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어사 : 물고양이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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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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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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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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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터져버린 호환

DUMMY

#

자칭 민간 영성술사.

그것도 마법 연합에서 탈주한 탈주 법사라니.

속사정이 이랬기에, 만화에서 나오는 ’힘을 숨긴 실력자‘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라고 줄곧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에 불과했지.


[민간 영성술사는 몽상 연합에게서 불순분자 취급을 면치 못한다.]


마법이 있어도 마법에 제약을 거는 조직은 존재했고.

나는 조직의 감시를 피해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야 했다.

강제로 루저가 되어버린 거다.


[몽상 연합 타격 부대의 포위망은 상상 이상으로 촘촘한 것.]


나는 그리하여 능력을 숨기고 살았다.

존경 받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나대는 일도 잦았지만, 그래도 나는 내 자신의 과오를 잊지 않고 꾸준히 달려 나갔다.

보육원에서 살아도, 보육원에서 매일 같이 돈을 뜯겨도,

보육원에서 보살펴 주던 누나와 형이 떠나버려도,

끝까지 능력을 감췄다.


[기록마도]의 존재는 민간인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능력이었지만.

이제는 민간인이 닿을 수 없는 마법사들의 세계로.

나는 그 금단의 구역을 넘어버린 채 유유히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가야만 했는데···.


“개 X같은 새끼들아!!!! 이렇게까지 쫓아다녀야 밥 벌어 먹냐야악@#$%! 진심으로!! 할 짓이!! 더럽게 없나 보지?!!”


아니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연합 중에서도 어떤 미친 대원 한 놈이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물고 늘어진다.

몽상 연합에 미친 마법사가 있다.

그것도 불을 뿜는 미친 마법사.

나는 그 새끼 별칭을 ’미친 불빠따‘로 지었다.

이유는 딱히 없어.

그냥 불기둥 마법이 아주 몸에 익은 놈이어서 그런다.


내가 한시라도 영성술 출력 조절에 실패하는 날이면, 별안간 그의 추격이 따라붙는다.

기록마도를 연구하다가 실수로 표상을 방출하는 경우에도.

기본기인 [방류참]을 단련하다가 반동을 제어하지 못한 경우에도.

몸소 깡패 조직을 손질하다가도.


코찔찔이 초딩 시절에도.

쉰내 나는 중딩 시절에도.

그리고 현재 고딩 시절에도


마력이 살짝 새어나갈 정도로 폭발한 적은 많았지만, 바로 어제는 조금 달랐다.

현주 누나와 관련하여 참지 못할 사건이 터졌다.

인생 최대로 흥분해서, 마력 방출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과격해져 버린 거다.


‘어찌할 줄 몰라 당혹스러운 마음.’

‘내가 내가 아닌 듯한.’

‘타인에게 무기력한 자신에게 지친 듯한.’

그런 마음들.


웨폴리는 어제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가족 건드리는 건 선 넘었지. 현주 집사도 널 칭찬할 거야.'


“고맙다.”


'몽상 연합도 너를 칭찬하겠지. 10년 간 근신한 도둑고양이가 친히 꼬리를 내밀어 주었으니.’


“고맙다 그래. 물렁살 뚱냥이 새끼야.”


'후후. 말도 이쁘게 잘하네? 네가 훌륭하게 자라 줬다는 게 자랑스럽다~.'


"아!!"


#잠시 어제의 기억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미련하게 날뛰었었지.

하지만 후회는 없다.

되려 후련하기만 했지 뭐.

.

.

.

X


"X벌ㅋㅋ. 존나 요망하게도 생겼네. 이게 누구 지인이라고?"


"유현이라고. 너도 알잖아."


"아~. 그 새끼 여친?"


"노노. 그 새끼 보호자."


"아! 중졸 창녀년?! 가출팸 수장이랑 눈 맞아서 지방으로 내려갔다면서.”


"그 가출팸 깡패 형님이 감빵 가기 전에 뿌린 거야. 김형규가 직접 면회 가서 공수해 왔단다."


A-339 동의 조직 깡패 소속, 초이 고등학교 김형규.

말단 조무래기였던 그가 따르던 깡패 조직의 대가리가 있었다.

가출팸의 정점이라고 불렸으며, 고아원 출신임에도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던 남자.

그런 남자가 감옥에 들어가기 직전에 영상 하나를 보험으로 남긴다.

누군가의 배신을 대비한 것이었다.


[배신자 징벌 영상]


씨익-

순간 음흉한 표정을 짓는 학생들.

대화를 주고받던 친구와 눈빛 교환을 마쳤다.

그 교환이 마무리되기까지는 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참에 잘됐네."


"뭐가."


"이걸로 그 미련곰탱이 새끼 찍어 누르자."


"애초에 그럴려고 가져온 거야, 병신련아."


드르륵-

그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수가 입장한다.


크르릉!-

호랑이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은 틀리지 않았지.

물을 가득 머금은 맹호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졸렬한 동급생들을 노려보았다.


뚜둑-

조금만 작게 떠들었으면, 임종이 늦게 찾아왔을 텐데.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뚜둑-

10년만의 재등장이라고 해야 할까.

강산도 변할 세월이로구나.


뚜둑-

물고양이는 이제부터 잠시 회수하는 타임을 가질 것이다.

그것이 불법 영상이 되었든.

그것이 헤픈 사람 목숨이 되었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저 자식들 때문에, 내 입꼬리에 부전이 왔잖아.'


우리 안방마님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이를 악물고 평판을 깎아내리는 작자들.

자기들은 저런 참된 여자 못 만나 봤으니까.

억지로 깎아내리는 거겠지.


그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들의 자격지심은 어떤 약으로 다스려야 할까.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야. 학교도 안 나오던 놈이 왜 기어 나와?"


그들이 내게 농성을 부린다.

깐족도 이런 깐족이 없다.

고등학교의 실세, 김형규의 존재를 믿고 강하게 밀고 나오는 거겠지.

그런데 그들은 아직 모르나 보다.

김형규라는 작자는 현재 구령대 아래에 거꾸로 처박혀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든 찾아내서 거기 안에 처박아 놨거든.

밤새도록 죽어라 찾아다녔지.

물고양이의 눈을 밝게 견 채.


“제발 눈치 좀 챙겨. 나 화났잖아.”

나는 정신을 가다듬은 뒤 낡고 헤진 모자를 썼다.

10년 전, 물고양이가 전란 속에서 훔쳐 온 검은 모자를 말이다.


'모자가 많이 낡았다.'

모자는 요 몇 개월 전부터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많이 써서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이제는 다 헐어서 인식 저해 마법이 제대로 발휘될 거란 희망도 없었다.


그래도 썼다.

안 쓰면 허전했기에.

평소처럼 착용해 본 것 뿐이라.


스르륵-

겨우 위협 정도로 끝난다고 생각했다니.

심심치 않게 실망하고 말았다.


폭력은 정당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삶의 모토로 여기며 살아온 나.

솔직히 그것도 핑계였지 뭐.

이제는 잠깐 머릿속을 비워두기로 했다.

그 잘난 진리를 망각의 천으로 살포시 덮어두고···.


후루룩-

현주에 대한 더러운 망상이 더러운 동급생의 혓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꼴을 볼 수 없었다.

너무 더러웠으며, 듣기 거북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내가 몸소 주둥아리를 청소해 줄 것이다.


“내가 깨끗하게 만들어 줄게.”


촤륵-

간만에 빛을 발하는 물고양이 기록마도.

영성술의 밝은 빛이 내 주변을 맴돈다.

약간의 압력과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우욱···! 뭔 습기가···. 숨이···. 하아아악··· 커헙···!”

숨이 턱 막혀오는 물고양이의 위압감에 극한의 어지러움을 경험하는 아이들.

나는 잠시 그들이 고통을 즐길 수 있도록 멈춰 주었다.

본인들의 잘못을 폐가 저리도록 느꼈으면 했다.


오랜만에 쓰는 능력이라 그런지 절제에 실패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문뜩 절제해야 할 이유마저 까먹고 말았다.

더는 참을 이유도 없지.

거두절미 하지 않고 가겠다.

나는 심판의 물고양이 앞발을 뽑아 들었다.


후우웅-

물고양이의 푸른 마력이 금세 내 볼링공만한 주먹을 감쌌다.

표상이 거세게 방출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내 혈기에 힘입은 표상은 천장 끝까지 치솟았다.


훅-

나는 그대로 주먹을 내질러 보았다.


훅-

내친김에 여러 번 내질렀다.


훅-

주먹이 익숙해질 때까지 쉐도우 복싱을 휘두른다.

기록마도에 기록된 영성술 그대로 [물고양이 앞발]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야, 그, 너 덩치가 조금 커졌다?"


"호랑이 기운이지 뭐."


"야~ 그러지 말고 니 누나 전번좀 줘봐ㅋㅋㅋ. 우리 친하게 지내자."


"꿈 깨. 우리 안방마님이 고름 터진 햇고구마 새끼들을 왜 만나 주겠냐고."


"저 새끼가 근데."

학우들은 결국 내 도발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미련한 놈들.

내 덩치를 보고도 덤빌 생각을 하다니.

아무래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다.


부르륵-


"들어 와라."


콰직!-

물고양이의 영성을 실은 앞발이 두 얼간이의 안면에 작렬했다.

정확히 헤드샷 세 방이었다.

강력한 마력이 발톱 모양의 표상을 만들었다.


하나-.


둘-.


셋-.


미련했던 학우들의 코는 보기 흉할 정도로 심하게 함몰됐다.

나는 그날, 내 가족을 욕보인 놈 3명에게 총 3발의 앞발을 휘둘렀다.

2명 팼는데 3명인 이유는 간단하다.

구령대 아래에서 의식불명 얼차려 중이신 김형규도 포함해야지.


'물고양이 기록마도.'

정말이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위력이다.

웨폴리 녀석이 중간에 힘을 조절해 주지 않았다면, 그들의 대가리는 수류탄 맞은 호박 마냥 대차게 폭발하고 말았을 거다.

살인은 나도 원치 않은 결말이므로, 살살 때린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로 하자.

힘 조절이 되니까 나름 때리는 맛도 있었다.

상당히 질퍼덕해서 진흙 놀이 하는 기분이었다.


'속이 후련해?'

웨폴리가 내게 물었다.


“이제 내려가자.”


'왜~. 서울에서 자경단 활동은 안 하기로 한 거야? 몽상 연합을 엿 먹이는 영웅이 되어야지.'


“여기에서는 못 해 먹겠다고. 연합 녀석들이 슬슬 눈치 까는 것 같아. 저번에는 [불빠따]가 보육원 앞까지 쫓아왔어.”


'하···. 치안 유지 작업 도와준 게 몇 번인데! 전쟁 끝나니까 토사구팽이야.'


“일단 도망치자.”


'어디 갈 때는 있고?'


“현주가 B-232동으로 오래.”


'근데, 우리 안방마님 말이야. 집은 있으시데···?'

웨폴리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 정든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는 게 신경 쓰였나 보다.


“일단 가자, 기차 시간 늦겠다.”

영웅을 꿈꾸던 학생은 그렇게 도시를 떠나야 했다.

자신을 잡으러 올 철야의 몽상 어사들을 피해서 말이다.


이번에는 조금 멀리 도망치기로 했다.

저 시골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기로 했다.

영웅의 도움을 원하는 시민들이야 현저히 적어지겠지만,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었다.

애초에 영웅 놀이에 지쳐가던 차였으니 상관 없었다.


후우웅-

물고양이 뒷다리를 굽혀 높게 점프한다.


드득-

그렇게 달려 인적이 드문 공원 앞에 멈춰선 나.

마법 모자의 끈을 똑바로 뒤, 도약을 위한 준비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굽힌 무릎이 모자 끄트머리까지 닿았다.

물고양이 영성술사는 크게 웅크려 주변의 습기를 모았다.

공원에 있던 분수대가 내 심장 박동에 발맞춰 약동할 때까지 말이다.


스르륵-

분수대에 고여있는 물이 천천히 몰려들었다.

만유인력에 의해 끌려오는 것처럼.

웅덩이는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물고양이 영성술사의 주변을 맴돌았다.


촤르륵-

이제 영성술을 발휘할 시간이었다.

기록마도의 종이 마찰음을 최대로 부풀렸다.


부우웅!-

나는 더 높게 날아올랐다.

이번엔 창가를 뛰어넘어 더욱 높게 날아올랐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아득히 초월한 신선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 높이는 15층짜리 건물과 견주어 볼 만한 높이였다.


스르륵-

답답한 마음에 덮고 있던 모자를 풀어 헤쳤다.

천이 벗겨졌다.

물처럼 투명한 고양이의 형체가 드러났다.

쏟아지는 빗물 속에 섞여 마치 빗속의 신기루를 보는 듯했다.


콰르르-

나는 빗물에 섞여 들어갔다가,

하수도관을 타고 숨어들어,

하천의 배수구를 출구 삼아 빠져나왔다.

폭포를 연상시키는 도움닫기를 통해 쏟아져 나온 나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삐빅-

[서울시 A-159동에 물고양이 출현! A-159동에 물고양이 출현! 급히 지원을 요청한다!]


삐빅-

[현재 병력이 A-159동에 집결 중이다! 물고양이의 동태를 파악하라!]


삐빅-

[‘일각마패’진을 펼쳐라! 일단 그 구역을 봉쇄해야 해.]


159동에 모여드는 몽상 연합의 차사들.

그들은 하나같이 중무장을 한 채 탈옥범 웨폴리 더 리퍼의 발자취를 쫓았다.

마력을 뿜는 검, 압축 영성을 쏘는 권총, 기억을 소거하는 스프레이 등등.

여러 가지의 마도구를 들고 마의 159동을 향해 쏜살같이 모여드는 것이었다.


“열일들 하시네.”

김새반은 우글거리는 공인 법사들의 행렬을 보다 말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조용히 스마트폰 지도를 살펴보는 그.

이내 검지 한 마디 차이로 떨어진 위치에 점을 찍는다.

10년간 집요하게 따라다녔던 그라서 알 수 있었다.


“A-160 구역."

"서울역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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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해삼의 긍지 24.09.12 15 0 12쪽
10 10화. 용의주도 24.09.12 15 0 13쪽
» 9화. 터져버린 호환 24.09.12 16 0 12쪽
8 8화. 긴급 소집의 이유고 나발이고 24.09.12 12 0 15쪽
7 7화. 강산도 변해버린 세월 24.09.12 17 0 12쪽
6 6화. 유현의 철면피&몽란의 김칫국 24.09.12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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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불모지 위의 챔피언 24.09.12 1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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