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건곤정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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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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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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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DUMMY

유운이 하오문주 화빙아와 헤어지고 화양별궁으로 돌아온지 불과 닷새도 지나지 않아, 연환서숙의 내실에 앉아 깊은 생각에 골몰하던 서문인걸이 혼잣소리를 내뱉었다.


“ 잔악하게 힘으로 파괴를 해버렸구나. 쯧쯧, 어리석은 놈들. 동지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말다니. 그놈··· 사욕에만 눈이 멀어 분별력까지 잃었다.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그릇이 되지 못하는 인간이로구나! ”


서문인걸 역시 남보다 빨리 강호의 정보를 취합해야 앞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그 중요성을 깨닫고 달려갔었다. 그러나 한발 늦어 그들을 화유할 기회마저 잃었기에 그가 중얼거리는 말에는 회한이 묻어나왔다.


“ 아니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갔어야 했는데. 내 편이 되어야 할 전력의 한축을 날려 버렸다! 밖에 화령이 있느냐? ”

“ 예, 아버님. ”


하오문이 그토록 허망하게 궤멸되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두문불출 방안에만 틀어박혀 생각에 잠겼던 서문인걸이 화령을 불러 뜬금없이 물었다.


“ 황보공자는 어떠하더냐? ”

“ 무슨 말씀이신지? ”


언제부터인가 연환서숙에 머물며 함께 생활을 해오던 황보정의 근황을 갑자기 묻는 서문인걸의 의도를 파악 못한 화령이 어물거렸다.


“ 어허, 황보공자가 요즈음 어떻게 소일을 하며 지내더냔 말이다. ”

“ 예, 아버님. 한동안은 소심해 있더니 요즈음은 열심히 문무의 공부에 전념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부친인 상서(尙書) 어르신을 도울 거라며 열심입니다. ”

“ 그래? 황보공자의 아비인 황보승은 비록 힘은 잃었다 하나 아직은 조정 제일의 관직인 정무원 수장의 자리에 있는 대신이다. 분명 권력을 되찾을 기회를 노리고자 하겠지! ”


독백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서문인걸의 얼굴에 알 수없는 미소가 스쳐 지났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말처럼 다시 물었다.


“ 네가 보기에 황보공자의 사람됨은 어떠하더냐? ”

“ 어쩌면 생각보다 뛰어난 인물이 아닌가 여길 정도로 분명한 기재입니다. ”

“ 어찌하여 그런 생각이 들었느냐? ”

“ 황보공자의 행적을 자세히 살핀 결과입니다. 술에 취해 거리의 파락호처럼 지내던 지난 세월은 어쩌면 자신의 본심을 들키지 않으려 철저히 숨기고 있던 시절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그의 일상을 보면 언제나 현 시국을 머릿속에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은 쉬 드러내 보이지를 않습니다. ”


요즈음 들어 서로 허물없이 지내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때 가끔 가슴에 맺힌 울분을 내뱉듯 한마디씩 던지는 황보정의 말을 귀담아 들은 화령의 느낌이었다.


“ 그러하더냐? 허긴 황보공자가 네게 속마음을 쉽게 보이지는 않겠지. 더욱 가까이 하여 친히 지내도록해라. ”

“ 예, 아버님! ”

“ 가서, 황보공자에게 내가 급히 의논할 일이 있다고 전해라. ”


어쩌면 자신의 방심(芳心)을 짐작하고 던진 말인가? 서문인걸이 화령에게 조용히 일렀다. 한동안 연환서숙에서 구와 노닥거리다 그가 사라져 버리자 그 허전한 마음을 황보정을 가까이하며 달래던 화령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피어올랐다.


하루 중 이 시간쯤이면 언제나 뒷산 언덕에 올라 수목(樹木)과 벗하며 수련에 열중인 황보정이었다.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화령이 황보정을 무르기 위해 언덕을 오르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어머, 저들이! ”


싱그러움을 뽐내는 나무그늘 아래에, 낯선 여인과 황보정이 두 손을 꼭 잡고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 속에 들어와 화령의 발걸음을 급히 멈추게 만든 것이다.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알아 볼만한 아름다움을 지닌 젊은 여인, 머리에는 화옥잠(花玉簪;옥으로 만든 꽃모양의 비녀)을 꽂아 화려함이 돋보이고 펄럭이는 연록의는 바람에 하늘거렸다.


“ 예쁜 낭자로구나. 누굴까, 정인(情人)인가? ”


그들의 모습에 가슴은 답답해지며 슬며시 용심이 치밀었다. 그러다 화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혔다.


‘ 푸훗, 저들의 다정한 모습에 내가 왜 샘을 내는 거지? ’


스스로 달래려 해도, 황보정이 아름다운 여인과 너무나 다정히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치미는 시기심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마음을 억누르며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화령의 짐작과는 달리, 언덕 위 나무그늘에 앉아 대화를 주고받는 황보정과 묘령의 낭자는 전혀 다른 말을 나누고 있었다.


“ 아버님은 편히 계시느냐?

“ 예, 오라버니. 아버님께서도 오라버니의 근황을 궁금해 하고 계십니다. ”

“ 그래? 그건 그렇고 어쩐 일로 여기까지 나를 찾아 왔느냐? ”

“ 아버님께서 다음 달 초순에 산동성 제남(齊南)에 있는 천불산으로 나들이를 하신다고 합니다. 오라버니도 함께 가지 않겠는가 여쭈어보라 하셨습니다. ”


산동의 제남에서 동남쪽으로 다섯 마장쯤의 거리에 있는 천불산의 중턱에 자리한 천불사는 울창한 숲과 초목이 일구어낸 자연미와 정자 등의 아름다운 건물이 어우러져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 황보승의 본가인 황보세가가 있었다.


“ 아버님께서 또 복잡한 현실을 피하고 싶으신 모양이구먼! ”


때 묻지 않은 천진한 웃음을 머금고 황보정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 젊은 여인은 상서 황보승의 딸이며 황보정의 동생인 황보여경(皇甫如璟)이었다.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황보정을 바라보며 여경은 오라비를 달래 듯 말을 이엇다.


“ 점점 더 심하게 조여드는 저들의 핍박에 심신이 피로하신 게지요. 오라버니, 이번에는 꼭 오라버니와 함께 동행을 하고자 하십니다. ”

“ 예전에는 그렇게도 강직하시던 아버님께서 어찌 이리도 변하셨단 말인가? 조정의 수장이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나서야 할일을! 쯧쯧, 그냥 두어라. 난 그런 아버님과 대면하기가 싫다. 여경이 네가 모시고 다녀오너라. ”

“ 그래도 아버님께서는 오라버니와 함께 가고자 하시는데! ”

“ 싫다. 더 말하지 말거라. 자리를 지킬 자신이 없으면 아예 은퇴하고 낙향을 하시던지! ”


매몰차게 거절하는 오라비 황보정의 말에 황보여경은 안타까운 표정을 떠올렸다.


“ 알았어요, 오리버니. 아버님에게도 생각이 있겠지요. 그럼 저는 물러갑니다. ”

“ 오냐, 아버님께 안부나 잘 전하거라! ”


황보여경이 도리 없이 발걸음을 돌려 언덕을 벗어나자 황보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함을 질렀다.


“ 누구냣! 숨어 엿보고 있는 놈이 누구냐? ”


동시에 황보정의 오른손이 바람을 가르자 화령이 몸을 숨기고 있는 바위에 한줄기 날카로운 빛이 날아와 퍽 소리를 내며 꽂혔다. 바위 뒤로 신형을 급히 움직여 공격을 피한 화령은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 공자, 화령입니다. ”


황보정과 묘령의 여인의 밀회를 숨어서 엿보고 있었다는 자과감이 든 화령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발갛게 물들었다.


“ 이런, 화령낭자였구려. 죄송하외다. ”


황보정은 여경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화령이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상황을 살피는 기척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는 그녀를 놀래주려 모른 척 바위를 향해 나뭇가지를 꺾어 날린 것이다.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흰 빛을 번쩍이며 날아와 바위의 흔적을 살피던 화령이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한 나뭇가지가 두자깊이로 박혀있었던 것이다.


언덕 위 황보정이 머물던 곳에서 바위까지는 오 장(丈)정도의 거리, 평범한 공력으로는 단단한 바위에 조그만 흠집조차도 내지 못할 거리가 아닌가? 그조차 대단한 암기인줄로만 알던 것이 조그만 나뭇가지 하나다.


‘ 대단하다. 의외로 높은 공력을 지녔구나. ’


화령의 마음속에는 황보정이 보기보다 더욱 뛰어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얼굴이 슬며시 달아오르기 시작하며 무언지 모를 흥분이 치밀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무슨 생각을 그리도 깊이 하십니까? ”

“ 어멋, 고··· 공자. ”


화령이 잠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사이 어느새 황보정이 곁에 다가와 있었다.


“ 그냥 제게로 오시면 될 일을 왜 숨어서 살피셨습니까? ”

“ 살피다니요? 그냥 공자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기 싫어서 피해주었을 뿐인데··· ”


말속에 은근히 질투심을 담아 툭 던진 화령이 황보정을 노려보았다.


“ 허, 좋은 시간이라? ”

“ 그래요. 아리따운 낭자와 즐겁게 나누는 대화를 방해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


그래도 부끄러움이 앞서 화령은 목덜미까지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 아하, 그랬구나! 화령낭자, 틀렸소. 그 아이는 아버님의 말씀을 전하러 온 내 동생이외다. 여경이라 하지요. ”

“ 예? ”


짐작과는 다른 대답에 가슴은 뻥 뚫리는 듯 시원해지면서도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을 들지 못하는 화령에게 황보정이 다정히 물었다.


“ 헌데 낭자, 무슨 일로 여기를 찾으셨는지? ”

“ 아참, 그렇지. 공자, 아버님께서 긴히 의논할 일이 있다고 찾으십니다. ”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느라 마음을 빼앗겨 서문인걸의 당부를 깜빡했던 화령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어르신께서? 그래 어디에 계십니까? ”

“ 내실에서 공자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

“ 그래요? 어른께서 저를 찾다니 의외입니다. 어서 가 봅시다. ”


내실이라면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이 아닌가? 황보정은 급히 걸음을 서둘렀다. 그때까지도 서문인걸은 서숙의 내실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어르신, 저를 찾으셨습니까? 마침 본가(本家)의 동생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


가볍게 예를 취하고 늦은 사정을 말하며 들어서는 황보정을 서문인걸은 온화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 좀 쉬었다 가시게 하지 그냥 보내셨는가? 그래, 집안에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영애께서 찾아 오셨던가? ”

“ 그게··· ”


황보정이 선뜻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리는 사이 화령이 나섰다.


“ 아버님, 두 사람이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표정이 무척이나 심각했습니다. ”

“ 화령낭자, 그런 게 아니외다. 다만··· ”


황보정이 당혹해 하며 화령을 바라보자 서문인걸이 대뜸 화령을 꾸짖었다.


“ 공자께 여쭙고 있거늘 또 네가 나서느냐? 어찌 그리도 행동이 경박한고! ”

“ 어르신, 화령낭자를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다만 집안일이기에! ”

“ 허허, 그런가? 집안일이라면 그냥 두고 이리로 앉으시게. 다름이 아니고 내가 공자에게 긴히 묻고 싶은 말이 있으이. ”

“ 긴히라 하셨습니까? ”


연환서숙에 함께 생활하면서 때때로 화령에게 마음을 넌지시 내어 보인 황보정이었다. 그런 그였기에 황보정의 입가에는 슬며시 웃음이 떠올랐다. 서문인걸의 속내를 짐작한다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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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第 11 章 혼란의 시작 1 16.06.01 6,044 46 16쪽
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5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50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21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2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50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72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60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8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2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32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7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4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71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4 49 11쪽
»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71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6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4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8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40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8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1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4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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