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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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최근연재일 :
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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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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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32-3. 불안요소

DUMMY

플레이오프때야 우리뿐 아니라 상대도 전력을 다하지만 시즌 중엔 일정수준 이상의 에너지는 잘 내지 않는다. 시카고 불스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처럼 기록에 도전하면 시즌 막판까지 승부에 집중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많은 경기를 위해서 에너지를 남겨두기 마련이다.

보스턴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흐름이 좋아서 그렇지 온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건 아니었다. 그래서 득점을 따내겠다고 마음먹고 덤벼들자 11점이라는 점수차가 4점까지 줄어들며 3쿼터가 종료됐다.

내가 재투입될때만 해도 마치 승리한 것 같이 축제의 환호성이 가득했던 TD가든이었지만 다시 긴장감과 승리를 염원하는 응원의 함성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킴, 괜찮겠어?”

“이럴 때 나서는게 에이스라고 배웠습니다.”

“뭐, 틀린말은 아니지만 좀 무리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제 체력 아시잖아요. 물론 남들한테는 무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핀치에 몰리면 제가 어떤식으로 무리를 하고 또 그러면 얼마나 무서운지,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다른 팀에게 좀 보여주고 좋죠, 뭐.”

장난 같은 내용이지만 오늘 경기로 확실히 보여진 팀원들의 모습을 보며 냉철한 분석을 하고 내린 결론이다보니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진지했다. 윌튼 감독도 내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윌튼 감독은 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얼마나 냉철한 판단을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오케이. 대신 나도 킴의 컨디션에 무리가 간다고 판단하면 교체를 요구하지.”

“알겠습니다.”

4쿼터가 시작되고도 공격독점은 변하지 않았다.

브라운이 자세를 낮추며 베이스라인쪽을 살짝 열며 수비를 했고 그쪽엔 알호포드가 내쪽에 계속 신경을 쓰며 자신의 마크맨을 체크했다. 3쿼터에서 연속으로 뚫리며 점수를 허용하면서 돌파위주의 스윙맨을 잡기 위한 트랩 수비를 펼친 것이다.

“자, 이번에도 돌파할 수 있겠어?”

손을 내밀어 계속 체크하면서 도발을 걸어온다. 점퍼 득점 빈도가 많이 높아진 상태(점퍼는 노마크 또는 반노막 상태를 많이 만들어내서 그렇지 대부분 치고들다 패스를 주로하는건 여전하다)지만, 지금 같은 수비를 할 땐 점퍼보다 치고 들어가는 횟수가 높다보니 나온 형태다.

“당연히 할 수 있지.”

볼을 뒤로 빼고 몸도 살짝 돌린 상태에서 페이스업 자세로 바꾸고는 아이페이크와 잽스텝을 살짝 살짝 섞어 혼란을 줬다. 두어번 그렇게 페이크를 넣자 뒤로 살짝 물러나며 거리가 벌어졌고 그걸 놓치지 않고 그대로 스프링처럼 튀어올랐다.

연속적인 작은 페이크가 있었고 뛰어오르는 순간에도 왼쪽으로 살짝 무게를 주며 퍼스트 스텝을 밟을 것 같은 페이크가 있었기 때문에 브라운은 반타이밍 느리게 반응했다. 슛터치까지 깔끔하게 이뤄지면서 손을 뻗었던 브라운이 고개를 돌려 날아간 볼을 봤지만 결과는 뭐···

촤악!

“돌파한다며!”

“내가 언제?”

“돌파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건 사실이지. 돌파는 할 수 있다고. 다만 지금은 슛이 더 편했거든.”

이어진 보스턴 공격에서 스위치를 피해 어빙을 압박해 나갔다. 어빙을 틀어막으면 보스턴의 공격력은 그만큼 무뎌진다. 화려한 드리블링으로 날 현혹했지만 어림도 없지.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고 스크린까지 몇차례 나왔지만 다 피해내며 따라붙었다.

생각해보면 미국에 온 후 별명이 참 많이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통곡의 벽이다. 어떤 놈이든 내 수비에 걸리면 10%이하의 공격성공율을 거두기 때문이다.

분명 공격이 꽁꽁 막혔음에도 어빙은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 눈빛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자기는 어려워도 주변에서 뭔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돌파하는 척 페이크를 넣고 거리를 벌려 패스할 공간을 만든 어빙이 번개처럼 볼을 뿌렸고 그곳엔 핸즈 오프 스크린을 타고 돌아나온 브라운이 노마크로 있었다.

아무리 스크린을 타고 나왔다지만 왜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빙과 나의 대결에 시선이 분산되면서 브라운을 완전히 놓쳐버린 것이다. 아무리 게임 승패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너무 집중력이 없어들. 혼나야겠어.

촤악!

브라운의 노마크 3점이 림을 가르며 점수차가 다시 벌어졌다.

삐이익!

뎅과 칼드웰 등이 빠지고 조지 등 베스트 라인업이 코트로 들어섰다. 정예 멤버가 갖춰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오늘 뭔가 확 달아오르는건 기대하기 힘들다.

진짜 나나 되니까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하지 일반 선수들의 경우 컨디션이 떨어지면 쉽게 회복하지 못한다. 이유? 이유야 간단하지. 멘탈 때문이다.

일단 무너지고 나면 이게 아닌데란 생각이 들고, 계속 원래 느낌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한다. 그러다 원래 느낌을 빨리 찾으면 다행이지만 못찾으면 슬슬 짜증이 나고 그 짜증은 더욱 느낌을 찾는데 훼방이 된다. 거기다 잘 안되니까 평소에 하던 플레이가 소극적이 되고(안그럴려고해도 그렇게 된다) 그것 역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방해요인이 된다.

결국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한건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되냐 이거지. 심지어 뛰어난 심법을 익힌 나도 처음부터 지금 같았던게 아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지만 꽤 시간이 걸려서 만들어진거다.

아무리 투쟁심이 강한 프로들이라지만 망가져도 바로 목이 날아가는게 아닌데 이게 쉽게 만들어지겠냐고. 대신 흔들리는 강도나 흔들렸어도 최단시간내 원래대로 돌아올순 있다. 그런 선수들이 바로 슈퍼스타들이다.

퉁!

안으로 치고 들자 트랩이 펼쳐졌고 난 그 안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됐다.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까지 몰려들면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혼자 공격을 감당하면서도 되도록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자신있게 들어가는건···

스텝을 밟고 뛸 때 플루터도 루프샷도 아닌 기묘한 타이밍에 볼을 높이 던졌다. 그것도 림이 아니 약간 뒤쪽으로 말이다.

“!!!”

좁혀들던 수비들이 흠칫하며 시선을 돌리는 순간 반대편 엘보쪽에서 바람처럼 잘라들어와 붕 떠오른 조지가 있었다. 공중에 띄운 볼은 조지의 손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쾅!!!

“나이스 패스.”

“별말씀을···”

조지도 들어와서 두번이나 공격을 실패했지만 밸런스도 그렇고 움직임도 확실히 다시 살아나는게 보였다. 당장 지금만 봐도 알 수 있다. 컨디션이 떨어지면 시야나 판단도 나빠지기 때문에 이런 멋진 플레이가 나오기 힘든 법인데 내가 치고 들어가자 정확하게 따라왔으니 그의 컨디션이 올라온게 확실했다.

일단 조지가 제 컨디션을 찾아내자 게임은 훨씬 쉬워졌다. 내게만 집중하던 수비가 조지에게도 진행되며 한결 공략하기가 편해져서다. 물론, 잉그램이나 쿠즈마 등은 여전히 정신 못차려서 역전까진 가지 못했다.

“왼쪽 체크!”

퉁!

아주 잠깐 시선을 돌리는 순간, 폭발적인 퍼스트스텝을 밟으며 치고 들었다.

“헬프!”

조지를 체크하느라 잉그램을 맡고 있던 모리스가 경로를 자르며 들어왔다.

끼익!

속도를 확 늦추며 잉그램에게 패스,

“제기랄!”

모르스가 짧게 외치며 돌아서 잉그램의 길목을 잡으며 거리를 좁힐 때 나 역시 림쪽이 아닌 그 방향으로 꺾어 사이드로 빠져나갔다.

“브랜든!”

잉그램 옆을 스치고 가며 외치자 흠칫한 잉그램이 내게 볼을 줬고, 날 따라오는 스마트를 스크린 비슷하게 막아 지체시켰다. 그 말은 노마크란 말씀.

촤악!

이로서 점수는 5점차다.

“각자 수비 막아!”

백코트를 하지 않고 약속된 선수들을 찾아 달라붙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12초여서 인바운드 바이얼레이션을 유도하던지 아니면 반칙을 하기 위해서다.

삐익!

인바운드가 되자 잉그램이 스마트에게 약간 늦게 반칙을 했다. 스마트는 1구를 놓쳤지만 2구를 성공시키며 6점으로 벌어졌다. 타임아웃으로 보스턴 코트에서 시작해 시간을 벌고자 했지만 보스턴도 악착 같은 수비로 따라붙으며 빠른 슛을 저지하려 했다.

무조건 내가 받아야해서 조지가 인바운드를 했는데 너무 바짝 붙는 바람에 우리쪽 코트로 크게 넘어가 받았다. 받자마자 그대로 속도를 높여 달려가자 쿠즈마와 잉그램을 버리고 내가 달리가는 쪽 외곽에 모조리 몰려들었다. 지금 상황에 2점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끼익!

수비가 더욱 몰리도록 최대한 들어가다 스핀무브로 돌아섰지만 역시나 뒤쪽에서 나오며 더 이상의 전진은 어려웠고, 날 막던 어빙도 이 동작을 예상한 듯 바짝 따라붙어 있었다.

여기서 볼을 돌리면 공격을 성공해도 의미가 없다. 어느새 3초나 지나며 남은 시간은 8초였기 때문이다.

예전엔 게임을 꽤 했었는데 요즘엔 시간이 부족해서 가끔 하는 오래된 게임이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카드게임(1조 미만에서 돈지랄 놀이 한다. 나름 재미있다), 카트라이더(폭주본능 대폭발. 그런데 요즘 애들 왜이렇게 잘하냐? 맨날 리타만 간신히 면한다), 그리고 프리스타일2다. 특히 이 프리스타일은 온라인 3:3농구 게임인데, 의외로 여기서 스킬을 배울때가 있다. 현란한 돌파를 할 때 나오는 드리블 스킬 연계라든가, 슛스킬 같은건 실전에서도 가끔 써먹는다. 게임이라서 실제로 하기 정말 힘든 최상급 기술이 마구 터져나오는데다 자세도 꽤 정확하게 표현해서 연습하기 딱 좋거든. 물론 극강의 사기 몸뚱이를 지닌 나니까 가능하다.

여하튼 갑자기 왠 게임 얘기냐고? 지금 그 게임 슈팅가드의 스킬을 지금 쓸꺼거든. 스핀 무브에 이은 3점 페이더웨이. 게임내 슈팅가드의 기술인데 고수가 사용하면 정말 미칠만큼 잘 들어간다. 수비? 될리가 없지. 스핀무브 속도 자체도 빠르고 방향도 알기 힘들뿐더러 페이더웨이까지 하면 높은 확률로 못막는다.

게임속 수비도 사실상 사기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피할정도면 현실에서 막을 수 있겠어?

이얍!

바람처럼 휙 돌아선 순간 뒤로 훅 날아서 나비처럼 부드러운 슛터치···는 개뿔, 내공을 쓰지 않고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론 아무리 나라도 제대로된 밸런스를 잡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힘이 좋아도 3점슛은 하체에서부터 힘을 끌어오지 않으면 부드러운 슛터치는 사실상 힘들다. 모든 슛, 아, 덩크는 아니구나. 여튼 그거 빼고 모든 슛은 마지막 순간 부드러운 슛터치가 있어야만 정확한 슛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가끔 그리 안던져도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뽀록, 혹은 후루꾸(여기서 잠깐 상식, 후루꾸가 당구에서 많이 나오고 발음도 그래서 일본어 같지만 실제로는 영어다. 정식 발음은 플루크(Fluke), 요행이란 의미다)다.

여튼 스핀무브로 돌아서면서 힘한번 쓰고, 회전력과 앞으로 쏠리는 힘을 이겨내며 뒤로 뛰면서 나머지 힘을 다 쓰기 때문에 하체에서 가져올 힘 따위 거의 남아있지 않다. 진짜 나니까 이런 움직임에도 힘이 약간 남아서 슛폼 유지하고 던지지 일반인은 어림도 없는 동작이다.

터터텅!

어렵게 던진 볼이 림안쪽을 빠르게 부딪치더니 그대로 바깥쪽으로 튕겨 나와버렸다.

아까비···

호포드가 리바운드를 걷어냈고 그걸로 오늘 경기는 끝이 났다.

최종 스코어는 103:98.

45득점에 리바운드도 15개나 했지만 어시스트는 고작 6개일만큼 팀원들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때만큼이나 최악이었다.

그래도 지기는 했지만 아주 나쁘게만은 보지 않는다. 나와 함께 팀을 이끌어 줄 조지가 컨디션이 떨어졌음에도 23득점(FG 8/15), 7리바운드, 3스틸을 하며 자기 몫을 충분히 해주면서 팀이 확 무너지는걸 막아줬다. 잉그램과 쿠즈마 역시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서 삽질을 제법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위축되지 않고 일관된 플레이를 펼쳐줬다. 그 밖에도 베테랑 벤치 자원들인 루올 뎅이나 칼드웰포프, 그리고 랜들도 자기들의 플레이를 해냈다.

때문에 컨디션만 올라온다면 다시 강력한 모습을 보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스턴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번 원정 4연전과 홈으로 돌아와 치른 첫경기에서 모두 지며 5연패를 기록했다. 떨어진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오지 못했고, 오히려 더 나빠진 상태였다.

지금이야 물론 연패가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연패로 빠져들게 된 진짜 요인은 팀 분위기가 개판이 되면서 팀원들의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컨디션이 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한 탓이다.

가끔 이렇게 가라앉을때가 있다. 하지만 다들 프로고 나나 조지처럼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끌고 갈 확실한 선수가 있는 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 모양인건 지난 몇 년간 나와 함께 팀의 주축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두 명, 클락슨과 래리 이 두 녀석들 때문이다.

로테이션에는 있지만 비중이 현격히 줄어들면서 쌓인 불만이 보스턴전에서 터졌었고 팀 컨디션이 떨어지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그날 경기는 비록 졌지만 윌튼 감독의 대처로 바닥으로 떨어지는걸 막았고 선수들도 잘 버텨줬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는 분위기가 다시 살짝 올라올 수 바탕은 만들어졌다.

나도 일단 응급처치는 됐고 나머진 차차 좋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경기인 워싱턴전에서 윌튼 감독이 이 둘의 출전 시간을 5분여도 주지 않으며 또 다시 문제가 터져버렸다.

윌튼 감독의 운영은 정석적이었다. 둘의 컨디션은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기에 오래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이 둘의 시간을 제한해야 했던건데 당사자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2쿼터 종료 후 라커에서 쿠즈마와 이를 말리던 칼드웰포프에게 연속으로 시비가 붙었던 것.

팀원간 불화는 그대로 팀 컨디션에 영향을 줬고 서서히 올라오던 경기력은 그대로 곤두박질 쳐버렸다. 경기가 끝난 후 이걸 문제삼아 또 다시 팀원들과 윌튼 감독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그 와중에 막말이 오고갔다. 결국 내가 무력 진압(신체접촉 없이 기세로 찍어 눌렀다. 뭐 내공이 계속 복구된 탓에 지금까지 중 가장 강력한 기세였다. 두 녀석 다 얼굴이 하얗게 떴었거든)으로 종결시켰지만 팀 분위기는 개판이 나버렸고 원정의 피곤함까지 겹치며 컨디션은 좀처럼 살아나질 못했다.

필라델피아와의 경기가 끝난 후 다음날인 16일은 훈련은 취소하기로 했다. 다들 심란한데다 원정으로 인한 피로가 뒤섞이며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아무리 훈련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때론 무조건적인 휴식도 중요해서다.


오랜만의 휴식이었기 때문에 새벽 심법 수련 후 동네 한바퀴로 몸만 풀고 맛있는걸 해먹을 생각으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윌튼 감독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사무실을 찾았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윌튼 감독 이외에 존슨 사장과 조지도 함께 있어 살짝 놀랐다. 기척으로 두 명이 더 있는건 알았지만 그게 이 두 사람일줄은 예상치 못해서였다.

“쉬는데 방해가 된···거겠군. 미안하네. 일단 앉아.”

존슨 사장이 특유의 푸근한 미소와 함께 자리를 가르켰다. 내가 자리에 앉자 잡다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잡다 최근 경기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까진 꽤 편안한 분위기였다.

“솔직히 어제 경기까지 연패를 하는 동안만 보면 자네가 데뷔하기 직전 최악의 시즌 기록을 남기던 시절보다 더 안좋아 보였네. 킴과 폴, 두 사람 말고는 이게 NBA리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한거겠지. 이건 내 생각만 그런게 아니란걸 자네들도 알거야. 지역 언론은 물론이고 구단 홈페이지가 아주 난리인건 알지?”

“예.”

“그래서 윌튼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구단 수뇌부들이 모여서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무너졌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했네. 그리고 정확하게 이유를 알아냈지.”

존슨 사장은 말을 멈추고는 탁상위에 올린 왼손 손가락으로 톡톡치며 뜸을 들였다. 묵직한 침묵속에 한 30초정도 지나서 긴 한숨과 함께 의자에 기댔던 몸을 일으켜 정자세를 취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락슨과 낸스 주니어, 이 두 친구들을 트레이드 시키기로 했네. 그것도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말이야.”

음···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경기에 임할때야 냉정한 눈으로 평가하고 행동하지만 마음까지 냉정한건 아니었다. 팀에서 가장 친한 녀석들이고 힘들 때 함께 뛰었던 친구들인데 마음이 좋을순 없다. 존슨 사장은 그런 내 표정에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클락슨이나 낸스 주니어와 가깝게 지내는걸 알고는 있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자네가 받아줬으면 해.”

우리나라와 다르게 NBA에선 선수, 특히 나 같은 슈퍼스타들의 힘은 상당히 강하다. 이런저런 일이 많겠지만 결국 나 다른팀 갈꺼임하면 답답한건 구단이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한건 팀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FA제도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FA가 되도 탑수준의 선수들은 타팀에 갈 경우 원소속팀에 보상을 해야만 하는데 이게 너무 가혹하다는거다. 연봉 100%에 보호선수 4명을 제외한 누구라고 한명을 조건없이 데려올 수 있는데(정훈이형은 지금도 예전 생각하면 성질난다고 하더라) 이래서야 마음편히 누굴 데려오겠냐고.

리그가 작아서 한팀에 좋은 선수가 뭉치는걸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라지만 그냥 개소리다. KBL엔 사치세가 없어서 샐러리캡 차면 선수영입 못한다. 이면계약? 하려고만 하면 이면계약은 그냥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일도 있었고.

이런 제도적 한계와 선후배문화, 구단 모회사들의 횡포 등등으로 KBL은 선수의 힘이 그리 강하지 못하지만 NBA에선 그냥 나 갈꺼임하면 그걸로 끝이다. 오죽하면 그 유명한 디시젼 쇼가 다 나왔을까.

여하튼 팀 구성은 전적으로 감독과 구단의 권리이지만 팀의 대체불가의 핵심 전력인 나와 조지가 마음상하지 않도록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킴 자네와 조지 두명만으로 이미 강팀이네. 거기에 팀이 뽑은 영건들과 새롭게 합류해준 베테랑들까지 좋은 팀구성을 만들었다고 자부하네. 실제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 효과를 확실히 보여줬고. 하지만 최근 몇경기는 기대이하가 아니고 아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야. 그래서 이런저런 분석을 해봤고 결론은 팀 멘탈에 문제가 생긴거고 그 문제는 클락슨과 낸스 주니어, 이 둘에게 있다는 것이었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조지와 내 모습을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물론 자네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나이트 오더를 통해 계속해서 조언을 하며 노력을 하고 있는걸 아네. 하지만 이 둘의 상태가 어떠하고 또 어떻게 될지는 자네들보다 훨씬 오랜 시간 선수로서 뛰어본 선배로서 좀 더 잘안다고 보네. 인정할지 안할지 모르지만 선배로서 보면 우리팀에선 더 이상 뭔가를 기대하기 힘들어.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팀의 어렵던 시절, 핵심으로서 버팀목이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다시 살아난다해도 그 자리로 돌아갈지 장담하기 어려운걸 스스로들 잘 아기 때문이야. 이유는··· 굳이 말안해도 알겠지?”

존슨 사장의 말이 끝나고도 한동안 다른 말을 하기 어려웠다. 나 역시 존슨 사장의 말과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년차이상되면 리그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난 그 둘을 좋아하고 잘되길 기원한다. 솔직히 잉그램과 쿠즈마의 재능은 클락슨과 래리의 그것을 넘어선다. 그래서 공공개념이 커진 나이트오더임에도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둘에게 할애했다.

그럼에도 이 두 녀석들은 성장은커녕 제자리도 지키지 못했다. 그에 반해 잉그램과 쿠즈마는 생각이상의 성장을 해내며 팀내 입지를 확실히 다져가고 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이 두녀석, 나이트오더에서 나온 말과 내가 알려준 수련법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매일매일 성장해나가고 있다.

클락슨과 래리는? 이 자식들은 이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팀내 입지가 떨어진 것에 불만을 갖고 투덜거리기만 하고 있다. 투덜거리기만 했다면 그나마 낫다. 팀원간 불화를 조장하면서 팀 분위기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는데 이런 얘기가 공식적으로 튀어나왔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이거다.

심정적으로야 좋아질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리 되는게 쉽지 않은걸 잘 안다. 이미 더 높은 수준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이하의 대접을 만족한다는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나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당장 루 윌리엄스나 닉 영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사람 다 높은 수준의 대우를 원했지만 그들의 능력상 그걸 해줄 수 없었고 그에 대한 불만과 조급함 때문에 더 낮은 대우를 받아야만 했다.

스스로의 실력을 제대로 받아들일 때 제대로된 실력과 더 높은 수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내가 아무말도 없자 가만히 있던 조지가 날 한번 보고는 먼저 운을 땠다.

“전 구단측 입장에 찬성입니다. 클락슨이나 낸스 주니어와 상대편 입장에서 게임도 뛰어봤고 연습도 함께 해봐서 그들이 분명 좋은 선수란건 이의가 없습니다. LA로 온 이유도 고향팀이라는 점, 킴이 있다는 점 등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분명 그들 같은 발전가능성이 충분한 젊은 선수가 있었다는 것도 결심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들의 모습에는 실망이 컸습니다. 실망이란게 단순히 그들이 제 몫을 못해서는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자신들의 슬럼프를 선수단 전체에 영향을 주는 행동은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죠. 지금 그들은 구단에 불만이 많습니다. 쉽게 해결될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럴땐 팀을 위해서도 선수 개인을 위해서도 다른 팀으로 보내는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다만, 저야 클락슨 등을 본게 얼마되지 않아 이 순간을 넘길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킴의 판단에 맞기겠습니다.”

내 의견에 따르겠다고는 했지만 부정적 내놨다. 솔직히 나도 다 인정한다. 다만, 하아··· 그 놈의 정이 뭔지 참···

한참동안 무거운 침묵이 흐르자 존슨 사장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당장 결정을 하기 어렵겠지. 친구들 문제인데.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게. 킴의 생각을 최대한 반영할 테니 말이야.”

존슨 사장이 시간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일어나려 했다.

“후우··· 하죠. 트레이드.”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말하자 존슨 사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더 생각해봐도 돼.”

“한국에는 정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로 적절한 단어가 없습니다만 음, 일종의 친밀함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 여하튼 제가 고민스러워한건 이 정 때문이었습니다. 사장님도 감독님도, 그리고 조지도 알겠지만 제가 데뷔해서부터 2년간 함께 뛰었고, 팀을 위해 서로를 위해 많은 헌신을 한 친구들이니까요. 하지만 사장님이나 폴 말처럼 그 친구들··· 예. 지금 팀에서 그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 다른곳에서 뭔가를 할 수 있게 보내주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뭐, 배신감을 느껴도 어쩔 수 없죠. 이게 프로의 세계이고 그 녀석들 스스로 만든 상황이니까요.”


이날 나온 결정은 곧바로 해당 선수 본인과 나머지 팀원들에게 차례대로 알려졌고, 트레이드 협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본인들의 트레이드 소식에 래리는 어느정도 받아들였지만 클락슨은 꽤 많은 실망을 했다. 스스로 팀에서 중요 역할을 수행했고, 높은 충성도를 보였음에도 자신을 내팽개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클락슨에게 소식이 알려진 날 그는 날 찾아와 실망과 배신감에 험한 말을 뱉어냈다. 그의 심정을 잘 이해했기에 속이 좀 부글거렸지만 꾹 참고 끝까지 들어준 후 열이 좀 식었을 때 진심을 다해 정확한 팩트를 말해줬다.

좋은 말로 돌려 말할수도 있지만 제대로 성장하려면 문제를 직시할 줄도 알아야 하기에 아픈 말을 한 것이다. 아픈만큼 성숙해지고라고나 할까.

“조던, 네 마음 잘 알아. 나도 너만큼 마음이 좋지 않아. 리그에 와서 가장 가깝게 지낸게 너고 케이시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네 덕분이야. 그래서 항상 네가 잘되길 바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네게 도움을 주려고 했어.”

“그래, 알지. 너무 잘 알지. 그래서 더 화가 나는거야. 네가 어떻게 이번 트레이드 건을 동의했다는게 정말 화가 난다고.”

“후우, 그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뭐? 그게 최선이었다고? 그게 말이 돼? 네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내가 게임에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거 아니었어?”

진짜 예전 같았으면 오뉴월 개패듯 두들겨놓고 말했을텐데··· 그래, 그냥 적당히 하자.

“닥쳐.”

단호한 말과 함께 기세 개방! 흥분해서 씩씩대던 클락슨이 단숨에 순한 양이 됐다. 자식, 진즉 그럴것이지. 기세에 눌려서 좀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된 걸 보고 입을 열었다.

“베스트 라인업에서 빠지긴 했지만 로테이션의 중심에 네가 있었어. 그리고 베스트 라인업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하지만 넌 그 기회를 스스로 날려먹었어. 그 자존심에 집중력이 떨어뜨려서. 팀원간 경쟁은 싸우는게 아니고 스스로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는거라고 수없이 말했었지. 그런데 넌 이번 시즌에 들어오면서 단 한번도 너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한적도 없고 증명하려 한적도 없어. 그저 어린아이처럼 왜 날 몰라주냐고 울었을뿐. 거기다 더 안좋았던건 경쟁자들이 가진 가치 이상을 보여주지도 못하니까 역으로 상대의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행동까지 했다는거야. 너 자신이 돋보이게 하려고. 슬럼프는 인정하고 기다려줄 수 있지만 그 행동은 너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것이고 이건 팀에서 받아줄 수 없는 부분이야. 그게 널 이 팀에서 떠날수밖에 없게 만든거야. 지금 이 모든 상황은 너 스스로 만든거라고. 알아 들어?”

신랄한 내 말에 클락슨이 머리를 감싸쥐며 고개를 떨궜다.

“조던, 고통스러운 말이지만 네가 기억했으면 해. 주어진 시간동안 네게 원하는걸 보여줘. 그럼 되는거야.”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투표들 하셨습니까?

고작 한표지만 그 한표가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어제 트럼프와 김정은의 공동성명이 나왔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솔직히 좀 많이 두루뭉술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만해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양국간 최고 지도자가 직접 얼굴 맞대고 얘기해서 합의문이 나온건 역사상 처음이잖아요.

천리길도 한걸음부터고 첫술에 배부를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후속조치를 차분하게 지켜봤으면 합니다.

말하고 싶은게 많지만 정치적 견해와 바라보는 시각은 다 다른거니 이 이상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순간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김일성 사망, 김정일 사망, IMF(여자 동기들 직격탄 맞았고, 저도 유탄에 맞았었죠. 일명 저주받은 94학번이라고 9시 뉴스에 종종 언급되었던...), 월드컵 4강(죽기전에 4강 다시 가는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대통령 탄핵, 그리고 이번 북미회담까지...

나름 대한민국의 가장 축복받은 세대(경제 성장으로 배고픔을 모르고 자라고 취업도 비교적 할만 했던,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충분히 경험, 과거 독재를 경험하지 못한)라서 평이한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니 나름 격동의 시간을 보냈네요.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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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35-1. Grand-Master Knight +8 18.09.11 1,425 33 42쪽
113 34-3. 컨퍼런스 파이널 +4 18.08.17 1,425 27 24쪽
112 34-2. 컨퍼런스 파이널 +2 18.08.13 1,386 31 29쪽
111 34-1. 컨퍼런스 파이널 +2 18.07.30 1,983 36 29쪽
110 33-3. Knight4 +3 18.07.19 1,463 39 20쪽
109 33-2. Knight 4 +5 18.07.06 1,487 35 22쪽
108 33-1. Knight 4 +3 18.06.28 1,546 31 12쪽
» 32-3. 불안요소 +6 18.06.13 1,654 33 26쪽
106 32-2. 불안요소 +6 18.06.05 1,603 31 14쪽
105 32-1. 불안요소 +8 18.05.28 1,806 34 27쪽
104 31-4. Knight Order +4 18.05.26 1,885 33 16쪽
103 31-3. Knight Order +8 18.05.23 1,869 37 23쪽
102 31-2. Knight Order +2 18.05.21 1,846 35 18쪽
101 31-1. Knight Order +6 18.05.16 1,985 34 20쪽
100 30-4. 리뉴얼 +18 18.05.15 1,863 37 18쪽
99 30-3. 리뉴얼 +8 18.05.10 1,905 37 20쪽
98 30-2. 리뉴얼 +8 18.05.09 1,885 39 22쪽
97 30-1. 리뉴얼 +8 18.05.08 1,941 41 17쪽
96 29-4. 플레이오프 +12 18.05.03 1,920 39 16쪽
95 29-2. 플레이오프 +8 18.05.01 1,962 39 30쪽
94 29-1. 플레이오프 +4 18.04.28 2,025 35 19쪽
93 28-2. 퀘스트 +8 18.04.19 2,045 39 15쪽
92 28-1. 퀘스트 +6 18.04.13 2,172 4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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