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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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바보
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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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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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1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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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구석 무사 - 제2화. 활쏘기

DUMMY

- 제2화. 활쏘기 -




기운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낱 돌멩이에도 기운은 존재하고, 물 분자 하나에까지 기운은 존재한다. 인간이 밟고 서는 땅은 기운의 덩어리이며, 인간이 피우는 불은 열을 내뿜는 기운이며, 해의 밝은 빛과 달의 은은한 빛조차도 그 고유의 기운을 품고 있다.


- 기운에 관한 토막 상식.




산동시에 도착한 날 저녁.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건데, 우리가 사는 거기가 더 맛있어.”

“저는 혀가 싸서 잘 모르겠는데요…….”

여관 1층에 있는 식당에서 강만호가 이쑤시개를 물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낮게 말했다. 하지만 도영은 그런 쪽으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단순히 기다리는 건 아니야. 내일부터 시장 옆에 달라붙어야지.”

“……?”

“다 생각이 있어. 무작정 찾아올 거였다면 그렇게 급하게 나오지도 않았지.”

“그렇군요.”

도영도 이제 식사를 마친 듯 휴지로 자신의 입 주변을 닦아냈다. 강만호가 그의 눈치를 잠깐 보다가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물었다.

“그 호위무사랑은 아는 사이인가?”

“알기만 합니다. 동기니까요.”

“사교적이진 못했나?”

“……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9시.

“뭐야? 난 바쁜 사람이야.”

“업무를 방해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하루 종일 여관방에서 수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하쉬 공의 옆에서 시장의 업무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흥, 마음대로 해라.”

도영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런다고 무언가 틈이 보이기라도 하는 것일까? 하지만 한편으로 깨닫는 것은, 자신이 천동시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의 시장 집무실. 직무 수행 중인 시장.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호위무사와 강만호, 그리고 도영. 도영에게는 어색한 시간이 흐르는 듯했지만 시장인 하쉬는 정말로 두 사람을 병풍처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보여서 책잡힐 일 따위 없으니 실컷 보시지.’

‘비리라도 잡으려고 여기 있는 것 같나? 거 바보 취급 해주시니 고맙네요.’

‘도대체 여기서 뭘 기다린다는 거지?’

도영은 자신의 동기라는 그 사람과 눈을 마주하고 있는 것도 꽤나 껄끄러웠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사람도 도영을 아는 것은 확실한데, 꼴찌를 했던 것도 잘 알고 있는 듯하여 상당히 깔보는 눈치였다.

“흠, 그럭저럭 오전 업무는 끝났군. 마침 식사 시간이니…… 그래, 여가나 즐겨볼까?”

“어떤 것으로?”

“자네가 데려온 호위 무사, 활은 좀 쏘나?”

하쉬가 묻자 강만호가 대답을 눈짓으로 도영에게로 미루었다. 그의 눈빛을 읽고는 도영이 시장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시위를 당길 줄은 압니다.”

“그럼 활쏘기 대결을 하지. 지는 쪽은 배달음식값 내기. 어떤가?”

‘엄청 비싼 걸 시킬 것 같은데, 거부할 수도 없다. 도영은 괜찮을까? 꼴찌했던 걸 알고 저러는 것 같은데.’

‘상대를 얕보진 않아. 하지만 해야 한다면, 이기겠어.’

이번에는 강만호가 도영의 눈빛을 읽고는 평소처럼 느긋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곧장 궁술장으로 향하는 그들. 하쉬가 자신의 호위 무사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시청 복도를 걸어 뒤뜰로 나가자, 미리 준비라도 해둔 듯이 깔끔한 과녁 두 개가 저 멀리 50m 지점에 준비되어있었다. 시장이 강만호를 이끌어 한 켠에 있는 천막 아래로 가서는 소리쳤다.

“날씨도 좋군! 다른 활을 써도 좋고, 자신의 활을 써도 좋다! 화살은 이쪽에서 준비한 것으로, 단 5발로 승부하지!”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햇빛은 눈이 부시도록 쨍쨍했고, 뒤뜰의 궁술장에는 뜨겁지도 선선하지도 않은 바람이 미묘하게 불고 있었다. 그 중앙에, 도영과 하쉬의 호위무사가 나란히 섰다. 과녁에서 꽤 떨어진 곳에는 점수를 부르기 위한 사람이 서 있었다.

‘미리 준비해둔 것 같은데?’

‘그럼 뭘 먹어볼까?’

천막 아래. 하쉬가 자신의 의자에 앉아서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대뜸 근처 음식점에서 가장 비싼 것을 사오도록 비서에게 시켰다.

“시장 대리라면 여비도 충분하시겠지요?”

“무,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들은 식사를 어떻게 할까요?”

“지면 굶기십시오. 더 단련해야하지 않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여비가 충분하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 시장이 사들인 음식값을 전부 혼자 내게 되면 강만호와 도영은 꼼짝없이 노숙해야할 처지였다.

‘완벽하게 자기 쪽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군. 역시 꼴찌 졸업생이라는 걸 아는가…….’

‘이미 나바스에게 이야기는 다 들었지. 꼴찌 졸업생이라 발령도 얼마 전에 겨우겨우 받았던가? 발타자르 공도 운이 없군.’


궁술장.

“어이.”

“……?”

“이름은 기억하고 있나? 나바스다.”

“도영입니다.”

도영은 따로 흔들리지 않았다. 어쨌든 밥값을 걸고 대결해야하는 사이. 상대가 대놓고 그를 깔보든 말든 상관없었다.

“내가 먼저 쏘지. 제안한 건 우리 시장님이니까.”

나바스가 옆에 준비된 긴 화살을 들고 자신의 등에 끼고 있었던 장궁의 시위에 올려 쭈욱 어깨까지 잡아당겼다. 그리고 궁술장에 느긋하게 부는 바람을 느끼다가 순간적으로 비껴내듯이 시위를 놓자, 화살이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과녁에 꽂혔다.

파악!

“9점이오!!”

저 멀리 대기 중인 사람이 과녁을 확인하고 얼른 점수를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역시 굉장하군.”

저쪽에서는 시장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 네 차례다. 꼴찌.”

‘나보고 꼴찌라고 하는 건 괜찮아. 난 꼴찌 졸업생이니까.’

나바스가 활시위를 당기는 동안 도영은 통상보다 약간 작은 자신의 각궁을 전투용 상태로 만들어 시위를 걸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눈을 살짝 작게 뜨는가 싶더니 옆에 있는 화살을 집어 시위에 걸고 팔뚝 중간까지 당겼다.

퍼억! 나바스의 화살보다 낮게 포물선을 그리며 거의 같은 곳에 꽂혔다.

“9점이오!!”

“제법이군.”

“…… 계속 하시죠.”

“붙임성 없는 녀석.”

‘하지만 날 꼴찌라고 업신여기는 건 참을 수 없다.’

나바스가 다시금 활을 시위에 걸고 잡아당겼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느긋하던 바람이 약간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그 바람의 방향을 잘 가늠하여 다시 비껴내듯이 시위를 놓아 화살을 날렸다.

파악!

“8점이오!!”

“칫…….”

나바스가 잠깐 인상을 쓰며 자신의 과녁을 바라보았고, 도영 역시 무표정하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멍~하게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나바스의 과녁을 잠시 쳐다본 도영이 자신의 화살을 집어 시위에 걸어서 당겨 쏘았다.

퍼억!

“8점이오!!”

“…….”

“당신 차례입니다.”

“흐음.”

나바스가 다시 화살을 집어 시위에 걸고 어깨까지 당겼다. 바람은 이전과 같은 수준. 조금 더 활 끝을 조정하여 쏘자,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꽂혔다.

“10점이오!!”

“흠!”

정중앙에서 아주 살짝 왼쪽으로 떨어져 꽂힌 화살이 위아래로 미묘하게 흔들렸다. 만점을 확인하고 주먹을 꽉 쥐어보이는 나바스. 그러는 사이 도영은 그 과녁을 보고 있다가 곧장 자신의 각궁 시위를 팔뚝 중간부분까지 당겼다. 그러다가 아주 잠깐 시위를 놓지 않고 멈추었다.

‘바람이 바뀌었다. 벌어지겠지.’

하지만 나바스의 생각과 달리 도영은 그리 오래 바람을 가늠하지 않고 단 몇 초만에 시위를 놓아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그것은 과녁 정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퍼억! 소리를 내며 꽂혔다.

“10점이오!!”

“자, 쏘시죠.”

‘…… 뭔가 이상한데?’

‘아무 것도 못 느낄 리가 없겠지.’

뭔가 껄끄러운지 나바스가 2발 남은 화살 중 하나를 집어든 상태로 도영을 쳐다보았다. 도영은 다른 말없이 나바스의 과녁 쪽을 보고 있었다. 나바스가 자신의 오해인 것으로 생각해두고 시위에서 화살을 내보내자, 화살이 역시 긴 포물선을 그리며 과녁에 명중했다.

“9점이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바스가 도영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도영의 화살 역시 공중을 날고 있었다.

퍼억!

“9점이오!!”

“너 설마……!”

“…… 쏘시죠.”

도영은 나바스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활을 장착하고 있던 허리춤에 달린 작은 주머니에서 활골무를 꺼내서 왼손 엄지에 끼우고 있었다.

‘내가 맞춘 곳을 따라 맞춘다고? 설마. 녀석이 그런 게 가능해? 꼴찌 졸업생 주제에?’

마지막 화살의 시위를 당겼다. 그때 다시금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크윽, 10점이다. 10점이 아니면 녀석은 어쩌면……!’

그가 도영이 방금 꺼낸 활골무를 떠올렸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 마지막 한 발은 ‘제대로’ 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휘익! 파악!

다시금 포물선을 그려 꽂히는 화살.

‘점수는?!’

“9점이오!!”

‘속단하기는 이르다. 바람이 꽤 변했어. 세기도 달라. 화살은 포물선으로 날아가면서 궤도가 변할 수밖에 없어.’

마음을 진정시키며 도영을 바라보았다. 그가 천천히 시위에 화살을 걸고 잡아당겼다.

“…… 어?”

그런데 도영의 모습은 여태까지처럼 팔뚝 중간까지 시위를 당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더, 더 당겨서 반대쪽 어깨까지 시위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바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시위를 놓았다.

퍼어억!

그 긴 화살이 흔들리지 않고 곧장 직선으로 날아가 과녁 정중앙을 꿰뚫어버렸다.

“저럴……!”

“사람 앞날은 모르는 겁니다.”

“…… 뭐?”

“그러니 표면적 성적 같은 것으로 남을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윽…….”

“알겠냐, 이 새끼야?”




- 비록 규정에 의하여 졸업 시험 성적 외에는 공개할 수가 없으나 유능한 인재인 것은 확실합니다. -

발타자르 공에게 보내는 토대인 합마의 편지 내용 중에서.




작가의말

하쉬 차크렛 : 자네는 감봉일세.

 

 

공개된 인물 정보 추가 정리.

1. 나바스 딘보

산동시장 하쉬 차크렛 연공(延公)의 호위 무사. 졸업 시험 상위 30%의 성적으로 무사 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발령받았다. 에스던 도영과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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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4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8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9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3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5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6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70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7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8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2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3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9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3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900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8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3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3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2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6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5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2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5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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