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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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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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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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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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쪽

35-3. Grand-Master Knight

DUMMY

전문가들이 말한 승부의 변수(체력적인 부분)가 아닌 커 감독이 만들어낸 변수로 인해 여론은 워리어스에게 급격히 기울어 버렸다. 변수 자체가 워리어스의 스몰볼이 리그를 평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선수구성을 바꾸지 않는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확 바뀐 분위기만큼이나 커 감독도 가치도 확 높아졌다.

스몰볼로 NBA를 제패하고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새로운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선수빨이 커서 다른 팀에선 지금 같은 성적을 못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필 잭슨이나 팻 라일리, 그렉 포포비치 등에 비해 평가절하를 당해왔다.

그런데 누구도 생각지 못한 우리의 약점을(물론 상대적인 약점이다) 찾아 대파는 물론 대응조차 하기 힘들게 함으로 최고의 명장 수준으로 올라섰다.

완전 인정한다. 분석을 통해 이런 놀라운 전술을 펼친걸 말이다.

심각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케이시의 기분좋은 내조(우리나라에선 중요한 경기 일정 중엔 기본적으로 금지시킨다. 힘빠진다고. 하지만 외국, 그러니까 적어도 미국에선 그런게 없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솔로 아니면 가족 또는 애인이 함께 하는걸 장려한다)를 받았다.

케이시도 원정때 함께해서 지금 내가 어떤 심정인지 알았기 때문에 도움이 되려고 최선을 다해줬다. 덕분에 심신의 안정이 훨씬 빠른 시간에 될 수 있었다. 이래서 혼자보단 가정을 이루는게 좋다고 하나보다.

케이시가 먼저 잠이 든걸 확인하고 컴퓨터 방으로 나와 경기를 복기했다. 경기 중에도 전체를 보긴 하지만 중계화면으로 보면 또 다른게 보인다. 보통은 말이지.

시간 가는줄 모르고 꼼꼼하게 봤지만 경기중 보고 느꼈던 문제들은 그대로였고, 오히려 미쳐 느끼지 못했던 부분만 더 보였다. 상성이 나빠도 너무 나빴다. 모든게 동일하고 딱 한군데만 다른데 그걸 대응할게 없었다.

이대로라면 5차전은 물론 내리 4연패를 당하는 역스윕도 꿈이 아닐 지경이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나이트4와 판타스틱4를 붙이고 나면 5번 자리에 누가 와도 맥기를 당해낼 수가 없다. 매치업이 안맞는다. 그냥 미스매치다.

진짜 어떻게 이런 미스매치를 생각해냈는지 다시 봐도 대단하다. 만약 듀란트가 없는 작년의 워리어스라면 이런 짓도 못할텐데 말이야.

하아···

답이 없는걸 알지만 그래도 찾아봐야지.

처음부터 다시 재생을 누르고 눈에 힘 빡 주고 볼 때 인기척이 났다.

“오빠 언제 일어났어?”

잠이 덜깬듯 부스스한 모습으로 케이시가 다가왔다.

“아까.”

“흐음··· 아무리봐도 밤 샌거 같은데. 왜? 어제 진게 걸려서 그래?”

“뭐, 그렇지.”

“하긴, 그렇게 허무하게 질거라곤 나도 생각지 못했으니까.”

“나도 그래. 어떻게 대응이 안되더라고.”

내가 다소 힘빠진 모습으로 답하며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뒤에서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보니까 대응책이 없나보네?”

어린 나이에 엄청나게 회사를 키워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금방 상황을 파악하는 케이시다.

“4자리가 같은 상황에 나머지 한자리가 차이가 나니까 극복이 안되네.”

“5번 자리지?”

“어.”

농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나를 만난 후 거의 준전문가 수준에 오른 케이시다.

“그런데 저 맥기 말이야.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 않아?”

“그렇지. 그렇긴 한데 문제는 우리팀 동포지션을 비교하면 상대적 우위라는게 문제지. 방법이 없어.”

“그렇구나. 그런데··· 5번 자리에서 뭔가 큰 걸 기대하진 않았잖아. 거기가 망가진다고 게임이 이렇게 말리는게 이상해.”

그러니까. 저쪽도 그랬는데 역으로 그쪽을 공략해 들어왔고 마땅한 대응 자원이 없으니까.

“하아, 진짜 커 감독 대단해. 저쪽도 우리처럼 잘하는걸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수를 꺼내들었잖아.”

내가 답답한 듯 말하자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고 내 앞으로 나와 허벅지 위에 앉으며 말했다.

“그만 고민하고 좀 쉬어. 오빠는 푹 쉬고 컨디션 유지하는게 본업이잖아. 저쪽이 가지고 나온 센터게임 해결책은 감독님 몫이니까 월권하지 말고 이제 좀 쉬라고.”

그래, 난 선수니까 컨디션 조절이 최고의 미덕이지. 전술은 감독님 몫이고. 분명 감독님도 워리어스의 센터 게임··· 센터?

센터어!!!!!

온갖 나쁜짓을 하던 놈을 한방에 보내버리는 막장 드라마의 마지막처럼 고구마 백만개를 먹은 듯 답답했던 가슴과 머리가 순간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푸흘, 푸하하하!!!”

인상 잔뜩 쓴 채 있던 내가 돌연 미친놈마냥 크게 웃자 케이시가 흠칫했다 금방 베시시 웃어보였다.

“자, 힌트값 내.”

역시 천재 사업가다. 하여튼 천재들이란··· 그래도 오늘은 너무 예쁘다!

“물론이지! 가자.”

그녀를 그대로 잡고 일어서서 침대로 돌진했다.


5차전.

3승 1패로 여전히 핀치에 몰려있는 워리어스였지만 직전 경기에서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면서 분위기는 더 없이 좋아보였다.

연습할 때 모습만 보면 우리가 3패고 저쪽이 3승이라고 말해도 믿을만큼 우린 비장함과 긴장감이 흘렀고, 워리어스는 여유로워 보였다.

경기 시작까지 1분이 남으며 연습을 끝내고 벤치로 들어와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이미 세세한 전술과 패턴은 숙지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움직임에 대해 간략하게만 설명한 후 당부를 했다.

“자, 전술에 대해 더 말해봤자니까 마지막으로 이것만 말하자. 우리의 농구를 하자.”

“예!!!”

“좋아.”

윌튼 감독이 빠지고 손을 모았다.

“저쪽의 변칙 전술에 당했지만 변칙은 결국 정석을 못이긴다. 정석이 괜히 정석이 아니다. 가장 잘 통하기 때문에 정석이라고 하는거고, 어쩌다 한번 통하기 때문에 변칙이라고 하는거야. 오늘 우린 정석대로 간다. 잘 할 수 있나?”

“예쓰, 마스터!”

기합이 잔뜩 들어간 채 크게 외친다. 다운되었던 분위기는 확실히 뒤집혀 있었다. 다만, 너무 비장감이 돈다. 과유불급이지. 모았던 손을 내리게 하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 다들 인상 펴. 좀 심하게 작살나긴 했지만 고작 한번 진거야. 앞으로 세번을 더 져야 진짜 지는거고 저쪽은 오늘 지면 끝장이야. 앞으로 우릴 세번이나 더 이겨야 한다고. 저쪽이 비장하고 우리가 여유 있어야 하는거야. 그런데 지금 너무 반대인 것 같지 않아? 몸에 힘들빼고 편하게, 편하게 나가자. 손 내리고 심호흡 좀 하자.”

“후우···”

심호흡과 가볍게 몸을 흔들며 잔뜩 들어간 기합을 적당히 낮춰졌다. 시즌 초중반, 아니 플레이오프 1라운드때보다 훨씬 큰 중압감을 받을텐데도 그 때보다 더 잘 멘탈관리를 해낸다. 말은 쉽게 했지만 이 상황에 아주 쉬운건 아닌데 말이다.

어려도 한참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어서인지 확실히 빨리 배운다.

“준비가 된 것 같으니 가서 마지막 시험을 뚫어보자꾸나, 젊은 파드완들아.”

미소를 지우고 약간 과장되게 근엄한 표정과 몸짓을 하며 말했다.

“예쓰, 마스터!!”

내가 이 세계에는 없는 간단한 호흡법을 알려준 후 종종 우리 집에 와서 놀다보니 내가 스타워즈 매니아란걸 모두가 안다. 그래서 내 작은 오마쥬에 잉그램이 빠르게 받아내자 다들 피식 웃는다.

자, 전술도 나와 있고 정신상태도 잘 정돈됐으니 나가야지.

“좋아! 우리는!”

“강하다!”

워리어스는 4차전 스타팅 그대로 들어섰다. 흐름도 좋았고 이 구성은 많은 전문가들조차 이렇다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으니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것이다.

먼저 나와 약간은 여유로운 얼굴로 수비코트에 있던 워리어스 멤버들은 우리가 코트로 들어서자 고개를 갸우뚱했고 벤치쪽에 있는 커 감독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딱 우리가 4차전 시작할 때 워리어스의 스타팅을 처음 봤을 때의 선수와 감독, 그리고 내 표정이 저쪽에서 그대로 나온거다.

왜냐하면 우리도 구성을 바꿨기 때문이다. 팀의 주력인 나이트4와 그리고 5번자리의 선수가 아닌 아이재아 토마스로 말이다.

관중석은 물론 오늘의 중계진 역시 뜨악한 얼굴이었다. 5번 자리를 보완한게 아니고 아예 포기한 조합이기도 했고,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폼이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토마스를 선발로 내세웠으니 당연하다.

토마스는 어빙과 트레이드가 되며 클리블랜드로 갔었다. 하지만 복귀 후 예전의 운동능력을 보이지 못했다(고관절부상이었는데 예후가 그리 좋지 않다). 밋밋해진 드리블과 돌파, 작은 키로 인한 수비에서 문제를 노출하면서 결국 올해 2월 우리팀으로 다시 트레이드 됐었다.

사실 토마스를 데려온건 그가 재기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클락슨과 래리를 정리해 팀구성을 완성시키려는 의도가 컸다.

그런 토마스를 선발로 내세웠으니 무슨 생각이 들겠냐고.

다들 미쳤냐고 생각하든지 아니면 게임 포기한거라고 생각하려나. 뭐,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솔직히 쌩유다.

이유는 게임이 시작되니 곧 알게 될거다. 후후후···

이미 몸은 다 풀었지만 오늘은 힘을 좀 써야된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팔을 돌리고 목을 꺾거나 다리를 털어내는 등의 행동을 했다. 센터서클에 모이며 손을 맞잡으며 가벼운 포옹으로 페어플레이를 말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

조금전 의외의 구성에 보였던 표정이 다시한번 나왔고, 관중석에서도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왜냐하면··· 내가 점프볼을 위해 자리를 잡고 섰거든. 하하하···

분위기야 어쨌든 맥기와 마주보고 섰다. 보통 이렇게 준비가 되면 심판이 볼을 띄우는데 워낙 의외의 상황이라서 그런지 확인을 해왔다.

“킴, 진짜 뛰는건가?”

점프볼은 보통 제일 높게 뛰는 선수가 아닌 키가 제일 큰 선수들이 한다. 그냥 생각하면 높이 뛰는 선수가 더 유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키가 큰게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점프볼을 위해 띄워주는 높이는 손을 뻗었을때의 높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높이 뛰는 선수보단 키 큰 선수가 폴짝 뛰어 건드리는게 더 쉽기 때문이다.

심판이 띄우는걸 보면서 타이밍을 조금 더 빨리 가져가면 되지 않냐란 반문을 할 수도 있는데 일단 볼을 띄우는 순간의 타이밍 맞추는것도 쉽지 않고 정점에 달하지 않았을 때 볼을 건드리면 그건 바이얼레이션이이라서 먼저 뛰는건 불리하면 불리했지 절대 유리하지 않다.

그러니 리그 최고의 점프력을 자랑하는 내가 나왔음에도 물어본 것이다.

“예.”

확인을 해주자 심판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내 볼을 띄울 준비를 했다. 심판의 임무는 농구룰안에서 경기가 잘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니 이 자리에 누가 나와도 신경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생각은 하겠지만.

뛰어오를 자세를 잡자 나와 맥기를 한번씩 보고는 볼을 띄워줬다.

팡!

심판의 동작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맥기보다 더 높은 위치로 먼저 도달하도록 뛰어올라 정점에서 먼저 쳐냈고 우리 코트쪽에 대기 중이던 토마스가 잡아냈다.

“이거 바이얼레이션이에요!”

맥기는 물론 커리 등이 수비위치로 물러나며 심판을 향해 항의를 했지만 심판은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재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경기 속행 사인을 날렸다.

수비위치로 가고는 있었지만 의외의 상황과 항의에 정신이 팔려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걸 보고 토마스쪽을 향해 크게 외쳤다.

“헤이!”

토마스가 외침에 눈을 맞추자 손가락으로 하늘쪽을 가르킨 후 급가속했다.

“제기랄!”

내 움직임과 모습에 토마스가 강하고 긴 패스를 높이 뿌렸고 그 사이 림쪽에 도착한 내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캐치했다. 그린이 어떻게든 커트를 하려고 뛰어올랐지만 한박자 느리게 반응해 나와 약간의 거리도 있는데다 이 롱패스도 예상치 못했던 탓에 방해를 하지 못했다. 그린의 점프 한참 위에서 여유있고 우아한 모습으로 캐치한 후 에너지 넘치는 리버스 앨리웁으로 경쾌하게 마무리 지었다.

쾅!

림에 잠깐 매달렸다 내려서자 약간의 짜증스런 표정의 그린이 보였다.

많이 성숙했다지만 그린은 그린이다. 고로 그린은 긁어줘야 제맛이다. 그래서 룰루랄라 리듬의 백스텝으로 물러나다 시선이 부딪치는 순간 씨익 웃어주고 돌아섰다. 물론 좋은 패스를 놓치지 않고 해준 토마스에게 사인을 해주는것도 있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습으로 게임을 활짝 열었지만 그린 말고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커 감독은 안심할 수 없었는지 박수를 치며 코트를 넘어가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집중!”

볼을 몰고 가는 커리가 커 감독의 말에 반응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외쳤다.

“천천히 간다!”

커리가 넘어오자 그를 향해 토마스가 움직였다. 토마스가 수비에서 위치할 수 있는건 거기 뿐이니 당연했고, 상대도 그러려니 했다. 실제로 세컨 유닛 타임에 토마스가 나올 때는 내가 2번으로 내려가는 형태의 포지션을 시즌 내내 해왔고 그 밖에 선수들도 한칸씩 밀려나는 형식이었다.

커리는 우리 코트로 넘어와 듀란트와 스위치를 하려고 했다.

오늘 우리 수비에서 구멍은 총 두곳이다. 5번과 1번. 특히 1번 자리의 토마스는 높이 때문에 스위치만 되면 5번에서 나오는 미스매치보다 더욱 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걸 이용안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토마스와의 일대일은 되도록 듀란트에게 넘기는게 맞다. 원래도 듀란트가 워리어스의 일대일 마스터이자 가장 다양한 공격루트를 보유하고 꾸준히 득점을 만들어내는 실질적 에이스(워리어스의 핵심은 커리지만 그의 위력은 예전만 못하다. 그에 대한 수비성공도 리그 전체가 높아지면서 기복도 꽤 심해졌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답답한 순간을 듀란트가 해결하고 있다)이니 오늘의 선봉장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분명 오늘 포지션이면 듀란트 수비는 조지가 아닌 나일테니(공격력에 가려져서 그렇지 리그 최고의 에이스 스토퍼는 나다) 더더욱 스위치를 통해 길을 열어주는게 맞았다.

스위치를 위해 움직이려던 커리는 흠칫하고는 왼손을 들어올려 지공 사인을 내보이며 뒤로 물러서 우리의 수비 포지션을 확인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듀란트에게 원래대로 조지가 있었고, 잉그램과 쿠즈마도 탐슨과 그린에게 붙어 있었다. 그럼 나는?

“!!”

난 맥기에게 바짝 붙어서 그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포인트가드가 198이면 큰 키라고 할 수 있지만 림근처에서 뭔가 하기엔 작은 키다. 심지어 코트에 나온 선수들 중 나보다 작은건 토마스와 커리 둘 뿐이다. 탐슨도 키가 201(나하고 비슷해보이지만 분명 나보다 크다)이나 된다.

그런 내가 213이나 되는 맥기를 상대로 서 있으니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점프볼을 내가 뛴 이유가 단순히 운동능력으로 한방 먹이려고 한게 아니란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포지션에 우리팀을 제외한 모두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분위기가 되었다. 전 세계 모든 중계진이 내 포지션 플레이를 두고 미쳤다는 둥, 골밑을 완전히 포기하고 외곽만 막으며 공격력으로 뭔가 하겠다는 분석들을 하는게 들리는 듯 싶었다. 물론 너무 극단적인 미친 전술이라고 하는게 대부분이겠지만 말이다.

아주 먼 옛날, 지금 우리팀 사장님으로 있는 매직 존슨 옹께서 카림 압둘 자바를 대신해 센터로 상대를 탈탈 털었던 적이 있긴 하지만 매직 존슨 옹은 키와 몸무게 모두 빅맨급이었기 때문에(오히려 포인트 가드로 어울리는 몸이 아니었다) 대략 이해는 했었다.

하지만 난 키도 작은 편이고 몸무게도 날렵한 쪽이기 때문에 이 수비포지션은 말도 안되게 보이는게 맞다.

황당한 포지션에 커리는 잠시 정신을 못차린 듯 센터라인 근처에서 볼을 튕기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 수비 포지션이면 우리의 빠른 로테이션과 협력으로 외곽 수비에 빈틈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걸 느끼고 있는 듯 싶었다.

어쨌든 연속된 변칙 전술에 우리빼고 나머진 다 정신 못차리게 하는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커리는 금방 정신을 차린 듯 손짓으로 작전을 지시했다. 수신호라서 바로는 못알아먹었지만 움직임을 보니 맥기를 이용한 골밑 공략법을 택한 듯 싶었다.

외곽의 약점을 최소화 시켰지만 골밑은 4차전보다 더욱 약해져 보이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다만, 연속된 변칙 전술에도 순식간에 적응하고 대응하면서 오늘 또 한번 최고의 선수라는 말과 베테랑의 위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맥기가 날 밀쳐내며 림 근처로 접근한 채 볼을 잡아내려 했다. 4차전에선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랜들은 물론 쿠즈마와 잉그램을 박살 냈으니까.

“!!”

맥기는 힘껏 밀어내려 했지만 림에서 3미터가 좀 못되는 지점에서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한채 볼을 잡아야 했다. 사실 더 밀어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림 근처로 공간을 내주면서 찬스를 줄 수 있어서였다.

일종의 어중간한 위치 점령으로 패턴에 의한 공간 공략을 막으면서 맥기에게도 공격거리를 주지 않은 것이다.

퉁! 퉁!

두어번 포스트업을 시도했지만 한발도 제대로 전진하지 못하고 옆으로 살짝 돌자 맥기는 힘껏 밀더니 반대로 휙 돌아섰다.

끼익!

꽤 괜찮은 스핀 무브였다.

버티는 쪽 반대로 돌아서면서 중심을 무너뜨리려 했으니까. 하지만 충분히 스핀무브에 대비했던 만큼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 어쨌든 공간이 나오긴 나왔기 때문에 맥기는 그대로 스텝을 길게 밟은 채 손을 쭉 내밀어 핑거롤을 시도했다.

팡! 퉁!

맥기의 스텝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돌아선 내가 뛰어올라 그대로 올려놓을 볼을 정점 직전에 쳐냈다. 볼은 백보드를 맞고 튀어나갔고 쿠즈마가 이를 잡아내 품에 안아 보호했다.

백코트가 다 된 후 토마스는 쿠즈마에게 볼을 받아 천천히 넘어갔다. 블락을 하면서 분위기가 올랐기 때문에 빠른 역습이 좋을수도 있지만 견제를 하면서 시간을 뺏긴탓에 굳이 빠른 공격을 할 이유가 없었다. 폼은 떨어졌지만 경험치는 어디 안간다는걸 몸소 보여주는 토마스였다.

포지셔닝이 이루지자 다시한번 술렁거렸다. 수비에 이어 공격에서도 5번 위치로 내가 밀고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내 마크맨은 맥기···가 아니고 탐슨이었다. 워리어스 수비에서 맥기가 날 맡을 이유가 없으니 당연했다.

순식간에 수비가 꼬이면서 특유의 로테이션도 망가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볼이 들어왔고 나 역시 지체 없이 받자마자 원드리블 포스트업으로 림까지 거리를 좁히고는 좌우로 흔들어 혼선을 준 후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아섰다.

끼익!

탐슨이 반응하며 움직였지만 파고 드는 동작을 멈추고 슛모션으로 넘어갔다. 급히 탐슨이 뛰어올랐지만 페이크.

퉁!

탐슨이 어정쩡하게 날아가며 거리가 벌어지자 그제서야 뛰어올라 골밑 슛을 노렸다. 하지만 맥기가 달려와 블락을 노렸고, 난 무리하지 않고 프리 상태로 탑 위치로 이동한 쿠즈마에게 볼을 뺐다. 커리가 달려와 막자 쿠즈마는 왼쪽 45도로 이동한 토마스에게, 그는 다시 빠르게 사이드로 돌아나온 조지에게 연결했다.

듀란트가 탐슨이 뒤늦게 뛰어나가며 손을 뻗었지만 조지는 그대로 3점을 던졌다.

촤악!

깨끗하게 림을 통과하며 다시한번 기세를 올렸다.

이어진 공격에서 워리어스는 탐슨을 또 한번 이용했지만 실패하고 듀란트의 일대일로 활로를 열려했지만 예상대로 우리의 외곽 로테이션에 막히면서 미스가 났다.

우리 역시 다시 한번 내가 림으로 파고 든 틈에 볼을 연결했는데 이번엔 맥기가 도움수비를 오지 않았다. 조금전 너무 쉽게 외곽에 찬스를 준탓이었다. 골밑에서 포스트업으로 밀고 들어가자 탐슨이 버티지 못하고 밀리며 골밑까지 내줬고 그 뒤엔 두어번의 펌프페이크로 타이밍을 뺏고는 손쉽게 득점을 올렸다.

그 다음 공격에서도 워리어스는 맥을 못추면서 시간에 쫓겨 슛을 던졌다. 당연히 노골.

속공은 막혔지만 림쪽으로 뛰어들어가는 내게 연결되며 포스트업에 이어 스핀무브의 연속기, 일명 드림쉐이크(90년대 명센터였던 올라주원의 성명절기)로 탐슨을 날려버리고 다시한번 손쉬운 골밑 득점을 올렸다.

여기로 돌아와서 그냥 일반인들과 농구하던 시절, 큰 키 때문에 자주 센터플레이를 해서 기본기가 있었던데다 프로가 된 후에도 꾸준히 빅맨의 플레이를 연습(언제 어떤식으로 센터와의 대결 상황이 나올지 몰라 일단 익히고 있다)했던 보람이 느껴진다.

삐이익!!

예상치 못한 포스트 플레이로 9:0으로 앞서나가자 커 감독은 경기시작 3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타임아웃을 불렀다.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공격은 뻑뻑했고, 수비는 뻥뻥 뚫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대로 흐름을 타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걸 잘 아는만큼 대응책도 내놓고 흐름도 끊기 위함이었다.

스테이플 센터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빠르고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단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극단적 스몰라인업으로 워리어스의 변칙 작전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렸고 시즌 내내 1번이나 2번만 소화했던 내가 완벽에 가까운 센터 플레이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고구마 오만개를 먹은 듯한 막장극을 보다 시원한 사이다 10만리터를 마시면서 오는 카다르시스가 시너지를 낸 셈이다.

“나이트! 나이트!”

관중들은 날 연호했고, 나는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를 찔러준 토마스와 마주보며 포효하고 꽉 끌어안았다. 다른 팀원들은 그런 우리를 향해 연신 격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말이다. 이제 겨우 3분정도 지났지만 분위기는 우승이라도 한 것 같구만.

뭐, 상관없다. 다른때라면 흥분을 자제 시키겠지만 며칠간 눌렸을 기를 펴주기 위해선 지금은 놔둘때다.


맥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포스트업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3미터 이내로 들어서지 못한채 제자리에서만 낑낑거렸다. 하지만 3쿼터 중반이 다되도록 제대로된 공략이 단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블락을 세번이나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오기로 덤벼들고 있었다.

“이거 너무 가벼워. 꼭 내 여동생이 힘쓰고 있는 것 같아.”

“닥쳐!”

내가 이죽거리자 으르렁거리며 주변따윈 신경쓰지 않고 더욱 밀어다 부치려 했다.

“자미! 밖으로 빼!”

커리는 물론 듀란트까지 소리를 질렀지만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난 맥기는 요지부동이었다. 맥기의 포스트업을 버티며 힐끗 보니 샷클락이 5초 이하로 떨어진게 보였다.

“자미! 시간!”

아우성이 더욱 심해지자 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맥기가 결국 그대로 볼을 잡고는 어설프게 좌우로 흔든 후 플루터도 아니고 훅슛도 아닌 어중간한 원핸드 슛을 던졌다. 거리가 있어서 들어갈 확률은 낮지만 그래도 그냥 둘 이유가 없다.

기본 높이 차이가 있어서 블락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면 어려워서 몸을 붙인 채 뛰어 위협과 밸런스만 흔들어주고 내려선 후 그대로 박스아웃 모드로 전환했다.

“제기랄!”

“리바운드!”

포스트업이 한동안 됐기 때문에 다른 팀원들이 워리어스 선수들의 진입을 막고 있어서 림 근처엔 팀원들 뿐이었다. 미들레인지 이상에서 쐈다면 멀리 튈 수도 있지만 방금 이 슛은 멀리 가지도 않고 빠르게 튕기지도 않는다.

터텅!

“읏샤!”

역시나 림 앞쪽과 백보드를 연속으로 맞추며 림근처로 떨어져 내렸고 잉그램이 힘찬 기합과 함께 리바운드를 따냈다.

“천천히.”

내 외침이 아니더라도 타이밍상 속공은 무리라는걸 알았던 잉그램은 리바운드를 하고 내려서자마자 몸을 움츠려 볼을 보호했다 바로 뒤에 있던 탐슨이 물러나는걸 확인한 후 내게 볼을 밀어줬다.

“킴!”

토마스가 옆으로 달려오며 볼을 요구했고 가볍게 던져주고는 천천히 내려갔다. 점수차는 78:63으로 15점 앞서고 있었는데 워리어스 벤치쪽을 보니 커 감독이 일그러진 얼굴로 긴 한숨을 내쉬며 타임아웃 사인을 보내는게 보였다.

이번 공격이 끝나고 워리어스 쪽에서 타임아웃이 나오면 맥기를 이용한 상성전술은 이제 끝이 났다고 볼 수 있고 오늘 경기가 워리어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은 90%이상이 될 것이다.

후우, 정말 징글징글하다.

아마 어지간한 팀이었다면 경기 초반에 원래 주력 멤버로 교체하고 승부를 펼쳤을 것이다. 이미 초반에 5번자리에서 상성상의 유리함은 고사하고 역으로 불리하다는 것과 토마스의 부족함은 유기적 흐름으로 보완이 된다는게 증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워리어스의 커 감독과 선수들은 순간순간 흐름을 끊거나 부분전술을 이용해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며 꿋꿋하게 버텼다. 15점이나 차이가 나고 있지만 사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준게 10점이었다는걸 생각하면 그 뒤엔 5점 밖에 안뒤진거다. 전술에서 완벽히 밀리는데도 5점만 줬다는건 워리어스가 얼마나 강한 팀이고 우리팀보다 한수 위란게 느껴진다.

우린 4차전에서 전술에서 확 밀리며 제대로된 대응조차 못하고 졌다.

동일한 팀 구성과 전력이었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상대적 우위, 일종의 상성을 이용한 워리어스에게 유린당했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그런 패배였다. 도무지 이 상성을 깰 방법이 보이지 않자 순식간에 조직력이 와해되버렸었다. 나나 조지가 버텼음에도 말이다.

오늘 상황은 4차전의 재림이었고 그게 우리가 아닌 워리어스라는 점이었는데, 우린 망했지만 워리어스는 무너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그냥 버틴것도 아니고 파훼법을 찾아내고 기회를 보면서 말이다.

오늘의 전략은 케이시 덕에 우연히 발견했다.

워리어스는 약한 수비력과 낮은 높이를 기동력과 화끈한 외곽슛으로 마진을 남기는 스몰볼을 구사하는 팀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반전술에서도 외곽슛을 기반으로 하는 팀이 많지만 그들이 스몰볼을 구사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높이가 낮다보니 국제대회만 나가면 일명 양궁농구를 구사하지만 누구도 스몰볼이란 소리 따윈 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그건 바로 센터의 역할 때문이다.

스몰볼의 센터는 미끼이자 바리케이트, 또는 권총(영화에서야 권총으로 다 때려잡지만, 현실에서 거리가 한 5미터만 떨어져도 잘 안맞는게 권총이다. 한마디로 위력은 없는데 위협은 되서 무시할 수 없는 그런 무기다)처럼 수비에선 적당히 막아내고 공격에선 상대 센터를 림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면서 팀원들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일반 전술에서는 팀의 기둥으로 공수의 메인 요원로서 밸런스를 지켜내는 최종 병기다.

한마디로 스몰볼의 센터는 팀원들의 도움을 받거나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받혀주는 조연이고, 일반전술에선 그냥 주연(비중이 낮아도 주연은 주연이다)이다.

센터에게 어떤 역할을 주느냐에 따라서 스몰볼이냐 아니냐가 판가름 나는 것인데, 4차전에서 워리어스는 맥기를 주연으로 운용하는 일반전술을 펼친 것이었다.

다만, 선수 구성은 리그를 제패한 스몰볼때와 같았기 때문에 누구도 이게 일반전술이란걸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스몰볼이 일반전술에 강한건 기둥인 센터를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집안의 기둥을 집 밖으로 끌고 나오면 집이 어떻게 되겠냐고. 그런데 우린 그걸 모르고 돌아가면서 계속 기둥에 들이대면서 부러뜨리겠다고 아등바등 했으니 이길 수 있었겠냐고.

케이시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고 생각을 바꾸자 워리어스 강점이 약점으로 보였다.

물론 나라는 사기적인 존재로 인해 더욱 큰 힘을 내고 있었지만, 기존 멤버로 갔더라도 4차전처럼 개박살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비는 몰라도 공격에선 지금과 같이 내가 맥기를 상대로 플레이를 하면 어쨌든 비슷한 찬스는 나왔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내 체력을 믿고 윌튼 감독은 전술을 짰고, 제대로 먹혀들었다.

커 감독도 초반에 이미 이런 상황을 알았지만 버틴건 내 체력이 바닥나는 시점에 대단위 공격으로 게임을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지라는 에이스급 선수와 포텐을 보여주고 있는 잉그램, 쿠즈마, 그리고 폼이 보스턴 시절만 못하지만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는 토마스가 있다지만 여전히 내가 빠지면 경기력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날 뺀 상태의 멤버로는 워리어스를 상대하기엔 아직 부족한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그러니 맥기를 밀어내느라 체력이 떨어지면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때 몰아치면 흐름을 뺏어올 것이라고 자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작할 때와 큰 차이, 아니 오히려 더욱 기세가 오른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젠 포기할때도 된 것이다.

삐이익!

타임아웃이 끝나자 역시나 맥기가 빠지고 이궈달라가 나오면서 워리어스 원래의 결전 라인업이 나왔다.

이미 이런 변화가 나올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린 당황하지 않고 내가 2번 자리로 돌아가고 조지부터 차례로 한칸씩 밀어가는 포지션 변경을 했다.

좋은 흐름을 타고 있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벼랑끝에 몰려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워리어스에게 15점을 뒤집는건 순간일 수 있다.

워리어스가 천천히 넘어왔다. 자세를 낮추며 준비를 하는데 센터써클을 지나며 손짓을 하던 커리가 그대로 슛을 던져버렸다.

“!!!”

촤악!

전혀 예상치 못한 한방이었다. 원래 이런 슛을 쏘긴 하지만 설마 타임아웃 직후에 던질거란 생각은 못했다. 타임아웃 직후 공격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패턴을 사용하는 법인데 이건 뭐··· 성공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만약 실패라도 했다면 안그래도 좋지 않은 분위기 완전 박살···이 않나겠네. 표정들 보니 패턴이고 뭐고 그냥 이걸 노린거였구나.

“다음 수비땐 센터라인 근처부터 붙어요.”

인바운드 된 볼을 토마스에게 넘겨주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알았어.”

45도 근처에 대기하다 스크린을 해준 후 로우포스트로 들어가자 볼이 들어왔다. 라인업 변경으로 수비도 원래대로 돌아오며 붙었던 탐슨은 내가 계속해서 로우포스트로 들어가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이궈달라가 득달처럼 달려와 공간을 잡으며 날 감싸려 했다.

끼익!

포스트업 자세를 풀며 재빨리 돌아서며 페이스업 자세로 바꾸고는 빈틈을 노리려 했지만 이궈달라의 협력 때문에 전혀 공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가 버리고 온 잉그램에게 연결했는데 어느새 듀란트가 내려와 체크를 해줬다.

잉그램도 바보가 아니니 당연히 45도쪽으로 내려온 조지에게 연결했는데 내게 달라붙었던 이궈달라가 그 잠깐 새에 커버를 하기 위해 도착해 있었다.

조지는 돌파나 슛, 그리고 패스마저 여의치 않자 자세를 풀고 탑쪽으로 이동하며 외쳤다.

“천천히!”

포지션 정비를 하고는 재차 돌파와 패스로 기회를 노렸지만 워리어스의 유기적인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코너에 토마스가 갇혀버렸고 그 과정에 볼을 흘리는 턴오버를 저질렀다.

“백코트!”

크게 외치고는 볼을 잡은 듀란트를 일차 저지했지만 볼은 옆에서 뛰쳐나가는 그린에게 빼줬고, 지체없이 롱패스가 나오며 림으로 달려들던 탐슨에게 연결됐다.

“막아!”

다행히 잉그램이 바짝 따라 붙으며 속공은 멈춰졌고 탐슨은 방향을 틀어 사이드로 빠지며 동료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줬다.

롱패스를 뿌렸던 그린이 림으로 돌진하며 소리쳤다.

“헤이!”

쿠즈마가 바짝 붙어있었지만 충분히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트레일러 득점까지 가능해보였다. 당연히 잉그램은 빠져나가는 탐슨을 포기하고 그린쪽으로 움직였다.

잉그램이 그린의 대쉬는 막기 힘들었지만 쿠즈마가 붙어서 덩크는 어렵고 레이업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어 보였는데 그럼 블락은 가능할 것 같았다. 이는 분명 그린에게 부담이 될 테니 블락이 안되도 성공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백코트를 하며 시선이 완전히 그린에게 몰렸을 때 탐슨의 손에서 볼이 떠났다. 그런데 문제는 볼 궤적이 긴 포물선이었다는거다. 패스 대신 3점을 쏜거다.

촤악!

“워어···”

“나이스 샷!”

관중석에선 낮은 탄성이 워리어스 벤치에선 수건을 돌리거나 서로 밀치는 등의 리액션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5점이 따라잡히며 10점차가 되버리자 팀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번 불붙으면 무서운게 또 워리어스잖아.

삐이익!

이번엔 우리쪽에서 타임아웃을 불렀다.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저력을 선보이며 5점을 뺏어갔다. 우리에게 있던 흐름이 크게 요동쳤기 때문에 끊어줄 필요가 있었고, 우리도 팀 구성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토마스에게 미안하지만 정상 라인업이 되면 우리도 원래의 라인업으로 돌릴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 다만, 토마스도 베테랑이고 움직임도 아주 나쁜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잠시 봤을뿐이다. 스몰볼을 더욱 강화하는 라인업이었지만 사실 맥기를 무력화 시키면서 포지션의 여유가 있어 토마스의 부족함을 가릴 수 있었는데 그 여유가 없어지면서 역으로 우리가 워리어스에게 여유를 준 셈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베테랑에 최정상급 가드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살아날까 싶은 마음에 바로 교체를 안한건데 역시나였다.

토마스 자신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타임아웃이 불려지며 교체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니 욕설을 연신 내뱉으며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는 작전 지시도 안듣는 거겠지.

그다지 좋은 자세는 아니지만 정점을 찍어봤던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결정적인 순간 교체되어야 하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윌튼 감독이나 다른 팀원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서 일단 신경끄고 경기에 집중했다. 윌튼 감독은 빠르게 작전을 지시했다. 이번 시리즈를 위해 준비한 여러 작전 중 하나였기 때문에 모두 잘 이해했고 윌튼 감독은 박수와 함께 물러서줬다.

“자, 다시 원래의 상태가 됐다. 이 상태에서 붙어서 우린 3번을 이겼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10점이나 앞선 상태니까 당연히 우린 이길거야. 아, 물론 방심해선 안돼.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고 리그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워리어스야. 그들에게 10점은 차이가 있는것도 아니야. 우리에게도 그렇잖아. 안그래?”

스윽 둘러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여유는 경기가 끝나고 즐기는거야. 그 전까진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전력을 다한다. 알겠나?!”

“오케이!!”

“자, 가보자고. 우리는!”

“강하다!”

작전 타임에서 나온 패턴을 정확히 소화하며 쿠즈마의 멋진 앨리웁으로 공격을 마무리 지었다. 워리어스의 이어진 공격도 성공시켰다.

하지만 우리도 워리어스도 득점을 쉽게 하지 못한 채 수많은 움직임과 패스를 동반해서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간에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으며 게임은 흘러갔다.


촤악!

조지가 정확하게 붙었음에도 듀란트의 3점은 정확하게 림을 갈랐다.

“붙어!”

“압박해!”

“움직임을 보라고!”

“줄리! 스크린!”

끼익! 끽!

탐슨의 악착 같은 수비를 수많은 페이크 동작과 랜들의 핸즈오프 스크린을 통해 간신히 왼쪽으로 뛰어가며 인바운드 볼을 잡았다.

“몰아! 그를 한쪽으로 몰아!”

커 감독의 외침에 따라 그린이 전진방향 진로를 차단한 채 달려들었고 탐슨도 팔을 든 채 옆에서 압박해 들어왔다. 오른쪽 사이드로 밀려가자 우리 팀원들도 정신없이 달려왔다.

“킴! 이쪽으로 빼!”

아, 나도 그러고 싶은데 공간이 안보여. 계속해서 밀리다 보니 어느새 사이드라인이다. 내가 주춤하자 두 사람이 거리를 좁혀들었는데 여전히 공간이 안보였다. 이대로라면 갇히겠는데. 에이, 어차피 이리된거 모험을 해야지.

투퉁!

어깨를 흔들고는 자세를 낮춘 채 사이드 라인쪽을 깊게 파는 동작을 하자 좁혀오던 그린의 몸이 살짝 기울었다. 완전히 쏠려주면 좋았는데 치고 가다간 그대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공간만 잡으며 여전히 좁혀들었다.

아쉽지만 어차피 기대는 적었으니 원래 생각대로 가자. 이렇게 좁혀들면 부딪칠 위험성 때문에 파울에 앞서 본능적으로 멈칫거리지만 난 그대로 밀고 갔다. 그러자 무섭게 좁혀들던 그린이 반사적으로 몸을 살짝 움츠리며 멈칫했다.

그렇지 나왔다. 계획대로 그린의 동작은 탐슨과의 포위망에 작은 틈을 만들어줬다. 거친 몸싸움을 하는 그린조차 움찔거릴수밖에 없을만큼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앞으로 가던 동작을 멈추고 상체를 살짝 비틀고는 왼쪽손으로 드리블 치던 볼을 등 뒤로 돌려 작게 나온 틈에 던져 넣었다.

“!!!”

“우오오!!!”

작은 틈을 이용해 볼을 먼저 보내고 몸을 나중에 살짝 뛰어 빠져나오자 탄성이 크게 터져나왔다.

올코트 프레스에 트랩 디펜스를 펼쳤고 내가 걸려드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워리어스 선수 중 누구도 자신들의 코트로 넘어간 이는 없었고 잉그램만 상대 코트에 위치해 있었다.

“뛰어!!”

내가 트랩을 빠져나오자 커리가 달려왔지만 이미 내 손에 있던 볼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볼을 캐치한 잉그램을 힘차게 뛰어올라 시원하게 원핸드 슬램을 작렬시켰다.

쾅!!!

“우와아아!!!”

아직 경기가 끝난건 아니지만 스테이플 센터가 터져나갈 것 같은 함성이 터졌고, 우리 벤치는 물론 코트에 있는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손을 번쩍 들거나 포효를 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13초, 점수는 112:105로 7점차가 되어서였다.

워낙 치열한 공방이 벌어져서 우리나 워리어스 모두 타임아웃을 다 써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 뺏기고 점수까지 내줬으면 진짜 위험했을 순간이었다. 그걸 뚫어내고 점수까지 내면서 워리어스는 3번의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 사실상 이긴거나 진배 없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승리의 함성이 나올수밖에. 하하하···

우리가 승리의 함성을 내지를 때 커 감독과 워리어스 선수들은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그들도 이 경기를 뒤집는게 불가능하다는걸 알아서다.

어쨌든 경기는 끝난게 아니었기 때문에 인바운드된 볼을 몰고 오자 수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커리나 워리어스 선수들이나 모두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이내 먼 거리 3점을 던졌다.

텅!

림에 튕긴 볼을 내가 잡자 관중들은 축배를 양쪽 벤치에 있던 선수와 코치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볼을 들고 센터라인을 넘어가서 시간을 끌다 바닥에 탁 내려놓고 커리에게 다가가 인사를 전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우릴 잡고 가는거니까 꼭 우승하고.”

“당연하죠.”

“그 약속 꼭 지켜.”

“하하하···”

내가 움직이자 다른 선수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삐이익!

“우아아아!!!”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끝이 보이시나요?

이제 한편, 많으면 두편입니다.

이유요?

이유는 당연히 클리블랜드가 골스보다 강한 팀은 아니고,

현재 제가 만든 팀 스쿼드는 클리블랜드를 압도하고 있으니까요.

스포가 너무 심했네요...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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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78 스월링
    작성일
    18.10.01 13:20
    No. 1

    이미 이겨버렸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10.01 17:26
    No. 2

    시작할때부터 이미 이겨 있었다는...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
    작성일
    18.10.01 14:30
    No. 3

    어차피 우승
    손에 얼마나 땀이나는가가 관건일뿐...

    손에 땀 많이 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10.01 17:27
    No. 4

    손에 땀이 많이신가봐요.
    그거 다한증이고
    수술하면 나아요
    물론 손에 나던 땀이 랜덤으로 다른곳에서 난다는건 함정,
    겨드랑이로 이동하면 지옥행...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
    작성일
    18.10.01 18:57
    No. 5

    다한증 수술 잘못하면 땀이 다른부위에서 안납니다.

    내 친구 후휴증으로 고생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10.02 12:16
    No. 6

    아, 수술이 잘못된 경우에 그런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제가 얘기한건 일반적 수술후 케이스구요.
    걍 웃자고 한 말인데 급 다큐화...ㅡ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파월야
    작성일
    18.10.01 23:55
    No. 7

    브롱이만 남았네요 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10.02 12:17
    No. 8

    글쵸
    워리어스땐 커리, 듀란트, 탐슨, 그린이 남아 있었는데...ㅋㅋ
    이젠 브롱이만. 남았죠...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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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34-2. 컨퍼런스 파이널 +2 18.08.13 1,386 31 29쪽
111 34-1. 컨퍼런스 파이널 +2 18.07.30 1,983 36 29쪽
110 33-3. Knight4 +3 18.07.19 1,463 39 20쪽
109 33-2. Knight 4 +5 18.07.06 1,488 35 22쪽
108 33-1. Knight 4 +3 18.06.28 1,546 31 12쪽
107 32-3. 불안요소 +6 18.06.13 1,654 33 26쪽
106 32-2. 불안요소 +6 18.06.05 1,603 31 14쪽
105 32-1. 불안요소 +8 18.05.28 1,807 34 27쪽
104 31-4. Knight Order +4 18.05.26 1,885 33 16쪽
103 31-3. Knight Order +8 18.05.23 1,869 37 23쪽
102 31-2. Knight Order +2 18.05.21 1,846 35 18쪽
101 31-1. Knight Order +6 18.05.16 1,985 34 20쪽
100 30-4. 리뉴얼 +18 18.05.15 1,863 37 18쪽
99 30-3. 리뉴얼 +8 18.05.10 1,905 37 20쪽
98 30-2. 리뉴얼 +8 18.05.09 1,885 39 22쪽
97 30-1. 리뉴얼 +8 18.05.08 1,941 41 17쪽
96 29-4. 플레이오프 +12 18.05.03 1,920 39 16쪽
95 29-2. 플레이오프 +8 18.05.01 1,962 39 30쪽
94 29-1. 플레이오프 +4 18.04.28 2,025 35 19쪽
93 28-2. 퀘스트 +8 18.04.19 2,045 39 15쪽
92 28-1. 퀘스트 +6 18.04.13 2,172 4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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