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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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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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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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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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DUMMY

절대로 아르테가 눈살을 찌푸릴 만큼 제대로 살아볼 테니 말이다.


라고 말했지만···.


제대로 살아갈 환경이 준비 되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니, 지금 상황부터 해결해야 한다.


아직 낫지 않은 곳이 있는지 구석구석 몸을 확인한다.


“치유의 물약 효과? 아니면 재생력이 올라간 효과려나?···.”


피와 흙으로 더러워졌지만 작은 생채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가동영역을 넘어 기괴하게 꺾여버렸던 팔도 기름칠한 것처럼 부드럽다.


신체는 마법처럼 나았다.


다만, 옷은 낫지 않는 모양이었다.


굴러 떨어지며 넝마를 넘어 걸레가 되어버린 옷이 드디어 수명을 다한 것이다.


“이제 못 입겠네. 아, 샵에 옷은 팔고 있으려나?”


셔츠였던 넝마를 벗어 팔에 감은 뒤, 석판을 집어 들어 조작해 샵을 살폈다.


무기, 서적, 음식, 재료 다양한 상품이 모두 있었지만, 대부분이 <구매 불가>로 검게 물들어 있었다.


“살 수 있는 건, <물약>이랑 <침구류 세트>외 별로 필요 없는 것들인가···.”


둘 다 필요한 물건들이다.


특히 침구류는 절실하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침구류 세트 15,000 크리스탈은 바가지잖아. 절대 살 수 없어.”


당장 공정거래위원회나 소비자협회에 신고해 가격을 시정 받고 싶은 심정이다.


처음에 받은 크리스탈로도 살 수 없을 만큼 거금이었다.


“어떻게 크리스탈을 버는 거야. 모르겠네, 모르겠어.”


방금 전에 보았던 그 괴물을 잡으면 크리스탈을 얻을 수 있을까?


절대로 무리다.


물약 덕분에 살아났지만, 크리스탈을 많이 사용해 버렸다.


크리스탈을 얻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가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쉬움은 접어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탄하게 펼쳐진 대지는 황량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것은 움푹 스푼으로 파낸 것처럼 앙상한 모습으로 속살을 드러낸 산이 있었다.


무너져 내린 듯한 삼각형으로 깎여나간 부분은 특히나 경사가 심했다.


용케도 이런 곳을 굴러떨어져서 살아남은 것이다.


무너진듯한 구역 이외는 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어쩌면···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면, 나무뿌리나 기둥에 걸려 크게 다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후회해도 소용 없었다.


미련을 버리고 산의 반대편으로 돌아서자, 약 1km 정도 전방에 바다가 보였다.


특이하게 이곳은 모래사장이 없었다.


다만, 물기를 머금었는지 질척해보이는 검은 땅이 있었다.


“뻘인가··· 여기서 얻을 건 별로··· 아니, 응?··· 핫?!”


그렇다!


뻘은 곧 자연의 보고.


생명의 원천.


탄생의 요람.


“조개···. 게···. 망둥어···.”


누군가 거기에 무엇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답하자.


“Everything.”


드디어 찾아 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향해 반사적으로 달렸다.


“핫?!”


나는 급히 발걸음을 멈췄다.


“침착하자. 또 이렇게 미아가 될 순 없어.”


그랬다.


이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숲 속에서 바다를 발견하고 그대로 돌진해, 일주일간 오지 탐험을 경험한 직후가 아닌가.


아니, 당장 방금 전에도 호기심에 유적에 발을 디뎌 험한 꼴을 보지 않았던가.


나는 눈물을 삼키며 돌아섰다.


“하지만, 단백질이 고픈 걸···.”


배고프지 않지만 말이다.


“하아··· 돌아갈까.”


추후 유적과 이 장소를 조사하기로 기약하며 나는 비탈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향할지 고민이었다.


산 정상에서 주변 지리를 확인하고 샘의 위치를 특정 하는 것이 좋지만, 혹여나 그곳에 그 괴물이 있을지도 몰랐다.


산비탈을 오르며 고민한 결과, 나는 조금 모험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수 시간 후.


“후우우··· 없다. 십년감수했네.”


다행히도 정상에는 괴물, 앞으로는 몬스터라 부르기하자.


몬스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발자국도 없다. 혹시 여기까지 오지 못하는 건가?”


나무에 몸을 숨겨 고개만 내민 채 유심히 살핀다.


나뭇잎이 스쳐 흐르는 바람소리만이 들려온다.


다른 생물의 흔적이나 반응은 없음.


애초에 왜 위험한 곳에 되돌아 왔는가?


그것은 범인이 사건 장소에 다시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후 안전의 보증을 위해서라도 이곳에 다시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범행이 잘 이루어졌는지 범죄자도 위험을 무릅쓰고 확인 한다.


나 또한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직접 찾아가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몬스터가 이곳으로 전이했다면, 이후에도 얼마나 이 섬에 머물러야 하는지 모르는 나에게 있어 대참사니까 말이다.


확인을 끝마친 나는 최대한 유적에서 멀리 떨어져 산 아래를 훑어보았다.


샘의 위치는 곧바로 파악 가능했다.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하산해 세 시간 정도 걸려 샘에 도착했다.


샘에서 피와 흙으로 더러워진 몸을 씻어내니, 어느덧 밤이 새카맣게 내려앉았다.


“아니 그래서 말야. 유적에 딱 발을 들여놓는 순간 풍경이 변했다니까?”


시큼하지만 단 맛이 느껴지는 붉은 열매를 입안에서 굴리며 오늘 있었던 나의 무용담을 넬슨에게 들려주었다.


말하는 한 중간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지만 말이다.


그 날.


두세 번 잠에서 깨어 주변을 경계했지만, 큰 사건 따위는 없이 평온한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어제 베어 그릴이나 코코넛 물통을 유실했기에,


남은 코코넛 껍질을 손에 들고 샘으로 걸어갔다.


“이건···?”


갈라진 코코넛 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도중, 투명한 샘의 바닥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돌을 물 밖으로 꺼내 살펴보자, 납작하지만 꽤 단단해 보이는 검은 돌이었다.


“이건···!”


그렇다.


인류는 진화한다.


인류는 맨 손을 이용해 열매를 채집하고 동물의 사채를 먹으며 살아갔다.


그들은 긴 나무 막대를 날카롭게 갈아내면 창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고 집단 사냥을 발명했다.


이윽고 돌을 갈아내면 도끼가 된다는 것을 발견해 손날 도끼 따위로 수렵한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취했던 것이다.


나는 이것으로 한 단계 진화한다.


——————◇——————


검은 돌을 발견한 뒤 약 열흘이 흘렀다.


예상대로 검은 돌은 내구성이 좋아 나무의 단단한 섬유질 조직을 찢을 정도의 강도는 가지고 있었다.


며칠 동안 석판에 검은 돌을 부딪쳐 모양을 성형하고 갈아내어 날카로운 도끼날을 만들어낸 나는, 임시 거점인 움막에 돌아가 제 1호 무기인 늑대의 송곳니를 가져와 도끼의 손잡이로 사용했다.


이것으로 제 3호 무기. <코끼리의 상아>가 완성되었다.


왜 코끼리의 상아냐면 강하고 튼튼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코끼리의 상아다.


퍽. 퍽.


심지어 나무를 아무리 내리쳐도 날이 상할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콰드드득.


나무줄기가 70% 이상 끊어진 시점에 천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나무가 근처에서 물러섰다.


쿠웅.


쓰러진 나무를 이대로 가져가긴 너무 무겁다. 그렇기에 햇볕이 잘 드는 샘 쪽의 공터를 활용해 수분부터 말려야 한다.


그래봤자 샘, 거점, 개활지, 벌목장소 순으로 가까운 거리지만 말이다.


오늘 베어낸 나무는 총 세 그루.


내일은 이 나무들을 몇 개인가로 분리해 개활지에 쌓아 말리도록 하자.


코끼리의 상아와 코코넛 열매 물통을 챙긴 나는 거점으로 돌아왔다.


거점은 이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사각형으로 둘러쳐진 통나무벽, 야자수 잎으로 막은 지붕.


누군가 허접하다고 놀려도 할 말이 없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는 결과물이다.


든든한 나무 벽 앞에 간이로 만든 부뚜막··· 모닥불 자리 앞에 앉은 나는 석판을 소환했다.


“기동.”


나는 인벤토리를 누르고 몇 가지 물건을 소환했다.


소환된 것은 물고기의 필레와 열 개 가량의 조갯살.


“아니, 이거 완전 편하단 말이지. 설마 그 뻘에서 마구잡이로 조개를 잡았다고 업적을 얻을지 누가 알았겠어.”


뻘밭에 다시 탐험을 하러 나간 그 날. 조개를 찾아내고 광희난무하며 뻘밭 조개를 멸절시킬 기세로 채집했다.


뭐, 이정도 말했으면 알아챌 수 있으리라.


광희 난무한 탓에 해가 지고 다시 무릎까지 물이 차오를 동안 캐놓았던 조개는 다시 뻘 안으로 사라져 버렸으니깐.


아니, 보통 물이 차오르면 눈치 챌 것이다.


정말로 간만에 단백질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많이 수확하고 싶은 본능에 눈이 멀었던 내 잘못이다.


그렇게 거의 모든 채집물이 바다 속 아래로 돌아갔지만 몇 마리인가 수확해 그 날 눈물을 흘리며 생 조갯살을 씹어 먹었었다.


지금은 다르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매일같이 조개를 캐다 보니 어느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출현한 것이다.


[축하합니다. <수확 성공 1000회>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자동 수확>이 부여됩니다.]


자동 수확이라는 것은 신체 능력 향상계가 아닌 처음 얻는 스킬계의 능력이었다.


채집을 완료한 뒤 그것을 수확한다고 생각하면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수확한 채집물은 조개의 경우 패각이 벗겨져 조갯살만 남고, 열매는 씨앗이 제거된 채로 원형의 모습 그대로, 물고기는 살코기 부분만 남는 사양이기에 만약 키우기 위해 잡거나, 씨앗을 심기 위해 열매를 채집했다면 자동 수확을 사용하면 안 된다.


지금의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에겐 매우 고마운 능력이었고, 필요한 능력이었기에 다시 한 번 뻘밭에서 조개를 잡으며 광희 난무한 것은 여담이다.


모닥불 옆에 수북이 쌓여 있는 코코넛 껍질을 잘게 뜯어내 뭉쳐놓은 것을 들어 쪼개진 나무토막 위에 올리고, 늑대의 송곳니의 잔여물을 깎아 만든 매끈한 나무 막대를 양 손바닥 사이에 끼운 후 열심히 돌렸다.


5분도 걸리지 않고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대로 나무토막을 입가에 대고 조심스레 바람을 불어 넣는다.


화륵 붉게 타들어가는 코코넛 껍질이 타들어갔다.


땅바닥에 내려놓은 후 적당히 큰 코코넛 조각이나 나뭇가지 등을 쌓아간다.


해산물이 올라간 석판을 모닥불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넬슨. 그러고 보니 말야. 조금 생각했는데, 이제 한 번 도전할 시기가 아닐까?”


늘 가슴 속에 한 가지 뭉클뭉클 안절부절 못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가챠.


서번트 소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아니, 그렇게 아픈 꼴 보고도 뭐 하러 하냐고 말해도··· 나, 일단 던전마스터고. 일단 황금색 카드 얻으면 그 괴물도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몰라. 이미 섬은 다 탐색했으니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 온 거라구.”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해산물을 젓가락 모양으로 깎아낸 나뭇가지로 떼어낸다. 석판에 달라붙지만, 나중에 식으면 고소하니 별미이다.


“알아알아. 어차피 도전해도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거. 그래도 내가 소환 안하면 누가 또 소환해주거나 아르테 같은 존재가 불러낼 동안 전원 꺼진 것처럼 정지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렇다면 도전해서 내가 소환하는 게 서로 이득 아냐?”


전후 관계없이 그저 추측과 망상이 난무하는 지리멸렬한 주장이었지만, 꽤 그럴듯하게 말했다고 스스로 수긍하며 넬슨을 계속 설득했다.


“전투 능력계 스킬이나 능력은 올릴 방법을 모르는 현상, 일단 한 번 더 도전해 볼 가치는 있을 거야. 혹시 알아? 시련에서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 아니, 나도 황금색 테두리가 붙지 않은 일반 서번트를 소환하는 방법이 안전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해산물을 뒤적이던 젓가락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진 기분이 든단 말이지. 가챠 게임이면 5성이나 6성. 테두리가 화려한 캐릭터. 최고 등급. 이걸 어떻게 참아?”


그렇다.


현대 인류로서 높은 등급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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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7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1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10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9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11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11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10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5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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