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새글

mot
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01
추천수 :
0
글자수 :
115,012

작성
24.09.15 07:20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DUMMY

나는 아르케의 입가에 걸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치워주고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메인 퀘스트 : 아르케와 이리스를 각성시켜라. (1/2)]


“왜?!”


모르겠다.


아니, 알았다.


“마력인가?”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조금 줄어든 마력.


나는 손바닥을 바라보며 마력을 순환시켜보지만, 역시나 충성의 징표가 옥죄는 탓에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직접 흡수한 건가?”


아르케를 바라보자 마치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눈이 반쯤 뜨여 있었다.


나는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았다.


손의 움직임을 따라 하늘색 눈동자가 움직인다.


분명 의식이 있는 것이리라.


“저기···. 안녕?”


아르케와 시선이 같아지도록 무릎을 약간 굽힌다.


나의 얼굴을 바라 본 아르케는 다시금 눈을 닫았다.


“어? 뭐야.”


왜 다시 잠에 든 걸까? 마력은 어떻게 흡수한 걸까?


나는 방금 전까지의 상황을 복기했다.


“음··· 아르케의 옆에 앉아서 바라보다가··· 입술에 머리카락이···. 아!”


그렇다. 이마에 손이 닿는 순간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는 다시금 아르케의 이마에 가볍게 손을 댄다.


그러자 미약하게나마 손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기다리자, 아르케의 눈이 다시금 열렸다.


“일어났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시선을 나에게 고정하고 있을 뿐, 이해하는 것 같진 않았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대로는 힘들듯했다.


나는 아르케의 이마에 손을 올린채로 기다렸다.


약 십 분 정도 지났을까? 마력이 빠져 나가는 감각이 멈췄다.


“그럼 이 아이도 깨울게.”


아르케에게 동의를 구하지만 반응은 없다. 다만 시선이 ?i아올 뿐.


하늘색 보브컷의 아이.


이리스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이번에도 마력이 빠져나가는 감각이 느껴진다.


[메인 퀘스트 : 아르케와 이리스를 각성시켜라. (2/2)]

[메인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메인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아르케와 이리스의 호감도를 일정 수준까지 얻어라]


“어떻게?”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지만 추후에 알아내도록 하자.


어느새 눈을 열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이리스에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아, 안녕?”


깜빡깜빡. 눈을 깜박이는 이리스의 모습에 나는 힘든 길이 될 것만 같다고 느끼며 한 숨을 내쉬었다.



——————◇——————



아르케와 이리스가 깨어난 날.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 온 플리나 씨는 매우 놀라며 다시 뛰어 나갔다.


그리고 리차드만 씨나 여러 메이드 복장의 사람들이 방에 난입해, 쌍둥이를 바라보며 기뻐하거나 신기해하며 떠들썩해진 것은 여담일 것이다.


“저기 플리나 씨. 아르케는 괜찮은데 이리스가 말이죠···. 무언가를 가르쳐주면 끈질기게 물어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밀 시설에서 지낸지 일주일가량 지난 지금.


꽤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다.


특히나 플리나 씨나 리차드만 씨와는 더욱 더.


“쌍둥이라도 성격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네. 요즘 부쩍 움직임도 많아졌고 말이야. 특히 이리스는 호기심이 많은 것 같은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행동 안하니까 잘 보살펴 줘. 더군다나 어제 도착한 편지에도 백작님은 이대로 네가 담당하도록 말씀하셨으니까 열심히 해보렴.”


“제가 말인가요? 뭐,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렇다.


이 일주일간 쌍둥이는 종이가 물을 흡수하듯 빠르게 모든 것을 흡수해갔다. 처음엔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질문 공세 때문에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다.


그때 문이 열리고, 쌍둥이가 뛰어 들어왔다.


“타미엘, 타미엘.” “타미엘.”


“아르케, 이리스. 무슨 일이야?”


“저기에서 검은 게 이렇게.” “뭘까? 이상해. 뭐야?”


쪼르르 달려 온 쌍둥이는 나의 옷깃을 잡으며 말을 쏟아냈다.


이래선 뭘 말하는지 모른다.


하는 수 없이 플리나 씨에게 목례를 하자 그녀는 웃으며 나가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를 따라 광장으로 나와 한 나무의 그늘 아래로 다가갔다.


“저기 있어.” “검은 거. 뭘까?”


쌍둥이가 가리킨 방향에는 있던 것은 나무 수액을 먹고 있는 투구벌레였다.


“투구벌레네.”


“투구?” ”벌레?”


연두색 하늘색 머리가 각각 갸우뚱 기울어진다.


나는 치유되는 그 광경에 자연스레 입가가 풀리면서도 나무에 앉은 풍뎅이를 조심스레 다가가 손으로 낚아챘다.


“자 아르케, 이리스 이리 와서 봐봐. 이게 투구벌레야.”


“그게 뭐야?””나랑 달라.”


눈은 반짝반짝 거리는데 어째서 표정 자체는 무표정할까?


아직 감정이 익숙지 않은 것이리라.


나는 벌레가 무엇인지, 투구벌레는 어떤 뜻인지, 투구는 무엇인지 천천히 들려주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 비밀 시설의 중앙 광장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다.


집사복이나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아르케와 이리스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아이용의 옷은 없었는지 비밀 시설 내에서 교육자로서 파견된 메이드들이 모여 쌍둥이의 메이드복을 만들어준 것이다.


아르케는 머리색에 맞춰 검은색 메이드복 기조에 연두색 포인트가 살아있는 메이드복을.


이리스도 똑같이 연두색이 하늘색으로 바뀐 메이드복을 입었다.


원래부터 인형 같이 귀여운 외모였기에 다른 메이드들도 기성을 올리며 쌍둥이가 지나갈 때면 끌어안거나 간식을 나눠줄 정도로 인기 많은 아이돌처럼 대접 받았다.


나는 지나가는 두 명의 메이드를 바라보았다.


한 명은 전통적인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


한 명은 환자복을 닮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그렇다.


흰 색을 기조로 한 의복을 입은 이들은 인공생명체.


호문쿨루스이다.


다만, 쌍둥이와는 차이가 있었다.


아무리 교육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동적이며,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차이에 대해 잘은 모르겠지만, 아르케와 이리스를 깨웠던 것처럼 내가 이마를 만져도 다른 변화는 없었다.


“타미엘, 타미엘.”


“아, 미안해. 조금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오늘은 뭘 하고 놀까?”


“타미엘. 궁금해 놀이.”


“그건 언제나 이리스가 하고 있잖아. 그래··· 오늘은 책을 읽어줄까?”


“응. 읽을래.” “책? 어떤 책?”


나는 양 손에 쌍둥이의 손을 잡고 비밀 시설 안에 작지만 책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쌍둥이를 끌어안거나 간식을 나눠주는 통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나도 부수입을 얻었다.


간식은 둘째 치고, 부드러웠다.


마치 이건 젤리나 푸딩 같은···.


“타미엘. 또 생각?” “무슨 생각? 알고 싶어.”


“아, 아니야! 자, 갑시다. 오늘은 좀 더 즐거운 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응.” “뭐가 즐거워?”


이 날 쌍둥이가 만족할 때까지 진이 빠지도록 책을 읽어준 탓에 목이 쉬어버렸다.



——————◇——————



“허어어···. 호오···. 어찌 이 정도로 움직이는 게냐? 흥미롭구먼. 흥미로워.”


나무 의자에 앉아 무표정하게 책을 읽는 쌍둥이를 처음으로 비밀 시설에 찾아 온 타르시프가 마치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훑어보고 있다.


“그래서 타미엘이여. 그대 무언가 했는감? 왜 다른 호문쿨루스와 차이가 생긴 게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나고 나서 잠들어 있길레 만져보니 눈을 떴습니다.”


마력에 의해 깨어났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시련에서 얻어낸 것이 있다면


초면의 상대나 믿을 수 있는 사람 외에는 최대한 정보를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표정을 유지한 채 고개를 숙인다.


“흐으음···. 그런가, 그런가. 지능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는가?”


“적어도 다른 메이드들의 말에 따르면 10살 수준까지는 성장한 듯합니다. 기본적인 읽기, 쓰기는 기초 정도 습득했고 계산은 아직 입니다.”


“빠르군. 빨라. 이거 놀랍군 그래. 그러면 사흘 뒤 또 열 명가량 보낼 테니 똑같이 해 보게나.”


“네. 알겠습니다. 라르시프님.”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그는 지팡이 소리를 울리며 방에서 나갔다.


“후우우···. 긴장했다아.”


“타미엘. 한 숨은 안 좋은 거래.”


“타미엘. 저 사람은 어떤 직업이야? 왜 얼굴이 쭈글쭈글해? 수염이 왜 하얀 거야?”


“미안 아르케. 조심할 게. 저 사람은 타르시프님이라고 헤르더만 백작님과 연구를 진행하는 마법사야. 마법사는 그때 배웠지? 얼굴이 쭈글···한 것은 하루하루를 어~엄청 오래 반복하면 사람은 늙어. 아르케와 이리스는 아직 하루를 조금 보냈고, 타르시프님은 하루를 엄청 오래 보낸 거야. 알겠지? 수염이 하얀 건 하루를 많이 보내면 수염은 하얘져.”


힘들다.


그래도 이리스의 이해력과 기억력이 좋아, 한 번 말하면 알아듣기에 되풀이하는 수고가 없는 것은 다행이었다.


그때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플리나 씨가 들어왔다.


“아르케, 이리스. 씻을 시간이야.”


“타미엘도 같이.””타미엘.”


“아니, 나는 아직 일이 있으니까. 먼저 다녀 와.”


“어머, 이 아이들도 참. 타미엘. 함께 가지 않아? 저렇게 원하고 있는데~.”


플리나 씨가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아뇨, 아직 할 일이 남아서···.”


“할 일? 이미 일과 시간은 끝이라고? 혹시 부끄러운 거야?”


“타미엘. 부끄러워?” “부끄러운 게 뭐야? 타미엘. 가르쳐 줘.”


“아! 할 일이 생각나서 이만! 아르케, 이리스 잘 씻고 와!”


서둘러 나는 방에서 빠져나왔다.


이건 도의적,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설의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광장의 구석에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아 멍하니 노을빛 하늘을 올려다본다.


엘프 아저씨 시련 때도 아저씨의 딸을 돌 본 기억은 있다.


아르케나 이리스처럼 매우 잘 따랐지만 조금은 말썽쟁이에 웃음이 헤픈 아이.


그 아이는 어떻게 된 걸까?


‘시련은 시간도 흐르지 않는 가상의 시뮬레이션 같은 것이다.’


“···로 정의하면 좋겠지만 말야.”


세계수 아래 자연과 융화되어 평화롭게 살아가던 엘프들은 인간의 침략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공략 대상이었던 엘프 아저씨는 끝내 명을 달리해 시련에 실패했었다.


만약에라도 이 시련이라는 것이 진짜 현실일 가능성이 있다면.


아르케와 이리스.


호문쿨루스.


헤르더만 백작의 목적.


타르시프의 인공 생명체 창조.


“이번 시련도 위험할지도 모르네.”


막연히 진짜 현실일지도 모르는 이 시련에서 아르케와 이리스 같은 호문쿨루스를 외부의 기대나 압력에서 지켜낼 수 있을까?


수압에 찌그러지듯 마음이 눌려버릴것만 같았다.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냐? 타미엘.”


“앗, 리차드만 씨. 아팟?! 아파요?!”


등 뒤로 큰 검을 짊어진 리차드만 씨가 어느 샌가 다가와 그대로 머리를 헝클었다.


“그렇게 울상을 짓고 말야. 나중에 집사가 되면 자기 표정쯤은 언제나 숨겨야 한다고?”


“명심하겠습니다. 아직 부덕의 소치인···.”


“어이, 그렇다고 아이인 너한테 그런 어려운 말까지 바라는 건 아니야. 아르케와 이리스를 돌볼 동안은 아이인 채로 있어도 좋으니까.”


털썩. 벤츠에 대검을 기대어 놓으며 옆 자리에 앉은 리차드만 씨는 다리를 꼬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아무 말 없이 우리는 한동안 앉아 있었다.


그때 리차드만 씨가 입을 열었다.


“타미엘. 너는 누구야?”


“네?”


순간 가슴이 맹렬하게 뛰었다.


[서브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서브 퀘스트 : 리차드만의 의심을 피하라]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녹슨 시계태엽처럼 리차드 씨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로 시선이 교차했다.


나를 바라보는 리차드만 씨의 그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의 눈과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17시간 전 2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2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4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7 0 12쪽
»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8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7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1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10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8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11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11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10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5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