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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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우(必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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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 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9.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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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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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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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블랙 오크

DUMMY

14.




“저,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블랙 오크의 위치는 여기서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방향은?”

“저쪽입니다.”


상사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머릿속에 지도라고 박아놓은 상태인지 메고 있는 지도를 펼치지도 않았다.

군대에는 별별 특이한 인간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다.


지루한 군 생활 때문에 북한의 지형을 외워버렸을 수도 있지 않나.


“자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곧바로 끼어들겠습니다.”

“······정말 위험하면 드론 하나를 끌어 내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현재 이쪽 부대에는 내 전투 영상이 배포된 상태다.

내 결정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원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실력을 드러내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실제로 나쁘지 않았지.’


병사 간부 할 것 없이 나를 볼 때마다 경례했다.

딱히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돌산 위에 작고 검은 점 하나가 보였다.


“블랙 오크.”


아직은 걸리지 않았다.

녀석들이 다른 생명체를 느끼는 감각은 최대 200M.

좀 더 빠르고 강한 힘으로 접근하면 500M까지 늘어난다.


그러니 선공권은 내게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김창식도 따라오겠다고 했지만, 내가 만류했다.

그나마 여기 있는 중사가 지리도 알고, 레벨도 높은 편이라 따라왔지. 아니었으면 쌩으로 혼자 왔을 거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대기 부탁드립니다.”

“예, 승리를 기원하겠습니다. 북진.”

“북진.”


딱히 경례를 받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만큼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블랙 오크를 상대한다고 여기 있는 상사가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몬스터가 드글거리는 장소에 홀로 떨어져 버텨야 하는 거다.


툭. 툭.


가볍게 몸을 풀었다.

발목과 팔목을 이리저리 돌렸고, 마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간밤에 이현에게 배운 마력 순환법.

단순히 마력을 흘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마력의 사용법이다.


‘아직은 마력 자체가 적은 편이지만.’


전보다는 훨씬 잘 움직여진다.

여기에 내 능력을 한 스푼 첨가하면 금상첨화.


‘가자.’


슉─


가벼운 도약으로 몸이 하늘을 뚫고 날았다.

마력으로 저항력을 줄이고, 몸은 초능력으로 띄웠다.


이대로 블랙 오크에게 접근한다.

손에 들린 쿠크리를 다시 꼬나 쥐었다. 쿠크리는 김창식에게 받았다. 당연히 이 또한 평범하지 않다.


챠아아아─


나노 기술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한다.

손잡이 밖에 없던 형태에 검은색 칼날이 생겨났다.

이게 블랙 오크의 피부를 뚫을 수 있을지 어떨 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건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이게 못 뚫으면 지구상 어떤 칼날도 블랙 오크의 피부를 뚫을 수 없다.

마력이 많으면 또 다르겠지만, 내 마력은 블랙 오크보다도 적다.


이렇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오로지 초능력을 믿기에 할 수 있는 기행이다.


‘이제 300M.’


허공에서 얌전히 다가갔기에 1차 감지망은 피할 수 있었다.

다만 200M는 다르다.

거슬린다면 벌레 하나도 감지해 내는 것이 블랙 오크의 센서.


‘김창식이 옳았다.’


저딴 걸 잡기 위해 바로 함흥 쪽으로 갔다면 둘러싸이고 끝이었을 거다.

이 녀석처럼 혼자 다니는 블랙 오크는 그쪽에서 보기 어렵다.


‘이런 게 미국과 중국에서 범람했단 말이지?’


이쪽을 신경 쓰지 못하는 이유도 알 만하다.

지금 당장 국가의 존속을 신경 써야 할 판에 무슨 타국의 전쟁을 신경 쓰나.


거기에 사실상 이쪽은 전쟁도 끝이다.

혼란을 틈타 하루 만에 평양을 탈환하고 모든 핵 기반 시설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저 검은 괴물 하나뿐이다.


‘저것만 잡으면 통일이다, 이거지?’


원래도 애국자는 아니었지만, 싫어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지금 상황은 내게 나쁘지 않다.

이 일이 끝나면 이 국가에서는 날 건들 수 있는 존재가 없다.


이제 200M.

녀석이 날 감지했다.


-크륵, 인간─?


인간의 언어.

언어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통역했다.

언어의 장벽은 없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


이현에게 들은 대로였다.

3 위계부터는 차원 난민이라 한들 언어 기능을 상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본능대로 움직이는 괴물이 아니라는 것.

진정으로 외계인이라 생각하면 된다.


당황할 것 없었다.

아직 상대는 나를 모른다.

그러니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한 발을 처음에 꽂아주는 것.


그게 승리의 조건이다.


사아아악─


손에 들린 쿠크리가 허공에 떴다.

내 장점은 초능력을 이용한 위계질서의 파괴다.

그렇다면 직접 다가가 타격하는 것보다는 이를 확실하게 활용해야겠지.


쿠크리의 날은 결국 나노 머신이다.

내가 원하는 형태를 정확하게 구성하는 과학 기술의 총아.

상상을 현실에 불러오는 초능력과 궁합이 좋다.


‘돌아라.’


우선은 가장 기본적이고 즐겨 사용하는 회전.

드릴처럼 회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메랑처럼 회전시켰다.

결국 쿠크리의 본질은 상대를 분쇄하는 것이다.


이 조그마한 힘이라도 더해지면 다른 결과를 불러오겠지.

여기서 마력을 집어넣는다.


들고 있지 않지만, 쿠크리는 나와 이어져 있다.

마력의 전달이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상대를 분쇄하는 것. 내 소망이 마력이 입력된다.


블랙 오크의 근육이 움츠러들었다.

두려움? 아니, 적절한 긴장감이다.


─크륵, ···전사였군.


녀석의 눈이 나와 쿠크리를 동시에 바라봤다.

무릎을 굽히는 게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다린다.


블랙 오크의 발가락이 암석을 파고들었다.

곧이다, 녀석이 곧 하늘을 뚫고 다가온다.


인지하지도 못할 속도는 아니겠지만, 반응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상대의 경로를 한정시킨다.


회전하는 쿠크리를 10M의 간격을 두고 앞에 보내놨다.

지금의 난 무방비하다.

녀석의 눈에도 그리 보일 것이다.


겨우 1 위계 따위의 인간이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고 느낄 거다.

실제로 난 도발을 감행했다.


“난 지금 맨몸이다. 무기는 저 멀리에 있지, 이걸 안 들어올 건가?”


─크륵.


녀석은 내 도발에 응수했다.

이는 곧 전투의 시작.

씨익 웃고는 곧바로 마력을 담아 지반을 박찼다.


투쾅─!


녀석이 짓누른 암석이 크레이터처럼 부서졌고, 동시에 자리에 있던 블랙 오크의 모습이 사라졌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예상한다.’


이지 선다.

녀석은 날 노리거나, 무기를 쳐내거나 둘 중 하나다.

과연 1 위계 따위의 공격을 두려워할까?


내 예상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렇다면.


‘피한다.’


새롭게 익힌 초능력의 활용법을 사용할 시간이다.

내가 왜 무기를 떨어뜨려 놨을까.

전부 이것을 위해서였다.


“텔레포테이션.”


쿠크리와 위치를 전환했다.

어떻게?

글쎄, 시험 삼아 왼손과 오른손의 물건을 바꾸는 상상을 해봤는데 이게 되더라.

그때부터 생각한 전략이다.


결과는 성공적.

상대의 빈틈을 노릴 수 있었다.


촤아아악─!


초능력으로 회전 중인 쿠크리가 블랙 오크의 오른 다리를 앗아갔다.


“크륵···! 이런 미친놈이!”


녀석은 곧바로 허리를 튕겨 내게 돌진했다.

억지로 근육을 찢으며 움직인 것인지, 영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런 공격조차 내게는 파괴적이다.

이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면 죽는다.


단 한 대.

고작 한 대에 이번 생이 끝날 수도 있다.

모든 부분에서 나보다 우세한 적을 상대로 단 한 대도 맞지 않은 채 끝내야 한다.


후우우우우웅─


풍압이 다가왔다.

다리가 잘렸기 때문인가, 신경이 분산 되어있다.

많은 생각이 함께하는 공격이다.


‘대처할 만하다.’


텔레포테이션 하나로 마력의 70%가 사라졌다.

남은 마력을 다 사용하면 곧장 하늘에서 추락하고 온몸이 부서질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수를 생각해야 한다.


‘움직일 수 있을까.’


마력을 사용한다고 한들, 바닥에 닿지도 않은 채 휘두르는 공격은 그리 위력적이지 않다.

오크가 아무리 전력을 다한다고 한들, 본디 낼 힘에는 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움직여라.’


끼릭─


오크의 관절이 조금이지만 틀어졌다.

가진 힘의 차이가 커 크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관절의 궤도를 비튼다면.

그 끝, 주먹의 위치는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이런······!”

“빈틈.”


파앙─!


파공음이 머리 바로 뒤에서 들렸다.

오크는 낭패라는 듯 곧장 몸을 틀었다. 오른발로 날 걷어차려는 거다.


하지만, 녀석이 간과한 사실 하나.


“너 다리 없잖아.”

“······!”


손을 뻗어 쿠크리를 끌어왔다.


착─!


벤다? 아니 불가능하다. 자세를 다잡은 오크에게 막힐 거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전력이다.

막히면 끝이다.


‘찌른다.’


빙그르르르


날이 사라지면서 손잡이가 한 바퀴 굴렀다.

역수로 잡은 손잡이. 나노 머신은 내가 원하는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레이피어.

오크의 주먹에 닿으면 분쇄될 정도로 연약한 모양이지만, 찌르는 데에는 지금 이만한 게 없다.

찌르기만 하면 된다.


내 힘이 저 안에 스며든다면, 게임은 끝이다.


“흐으으읍···!”


들숨 한 번에 모든 걸 담았다.

녀석의 커다란 손이 날 움켜쥐러 다가오지만, 내가 한 틱 더 빨랐다.


핏─!


녀석의 검은 피부에 붉은 핏방울 하나가 맺혔다.

그건 시작이었다.


‘뚫어라, 뚫어라, 뚫어.’


내가 원하는 것은 관통.

초능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모든 수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마력을 어지럽히고 피부를 무르게 만들었다.

이윽고, 나의 공격이 일을 냈다.


푸우욱─!


손 한 뼘 정도의 깊이를 꿰뚫었다.

조금만 더 들어간다면 심장이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오크가 근육을 조였다.


상관없었다. 애당초 녀석의 심장을 곧장 꿰뚫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내가 처음부터 유도한 건 내 영향력이 저 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와 하나로 연결된 레이피어가 녀석의 몸을 파고 들었다.

이는 곧 녀석의 몸에 대한 통제권이 어느 정도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과 다르게, 생명체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만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상대의 허락을 받거나 신체를 최대한 가깝게 접촉하거나.


따지고 보면 지금 내 신체가 녀석의 안에 들어간 상태.

이 말인즉슨,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멈춰라.”


두근···!


“크어어억─! 무, 무슨···!”


날 움켜쥐려던 오크의 손아귀 힘이 풀렸다.

동시에 눈이 커졌고 온몸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녀석이 손을 휘둘러 레이피어를 부쉈지만, 이미 늦었다.


녀석의 심장은 멈췄다.


“이, 이 무슨···!”


마력의 힘으로 어떻게든 심장을 쥐어 짜내는 듯하지만, 소용없다.

내 능력은 절대적이다. 마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날 이길 방법은 아까처럼 신체능력으로 압도하는 수밖에 없다. 마력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현의 설명을 통해 어렴풋이 잡았던 감각이 실전을 통해 확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신체 능력을 제외하면 내게 위계라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날 이기려면 압도적인 화력을 들고 와라.

그것만이 답이니까.


그러니 이런 의문이 드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는 않는다.


“이, 인간··· 어, 어떻게···!”

“글쎄.”


오크가 가슴을 움켜쥐며 눈을 최대한 부릅떴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손가락으로 녀석의 이마를 밀었다.

동시에 녀석을 지탱하던 마지막 의식이 끊겼다.

죽은 것이다.


【3 위계를 상대로 승리하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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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책임자 24.09.10 81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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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기만성(大器晩成) +1 24.09.08 890 21 12쪽
5 이미지 24.09.07 94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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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내 생일이다 +4 24.09.04 1,247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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