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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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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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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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에 들르다

DUMMY

나흘은 걸었을까.

손오공 일행은 드디어 무당산이 있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더는 못 걷겠수! 이건 너무 강행군 아니우!”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 산적이 있는가 하면 왕후연이 예상보다 더 많이 먹어 식량이 바닥나는 경우도 있었다.


일, 이류의 대회도 보았으나, 손오공의 생각만큼 재밌진 않았다.

그들 수준에서도 심리전을 펼치기에 그랬다.


오죽하면 그 뒤에 나왔던 투계의 싸움이 더 재밌었을 정도.


그렇기에 손오공으로선 왕후연의 땡깡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가 뭐라고 이 상황에서 땡깡을 부리는가?


“지금 당장 안 일어나면 네 목숨도 없을 줄 알아라.”

“옙.”


하지만 그런 땡깡도 봐 가면서 벌여야 하는 법이다.

왕후연은 재빨리 일어서 자신의 다리를 매만졌다.


“자자. 그래도 이제 저 산만 오르면 무당입니다. 이 여정도 끝이 보인다는 소리죠.”


그렇게 말하는 오천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명진과 만났을 당시에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설마 그곳에서 소림과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더더욱!


그래도 그놈의 여의.

그것만 손오공에게 돌려주고 나면 한결 편해지리라.


손오공도 그의 여의를 되찾고 나면 어느 정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겠는가?


“너, 우리하고 너무 헤어지고 싶어 하는 거 아니냐?”


그걸 알아챈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천명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슬슬 손오공의 행동 원리를 이해했기에 그렇다.


철저한 은원 중시.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한 애착.

그것이 손오공을 구성하는 요소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안전하다.

정말 선만 건들지 않는다면 그는 친한 동네 형이었다.


“에이. 그럴 수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에 오천명은 손오공을 평범하게 대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손오공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


“그래서 이 산 위에 있다는 소리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허가 받지 않은 존재는 보통 진법에 가로막힙니다만···”


오천명은 손오공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의외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기술이 실망스럽다고 여길 손오공이 감탄하고 있던 것.


“왜 그러십니까?”

“좀 궁금해서 말이지. 분명 이 진법은 인간들이 만든 게 맞는 거지?”

“예. 초대 장문인인 장삼봉이 만든 진법을 끝없이 보수했다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


손오공은 자신의 턱을 문질렀다.


‘그렇다는 건 진법 자체는 초대가 만들었던 그대로라는 말인데.’


수준이 꽤 높다.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이 기껏해야 오만한 아이들에게나 통할 법 했는데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초대는 등선했다고 했던가?”

“예. 그렇습니다만··· 그건 왜 물으시는지?”

“아무것도 아니야.”


적어도 갓 견습 딱지를 뗀 신선. 그중에서도 진법을 주로 연구한 수준.

이 정도면 정말 신선이 되었어도 객사하진 않았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허어. 인간 수준에 이 정도의 술사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네.”

“그렇습니까?”


오천명은 신선에게 인간의 지식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 모습을 본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땅에 손을 가져다 댔다.


“뭐, 그것도 비슷한 수준에야 통하는 거지.”


손오공은 그대로 한자를 땅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


“뭐 하십니까?”

“결국 우리가 저 장소를 뚫어야 하는 거잖아?”

“그렇진···”


오천명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과거에 무당의 친우가 그를 무시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탓이다.


“그렇진?”

“혹시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습니까?”

“뭔데?”

“무당에 제 친구도 속해 있는데 그 자식에게 망신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손오공이 화안금정을 발동했다.

저게 나와도 되는 말인가 싶어서 그렇다.


‘···진실이라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의 성향을 파악해 낸 오천명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러니까 어떻게?”

“간단합니다. 저들의 자랑을 농락하면 그만이죠!

“오호라.”


손오공은 곧바로 오천명이 의도한 바를 알아챘다.

그러니까 아예 결계를 무력화시키라는 건가.


“재밌을 것 같으니 도와주마.”

“흐흐. 감사합니다.”


본래는 용서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사실상 그를 이용하려 한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만큼은 용서해 주기로 했다.

그 또한 인간의 진법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기에.


“저 결계는 사실상 기초를 다 지켰다고 봐도 무방해.”

“···설마 결계식을 알려주실 생각이십니까?”

“대충 원리만 말할 거다. 저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데 다 알려줘선 안 되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지.’


강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그는 알고 있으리라. 사실상 그들에겐 기연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걸.


술식을 주로 팠던 강휘와 왕후연에겐 더더욱 그러했다.


만약 그들이 무당산을 감싸고 있는 결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뛰어난 결계사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세를 바로 했다. 지금이 그들에겐 영약보다도 중요한 수업이었으니까.


“보아하니 들어가면 길을 잃는 구조인 것 같은데. 맞나?”

“맞습니다. 그래서 다들 환(幻)의 묘리가 깃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해석은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당연하지. 저건 환(幻)이라기엔 봉(封)에 가까우니까.”

“예?”


설마 저게 환(幻)의 묘리가 아니라는 건가?


“정확히는 둘이 적절히 섞였다고 봐야겠지.”


손오공은 피식 웃으며 머리카락 하나를 뽑았다.


“이런 식이다.”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하나의 동패로 변화하였다.

그 모습을 본 오천명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게 바로 무당산을 아무 문제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동패이기에 그렇다.


“아니, 어떻게 바로···?”

“말했잖냐. 둘 다 쓰인다고.”


돌아다니는 것을 방해하는 건 환(幻)의 묘리가 맞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봉(封)의 묘리였다.


사실상 봉인진 위에 환술을 덧입혔다고 보는 게 맞았다.

밖에서 산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였다.


“사실상 저 정도의 기식을 유지하는 건 무언가를 봉인하고 있다는 거지.”

“뭘 말입니까?”

“모른다. 그래도 녀석들의 상황을 보아 평범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할 뿐이야.”


하지만 왜일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느껴지는 이유는.


‘아는 녀석인 거 같은데.’


봉인진 아래에 있을 무언가의 기운.

그건 왜인지 손오공이 아는 자일 것 같았다.


분명 도가를 상징하는 이들이 봉인한 건 그리 좋지 않은 것일 게 분명한데도.


“여하튼 너희가 알고 있는 길을 잃는 기관은 오히려 너희를 위한 거란 소리다.”


오히려 안에 있는 것이 풀려났을 때.

저 기식은 더 견고해져 봉인에서 깨어난 존재가 나오지 못하게 하리라.


“예? 그러면 결계를 해주 하는 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오천명은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에서 한참이나 기대치가 낮아졌기에 그렇다.


“반대로 생각해 봐라. 다른 이들도 봉인하고 있는 걸 알고 가만히 냅두지 않았겠냐.”

“그렇죠?”

“그럼 우리가 그 봉인한 게 무엇인지 알아내면 어떨까?”


오천명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일단 녀석들의 의지를 봐서 출입패를 만들었다만.”


손오공은 그대로 오천명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충분하겠냐는 질문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오천명의 표정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제 지인을 놀리기 위한 모습이었다.


“그래. 네게도 하나 나눠주마.”


그런 모습을 본 손오공은 제 과거가 생각나 피식 웃고 말았다.


수보리조사.

그가 숨겨둔 비밀 창고를 들어가기 위해 봉인을 해독하던 나날.


그건 꽤 즐거운 배움이었다. 그 끝에 천상의 술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비록 만취 상태로 그의 스승에게 발견되어 잔뜩 혼났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그에겐 즐거운 과거로 남았으니.


‘스승도 오랜만에 뵙고 싶은데.’


그래도 그의 이름을 지어준 이 아니던가.

봉인에서 깨어났으니 한번은 제자로서의 도리를 다하러 가야 했다.


“그럼 바로 들어가시죠! 그래도 친우하고 같이 들어가 본 적이 있어 지리는 꿰고 있습니다.”


저번보다도 비열한 미소에 강휘는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저 잘난 외모를 저렇게 쓴단 말인가?


“그래. 들어가야지.”


이 봉인식 안에 뭐가 있는 건지도 봐야 할 듯싶었다. 진정으로 그가 아는 이라면 풀어주긴 해야 하니.


“헤엑··· 오악 중 하나라 불리는 이유가 있구먼!”


그렇게 어느 정도 오르니 또 왕후연이 쓰러졌다.

손오공은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당에 도착하자마자 적당한 외공을 알려줘야 할 듯싶다 생각하면서.


“아무래도 많이 험난하긴 하죠. 그래도 그만큼 보안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훈련하기에도 확실히 좋고요.”


손오공은 주변을 둘러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산세가 험한 게 자연의 기운과 친해지기 좋았다.


지금도 손오공의 호흡에는 정순한 기운이 깃들고 있었다.


“이런 곳이면 신선 놀음할 법도 하군.”

“예. 안 그래도 인간들 사이에선 무당의 무인들이 신선이라 불리는 실정입니다.”


오천명은 그렇게 말하며 콧방귀를 꼈다.


“진짜 신선들은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참 우스워요.”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만··· 네 태도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예?”


오천명은 고개를 기울였다.

진짜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모양.


손오공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어 보였다.


“됐다. 나중에 교훈을 얻겠지.”

“···?”


오천명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고개를 기울였다.

천성이 오만하고 재능이 뛰어난 탓에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없기에 그렇다.


개방주, 오독천 또한 나중의 재미를 위해 교육하지도 않았기에 더더욱.


“그래서? 아무도 못 느끼고 있나?”

“예? 뭘 말씀하시는 건지···?”

“아하. 확실히 인간 수준에서는 뛰어난 진법이야.”


설마 정식 출입패를 가지고 있는 이조차 의심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지금 오천명이 가고 있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길을 잃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니··· 봉인진의 핵심으로 향하고 있어서 그런 건가.’


지금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 인원은 무려 여섯.

그중에 초절정으로 느껴지는 이가 하나.


그 외에는 일류나 절정에 불과하나, 자신보다 뛰어난 무인에게서 기척을 감춘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다.


“흐음. 지금까지 습격을 안 당한 건 너 때문일까?”

“예? 대협. 아까부터 알 수 없는 소리를···”


파악!


땅에 무언가가 박히는 소리가 들려 오천명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런. 인내심도 여기까지인가 봐.”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오천명의 목소리를 잘게 떨리고 있었다. 점점 흉악한 기운이 공간을 잠식하고 있기에 그렇다.


숨어있던 모두가 뿜어내는 살기였다.

심지어 그 살기를 도술로 강화했으니.


“이것 참. 봉인에서 깨어나고 별일을 다 겪는단 말이야.”


하지만 손오공에겐 어린애 장난이나 다를 바 없었다.

대체 신선에게 인간이 도술을 부리는 건 어느 나라 법도란 말인가?


“이쯤 되니 궁금해지네. 대체 뭘 봉인하고 있는 거냐? 심지어 문파까지 세우면서?”


손오공이 머리카락을 뽑았다.

그와 동시에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한 번 내가 직접 알아볼까?”


경악스러운 행동이다.

동시에 대부분의 무인이 경악하여 오천명을 노려보았다.


“오천명! 대체 누구를 데려온 거냐!”


대표로 나와 묻는 이는 오천명과 같은 절정이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그가 빠르게 표정을 가다듬었다.


“아, 유청운! 오랜만이다. 이쪽은···”

“됐다.”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식은땀을 흘리며 중재하려 하는 오천명을 뒤로 물렸다.


“사실, 저 안에 있는 건 별로 안 궁금해. 난 딱 하나만 있어도 되거든.”

“···그게 무엇입니까?”


잔뜩 긴장한 채로 소형견처럼 으르렁대는 유청운.

손오공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여의. 빨리 내놔.”


어느새 화안금정이 발동해 붉게 변한 눈이 무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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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5 62 3 12쪽
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2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0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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