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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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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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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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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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DUMMY

나는 야생의 늑대이다.


굶주린 한 마리의 짐승이며, 본능에 충실한 이리이다.


‘론 울프. 고독한 늑대라는 뜻이지.’


내가 쥐고 있는 허름한 나무 꼬챙이는 수렵 사회에 진입한 인류가 거대한 짐승을 사냥하기 위해 고안해낸 지혜의 결정체이다.


그렇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생존경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


무기.


무기야말로 인류라는 짐승의 잔학한 송곳니이자 손톱이리라.


바스락.


전방 스무 발자국 앞 거기에 사냥감은 존재한다.


나의 자작 나무 꼬챙이··· 창 1호 <실버 팽>.


단단한 고목을 석판에 갉아내 뾰족하게 만든 무기이다.


자, 날아오를 때가 다가왔다.


날카롭게 사냥감을 관철하는 무기이자 나의 송곳니여.


날아올라 사냥감을 관철하여라.


천천히. 천천히 창을 들어올린다.


등 뒤까지 어깨의 가동영역을 넘겨 근육을 수축시키고 그대로 사냥감에 조준해···.


바스락!


“아, 망할···.”


사냥감은 지나친 공포에 안색을 창백하게 물들이고 도주를 선택했다.


이로써 시즌 5호째 사냥 실패.


어린 늑대는 좀 더, 자연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배고프다···. 배고픈가? 어제 먹은 열매가 열량이 높았던 건지 별로 배고프진 않네.”


역시나 20만 크리스탈짜리 신체이다.


저연비 고효율 신체라니.


과분한 감이 있지만, 조난자가 된 지금 더없이 적절한 신체였다.


“그나저나 그 반짝구슬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네. 석판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소환이 됐는데.”


바다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돌진한 나의 실책이긴 했지만, 벌써 일주일 가까이 해안가를 돌면서 숲을 탐색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중이다.


마법이 이세계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사용방법을 모르니 추운 새벽녘을 견딜만한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던 반짝 구슬이 그립다.


“목이 마르다. 일단 돌아가서 코코넛이라도 먹자.”


현재 내 주식은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열매류이다.


특히나 코코넛을 자주 먹는다.


수분을 섭취할 수 있고, 속살을 파내면 말랑말랑한 영양분 많은 과육도 먹을 수 있다.


더군다나 야자수 아래에 떨어져 있어 주워 모으기만하면 얻을 수 있기에 채집도 매우 쉽다.


나는 눈 앞에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 기둥에 투박하게 파인 자국들을 따라 간다.


내가 석판으로 새긴 흔적들이다.


삼십 분쯤 걸어가 해변가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제일 높은 야자수를 찾고 그곳으로 향했다.


나뭇가지로 뼈대를 만들고 야자잎을 덮어 만든 둥금 돔 모양의 구조물.


이것이 이세계의 마이 홈. 나의 집이다.


나는 둥근 돔의 입구 부분으로 들어가 해변가에서 모은 코코넛 중 하나를 들고 나와 평평하게 다져놓은 마당에 털썩 주저 앉았다.


쿵.


이렇듯 석판을 떠올리면 눈앞에 석판이 소환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이 세계가 판타지 세계인 걸 이럴 때 체감한다.


언뜻 보기에 석판은 그냥 돌덩어리일 뿐이지만,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지 않은가.


알고 있는가?


석판은 매우 유능했다.


딱딱한 물체를 부수기에 안성맞춤인 도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원시인들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점차 문명을 일으키고 진화한 것이다.


그러니 전생 문명인으로써 나도 석판을 활용하기로 했다.


도끼나 해머처럼 휘두르거나, 도마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유능하단 말인가.


쿵! 코코넛을 땅에 두고 석판으로 내리치면 땅에 박힌다.


그렇기에 석판을 땅에 두고 열매를 들어 올려 내리치는 것이 좋다.


쿵! 코코넛은 대략 100번 전후로 석판에 내려치면 겉껍질과 안쪽 섬유질이 찢어져 안쪽의 과즙이 흘러나온다.


몇 번 시행해본 결과 이 코코넛도 어느 부분을 석판에 부딪쳐야 예쁘게 갈라지는지 이게 또 미묘하게 달라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생각 ‘쿵’보다, 코코넛 ‘쿵’은 달단 ‘쿵’ 말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코넛 열매는 쥬왁 소리와 함께 갈라졌고 그 틈새로 백탁의 액체가 흘러나와 석판을 흥건히 적셨다.


서둘러 흘러나오는 액체를 들이마시며 목을 축인 나는, 일주일간 헤맨 탓인지 보풀이 일어나고 얼룩덜룩해진 상의로 입가를 닦아냈다.


나는 도마로 사용한 석판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 석판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스테이스터스 오픈, 시스템 오픈, 인벤토리··· 전혀 안 먹혀. 간절히 빌어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기억 속에 남아있던 고대 주문인 ‘아브다카다브라’나 ‘아수라발발타’’ 따위도 외워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전혀 모르겠어. 전원 버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계처럼 <기동>하는··· 우앗?!”


한순간 석판 위로 떠오르는 빛.


그 빛은 도형을 이루었고 도형 안에 문자가 가득 나열되었다.


마치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의 키오스크와 같이 여러 메뉴를 형상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전원이 실행어인가?! 내가 뭐라고 했더라. 전원··· 기계··· 아! <기동>인가?!”


순간, 어깨가 축 쳐지며 탈력감이 온 몸을 달렸다.


어찌하여 이런 단어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일주일간 개고생을 했단 말인가.


“이건 전적으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물건만 보낸 그 여자가 나쁜 거야. 적어도 지구에서는 상품을 사면 설명서는 첨부되어 있었다고.”


어이없는 결말에 허탈한 실소가 흘러 나왔다.


나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전생한 것이 아니다.


분명 라비린스는 던전 운영 디펜스 게임이다.


그렇다.


나는···.


“나는 던전마스터였던 것이다!”


석판을 하늘 높이 내걸며 목청껏 외치자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새들이 화들짝 놀라 하늘 위로 비상했다.


“좋아, 좋아. 드디어 왔다.”


세피로를 하고 싶었지만, ○투버의 실황 영상이나 가챠 멸망전을 시청하며 대리만족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실제로 캐릭터들과 대면할 수 있는 내가 승자가 아닐까?


운이 좋다면 내 취향의 캐릭터가 바로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하늘 높이 내걸었던 석판을 내려 천천히 메뉴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보이는 것은 샵.


클릭해보니 역시나 인게임 아이템과 같이 여러 종류의 물품을 팔고 있었다.


여러가지 팔고 있지만 굳이 살 필요는 없으니 다음 탭으로 넘긴다.


두 번째로 보이는 것은 인벤토리를 누르자 몇 가지 물품이 들어 있었다.


“<이세계 전송 표준 계약서>랑 <인연의 연결> 5개? 또, 이 피규어는 뭐야?”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목록이었지만 일단 표준 계약서를 누르니, 두툼한 종이 뭉치가 나타났다.


불합리하게 계약한 것이나, 고통스럽게 전송된 기억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으므로 없어져 버렸으면이라고 생각하니 계약서가 사라졌다.


사라진 계약서는 인벤토리에 돌아가 있었다.


몇 번 반복해 본 결과, 생각하는 것만으로 인벤토리내 아이템을 꺼내거나 집어넣을 수 있는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은···. 인연의 연결?”


[대상이 되는 서번트가 존재하지 않아 사용 불가능합니다.]


“이건···. 펀딩 페이지에 있던 인연의 키링인가 그건가? 그게 왜···. 아?!”


모바일 가챠 게임이라면 거의 모든 게임이 제공하는 성장 시스템.


각성.


분명 이것은 각성 재화일 것이다.


보통 각성을 시키는 아이템은 비싸거나 얻기 힘들다.


펀딩페이지에서도 얻기 힘들다던 그 재화를 처음부터 많은 수량으로 획보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히죽 웃음이 흘러 나왔지만 일단 지금은 필요 없으니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두자.


“피규어. 분명 이것도 펀딩용 굿즈였지. 과연 어떤 아이템이려나.”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피규어를 선택하자 손 위에 30cm를 조금 넘길만한 피규어가 나타났다. 그 피규어는···.


“빌어··· 이런 흉물 필요 없어.”


그다지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존재가 나타났다.


한쪽 다리를 접어 앙증맞게 뛰어오르며 눈가에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고 있는 자세.


나풀거리는 황금색 문양이 그려진 원피스를 입은 여성 피규어.


아르테 모습의 피규어였다.


나는 즉시 멀리 던져 버렸다.


[파괴 불가 아이템입니다. 일정 거리이상 떨어져 인벤토리로 자동귀속되었습니다.]


“하아···.”


나는 먼 눈을 하고 다음 탭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고대하고 기대하고 열망하던 [서번트 소환]이라는 문자가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서번트? 아, 그러고 보면 던전마스터니까 서번트라 부르는 건가?”


조심스레 소환 탭을 클릭하자 화면 중앙에 버튼이 두 개 나타났다.


좌측은 <1회 뽑기>. 크리스탈 100개 소모. 한 명의 서번트를 임의로 소환.

우측은 <10회 연속 뽑기>. 크리스탈 1,000개 소모. 총 열 두 명의 서번트를 소환.


세피로와 동일한 기준이었다.


이것이라면 분명 10연차에서 등장하는 12개의 프로필 중에 선택하지 않으면 50% 환불해 주는 것도 동일할 것이다.


“서번트를 선택하면 100크리스탈이 소모되니 실질 추가로 1개 프로필 더해 주는 것인가? 그럼 크리스탈은···. 10,000개 정확히 들어와 있네. 다행이다.”


상단에 표기되어있는 보석 아이콘과 10,000이라는 숫자. 이것이 크리스탈이리라.


쿵쿵. 시끄럽게 가슴이 울렸다.


그새를 못 참았는지 손가락은 이미 10연차 버튼 위에 올려진 상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변이었다. 정말이다.


그러니 진행하도록 하자.


“처음은 가볍게. 가볍게 가는 거야. 제바알!”


10연차 버튼을 클릭하자, 빛의 선이 수속되고 12개로 나뉘어 석판 위에 6개씩 2열로 검은색 사각 카드가 표시되었다.


“오오오···. 세피로랑 똑같아. 여기부터가 실전이야.”


한 장, 한 장 카드를 누르자 검게 칠해져있던 카드는 해당 캐릭터의 사진, 이름, 직책, 개요 등을 표시해 나갔다.


“산야의 우두머리 잭은 뭐야, 이 수염 덥수룩한 산적은. 여관 주인 오셀로니. 아니, 집도 없는데 여관 주인이 나와 봤자 무슨 도움이 되는 거야. 더군다나 아줌마잖아.”


영 신통찮은 결과에 미간에 주름이 접혀들어 갔다.


7번째, 8번째··· 그리고 11번째.


“오오옷! 뭐야?!”


검게 칠해진 카드가 빛나기 시작하더니 금색 테두리를 남기고 한 명의 인물을 표시하였다.


“마법기사 엘리나! 이건 당첨이다!”


절로 어깨춤이 덩실덩실 나와 양 팔을 펼치고 깡총깡총 뛰었다.


“일단 빨리 획득하자. 100크리스탈 소모. 예, 시련? 뭔진 모르겠지만, 예.”


순간 시야가 어둡게 물들었다.


——————◇——————


구름 너머 초록색으로 물든 융단처럼 광대히 펼쳐진 숲이 보인다.


그 숲을 재단하듯 한 중간에 드러난 대지는 황토색으로 물들어, 구불구불 이어져 나무 사이로 좁은 오솔길을 만들고 있었다.


시야는 점차 초록색 융단 사이 오솔길을 향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오솔길을 따라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이 이동하고 있다.


하늘에서 아래로, 오솔길 위에 도달한다.


반짝이던 것들은 기마를 탄 은빛 갑옷의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시야가 움직였다.


땅에 가까워진 시야는 유령처럼 그들 사이를 통과해 오솔길을 내달렸다.


약 백 보 가까이 나아간 곳에서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시야가 반전했다.


그리고 신체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법기사 엘리나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100크리스탈이 소모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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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7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1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9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8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11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10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10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4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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