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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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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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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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개방주를 대령하라

DUMMY

“하여튼 인간들은 나약하기 짝이 없어.”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그의 노예로 들어온 왕후연이 어디서 맞고 다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이리 와.”

“아니, 나으리. 저 이렇게 잡혀있는···?!”


왕후연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손오공이 도술을 사용한 탓이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개방 후개는 자신의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어째서 왕후연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렇다.


“혹여, 무당 사람이십니까?”


그리 말하는 후개의 표정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는 듯한 태도.


하지만 동시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건 미지에서 오는 두려움에 가까웠다.


대체 어떻게 저런 수법을 펼친 건가?


‘설마 허공섭물?’


거기까지 생각에 닿은 후개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허공섭물이 아니다. 이미 본 적이 있지 않던가.


기라는 것을 극도로 섬세하게 다루는 것.

그게 후개가 아는 허공섭물이었다.


하지만 방금 그가 본 것은 기를 다룬다고 하기엔 애매하다.

오히려 무당의 극예처럼 법칙을 건드는···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무당이라는 것들이 뭐길래 이러는 거야?”


손오공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팔짱을 꼈다.


이름 모를 낭인에게 준 호신부.

그건 그가 만들었다 말하기도 부끄러운 조잡한 활자물에 가까웠다.


왕후연을 자신의 옆으로 끌어들인 수법?

그건 기초적인 도술 아닌가.


“···나으리. 아무래도 무언가 맞지 않는 듯 하우. 혹시 나으리의 상식 좀 알려줄 수 있겠수?”

“안될 건 없지.”


손오공은 왕후연에게 간단히 생각했던 지식을 전해주었다.

이보다 간단한 도술은 없으며, 있더라도 사용할 가치도 없는 기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그리고 개방이 그렇듯, 손오공은 무당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짧게 전할 수 있는 상식을 전부 전하니 왕후연은 탄식을 내뱉었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만···”

“왜? 이유를 알겠어?”

“그, 나으리. 당황하지 말고 잘 들으시우. 너무 인간을 고평가하시는 것 같수.”


손오공은 그 말에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기울였다.

자신이 인간을 고평가 하고 있다?


애초에 그들이 미개하다 생각하는 그다. 인간을 고평가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나.


뭐가 되었건 신선들의 세계에도 끼어들지 못하는 것들 아닌가?


하지만 왕후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더 기준을 낮추시우. 애초에 우리가 봉인을 풀 수 있던 것도 그 봉인이 약해져 있었기에 그런 거요.”

“흠. 그렇단 말이지.”


생각해 보면 그랬다.


손오공이 갇혀 있던 봉인은 선계의 법칙을 이용한 봉인.

안에서는 극도로 견고한 봉인식이었으나, 밖으로 나와 확인했을 땐 실망스러울 정도였으니.


손오공에겐 옥황상제의 비자금 창고와 화과산의 현관문 차이였을 정도였다.


“그럼 이 후개란 녀석은 얼마나 강한데?”

“적어도 후지기수라 불리는 세대 중에서는 한 손에 꼽을 겁니다.”


후지기수.

그가 생활할 당시에도 들어본 바 있었다.


인생을 살았다 말하기엔 압도적으로 어린 것들이 자만심에 차서 덤벼드는 경우가 있더랬다.


“···듣자 하니 이상하긴 하구만. 그때에는 왜 신선에게 덤벼든다는 발상을 한 거요?”

“간단하지. 그때는 선계와 인간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거든.”


신선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일반적인 도사처럼 행동했다.

자신의 후계를 만들었으며, 제자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렇기에 신선이라 불릴 수 있는 이들이 많이 탄생하기도 했으며, 선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뭐, 이미 지나간 이야기지만.”


손오공은 이에 대해 더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봐야 과거의 이야기 아닌가.


무릇 살아있는 존재라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을 보아야 하는 법이었다.


“에잉··· 그런데 저 후개는 우리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당연하지. 내가 저 녀석의 귀를 막아뒀으니.”


그건 또 언제 일을 벌인 걸까.

왕후연과 강휘는 저도 모르게 눈을 끔벅였다.


“아무튼 필요한 얘기는 끝났겠지?”


그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부터 날 진천이라 부르면 된다. 한동안은 그 이름을 쓸 생각이거든.”


무형의 기운이 풀려나는 걸 느낀 강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하곤 입을 떡 벌렸다.


震天.


‘하늘을 떨친다···?’


강휘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 이름으로 인한 결과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너무나 광오한 이름이다.

저 이름만으로 덤벼드는 이들이 넘쳐날 거다.


손오공의 성격이 개차반이기에 더 그렇다.

자신이 뭐 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손오공의 행실과 이름을 들으면 대체 얼마나 날뛰겠나!


“진천 나리!”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급히 손오공을 불렀던 강휘.

하지만 그의 표정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의도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저 비뚜름한 미소를 보면 분명했다.


그렇다면 종자에 불과한 강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우리 이름도?’


그저 막연한 불안감을 삼킬 뿐.


“싱겁긴.”


손오공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숙인 후개를 바라보았다.


“그래. 왜 나를 무당으로 착각한 건지는 넘어가고. 넌 이름이 뭐냐?”

“···개방의 비연개, 오천명이라 합니다.”


오천명.

개방의 후개이자, 거지의 외형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


그 사실에 손오공은 괜히 기분이 더러워지는 걸 느꼈다.


딱 저팔계가 그러지 않았나.

죄업이 깊어 돼지의 외형이 되었음에도 뛰어난 외모 탓에 인간들에게 인기가 많던 그 녀석.


처음 만날 때부터 주지육림을 펼치고 있던 그놈.


오천명은 그 녀석과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


‘설마 녀석의 환생은 아니겠지.’


분명 영혼이 닮지 않았음에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면 말 다한 수준 아닌가.


“그래 오천명. 이 녀석이 무슨 소문을 냈길래 후개씩이나 되는 직책으로 찾아왔지?”

“아, 저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 초절정 고수보다도 강하다는 소리를 해서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만.”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왕후연을 쳐다보았다.

그게 거짓된 정보는 아니지만 오천명 같은 코흘리개와 같은 나이라니?


그건 조금 양심에 찔리지 않던가.

그의 외형이 천도복숭아를 먹었을 때와 크게 변하지 않은 건 별개였다.


아무리 외형이 인간들의 10대에 불과해도 아닌 건 아니지 않나.


“쉿! 쉿!”


하지만 왕후연이 급하게 검지를 입에 붙이는 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보니까 어떻든?”

“···소문이 사실이라 느꼈습니다.”

“그래?”


손오공은 괜히 입맛을 다셨다.

보아하니 성격이 강약약강인 듯한데, 이런 인간을 가지고 놀 때가 제일 재밌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 앞에 있는 오천명 입장에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의 앞에 있는 손오공의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챘기에 그렇다.


애초에 개방은 정보 단체.

그것도 무림에서 가장 큰 정보 단체다.


황실을 제한다면 그들이 가진 정보가 가장 방대하다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렇기에 동화나 설화가 실화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전해져 오는 서유기가 아닌 원론에 가까운 서유기.


그 내용을 아는 오천명으로서는 입술을 꽉 깨물어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미심쩍었는데 지금은 아니야.’


저 자는 분명 손오공이다.

심지어 소림이 처음 나타나 가장 칭송 받은 일이 손오공을 가둔 일 아닌가.


그 뒤에는 선계의 협력이 있었다지만, 손오공을 봉인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확인해야 한다!’


잠시 주위를 힐끗 쳐다본 오천명은 주변에 서 있던 거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특정 건물 또한 알렸다.

애초에 이 근처에 있는 건물이니 오래 걸리진 않을 터였다.


“흐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손오공은 입꼬리를 올렸다.

본능적으로 녀석이 한 행동을 깨달은 탓이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멋대로 해봐.”


오히려 즐거운 상황 아닌가.

과연 저 녀석은 그의 정체를 확신하면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


“그래서··· 이 녀석이 내가 원하는 걸 말한 적 있던가?”

“예. 개방주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요.”


아무래도 원하는 바는 제대로 전해진 모양이다.

그 사실에 손오공은 씨익 웃었다.


머지않아 개방주를 보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런데 대협께서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시게 된 겁니까? 보아하니 현 무림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던데.”

“음. 틀린 말은 아니지. 근데 네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

“···없지요. 허나 이 의심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끔 이런 민간인이 있는 곳에 사파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파? 그렇군. 지금 무림은 서로를 그렇게 나누나 보네.”


간단한 신변잡기였다.

동시에 오천명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아무리 무림과 떨어진 시민들도 이 정도는 안다.

기본 상식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이걸 모른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 아까 갔던 녀석이 오면 우리가 개방주를 만날 수 있을까?”

“그건 그 아이가 무슨 정보를 가져오냐에 따라 다릅니다만···”


손오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동시에 보란 듯이 손가락을 새의 발톱처럼 만드는 게 아닌가.


누가 보아도 위협하는 모양새에 오천명은 침을 꿀떡 삼켰다.


“그것 또한 원하시면 언제든지 가능하겠지요. 개방으로서도 대협 같은 강자와 친분을 쌓아두어 나쁠 게 없으니까요.”

“역시 그렇지?”


손오공은 실실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오천명으로서는 죽을 것만 같았지만.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그제야 주변에서도 수상함을 눈치채곤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싸울 분위기도 아니었고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알아채서 그렇다.


무림과 일반인의 삶은 분리되어 있다 한들, 완벽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엄마! 저기···”

“쉿. 조용히 가자.”


저들을 계속 구경하면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후개 님!”


그리고 그건 보냈던 거지가 다른 거지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명확해졌다.

순식간에 거지들이 기막을 펼친 것이다.


무려, 자신들조차 듣지 못하는 기막을.


“···실례했습니다. 이 비연개, 아까까지 취했던 자세에 대해 사과 올립니다.”

“흐음. 아쉽네.”


뭐가 아쉽다는 걸까.

오천명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아니야.’


오히려 잘 됐다.

매일 자신을 갈구던 개방주 아닌가.


오늘도 구박을 피하기 위해 나왔던 그다.

그 겸에 실적이나 쌓으러 나왔는데 마침 만난 거다. 개방주, 스승이 무서워하는 상황을!


“크흐. 바로 모시겠습니다. 개방주를 만나고 싶다 하셨죠?”

“···얘 갑자기 왜 이러냐?”


그런 오천명의 심정을 모르는 손오공으로써는 떨떠름할 뿐이다.

그러나 강휘는 달랐다.


애초에 정파의 고위 인사를 꿰고 있던 강휘다.

오천명의 성격 정도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으니.


‘설마 그렇다고 제 스승까지 팔려고 할 줄은 몰랐는데.’


이게 개방의 정신이라는 걸까.

손오공 일행은 비열한 미소를 숨기질 못하는 오천명을 바라보았다.


···아주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일단 강서 지부로 갑시다. 그곳에서 푹 쉬시고 계시면 제가 나흘 안에! 개방주를 산지직송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 내가 만나고 싶다 했지만 일단 네 스승 아닌가?”

“가시죠!”


손오공의 상식적인 질문은 조용히 흩어질 뿐이었다.

이미 오천명의 머릿속은 그런 질문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오로지 스승을 담구겠다.

그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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