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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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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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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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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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주를 대령하라

DUMMY

“너희, 거기서 지금 뭐 하냐?”


손오공은 고개를 기울이며 왕후연과 강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양갱이 들려 있었다.


오천명이 그에게 접대하기 위해 꺼낸 수많은 요깃거리 중에 가장 취향에 잘 맞는 간식이었다.


“아, 도주로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잠깐만. 도주로?”

“예.”


손오공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자식들은 도적질이나 하던 과거를 잊지 못해 또 도적질을 할 생각인 걸까.

아니면 손오공 자신이 믿음직하지 않은 걸까.


이내 결론을 내렸다.


“아이고 내가 이딴 녀석들 살려주겠다고···”


손오공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그들 입으로 말했다. 인간에 대한 기대를 좀 낮춰보라고.


낮춰본 결과, 이 자식들은 과거를 잊지 못했다는 결론이 났다.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납니까!”

“왜? 아니야?”

“아닙니다!”

“그럼 뭔데?”


강휘는 침을 꿀떡 삼켰다.

여기서 말을 잘못하면 그대로 그들의 목숨도 증발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저희의 습관 탓도 있지만 진천 나리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계속해 봐.”


손오공의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저게 청신호라는 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아까처럼 적신호가 켜질 것이 분명했다.


흥미와 즐거움은 달랐다.

적어도 손오공을 모실 때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렇기에 강휘는 입술에 침을 발랐다.


“진천 나리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더라도 지켜줄 거라 믿고 있죠.”

“그럼?”

“하지만 만약 개방주와 싸울 상황이 오면 저희는 도망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손오공의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목이 잘리는 듯한 서늘한 기운에 강휘는 헛숨을 삼켰다.


“한 번 봐줬다.”

“예, 예?”

“내 눈은 특별하거든. 웬만하면 동화에도 언급되었을 법도 한데.”


그제야 강휘는 손오공의 눈이 붉게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화안금정!’


서유기에서 손오공을 대표하는 안법 중 하나.

동시에 그 힘은 그 어떤 거짓도 꿰뚫어 본다고 하였다.


“죄송합니다!”


황급히 일어나 땅에 머리를 박는 과정에서 의자가 부서졌다.

그로 인해 피가 나고 있음에도 이를 신경 쓰는 이는 이곳에 없었다.


“뭘 하려 했지?”

“개방주와 진천 나리의 싸움을 가정하고 도망치려 했습니다!”

“아까랑 말이 같은데? 그럼 내가 너희를 보호해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거네?”

“그래도 정말로 도망치려 한 건 아닙니다! 그것 하나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도망쳤다가 진천 나리가 이기거든 돌아오려 했습니다!”

“약속?”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약속. 그래··· 약속?”


동시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 우리 강휘야. 넌 머리가 금붕어냐?”

“예, 예? 그게 무슨···?”


강휘의 몸이 강제로 일으켜졌다.

그제야 손오공의 표정을 본 강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싸늘하게 식은 눈.

딱딱하다 못해 살짝 내려온 입꼬리.


마지막으로 실망했다 말하는 그의 어투.


“금붕어야. 내가 저 녀석에게 물었을 때, 저 녀석도 기억을 못 하면 너희의 생도 여기까지인 거다.”


그제야 강휘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도망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걸까?

하지만 그가 화난 시점을 생각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를 쉬이 믿지 못한 것?

아니다. 그럼에도 손오공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럼 대체 왜?

어느 부분에서 화났단 말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 탓에 강휘의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뭉치기 시작할 때, 손오공이 왕후연을 불렀다.


“덩치야.”


이름이 아닌 호칭.

그것도 왕후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 이전의 호칭이었다.


그것만으로 왕후연의 팔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당황하지 말고. 내가 한 가지만 물어보마.”

“예, 예!”

“내가 너희를 처음 만났을 때, 말해준 말이 있다. 뭘까?”


왕후연은 잠시 동안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렸다.

강휘를 쳐다보는 것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발 뭐라도 내뱉어 봐라!’


하지만 강휘는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아있는 박제.

손오공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저 단순하게 기운으로 짓누른 것이다.


누가 보아도 실력 행사였으며, 지독한 짓이었다.

밖에서 경호를 서던 거지들이 침을 꿀떡 삼킬 정도로.


“너무 어려워하는 것 같으니 힌트를 주마. 대중에 내려오는 내 이야기다.”

“···아! 옥황상제에게 직책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정답이다.”


이번엔 다시 강휘를 바라보는 화안금정.


“강휘야. 약속이라 했냐?”


그제야 강휘는 자기 잘못을 깨달았다.


손오공은 무려 불경을 얻기 위한 고행 끝에 팽 당한 인물.

그리고 그런 그에게 맺어졌을 수많은 약속.


‘아뿔싸!’


그제야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손오공에게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인간이든 신선이든 똑같은 게 있다. 그게 뭔지 아냐?”

“···”

“그건 화장실을 가기 전과 후가 다르다는 거다.”


손오공은 묻고 있었다.

진정 도망치는 데에 성공하고 마음이 바뀌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그것을 깨닫자마자 강휘는 땅에 머리를 박았다.


커다라면서 둔탁한 소리.

동시에 그 어떤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아 순수하게 들려오는 파열음.


그 소리가 멈춘 건 싫증이 난 손오공이 강휘의 몸을 강제로 멈췄을 때였다.


“변명하고 싶어?”

“···!”


강휘는 기운으로 억제되고 있는 목을 간신히 움직여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지껄여봐.”


턱을 부여잡고 있던 무언가가 풀렸다.

강휘는 기회를 놓칠까 봐 속사포처럼 말을 쏘아댔다.


“저희가 쓰레기 삶을 산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진천 나리를 배신할 생각은 일절 없었습니다! 그건 화안금정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테지요.”

“···”


손오공은 처절한 강휘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그렇다.


강휘는 정말 약속을 인간들 사이에서 정의된 뜻으로 말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배신할 생각이 없는 것도 맞다.


적어도 손오공은 그리 생각했다.


“···이번엔 봐주마. 이걸로 두 번째다.”


인삼자면살인(忍三字免殺人)


그리고 지금, 손오공은 인(忍)을 두 번 그었다.


“몰랐으니 용서해 주는 거야. 다음에도 그럴 거란 생각은 버리면 좋겠네.”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능글거리는 미소를 되찾은 손오공의 얼굴.

하지만 강휘는 공포스럽다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이 며칠째지?”

“사흘째입니다. 그리고···”

“문 앞에 누가 서 있지. 알고 있어.”


애초에 기세를 전혀 숨기지 않고 있지 않은가.


손오공의 손짓에 문이 활짝 열렸다.

동시에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들어왔다.


‘이, 무슨!’


강휘와 왕후연이 인식도 할 수 없는 속도였다.

만약 들어온 무언가가 그들의 목숨을 노렸다면 반응조차 못 하고 베였으리라.


하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거지 하나가 손오공의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으니.


가히 신공이라 부를 수준의 경공이었다.


“음. 걸뱅아? 나는 부처가 아닌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내 당신의 이야기를 알고 있소이다. 생불에게 절대 부족한 예의는 아닐 터!”

“그건 그렇지.”


손오공의 어투에 즐거움이 섞였다.

그것만으로 그와 한 공간에 있는 이들의 숨통이 트였다.


“그래. 걸뱅아. 이름이 뭐냐?”

“걸왕, 오독천이라 하오! 제 제자인 천명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스승이 된 입장으로서 사죄하겠소!”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오는 모습에 강휘는 조용히 물러났다.

아무래도 싸울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동시에 왕후연과 함께 손오공의 등 뒤에 자리 잡았다.

끝끝내 탈출로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렇다.


그 사실을 알아챈 손오공은 비웃음을 흘리곤 오독천을 내려다보았다.


“보아하니 그 걸뱅이한테 이름을 지어준 게 너인가 보네. 성 씨까지 물려주고.”

“아직 부족한 아이나 자랑스러운 자식으로 여기고 있소. 아이가 잘못한 게 있다면···!”


그 말에 손오공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분명 오독천을 팔아먹으려 했던 녀석 아니던가.

보아하니 양아들로 들인 것 같은데 제 양부를 팔려고 했단 말인가?


‘아니,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손오공은 재빨리 허벅지를 꼬집는 것으로 잡생각을 날렸다.

지금은 이 개방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막장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


“그래서 걸뱅아. 너희가 내 여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그건 분명한 사실이나 지금 당장 드리긴 어렵소.”

“으응?”


순식간에 손오공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걸까?”

“크헉!”


순식간에 주변의 색이 변했다.


‘···이게 다 강기란 말인가!’


오독천은 기운을 끌어 올리며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다.

자신의 수족을 보호하면서도 그 앞에 있던 오독천의 몸은 짓누르는 기운.


그건 오독천이 오천명에게 들었던 도술과는 달랐다.


오로지 손오공에서 나온 기운.


너무 기운이 뭉치다 못해 황금색으로 변화한 공간.


한 마디로 무력시위였다.


오독천 정도는 도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죽일 수 있다는 뜻.


“제발 말을 한번 들어주었으면 하오!”


그렇기에 오독천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것만으로도 말해보라는 듯, 줄어드는 압력에 개방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할 때가 아닐 텐데?”

“무당산! 여의는 무당산에 있소이다!”

“무당산?”


손오공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무당. 그리고 무당산.


“거기가 무당이라는 것들이 있는 곳이냐?”

“그러하오. 이 몸이 노쇠하여 여의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판단하여 그곳에 맡겨 두었소.”

“그리고 오천명, 그 걸뱅이가 다 자라면 물려줄 생각이었다?”

“본 주인이 오기 전까진 그러했겠지.”


손오공의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기울였다.

오독천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황급히 덧붙였다.


“여의는 존재만으로 고귀하오! 나조차 그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소. 그저 둔기처럼 휘두르는 게 다였지.”

“그래서?”

“여의는 아직도 당신만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소리요! 신물이 주인에게 돌아가길 원한다면 당연히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도리 아니겠소!”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그제야 손오공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오독천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번개를 느꼈다.


“···”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그의 상의가 갈기갈기 찢어진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건 우리 대화를 엿들은 처벌. 불만은 없겠지?”

“···물론이오.”


그렇게 대답하는 오독천의 표정에는 착잡함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본 손오공은 그를 비웃었다.


‘지가 기분 나쁘면 어쩔 건데?’


애초에 그의 무기를 무단으로 소유하고 있던 이들 아닌가.

심지어 그것을 대대로 물려주기까지 했다.


그걸 옷을 찢는 것으로 봐준 거면 이미 참을 인을 열 번은 긋고도 남았다.


애초에 미개한 것들이다.

축생보다 못한 것들.


서로 살육을 벌이는가 하면 저들끼리 먹는 것은 인외로 취급하지 않던가.


“그나저나 무당산으로 가봐야겠네.”


그런데 그런 미개한 것들이 도술을 익혔다 한다.

심지어 미개의 극예가 신선들의 기본에는 닿을 정도라고.


개인적인 흥미가 돋았다.

동시에 도술을 익힌 개미들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졌다.


“무당산으로 가시겠소?!”

“···아, 응.”


손오공은 밝아진 오독천의 표정을 보고 짜게 식은 표정을 지었다.


‘···그 꼬맹이의 성격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여기 그 아이가 성장한 모습이 있었다.


구파일방 중 하나면서 같은 정파를 팔아버리려는 수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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