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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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우(必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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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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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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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두둥등장

DUMMY

15.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분명히 이현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건 아직 증명되지 않은 의견이지만요. 어쩌면 시스템도 신의 일종일 수 있어요.


한 마디로 의식과 감정이 있다는 거다.

어떻게 전 우주 혹은 전 차원의 존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주체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한 의문은 한 문장으로 축약되었다.


─신이니까요.


참으로 편리한 말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그런 의견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알람이 있었다.


흥분한 듯한 말투.

그리고 고민.


이러한 특징이 인간들로 하여금 시스템에 자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했다.


【업적에 맞는 보상을 계산 중입니다.】


【사용자의 수준을 파악, 1 위계.】


【상대의 수준을 파악, 3 위계.】


【대량의 경험치를 부여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위계에 올랐습니다. 특성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얻는 스탯의 양이 증가합니다.】


【특성 사용에 드는 자원의 비용이 줄어듭니다.】


이제 2의 스탯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 초능력의 등급이 E가 되었다. 살짝 사용해 보니, 들어가는 마력의 양이 줄었고 위력 또한 증가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 화면이 지지직거렸다.


【거대한 업적을 이룬 사용자의 가능성을 확인.】


【봉인된 능력의 일부 해금 시도.】


【시도 중······.】


【완전한 해금 불가. 창세 신격의 흔적 발견.】


【능력 부여의 경로를 파악, 인과성 확인.】


“뭐야.”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봉인된 능력을 해금하기 위한 조건 생성.】


【자기보다 2단계 높은 위계의 적 처치 5회.】


【조건 충족까지 4회 남음.】


【조건 충족 이후 특성, 대기만성(大器晩成)의 능력 일부 개방.】


할 말을 마쳤다는 듯 주변이 잠잠해졌다.

적어도 이 알람의 끝을 보려면 앞으로 블랙 오크를 넷 더 잡아야 했다.


동시에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헉! 헉! 남궁혁 씨···!


날 안내한 상사였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것이 상당히 다급해 보였다.


‘지금 있는 스탯이 총 4개.’


체력과 마력에 각각 2개씩 올린 뒤 그를 내 앞에 내려놨다.


“무슨 일이십니까?”

“흐억, 허어억···.”


공중에서 허우적대던 상사가 날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다.

그러다 잠시,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이쪽을 응시했다.


“일단 블랙 오크 사냥 축하드립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상사라고 해서 마냥 아저씨 같지만 나보다도 어리다.

들어보니 33살인가 그렇단다.


‘저 얼굴이 33살이라니 역시 전역하길 잘했다.’


간부들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과거의 선택에 대해 감탄만 나온다.

나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얼굴은 아니지만, 저들과 비교하면 양반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금 이현 씨가 병사, 간부 할 것 없이 교육하고 있지 않습니까?”

“예, 그렇죠.”


결과 보고인가?

근데 굳이 지금 그럴 이유는 없다.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건 뭔가 문제가 생긴 거다.


“고블린과 일반 오크의 사냥 도중 갑자기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게이트? 갑자기 말입니까?”

“예, 이현 씨도 당황한 듯한 기색이었습니다. 일단, 전 인원 후퇴시켰습니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고 할 만한 건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파악된 블랙 오크는 전부 민가와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여기 돌산까지 온 거고 말이죠.”

“그, 그게 말입니다. 게이트가 발생했답니다.”


하, 갑자기?


“지금 대처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일단은 가면서 듣겠습니다.”


상사가 매고 있는 통신 가방의 끈 때문에 이름표가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름이 어떻게 됐었죠?”

“상사 김원중입니다.”

“좋습니다, 김원중 씨 마음의 준비하세요. 빨리 갈 겁니다.”


혼자 싸우는 거라면 만반의 준비를 위해 마력을 최대한 온존하는 게 낫겠지만.

저쪽에는 사람이 많다.


내 1초가 저쪽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날아갑니다.”

“예, 예?!”


김원중과 내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1 위계일 때와 달리 훨씬 자유로운 힘의 사용이었다.


‘이 정도면 텔레포테이션도 세 번은 쓸 수 있겠어.’


거리도 더 멀리 사용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아까는 10m가 최대였기에 그리했지만, 이제는 또 달랐다.


‘한 번만 쓰면 최대 50m, 세 번은 아까처럼 10m.’


좋다.

아직은 모든 것이 순탄하다.

빠르게 복귀해 블랙 오크들을 상대하면 되리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치직, 치지직 당소 A-1 지원 요청 바람! 현재 이현! ···임시 중령 이현이 오크들을 막고 있음을 알림!


“이건 또 무슨···.”


빠르게 김원중 상사의 등에 달린 송수화기를 잡아들었다.


“남궁혁이다. 블랙 오크의 수를 말해라. 거리는 어떻게 되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수, 수는 넷! 거리는···

─아이씨 답답한 새끼! 비켜!

─사, 사단장님?

─오크는 총 넷! 임시 기지 기준 1km 마을 입구! 이현 씨가 어떻게든 막아보겠다고 갔습니다! 시간은 5분! 이상 전달 끝!


사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통신 간부인지 병사인지 모를 누군가의 수화기를 뺏을 정도로 급한 상황이라.


‘큰일인데.’


강화된 신체로도 여기까지 오는 데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아무리 날아간다고 한들, 10분은 걸린다.

한데 5분?


‘무리 좀 해야겠는데.’


회귀자잖냐, 부탁한다.

조금만 더 버텨봐라.



***



“······흠.”


전쟁 상황이라 그런가, 병사 간부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각성은 이룬 상태였다.

총을 들고 있으니 고블린과 오크 정도는 적당히 사냥할 수 있었을 거다.


사단장도 주기로 주변 청소를 위해 사냥을 나섰다고 한다.


‘오히려 그것 때문인지 마력을 활용하는 방법은 쓰레기였지.’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마력은 진심으로 힘을 발휘한다.

재능이 없다면 그렇게라도 마력을 깨달아야 한다.

마력은 이 세상에서 알파이자 오메가.

모든 것이다.


S급 특성을 개화할 재능이 없다면, 과격한 방식을 사용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이쪽 부대의 군인은 전부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그게 남궁혁과 이현의 거래였다.


‘오히려 좋다.’


나중에는 각성자의 절대적인 수 자체가 중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를 위하는 일이다.


방법은 이러했다.

처음에는 등급이 높은 순서로 사냥을 시킨다.

기본적으로 칼을 잡는 방법과 마력의 사용법을 알려준 뒤 오크나 고블린에게 던진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끼어들지 않았기에, 짧은 시간이라도 이들의 실력은 빠르게 올랐다.


‘물론 그래봤자, 3레벨 수준.’


1 위계다.

같은 고블린을 이기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릴 것 같은 싸움 숙련도에 한숨만 나왔지만.

초반이니 어쩔 수 없었다.


회귀 전을 떠올린다면, 이만해도 양반이다.

아니 최상의 상황이라 할 수 있겠지.


이들이 5레벨만 찍어도 적어도 고블린을 상대하는 데 있어 수월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난하게만 흘러가도 자기 적정 레벨까지도 올리고 각성자들의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겠지.


이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자연스럽게 영토를 수복하고 안정을 찾을 것이다.

지구 어떠한 나라보다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근데, 저게 뭐야.”


갑작스럽게 생긴 게이트에서 블랙 오크가 네 마리나 튀어나왔다.

한 마리만 나와도 지금 상황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적이거늘 넷?


일단, 모든 인원을 후퇴시켰다.

빠르게 바리케이트를 쳤고 단차들을 기동했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까?


바리케이트 따위 블랙 오크가 주먹으로 치면 수수깡처럼 부러질 것이다.

단차를 통해 포탄을 쏘는 것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


주변의 지형이 날아가겠지만, 포탄으로는 오크가 두르고 있는 마력을 뚫지 못한다.

모든 화력을 집중하면 오크 하나는 잡을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

남은 셋은 어찌할 건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각에 이현이 눈을 감고 머리를 마구 긁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이 있습니다.”


김창식이었다.


“뭐죠?”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상대의 생체 조직을 분해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등골이 싸했다.


“······혹시나 묻습니다만, 그건 어떻게 쓰는 겁니까?”

“미사일을 씁니다.”

“유효 거리는···?”

“1km 정도?”


무슨 미친 소리를 하고 있어.

지금 블랙 오크랑 마을의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 생화학 미사일을 쏴?


“아니, 애초에 그런 건 왜 만든 겁니까?”

“원래는 미세플라스틱이나 쓰레기 처리용으로 만든 겁니다. 나노 입자를 활용해서 원자구조를 바꿔버리는 거죠. 생체 조직을 분해하는 건 그 부산물입니다.”


뭔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애초 이현은 머리를 쓰는 타입이 아니다.


그저 회귀했기에 아는 게 많을 뿐.

절대로 전략가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현의 역할은 내부의 적을 암살하는 것.

그저 감정을 가리고 착실하게 내부의 쓰레기를 치울 방법만 알면 되었다.


그렇기에 작금의 상황에 대한 뚜렷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현이 김창식을 묘하게 쳐다봤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음, 다른 방법이라. 그냥 남궁혁 씨가 올 때까지 버티면 안 되는 걸까요?”


아저씨가 올 때까지 버틴다.

그래 그게 정답일 수 있다.


“그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회귀 전이었다면 직접 썰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현은 고작해야 1 위계.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벅차다.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요.”

“젠장, 저도 알고 있습니다.”


똑─


이현이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뒤는 바다, 도망칠 곳도 없다.

단순히 도망치는 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여기 주민들은? 군인들은?’


“상황은? 전했습니까?”


남궁혁을 말하는 것이었다.


“예, 일단 같이 간 김원중 상사의 대답을 확인했습니다. 곧 전투 종료랍니다.”

“좋습니다.”


다행히 남궁혁과 블랙 오크와의 전투는 승리로 끝난 듯했다.

이현이 알고 있는 남궁혁이라면, 당연한 결과다.

마지막, 둠과의 싸움을 제외하면 그가 패배한 적은 없으니까.


‘사실상 그때의 둠은 신도 죽인 존재. 1년이나 버틴 게 더 신기하다.’


이현은 남궁혁이 패배하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뿌득─


“거기서 여기까지 거리가 어떻게 되죠?”

“13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13km.

저게 다 돌산이라 생각하면 일반 사람의 경우 하루 종일 걸려도 도착하기 어려운 거리일 것이다.

물론 이는 평범한 사람의 기준.


두 시간 전에 출발해서 지금 전투가 끝난 것을 보면 가볍게 한 시간.

이 악물고 온다고 생각하면 10분.

혹은 그 이하.


“5분. 이게 제 한계입니다.”


최선일 수도 최악일 수도 있는 판단을 내린다.

어쩔 수 없다.

자신은 남궁혁이 아니다. 이들을 모두 지킬 힘이 없다.

그렇다면 지킬 힘이 있는 자가 오기까지 시간은 끌어볼 수 있지 않겠나.


그게 이현이 내놓은 최선의 답이었다.


“이 안에 아저씨가 도착하기를 빕시다.”


이현은 이 순간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회귀까지 했는데도 남에게 기대는 꼴이라니.’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회귀시키기 위해 모든 각성자들이 둠을 막아섰다.

고작 자신을 위한 10분을 벌기 위함이다.


그들의 피와 살을 딛고 과거로 넘어왔다.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에 최선을 보인다.


“가자.”


이현의 손목을 타고 붉은 검이 생겨났다.

검은 오크 하나하나를 눈에 새겼다.

오싹한 마력이 이현의 몸을 짓눌렀지만, 이현은 오히려 콧방귀를 뀌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가볍다.”


이현이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검은 피부에 금색 선을 그린 남자를 떠올린다.


─ 인간들이여 날 숭배하라.


“너흰 둠에 비해서 약하다.”


이현의 말을 들은 블랙 오크가 움찔했다.


“크륵···! 인간··· 둠을 아는군?”

“저 인간은 살리도록 하지. 쿠륵,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쿠륵, 이제야 1 위계인 주제에 그 이름을 말하다니.”

“······.”


블랙 오크 하나가 뒤에서 팔짱을 꼈고.

셋이 이현을 둘러쌌다.


“말끝마다 추임새를 붙이지 않으면 대화도 못 하는 것들이 자격을 논하는구나.”


‘5분은 버틴다.’


녀석들의 주의를 5분 동안 끌고 전투에서 5분을 버티면 우리의 승리다.

이를 위한 초석.


“차원을 잃은 자들이 다시금 자격을 얻는 방법. 궁금하지 않나?”

“······!”


팔짱을 끼던 오크가 이현을 바라봤다.


“크륵··· 그 이야기 자세히 할 수 있겠는가.”


원하는 반응에 이현은 조용히 쾌재를 불렀다.


‘됐다.’


말만 잘한다면 전투까지 안 갈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크륵! 또 이건가···!”


오크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설마.’


이성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그 빈틈을 본능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건 좋지 않다.


“젠장.”


연쇄반응처럼 주변 오크들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언어를 구사할 정도의 지능은 사라지고 본능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열이 뻗쳐 올랐다. 이대로만 갔어도 10분은 충분히 벌 수 있었겠거늘.


‘거지같은 시스템은 이 상황에서도 나를 방해하는 건가!’


회귀 전에도 이러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차원을 침공한 부랑자에게 특히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저들은 자신의 차원, 행성을 잃어 떠도는 자들.

오로지 다른 차원을 빼앗겠다는 본능만 남아있다.

3 위계였던지라 어떻게든 버틴 모양이지만, 그것도 잠시.


빼앗아야 할 대상과 건설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이성이 날아간다.


‘마치 누군가 조종하는 것처럼.’


이현은 검을 재차 꼬나쥐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들의 이성이 본능에 짓눌려 행동 양상이 단순해진다는 것.

그럼에도 긴장은 놓을 수 없다.


오크들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나왔다.

방금까지 대화할 의지를 보이던 녀석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녀석들이 두 팔을 주욱 늘어트리고 달릴 준비를 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두 팔이 땅에 닿는 순간.


파아앙─!


주먹 하나가 시야의 가운데에 있었다.


‘이런 젠장!’


반응조차 힘들다. 신체 능력의 차이 자체가 너무 크다.

어떻게든 무기를 방패로 바꾸어 팔을 휘둘렀다.

주먹이 조금 흘려지는가 싶더니만.


콰아아앙─!


족히 20m는 날아갔다.


“크헉─! 미치겠네.”


이현의 입가에 피가 흘렀다.

내장에 상처가 생겼다.


“···다시 해보자.”


이현은 비틀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오크들은 그런 이현이 일어서는 것을 기다리지 않았다.


투쾅─!


“후우···후···.”


이현이 숨을 두 번에 나눠 내쉬었다.

마력을 빠르게 순환시킨다. 평소보다도 빠르게 더 빠르게.


마력은 이현의 혈도를 갈아버릴 듯 빠르게 움직였다.

본디 3 위계는 오르고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지.”


이현은 죽음을 각오했다.

빠르게 흐르는 마력이 온몸을 자극한다.

한계 이상의 속도가 새로운 마력을 뿜어내고, 강제로 이현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


‘그 자식들의 방법을 쓰는 건 마음에 안들지만.’


지금은 이것 말고 방법이 없다.


─역천(逆天)


쿠르릉─!


귓가에 번개가 치기 시작했고, 세상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차자자자작─!


이현이 움직였다.

오크들의 눈에는 이현이 잠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의 갑작스러운 속도 변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현이 쥔 무기의 모양이 시시각각 바뀌었다.

메이스, 검, 도끼, 활, 채찍, 단도.


“크아아악─!”


자세, 오크와의 위치, 호흡 그 모든 것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무기가 손에 잡혔다.

자신을 잡으려는 손에 달린 손가락을 자르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도록 목을 찌르고, 발등을 찍고.

인중, 목, 안구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


저들의 재생력이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베어냈다.


촤자자자작─!


노릴 수 있는 모든 곳을 노렸다.


이렇게 3분.

앞으로 버텨야할 시간은 2분.

이 상태로 오크들을 전부 섬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얼마 안 남았다.’


곧 있으면 대가가 찾아올 것이다.

강제로 이끈 힘이기에 그 대가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팔을 휘둘러 가장 허접하게 있는 오크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순간.


부들부들···.


팔이 떨리며 이현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강렬한 힘을 내뿜던 마력이 서서히 힘을 잃었다.


“제, 젠장··· 벌써.”


오크들은 곧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이현에게 돌진했다.

가장 첫 번째 주먹이 이현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실패인가.’


과거의 인연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눈을 감던 찰나.


쐐애애액─!


어디선가 허공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현의 시야를 가리는 주먹에 한 줄기 실선이 그어졌다.


‘검?’


의문을 품은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텔레포테이션.”


쾅─!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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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8 서예
    작성일
    24.09.19 02:47
    No. 1

    초능력에 순간이동도 있으면.. 그냥 아무 능력이나 다 쓸수있는거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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