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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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사가미프
작품등록일 :
2012.05.30 23:59
최근연재일 :
2012.05.3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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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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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9.

DUMMY

“……잘 지내.”

그녀가 돌아선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이렇게 그녀를 보낸다면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고 싶진 않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지난 삼 년을 그대로 살라고 한다면,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루함, 외로움, 그리움, 후회, 한탄. 그들 속에서 끝없이 표류하던 나.

그녀를 쫓아가 어깨를 움켜쥔다. 그녀가 뒤돌아본다.

“원훈아 결정은 했어?”

“무슨?”

“이쪽이야, 저쪽이야?”

“응?”


“야, 일어나.”

싫어.

“내려.”

싫어.

뭔가 정수리를 철썩 친다. 빛이 번쩍하자 절로 눈이 떠진다. 환하다. 두리번거린다. 이곳은 자동차 안이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뒤를 본다. 키티도 없다.

“안 내려?”

밖에서 소리친다. 창 밖을 본다. 미미와 키티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여기가 대체 어디지?

문을 열려고 하던 나는 어깨에서 진득한 통증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린다. 몸을 비틀어 왼팔로 문을 열고 내린다. 눈앞에 전자제품 전문매장이 있다. 슬쩍 키티를 본다. 전자제품은 이런 데서 사는 거라고.

“여기로 들어가요?”

“너 컴퓨터 안 살 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매장으로 들어간다.


글쎄 내 예상과는 달랐다. 가격 차이가 제법 날 줄 알았는데 엇비슷했다. 대기업 제품이라 그런가? 모르겠다. 아무튼, 키티에게 받을 돈을 모조리 미미에게 떠넘겼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노트북 하나 생겼잖아, 그것도 최신형으로.

미미와 키티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입구 바로 옆에 어디선가 본 얼굴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산 노트북 비슷한 걸 들고. 그가 손을 흔든다.

“여기.”

우리는 그쪽으로 다가간다. 그가 뒤늦게 나를 발견하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도망 다니면서 이놈은 왜 데리고 다녀?”

“얘도 거기 있었거든.”

미미가 손을 내밀어 그에게서 노트북을 받아든다.

“뱀이 봤어.”

“뱀? 효정이?”

“그래, 그년 때문에 일이 이렇게 꼬인 거잖아. 모르는 척 있었으면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을 건데.”

아무래도 미미는 뱀이라는 여자를 싫어하나 보다.

“뭐 그럼 이제 빚은 더없는 거다.”

문지기가 말하자 키티가 끄덕인다.

“그래, 그럼 다음에 서울에서 봐.”

문지기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어깨에 손을 올린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친다.

“왜 이래, 키티 저놈이 때렸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차가운 액체가 이마와 볼에 튄다. 그리고 문지기의 몸이 내 쪽으로 기울어진다. 뒷걸음질치며 그를 얼싸안고 영문을 몰라 눈을 몇 번 깜박거린다. 앞서 걸어가던 미미와 키티가 돌아본다. 미미가 입을 여는순간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앞으로 고꾸라진다.

맙소사. 그녀의 등 한복판에 화살이 꽂혀 있다. 키티가 손을 뻗어 쓰러지는 그녀를 받쳐 들더니 주위를 살핀다. 주변의 몇몇 행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지금이 아침이었기에 망정이지, 오후였으면 난리가 났으리라. 미미의 등에 화살이 꽂혔다면, 그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는 소리고. 고개를 돌려본다. 어렴풋이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기분 때문인가 모르겠다.

“야, 튀어.”

키티가 소리친다. 물끄러미 그를 본다. 그는 미미를 안고 빠르게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나도 가야 하는데. 나에게 기대 있는 이 사람은 어쩌지? 일단 그를 바닥에 눕히고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는다. 어깨와 다리가 미친 듯이 아려 온다. 그래도 어쩌겠나. 지금 이게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부터 챙기고 봐야 할 것 아닌가. 이를 악물고 문지기를 질질 끌고 가는데 옆구리가 뜨거워진다. 지독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여기 보세요. 좀 일어나 봐요.”

그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대답은 없다. 어쩔 수 있나. 그래도…….

무릎이 꺾인다. 돌아버리겠다. 문지기를 땅에 내려놓고 옆구리를 본다. 화살이 박혀 있다. 망할. 다리에도 화살이 박혀 있다. 일단 다리에 박힌 화살대를 잡고 잡아당긴다. 지독하게 아프다. 머리털이 삐죽거리며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하후돈은 눈에 박힐 걸 뽑았다고 했잖아. 이걸 어떻게 뽑았다는 거지?

“야, 뭐해.”

고개를 돌려 화살이 날아온 곳을 본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주위 사람 모두 이곳에서 멀어지는데, 새까만 오리털 파카를 입은 사람만은 다가오고 있다.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한눈에 봐도 수상한 놈이다. 그의 발치에서 짖어대는 개도 한 마리 보인다. 파카가 팔을 든다. 그의 손에는 커다랗고 시커먼 뭔가가 들려 있다. 미간을 좁혀 그곳을 본다.

저건 석궁인가? 나에게 왜 저러는 거지? 내가 뭐했다고?

의문이 곧장 공포로 변해간다. 눈앞에 섬광이 지나가고 고개가 앞으로 꺾인다.

“뭐해, 새끼야. 정신 차려.”

몸을 떨며 돌아본다. 키티가 서 있다. 미미는 차로 옮겼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이 안 움직여서…….”

나는 손가락으로 문지기를 가리킨다.

“죽었잖아.”

키티가 그의 어깨를 건드리더니 말한다.

“죽었다고?”

그럴 리가 있나. 그의 얼굴을 본다. 입에 한가득 물고 있는 피 거품, 목 아래 반쯤 튀어나와 있는 화살촉.

“뭐해, 빨리 차에 타.”

문지기를 길에 내버려둔 채 몸을 숙이고 차로 달려간다.

왜 죽었지? 언제 죽었지? 돌겠다, 정말.

조수석의 문을 연다.

“운전석에 타. 운전해 새끼야.”

키티가 내 뒤로 따라붙으며 소리친다. 엉겁결에 그에게 떠밀려 운전석으로 간다. 일단 시동을 걸어야겠는데, 열쇠가 없다.

“차 키 어딨어?”

키티가 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뒷좌석에 누워 있는 미미의 몸을 더듬는다.

쾅쾅. 어느새 차까지 따라붙은 검은 파카가 석궁의 손잡이로 차창을 내리친다. 키티가 열쇠를 준다. 열쇠를 꽂고 돌린다. 페달이 두 개가 있으니 오토매틱 같긴 한데, 어느 게 브레이크고 어느 게 액셀이지?

퍼석 소리가 들리며 창이 깨져 굵은 소금 같은 유리알갱이들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키티가 깨진 창문 사이로 들어온 석궁 손잡이를 잡고 이리저리 흔든다.

“뭐해 새끼야, 빨리 가.”

에이 씨발, 모르겠다. 오른쪽 페달을 밟는다. 윙윙하는 엔진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차가 출발하지 않는다. 뭐지, 뭐지?

“왜 안가!”

눈앞 허공을 휘젓고 있는 석궁. 차가 왜 안 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게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사이드, 사이드 브레이크.”

뒤에서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빌어먹을. 사이드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석궁이 홱 당겨지며 내 팔을 강타한다. 미칠 듯한 통증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팔이 끊어질 것 같다.

“빨리 가. 뭐해!”

슬쩍 옆을 본다. 까만 파카가 깨진 창문 사이로 커다란 칼을 밀어 넣고 있다. 돌았다. 저 새끼는 돌았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린다. 팔이 찌릿거린다. 액셀을 밟는다. 차가 앞으로 홱 튀어 나가나 싶더니, 주차된 앞차를 그대로 들이받는다. 굉음과 함께 시작된 도난 방지 벨 소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기어를 후진으로 바꾸고 다시 액셀을 밟는다. 텅 소리와 함께 고개가 뒤로 꺾인다. 뒤에 있는 차도 덩달아 울기 시작한다.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잠깐만 귀가 먹어버렸으면 좋겠다.

다시 기어를 바꾸고 핸들을 돌린다. 그리고 액셀을 밟는다. 몸이 뒤로 젖혀지며, 차가 도로 한가운데로 튀어 나간다. 키티가 깨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씹새끼야, 역 먹어라, 한다. 나는 돌아버리겠는데, 정말 저놈은.

“미미 씨, 괜찮아요?”

“구피는?”

“그게…….”

“죽었어. 재수 없게 목에 맞아서.”

미미는 말이 없다.

“야, 여기 이름 써져 있는데?”

검은 파카에게 빼앗은 석궁을 들여다보던 키티가 말한다.

“무슨 이름?”

“이거 무슨 한문이지? 살귀, 뭐지? 살귀?”

“어디 봐.”

키티가 뒤로 석궁을 넘겨준다.

정말 미치겠다. 도로에 깔린 차는 많기도 하다.

“살귀벽사(殺鬼辟邪)라고 적혀 있네. 이거 박 포수 거야.”

“박 포수? 죽은 거 아니었어?”

“몰라. 아들이나 손자쯤 되는지도.”

박 포수고 나발이고 나는 지금 미치겠다. 난생처음 핸들을 잡아보는 게 이런 상황이라니.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작가의말

후기에 쓸 거리를 생각해놨었는데, 너무 졸리다 보니 잊어버렸습니다.
졸린 상태에서 글을 써서 올리다 보니, 오타가 생겼거나 따옴표를 잘못 붙였거나 대화가 좀 이상하다 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부분 보시면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아 분명 후기에 쓸 게 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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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2 12.05.24 311 1 12쪽
49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 12.05.15 203 3 11쪽
48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2.05.13 255 1 9쪽
47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2.05.09 206 1 8쪽
46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 12.05.07 209 1 8쪽
45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1. +2 12.05.05 221 8 9쪽
44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1. +2 12.05.02 241 1 9쪽
43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1. 12.04.30 207 2 10쪽
42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12.04.27 274 3 9쪽
41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12.04.25 209 2 8쪽
40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12.04.23 259 2 9쪽
39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3 12.04.21 241 2 10쪽
38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9. +2 12.04.17 266 3 12쪽
37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9. +2 12.04.15 247 3 13쪽
»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9. +2 12.04.13 265 5 9쪽
35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3 12.04.12 326 2 9쪽
34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3 12.04.11 309 4 9쪽
33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5 12.04.10 293 4 9쪽
32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1 12.04.09 289 3 9쪽
31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3 12.04.07 377 7 7쪽
30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2 12.04.06 290 4 9쪽
29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2 12.04.05 427 4 10쪽
28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1 12.04.04 359 5 9쪽
27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3 12.04.03 492 6 8쪽
26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1 12.04.02 485 7 8쪽
25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1 12.03.23 516 5 11쪽
24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2 12.03.22 433 6 9쪽
23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3 12.03.21 355 7 9쪽
22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1 12.03.20 424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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