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건곤정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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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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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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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보이지 않는 손 5

DUMMY

연환서숙의 내실에서 긴 대화를 나누고 황보정이 거소로 돌아간 후, 뒤에 남은 화령은 필히 알려야 할 사실이 있다는 듯 서문인걸에게 은근히 말했다.


“ 아버님, 황보공자는 그 속에 깊은 내공(內功)을 숨기고 있습니다. ”

“ 허허, 어찌 알았느냐? ”


서문인걸이 빙긋 웃었다.


“ 알고 계셨습니까? ”


이미 짐직하고 있다는 서문인걸의 모습에 화령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그는 아비와 이야기를 나는 동안 단 한순간도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이곳 내실에서 이 아비의 말을 듣는 중에 어느 순간은 초조함도 보이고 또 어느 한순간은 마음 들뜬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그 표정들은 다만 겉으로 보이려는 모습이었을 뿐,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의 주변에는 가공할 진기가 흐르고 있었다. ”


오랜 시간을 함께 자리해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서문화령, 그녀 역시 스스로의 무공이 일가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며 강호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런데도 자신은 황보정의 선천진기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오르며 불같은 호승심이 마음에 가득했다. 그런 화령의 표정을 살피며 서문인걸이 달래듯 말했다.


“ 네가 말한 것처럼 그는 분명 기재중의 기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허나 그 깊은 속은 이 아비도 알아내지를 못했구나. 헌데 너는 어찌 그의 무공을 알아보았느냐? ”

“ 우연히 그가 펼친 솜씨를 보았습니다. ”

“ 네가 본 건 어쩌면 그의 능력 중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

“ 아버님. 정 그러하다면 소녀가 황보공자와 한번 겨루어 보겠습니다! ”

“ 아서라. 아비도 짐작 못하는 무공이다. 그보다 너희 둘이 가까이 하며 서로의 장점을 배우면 어떻겠느냐? ”

“ 예? ”


서문인걸의 말에 의하면 황보정은 생각보다도 더욱 높은 공력을 지닌 인물이란 말이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화령을 슬며시 바라본 서문인걸이 혼자소리를 중얼거렸다.


“ 다음 달 초순이라 했던가? 으음, 이제 겨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군, 이 한 달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되겠구나! 화령아, 아비는 숭산에 좀 다녀와야겠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호승심을 미련 없이 버리고 황보공자와 서숙을 잘 이끌고 있거라. ”


그리곤 급히 행장을 챙겨 서숙을 나섰다.


* * * * * * * * * * * * * * * * * *


내실에서 물러난 황보정은 화령이 다가오는 것도 아랑곳 않고 언덕의 바위위에 앉아 깊은 생각에 젖어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 서문인걸과 나눈 이야기들을 되새기고 있는 듯했다.


“ 무슨 생각을 하시느라 사람이 가까이와도 모릅니까? ”


화령이 지척까지 다가와 어깨를 툭 건드리며 생긋 웃음을 보이자 황보정이 움찔 놀라며 올려다보았다.


“ 어어··· 낭자! ”

“ 또 절 모른 척 하며 놀리시려는 겁니까? ”

“ 놀리다니요. 낭자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냥 제 입이 벌어진 게지요. ”

“ 호호호호, 공자께서 농(弄)도 입에 담을 줄 아시네. 분명 놀리는 말이었습니다. ”


어느 여인이 예쁘다는 말을 싫어할까? 화령은 부끄러움으로 목덜미가 발갛게 달아오르며 고개를 숙였다.


“ 아니오. 제가 화령낭자를 놀렸다가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고요. 놀리는 게 아니고 낭자는 진정 화려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계십니다. ”

“또 그런 말씀을! 그보다 아버님께서 한 달 후에나 돌아오신다며 출타를 하셨습니다. 그동안 저와 공자께 서숙을 잘 부탁한다 하셨지요. ”

“ 어르신께서 조금 전에 문을 나서더니만··· ”


자신과 뜬금없는 말은 나눈 서문인걸이 갑자기 출타를 했다. 황보정은 조금은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버님께서 급히 마무리를 해야만 할 중요한 일이 있다며, 다녀와서 공자와 다시 의견을 나누실 거라 말씀드리라 하셨습니다. ”


부친의 말을 황보정에게 전하던 화령이 언뜻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슬며시 발걸음을 돌렸다. 서문인걸이 없는 기회에 마음먹은 일을 해보려 생각한 것이다.


“ 화령낭자, 어디를 가시오? 제가 한 말이 귀에 거슬렸소이까? ”


황보정의 부르는 소리에 대꾸도 않고 화령은 마음속으로 하나, 둘, 발걸음을 세며 앞으로 걸어갔다.


‘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이 정도면 오 장 거리는 되겠지? ’


걷던 걸음을 멈추고 곁에 서있는 나무의 가지를 꺾어 새끼손가락 크기로 자른 화령이 몸을 돌렸다.


“ 화령낭자, 저의 말이 무례했다면 용서하시고 이리로 오시오. 아니면 제가 그리로 가리까? ”


갑작스러운 화령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황보정이 급급히 변명을 하며 막 일어서는 순간, 화령의 소맷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리고 손에서는 던져진 나무토막이 휘익 소리를 내며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 어엇, 낭자. 이게 무슨 짓이오? ”


암기를 자신을 향해 날린 것이라 생각한 황보정의 입에서 고함이 터지며 신형은 순식간에 허공으로 치솟아 한 바퀴 맴 돈후 다시 바위위로 내려앉았다. 그런 황보정을 돌아보지도 않고 천천히 바위 곁으로 다가가 흔적을 살피던 화령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 이런, 내공을 모두 끌어낸 공력이었다. 그러나 저 공자가 장난삼아 던져 낸 내력에도 미치지 못하다니! ’


오장의 거리에서 모든 공력을 다해 쏘아낸 나뭇가지가 바위에 부딪힌 자국만 겨우 남기고 튕겨나 어디론지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 낭자, 왜 그러시오? ”


허나 그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는 듯 하염없이 바위만 노려보던 화령이 황보정에게로 돌아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 공자, 항마복호장(抗魔伏虎掌)입니다. 한번 받아 보시겠습니까? ”


어조는 부드럽고 정중하였으나 표정은 단호했다. 부끄러움과 은근히 치밀어 오른 용심이 화령의 호승심에 불을 지핀 것이다.


“ 이런, 그일 때문이오? 이러지 마시오. 제가 괜히 객기를 부려본 것이외다. ”


나뭇가지를 바위에 날려 놀라게 만들 일 때문이라 짐작한 황보정이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화령은 들은 척도 않고 두 손을 단전에 모아 발경의 자세를 취했다. 가볍게 장력을 뿌려내려는 자세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그러나 화령의 단전에 모은 두 손 주위에는 하얀 아지랑이가 맴돌며 주변의 기류까지 흔들렸다.


‘ 이 낭자가? 저토록 진기가 요동치는 걸 보니 체내의 내공을 모두 끌어내고 있구나! ’


그러나 먼저 손을 내밀어 공격하지는 못할 일, 황보정은 화령의 출수(出手)를 대비하여 암암리 공력만 운용하며 단단히 방비를 할 도리 밖에 없었다. 그 순간,


“ 하핫, 얏! ”


화령이 단전에 모은 두 손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내밀었다.


- 크르릉, 크르르릉!


과연 항마복호장의 위력은 대단했다. 천둥이 치듯 굉음을 울리며 손에서 뿜어져 나온 장력은 황보정의 전신을 향해 회오리처럼 날아들었다.


“ 어어어··· 차앗! ”


순간 황보정의 입에서 짧은 기합이 터졌다. 동시에 그의 신형은 가벼운 깃털처럼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 화령의 머리 위를 순식간에 뛰어넘으며 허공에서 외쳤다.


“ 그만, 그만하시오. 낭자의 장력을 더는 감당할 재주가 없으니 어서 그 손을 멈추시오! ”


황보정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화령은 막무가내였다.


“ 이런 우라질, 잘도 피하셨겠다? 그럼 이 지공(指功)도 한번 받아 보세요!”


이번에는 놀림감이 되지 말아야지 입술 깨물려 모든 공력을 집중해 펼친 복호장이다. 그런데 그조차 가볍게 발아래로 흘려버리고 허공에 뜬 채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무공이 못 미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오기가 치밀어 능공천상제(陵空天上梯)의 경공을 펼쳐, 허공에 떠있는 황보정의 신형 가까이에 함께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손가락하나를 곧게 뻗어 앞으로 튕겼다. 소림이 자랑하는 일지선공(一指仙功)이다. 화령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지풍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파공음을 울리며 공기를 갈랐다.


“ 어허. 이럴 어쩐다? ”


화령의 공격을 피하려 머리 위를 선회하던 황보정이 이제는 도리가 없다 여기며 허공의 한 점에 멈추었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화령의 손가락에서 뻗은 일지선풍의 지력이 황보정의 가슴을 정확히 가격했다.


“ 악, 아아악! ”


헌데,

비명은 오히려 화령의 입에서 터졌다. 가슴을 파고든 일지선공의 지풍이 황보정의 호신강기에 튕겨 나와, 그 반탄력은 몇 배로 강해져 화령의 몸을 치고 지나간 것이다. 혼신을 다한 공격조차 반탄강기에 견디지 못하고 화령은 끈 떨어진 연처럼 바닥에 추락해 겨우 신형을 가눌 수밖에 없었다.


“ 이, 에이잇! ”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더 이상의 판단을 마비시켜 화령은 분별도 없이 온몸을 던져 황보정의 앞으로 내닫았다.


“ 어허허! ”


다급해진 황보정은 달려드는 화령을 향해 황급히 두 손을 휘둘렀다. 황보정의 손에서 뻗어난 손바람은 바닥의 흙먼지를 말아 올려 마치 커다란 원통처럼 만들고 그 원통 속에 화령을 가두고는 장중을 빙글빙글 돌았다. 기기묘묘(奇奇妙妙), 신비막측(神秘莫測)한 장법(掌法)이었다.


‘ 아차, 내가 너무 흥분을 했구나! 저대로 놓아두면, 화령낭자는 전신의 혈맥이 터져 큰 부상을 입는다. ’


몸으로라도 부딪혀 황보정을 이겨야겠다는 화령의 승벽에 당황해 정신없이 전개한 윤선환공(輪旋環功)이었다. 그 환공속에 갇혀 어찌할 줄 모르고 쩔쩔매는 화령은 보며 그녀의 부상을 염려해 슬그머니 공력을 거두었다. 그런데,


“ 황보정, 각오하랏! ”


상대가 이미 공력을 거두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화령은 자신을 옥죄는 장력이 스스르 사라지는 것을 느끼자 그 틈을 타 황보정을 향해 온몸으로 돌진했다.


- 우당탕!

- 쿵쾅!


이제는 이도저도 못하고 두 사람의 몸이 뒤엉켜 바닥에 뒹굴었다.


“ 크윽, 화령낭자! ”


달려든 화령의 몸뚱이가 황보정을 덮쳐 벌렁 땅바닥에 넘어진 두 사람, 그 와중에도 황보정은 화령이 부상을 당할까 염려하여 그녀의 몸을 품속에 감싸며 뒹굴었다. 넘어져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화령과 황보정의 몰골, 하지만 두 사람은 한 몸처럼 꼭 부둥켜안은 꼴이 되고 말았다.


- 짝, 짝!

- 철썩, 철썩!


졸지에 황보정의 양 볼에 불꽃이 튀었다.


“ 어엇! 낭자, 왜 그러시오? ”

“ 이 치한(癡漢)! ”

“ 뭐··· 뭐요? ”


바닥을 구르다 훤히 드러난 가슴을 여미며 눈을 꼭 감은 화령이다. 단지 호승심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무공에 충분한 자신도 있었고, 또한 그동안 상대를 해온 무림의 많은 협객들도 자신이 펼친 항마복호장(抗魔伏虎掌)의 단 몇 수 아래 꼬꾸라지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 그러나 이 공자에게는 항마복호장뿐 아니라 또 다른 비전절기인 일지선공(一指仙功)을 동시에 펼쳤으나 통하지 않았다.


‘ 검을 사용해 볼걸! ’


화령은, 검기가 번개 같아 날카롭기 그지없고 그 초식의 변화무쌍함에 감히 어느 누구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서문가의 독문검법인 무상검(無想劒)을 떠올렸다. 그러나,


‘ 아니지! 무상검을 펼쳤다면 그에게 치명상을 입혔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 보다, 만약 무상검으로도 공자를 제압하지 못했다면 아버님에게 큰 누(累)를 끼친 꼴이 되었을 것이다. ’


온몸으로 부딪혀 보았지만 그 또한 황보정의 가슴속에 안겨든 꼴이 되어버렸다.

허나 그냥 안겨든 것이 아니다. 황보정의 기기묘묘한 손바람에 걸친 옷은 모두가 갈기갈기 찢겨져 걸레처럼 되어 버렸고, 반라(半裸)가 된 자신의 몸뚱이가 턱 하니 그의 품속에 안겨든 난감한 자세였다. (1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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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第 11 章 혼란의 시작 1 16.06.01 6,044 46 16쪽
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5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50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21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2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50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72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60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8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2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32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7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4 46 12쪽
»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71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4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70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6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4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8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40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8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1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4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21 음모의 단초 2 16.06.01 8,344 5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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