.”

“전혀 위험하지 않아. 녀석의 특징이 그래.”

“음. 손행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순식간에 말을 바꾸는 삼장에 일행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에 삼장은 조용히 웃어 보였다.


“손행자는 기본적으로 요괴지요. 그렇기에 인간인 저보단 그들에게 능통하답니다.”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여의를 휘둘렀다.


“···무슨?”


강휘는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방금 그 휘두름에 다양한 기술이 들어갔음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물론, 무공은 아니다.

저게 무공일 수가 없다. 도술로 범벅이 된 휘두름일 뿐이니.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절세 고수는 하늘조차 가른다.]


무림 강호에서 지내다 보면 우스갯소리로 듣게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선계에선 다른 모양이다.


끼기기기긱!


공간이 뜯겨져 나간다.

삼장은 익숙한 듯이 결계를 펼쳤다.


강휘와 왕후연까지 보호하는 그런 결계였다.


“강휘야.”

“예!”

“육이미후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따라 하는 녀석이다. 한 마디로 나와 똑같이 생겼단 소리지.”


그걸 왜 지금 말하는 걸까.

강휘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손오공의 표정은 다시 평정을 찾았다.

재미조차 사라졌다는 뜻이다.


“저걸 봐라.”


손오공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걸 본 강휘는 입을 떡 벌렸다.


그제야 손오공이 공간을 찢은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게 방어입니까?”

“뭐, 그렇다 볼 수 있지.”


손오공의 여의.

그것과 똑같이 생긴 기둥이 순식간에 깨진 공간으로 사라졌다.


“저걸 보고 놀라면 곤란해. 여의는 저런다고 사라지지 않거든.”

“예? 여의가 두 개라는 소리입니까?”


손오공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 단지 녀석의 모방 실력이 그 정도라는 거다.”


그제야 강휘는 서유기를 떠올렸다.


가짜 손오공.

아마 그게 육이미후의 모습이겠지.


그리고 그는 긴고아로 당하는 것까지 따라 했었다.


“···그러면 육이미후의 능력을 활용하면 여의를 여럿 들고 다닐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음?”


손오공의 눈이 커졌다.

삼장 또한 고개를 기울였다.


“···가능성 있군.”

“예? 정말 되는 겁니까?”


손오공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녀석은 모방을 잘하는 녀석이다. 한 마디로 모방만 가능하다면 뭐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


물론, 그게 영원히 여의가 되진 않을 터였다.

육이미후가 변신을 해제하게 된다면 그가 만들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리라.


“그 말씀은?”

“저 녀석이 여의를 잔뜩 만들어낼 수는 있겠다만··· 실사용은 조금 힘들겠어.”


저걸 실사용하다가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손오공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에 강휘는 입맛을 다셨다.

손오공은 그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왜? 너도 하나 갖고 싶었던 모양이지?”

“···부정할 수는 없죠. 솔직히 누가 신기를 안 가지고 싶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손오공도 과거에 쓰던 무기를 버리고 여의로 안착했으니까.


이제는 다른 무기를 쓴다는 것 자체가 싫어지게 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나도 아쉽긴 한데 네 무기는 직접 장만하는 게 좋을 거다.”


손오공은 어깨를 으쓱이곤 다시 손을 뻗었다.


그것만으로 수많은 쇠사슬이 튀어나와 어디론가 쏘아졌다.


“그것도 미리 마련해 둔 것 중 하나입니까?”

“오호라... 알아차렸나 봐?”


강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슬이 단순한 사슬이 아닌 봉인식 중 하나라는 걸 눈치챈 탓이다.


이유야 간단했다.

희미하게 봉(封)이라는 한자가 보였다.


“그나저나 삼장 스님.”

“네?”

“진천 나리께서 진심을 다하지 않으실 거라 했죠? 혹시 이유가 있습니까?”

“아하. 그거 말이죠?”


삼장은 싱긋 웃으며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손행자가 가장 잘 다루는 원소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모르겠습니다.”

“바로 뇌(雷)랍니다.”


손오공. 그의 기운이 황금색인 이유도 그와 동일했다.

기본적으로 뇌 속성 탓에 그가 쓰는 기운도 그에 물든 것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손행자는 지금 뇌 기운을 일절 사용하고 있지 않죠. 그 차이랍니다.”


번개의 도움 없이도 육이미후 정도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게 바로 손오공이 이길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강휘로서는 쉬이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


“···제가 알기론 진천 나리는.”

“쉿.”


삼장은 강휘의 입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입을 막아버렸다.

그것만으로 강휘는 손오공의 시선이 그에게 닿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래 들키기 싫은 게 있는 법이랍니다.”

“···그렇군요.”


강휘는 저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 손오공이 모았던 먹구름에서 떨어지는 낙뢰.

그건 육이미후가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분명 강휘가 일평생 본 적도 없고 다시 없을 풍경이나, 그는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제가 어째서 괜찮다고 했는지 아시겠나요?”

“···예.”

“그럼 이제 한번 지켜보시죠. 손행자가 어떻게 신조차 농락했는지.”


손오공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동시에 그는 하늘을 향해 여의를 들었다.


“강휘야. 그리고 후연아.”

“예!”

“잘 봐둬라. 겨우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난 너희를 두고 갈 생각이니까.”


낙뢰가 뭉친다.

그리하여 하나의 여의가 완성된다.


모든 것을 따라 하는 육이미후의 능력이다.

분명 위험한 상황임에도 손오공은 그저 여의를 들고 있었다.


“오라.”


그저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



그 시각.

육이미후는 화과산 중턱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저쪽이 더 도술을 잘 쓰는 것 같은데. 설마 가짜 아닌가?”


원숭이들의 눈이 그를 향해 있었기에 그렇다.


‘젠장. 하필이면 이제 와서 봉인에서 깨어났다고?’


그렇기에 그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본능적으로 지금의 손오공에게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기에 그렇다.


애초에 그가 손오공을 따라 한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그 또한 원숭이기 때문이다.


가장 따라 하기 쉬운 존재며, 기반이 너무나 탄탄하기 때문에 그렇다.

손오공이 봉인에서 깨어나지만 않았다면 평생을 편하게 살았을 정도로.


육이미후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면 이번에는 손오공이 삼장과 떨어지지 않았단 것.


“두목. 갑자기 의심이 드는데. 두목이 진짜 손오공이라면 어째서 옆에 땡중이 없나?”

“흥. 아무리 삼장이라 해도 수명이 그리 길진 않다는 걸 알 텐데?”

“그러기엔 저쪽에는 땡중이 있는데?”


그 또한 그게 의문이었다.

설마 삼장이 환생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환생했다 하더라도 어째서 손오공과 같이 다닌단 말인가?


육이미후는 그들의 약속을 몰랐다.

모르기에 거기까지 따라 할 순 없었다.


동시에 어떻게 손오공이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가 알던 손오공.

그는 수백 년 전의 손오공이었으니.


설마 봉인된 동안 그가 기예를 갈고 닦았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히려 손오공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생긴 문제였다.


본래도 재능이 뛰어난 탓에 노력을 별로 하지 않고 신조차 농락한 손오공.

그렇기에 그의 성정이 들이박기만 하지, 계획을 짜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육이미후다.


‘그런데 왜 지능적으로 움직이는데?’


육이미후는 미칠 지경이었다.

본래 지능적인 계략은 사오정 담당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생각을 한단 말인가?


“육이미후! 거기서 딱 기다려라!”


쾌활한 손오공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도 손오공이 준비했던 술법들이 그를 봉인하듯이 감싸고 있었다.


“누가 육이미후라는 거냐!”


육이미후는 그리 외쳤지만, 이미 원숭이 요괴들의 눈은 달라지고 있었다.


그의 몸을 감싸는 것들.

그건 손오공과 그들이 함께 준비한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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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삼장과 함께 24.09.13 21 2 12쪽
11 삼장과 함께 24.09.12 33 1 12쪽
10 삼장과 함께 24.09.11 37 2 12쪽
9 무당에 들르다 24.09.10 33 3 12쪽
8 무당에 들르다 24.09.09 35 2 13쪽
7 무당에 들르다 24.09.08 36 3 12쪽
6 하남에 들르다 24.09.07 45 2 12쪽
5 하남에 들르다 24.09.06 50 3 11쪽
4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5 62 3 12쪽
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2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02 6 12쪽
1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4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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