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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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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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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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보 병아리

DUMMY

그녀의 이름은 유이.

왠지 이름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지난번, 각성자 관리청에서 마주쳤던 안내원이었다.


‘내게 단검 교환 신청을 안내했었지.’


들어보니 주중엔 관리청에서 근무하고, 주말엔 도서관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소녀였다.


“마법사님은 공부하러 오신 거예요?”


마법사란 호칭이 아직 낯설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삐야아아?”


이 녀석은 또 왜 이래?

나보다 얘가 더 난리다.


‘어라?’


병아리의 애교 섞인 울음소리에,

유이를 비롯한 행인들까지 매료되었다.

조용히 해. 여기는 도서관이라고.

이윽고, 한 소녀가 내게 물었다.


“우와. 병아리네. 아저씨 이거 소환수에요?”


음. 병아리는 맞는데. 아저씨는 아니야.


“헐! 대박 귀여워! 어디서 입양하셨어요? 소환수인가? 병아리가 계속 날아다녀!”


음. 입양한 건 아니고, 소환수야.


“삐야! 삐야! 삐야아!”


곧이어 병아리는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곡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나도 처음 보는 묘기잖아?’


제법 신났나 보네.

아직 자습실은 아니라 북적대는 분위기긴 하지만, 도서관에서 이래도 되는 거야?

나는 끌끌 웃었다.

급기야 병아리는 유이의 머리 위에 아예 자리를 잡았다.

그런 병아리가 좋다며 유이도 자신의 머리 위에 앉은 병아리를 쓰다듬었다.


‘보기는 좋네.’


그렇지만.

나는 나직한 한숨을 내뱉었다.

귀찮음이 가득 담긴 한숨이었다.


“이리 와.”


나는 유이의 머리 위에서 병아리를 떼어냈다.


“삐야아아아! 삐! 삐! 삐!”


생때를 부리는 게, 이럴 때 보면 유아 드래곤이 맞긴 하다니까.


“가만히 좀 있어봐.”


날개의 힘을 꽉 주고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한다.

나는 몸부림치는 병아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유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삐···! 삐이삐······!”

“미안합니다. 제 소환수가 아직 미숙해서요.”


나는 정중히 사과했다.

백 퍼센트 진심이었다.

민폐 병아리.


“삐!”

“아니에요! 저는 오히려 좋은걸요? 저를 이렇게 좋아해 주는 동물···아니 다른 생물은 처음이에요.”

“삐······!”


어느새 빠져나간 병아리는 다시 그녀의 품으로 돌아갔다.

유이는 병아리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잠시만, 누가 주인이지?


“저는 고양이나 강아지도 무척 좋아하는데······왠지 다른 생물들은 모두 저를 피하는 느낌이더라고요. 평생을 그런 감정을 안고 살아왔어요.”


그녀는 은근한 눈빛으로 병아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근데 이 소환수는 안 그러네요.”

“그래요?”

“이 소환수가 처음이에요. 제게 먼저 다가와 준 건.”


꽤 진지하게 이어가는 말에 나는 묵묵히 들어줬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하여튼 딱한 사정이었는데,

이런 병아리가 도움이 되었다니.

병아리······아니, 드래곤이 좀 유별나긴 하지.

그래도 누군가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네.


“이 소환수는 이름이 뭐예요?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병아리···. 병아리예요.”

“아! 외형을 따라 작명하는 경우가 많다더니. 이름이 참 찰떡이네요. 진짜 병아리는 아니죠?”

“네?”


어?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모두가 이 드래곤을 병아리로만 오해했는데.

나는 순간 당황했다.

솔직히 말해서 심히 얼탔다.


“삐이이이···!”


이렇게 삐약거리는 소환수를 보고 진짜 병아리가 아니냐는 질문.

질문이 날카롭다.

참 예리하네.


“병아리 맞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요.”

“아! 그래요? 알겠어요. 병아라—.”

“삐야아······!”


그녀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유이는 뭔가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각성자인가?’


아무리 봐도 각성자는 아닌 것 같은데.


“삐야아아···!”


그것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병아리가 유이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전혀 안 한다.

유이의 눈에서도 꿀이 떨어지고 있었고.

이러다 양육권까지 빼앗기겠는데?


‘참나.’


상황이 되게 난처해졌다.

빨리 공부해야 하는데.

내키지 않는 공부 억지로 하러 왔더니, 병아리가 방해한다.


‘빨리하고 가자고!’


나는 속으로 재촉했다.

병아리는 듣는 척만 할 뿐,

유이의 품에 안긴 채 그녀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아예 못 들은 척하겠다?’


병아리는 내 말을 아예 무시하기 시작했다.

어쭈.

그때, 유이도 한마디 거들었다.


“병아라 이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삐···! 삐야······!”


내 말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거지?

속으로 하는 말은 아예 못 들은 척 넘어가길래,

나는 친절하게 병아리의 귓가에 다가가 은밀히 속삭였다.


“————···!”

“삐이·········! 삐잉···.”


기세가 꺾인 병아리가 유이의 손을 떠났다.

나는 병아리에게 손을 뻗었지만,

병아리는 나를 무시하곤 자습실로 먼저 향했다.


‘삐지긴.’


나는 유이에게 가볍게 묵례했다.


“고마워요. 유이 씨. 다음에 봬요.”

“네! 열심히 하세요!”


나는 잔뜩 삐친 병아리를 쿡쿡 찌르며 자습실로 향했다.


***


“삐이.”


동물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훈육 방식은 단연 ‘간식’이다.

간식으로 협박하니 병아리도 말을 듣기 시작했다.

다소 뾰로통한 표정을 지은 채로.

나는 그런 녀석을 가볍게 무시하고 마법 서적이 즐비한 열람실에 도착했다.


[ 마력 이론 : 기초 ]


이 책을 찾아야 한다.

마법계의 ‘수학의 정석’이라던데.


여타 마법사들도,

이 책을 읽을 때면 ‘마법의 이해도’가 부여된 악세서리를 반드시 착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마법의 이해도 특성과 시너지가 뛰어난 책이라는 의미겠지.


‘여기 있네.’


금방 찾은 책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마법사 필독서로 꼽히는 거지?


—스르륵.


첫 페이지를 펼쳤다.


[ 1. 기초 마력 ]


기초 마력.

대충 훑어보니 마력진에 관한 내용이다.

마법과 마력을 잇는 매개체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다.

나는 집중해서 읽어 내려갔다.


‘심상의 좌표를 A라고 둔다면, 발현자의 마법 작용점을 B로 두고······’


나는 진성 문과 출신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문과 계열을 고수하며 어문 계열 학과에 진학했을 정도니까.


‘······근데 수학적 용어가 난무하는 마법 서적이 내게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마법의 이해도의 효과인가?

내게 부여된 것은 장비가 아닌 고유 효과라,

이해도가 없는 상황을 가정하긴 어렵지만.


몸소 느껴졌다.

[ 마법의 이해도 ] 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을.


비가시적인 공간 좌표가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지고, 상상의 마력 선이 뾰족하게 그어졌다.

게다가 평소의 나와는 달리 학구열이 넘쳐났다.


수십 분 후.


어느 정도 마력의 가닥을 잡았다.


‘이해도가 있다고 쉽진 않네.’


천천히 독파했다.

일일이 마력을 해석하며 근본적인 이론에 집착했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랐다.


‘이론은 그만······! 머리가 터지겠어. 이제 실전으로 가자.’


책 핵심 부분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마법사란 비로소 자신의 마법을 직접 느끼고 실험해 봐야 한다. 즉시 자신의 마력을 느껴볼 것.’


나는 책의 말에 따라 눈을 감았다.

그런데······.


“삐야.”


병아리가 자꾸만 책 위로 올라와 방해한다.

성가신 나머지 손으로 툭툭 밀어봤지만, 어찌나 힘이 센지.

밀리질 않고 꿋꿋이 버텨낸다.

나는 병아리를 들어 올렸다.


“왜 그러는데. 왜.”


주변에 들리지 않도록 작게 속삭였다.


“삐······.”


병아리의 시선이 어딘가를 고정했다.

그곳에는 유이가 북카트를 밀며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왜 그래?”


병아리가 처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도 아니고.

방금 역시 유이 외에도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었다.


‘근데 왜 유독 유이한테만 그러는 거지?’


우리 애가 원래 이러진 않는데요.

오늘따라 이상합니다.


자꾸만 유이에게 자신을 보내달라고 낑낑거린다.


‘일단 가만히 있어.’


나는 속으로 말했다.

병아리는 단번에 알아듣고 재촉을 멈췄다.


‘왜 그러는 거야? 이유를 말해봐. 어쭈?’


자신이 원한 대답이 아니었는지,

이유는 말하지 않고, 책 위에 드러누운 채 날개를 휘젓기 시작했다.

미쳤냐?

땡깡이다.

아 진짜 왜 이러는 거야.


‘미치겠네.’


육아하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나는 병아리에게 꿀밤을 쥐어박고 손에 들었다.

그리고 자습실을 나와 유이가 있던 열람실에 도착했다.

그녀는 허리를 깊이 굽힌 채 책을 진열하고 있었다.

그때, 병아리가 날라 올랐다.


“야······이!”


머리카락 틈새로 보이는 새하얀 살깃에 병아리가 착지했다. 미친놈이?

다행인 건 초월급 능력으로 아주 살포시 착지했다는 것.

‘다행’이 맞겠지?


“어머!”


유이는 밝은 기색으로 병아리를 맞이했다.

천사다.


“또 보네?”


병아리를 손에 든 유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나는 그녀에게 사죄했다.


“죄송해요. 병아리가 자꾸만 유이 씨를 찾더라고요. 잠깐 괜찮을까요?”

“네! 물론이죠. 편하게 공부하시다 오세요!”


병아리는 유이 머리에 안착한 채 세상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은 민망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누구는 아무렇지도 않네.


‘아예 둥지를 틀겠다? 거기다가? 민폐인 건 알지?’


병아리는 또 알아먹어 놓고 모른 척 유이의 손길에 놀아났다.


“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감사해요.”

“네!”


나는 병아리를 맡겨두고 다시 자습실로 왔다.


‘저 멍청한 병아리 때문에.’


잠시 소란이 있었으나,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후우······.”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마력의 기운을 느꼈다.


“······.”


눈을 감고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인다.


후우—. 후우—.


······느껴진다.

총명한 기운이 내 심장으로부터 뻗어 나와 전신을 관통한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천천히 유영하던 마력이 점차 빠르게 순환하기 시작했다.

이내, 마력 순환이 멈추었다.

그렇게 느껴졌다.


아! 이것이?


책에서 봤던 내용대로다.


‘순환하던 마력이 전신에 퍼져있다는 감각이 들면, 그 상태에서 자신의 마법을 상상하라.’


나는 곧바로 ‘미니 브레스’ 를 상상했다.


‘오!’


그러자 뇌리에 마력진이 전개되었다.

이는 분명 ‘미니 브레스’의 마력진이었다.

항상 전투 중 무의식적으로 발현했던 터라,

이렇게 집중하여 마력진을 관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 보니 마력진은 정교하게 그어진 선과 도형들의 집합체였다.


프랙탈(Fractal).


자기유사성을 띠는 기하학적 구조.

마력진을 그 자체로 프랙탈 구조였다.


‘두 개의 원형 술식 사이. 무수히 많은 직선. 그 직선을 교차하는 새로운 곡선이 원형 술식의 외곽으로 확산한다.’


미니 브레스의 전체적인 술식 형상은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유려한 곡선은 용맹한 드래곤의 뿔을 상징하고,

매끄러운 원형들은 각각 드래곤의 안면부와 체간부를.

무수한 직선들은 드래곤의 비늘과도 같았다.


나는 그 술식을 완벽히 재현하고 내면화했다.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술식을 오밀조밀 다룰 차례.


마법의 범위를 줄이고 위력을 높인다.

혹은 위력을 줄이고 범위를 높인다.

아니면 마법의 지속시간을 늘린다.


이렇듯 마법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것은 마력 응용의 초석(礎石)이었다.


‘잘만 써먹으면 다음 전투에 바로 쓸 수 있겠는데?’


새삼 [마법의 이해도]란 특성에 감탄했다.

나 같은 물정 모르던 마법사도 하루 만에 자신감을 얻을 정도라니.

아무리 기초라 한들, 이 정도면 감지덕지 수준이었다.


‘후. 좀 더 하다 가자.’


나는 유이의 퇴근 시간까지 마력을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


이튿날 아침.


“왜 안 먹어! 너 설마 나한테 빙의하려고?”

“삐야—!”


병아리가 내 마력을 흡수하려 들지 않는다.

이거, 큰일인데.

심각한 문제다.

이러다 빙의하려는 거 아니야?


“먹으라니까!”

“삐야아아아아—!”


왜 거부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마력이면 환장하던 바보 병아리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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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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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 차원 게이트 24.09.18 31 2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41 2 11쪽
» (1) 바보 병아리 24.09.16 47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52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62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73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70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71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80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9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94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101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13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57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211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212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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