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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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4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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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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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삼장과 함께

DUMMY

“그런데 이쪽은 누구신가요?”

“아, 이번에 도움이 필요해서 조금 교육하고 있어.”

“강휘라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음?”


삼장이 고개를 기울였다.

손오공과 여행을 했던 그녀다. 그렇기에 그가 제자를 들일 성격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쓸만한 수준까진 키울 생각이야. 지금도 부적 정도는 잘 작성하고 있고.”

“···평범한 인간인 거 같은데 진도가 빠르군요?”


손오공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이 정도로 뛰어난 성취를 보일 거라 생각도 못했기에.


“손행자랑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고요.”

“인간들이 절정이라 말하는 경지에 오를 때 도움을 줬지.”

“아하.”


삼장은 재밌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변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인간과 어울리며 변한 모양이다.


“나무아미타불. 좋은 일이군요.”

“갑자기?”


손오공의 미간이 잠시 좁혀졌다.

그럼에도 삼장에게만큼은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단순히 연심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여기서 큰 소리를 내면 그녀의 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손오공은 오랜 기간을 삼장과 함께 보냈고 그녀의 성질은 이미 파악한 지 오래였다.


툭하면 울지만 그 누구보다 강인한 여성.

그게 손오공이 보는 삼장이었다.


‘···잔소리도 강인해서 문제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자, 곧바로 삼장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셨지요?”

“별 생각 안 했는데.”

“···흐음.”


삼장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으나, 별말을 하진 않았다.

그녀 또한 오랜만에 만나 손오공에게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손행자. 알고 있나요? 보통 인간들 사이에선 손행자와 강휘 같은 관계를 사제관계라고 부른답니다.”

“···난 아직 이 녀석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그렇겠죠.”


삼장은 눈을 감은 채 싱긋 미소를 지었다.


“손행자는 언제나 그랬죠. 쉽게 정을 주는 법이 없어요.”

“흥.”


손오공은 그 말을 부정하고 싶었으나, 이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 또한 알고 있었다. 그가 인간에게 의심을 자주 가진다는 건.


처음에는 믿는다고 생각해도 조금만 예상에서 벗어나면 화안금정을 발동했다.


그가 화안금정 없이 온전히 진심으로 대하는 것.

그건 삼장 일행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나.’


부처에게 배신을 당했던 것.

그건 손오공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나.


애초에 그 여정을 강제로 끌고 간 건 손오공 아니었던가.


사실상 그 여정을 이끌어간 것이 손오공인데 그만 쳐내다니?


“난 아직도 이해가 안 가. 왜 나만 안 된다고 했던 거지?”

“···나무아미타불.”


삼장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한 손으로 염주를 굴리는 채였다.


부처의 뜻이다. 한낱 승려인 그녀가 입을 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넌 왜 다시 불경을 얻으러 가겠다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손행자.”


삼장은 손오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정도는 손오공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알았어. 말하기 힘들다는 거지.”


그녀가 입가에 손가락을 세웠다.

그것만으로 손오공은 금제에 걸렸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아무리 삼장이 뛰어난 능력자더라도 부처의 금제를 푸는 건 힘든 일일 테니.


그렇기에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의문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됐어. 일단 화과산부터 들르자.”

“...아직 안 들르셨군요?”


삼장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아직도 들르지 않았는가.


그에 대해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어차피 걔들이 날 배신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일이 꼬였군요.”

“...내가 또 걔들이 원숭이라는 걸 깜박한 거지.”


손오공은 그리 말하며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들은 잘못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외압에 굴복한 걸수도 있지 않던가.

하지만 손오공은 괜히 심통을 부렸다.


“내가 없는 사이에 또 일이 터지다니. 화과산이 무슨 동네북이라도 돼?”

“...아하. 어디서 소식을 들으셨는진 모르겠지만, 명확히 들은 건 아닌 모양이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손오공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에 삼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행자. 이런 말을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뭐?”

“당신의 가짜가 화과산을 점령하고 있답니다. 당신의 용포를 입고요.”


손오공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자신이 들은 말이 사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은 탓이다.


“...내 가짜?”

“네. 그렇게 말했답니다.”


손오공은 미간을 좁혔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 든 탓이다.


과거, 손오공은 가짜의 등장에 철저한 응징을 했다.

한 마디로 가짜가 나올 가능성을 잘근잘근 밟아뒀단 소리다.


“대체 누가? 아니, 감히?”


그런데도 그를 사칭한다니.

절대 평범한 상황은 아니었다.


“저도 모르겠답니다. 그저 자신이 용포의 인정을 받았다고 하는 걸 들었을 뿐.”

“...어떤 놈이 감히 그렇게 말해?!”


순간적으로 손오공의 기운이 폭출했다.

용포의 인정을 받다니?


그건 손오공이 직접 용을 해체해 제작한 옷이다.

도술로 만들어낸 근두운, 용왕에게서 강탈한 여의와는 다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자, 그 어떤 형태로든 변화하는 옷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게 해뒀는데.


“저야 모르죠. 하지만 그가 용포를 입고 있는 건 사실이랍니다.”

“...크으.”


손오공은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여의를 매만지면서.


“...이거, 근두운부터 해제하러 가야 하나?”

“생각해 보니 이상하군요. 근두운은 도술로 만들면 그만 아닙니까? 그런데 왜 물건처럼···”


손오공은 제 머리를 긁적였다.

그에 반해 삼장은 미안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내 상징인 것들은 다 떼어내야 했으니까.”


사실상 기억을 추출했다는 표현이 옳았다.

지금 손오공의 머릿속에는 근두운을 만드는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다른 이들이 익힐 수는 없는 건가요?”

“모르겠는데. 해봐야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거라.”


구결이 될 만한 글귀는 없었다.

손오공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사실상 그의 기억을 옮겼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그럼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봉인했던 장소는 알긴 하지만. 변했다면 걸뱅이들을 써보지 뭐.”


손오공은 어깨를 으쓱였다.

근두운은 분명 뛰어난 도술이나, 그게 없다고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보다 용포야. 감히 내 옷을 입고 사칭하다니···”


손오공의 입에서 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삼장은 익숙한 표정으로 빙글 웃었으나, 강휘는 아니었다.


분명 자신에게 향하는 게 아니다. 그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오공이 진심으로 흘리는 살기는 이성을 마비시켰다.


“진천···나리!”

“아.”


힘겹게 손오공을 부르고 나서야 그의 살기가 순식간에 죽었다.

강휘가 안도하는 반면, 삼장은 웃음을 터트렸다.


“진천. 진천이라! 손행자와 잘 어울리는 가명이군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 맞아?”


손오공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가 너무 즐겁게 웃는 마음에 걸린 탓이다.


“물론이에요. 그보다 다른 일행도 있는 것 같던데요?”

“아, 거지 하나, 종 하나야. 저 밑에 두고 왔지.”

“한번 보러 갈까요?”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강휘에게 손짓하면서.


“...최대한 따라붙겠습니다.”

“이번에는 완벽히 따라오지 않아도 돼. 슬슬 기운이 바닥났을 텐데.”


강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손오공의 도술과 보법.

그건 익히는 것도 힘들지만, 사용하는 기운이 압도적으로 많이 필요했으니까.


분명 절정이란 경지는 낮은 경지가 아님에도 그랬다.


‘...진천 나리는 아무 부담도 없이 쓰던데.’


마치 대하 같은 내공을 바탕으로 쓰는 기예처럼 보였다.

노년에 접어들어도 전수받은 걸 제대로 쓸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


“흐. 딱 봐도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군.”

“예?”

“내가 알려주는 것만 잘 익히면 화경도 우습게 보는 내공을 쌓게 될 거야. 내 장담하지.”


강휘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아 눈을 끔벅였다.


‘...신선의 무공하고 그 정도나 차이가 난단 말인가.’


물론 강휘가 익혔던 무공은 해봐야 이류 수준이다.

절대 절정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뛰어난 무가의 상승무공이라 해도 손오공이 말하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그렇다면 제게 새로운 토납법을 알려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치기 어린 마음으로 물었다.

하지만 손오공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된다. 내가 알려주는 구결부터 완벽히 숙지해. 아니면 언젠가 몸이 터져버릴 거다.”

“...예. 알겠습니다.”


창백해진 강휘를 본 손오공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걱정 마세요. 제가 볼 때, 강행자의 자질은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감사합니다.”


손오공은 작게 헛기침을 하곤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따라와라.”

“—!”


강휘의 대답이 닿기도 전에 시야가 급변했다.

그를 본 삼장은 피식 웃고 말았다.


“왜.”

“누가 봐도 제자로 들인 거 아닌가요?”

“...그럴 리가.”


삼장은 손오공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뒤를 살폈다.


‘손행자. 세월이 절벽을 깎았군요.’


손오공은 분명 화과산의 일 때문에 교육한다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부적술을 제외한 무공까지 알려주는 건 다른 일이다.


어째서 손오공이 그를 교육하겠단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삼장으로서는 변한 손오공이 마음에 들었다.


“...도착했다.”

“으음. 손행자. 인간 세상에선 개방 후개를 일개 거지라 칭하진 않는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천명 앞에 서자마자 난색을 지었다.

누가 팔결을 한 거지를 단순한 거지로 여긴단 말인가.


구파일방의 미래다.

본디 인간으로 태어난 삼장은 그를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을 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건지.”


그에 반해 오천명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손오공과 같이 지내는 왕후연과 강휘.

그들은 그를 단순히 정보원으로 취급하지 않았나.


분명 처음에는 개방 후개로서 대했다.

하지만 손오공이 계속해서 그걸 신경 쓰지 않은 탓일까.


점점 그들의 행동도 바뀌어버렸으니.


이제 와선 그런 취급이 익숙해질 때쯤, 다시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런. 부디 손행자를 용서하시길. 나쁜 마음은 없었을 거랍니다.”

“그거야 당연히 믿습니다. 이번에 저희를 도와주겠다 하셨거든요.”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개방이 맺은 약속.

그건 단순히 거래 아닌가. 순수한 선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크흠. 그렇지요?”

-대협. 그냥 그렇다고 하십시오. 저희가 바라는 건 대협이 잘되는 것 뿐입니다.


가식적인 말이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쉬고 말았다.


“...그렇긴 하지.”


아무래도 이것까지 오천명이 말한 좋은 인식인 모양.

거기까지 파악한 손오공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이긴 해도 사실로 만들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이분은?”

“종이지. 이름은 대충 왕후연이라 지었어.”

“이런. 모든 사람은 평등하답니다. 강행자만 아껴서는 안 돼요.”

“끄응.”


손오공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절대 왕후연이 강휘와 비슷해질 수 없다 생각했기에.


하지만 왕후연에겐 처음 듣는 따듯한 말이었다.

14호라 불릴 시절에도 강휘에게 타박만 들었으니.


그럼에도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가 이 상황에서 입을 여는 건 눈치가 없는 행동이었으니.


“자자! 일단 식사부터 하러 갈까요?”


그 정막을 깬 것은 오천명이었다.

저 멀리서 강휘가 오는 것을 본 그가 활기차게 입을 열었다.


“아, 오늘은 소고기가 먹고 싶네요. 그래도 될까요?”

“···예?”


순간적으로 오천명의 표정이 뒤틀렸다.

자신의 친우, 명진을 떠올리는 채였다.


···스님이란 이들이 이래도 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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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삼장과 함께 24.09.14 22 1 12쪽
12 삼장과 함께 24.09.13 21 2 12쪽
» 삼장과 함께 24.09.12 33 1 12쪽
10 삼장과 함께 24.09.11 36 2 12쪽
9 무당에 들르다 24.09.10 33 3 12쪽
8 무당에 들르다 24.09.09 35 2 13쪽
7 무당에 들르다 24.09.08 36 3 12쪽
6 하남에 들르다 24.09.07 45 2 12쪽
5 하남에 들르다 24.09.06 50 3 11쪽
4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5 62 3 12쪽
3 개방주를 대령하라 24.09.04 82 4 12쪽
2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02 6 12쪽
1 제천대성이 돌아왔다 24.09.04 14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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