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사가미프
작품등록일 :
2012.05.30 23:59
최근연재일 :
2012.05.30 23:5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4,631
추천수 :
215
글자수 :
207,496

작성
12.05.02 23:39
조회
241
추천
1
글자
9쪽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1.

DUMMY

“네, 그렇군요.”

내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가 큰소리로 헛기침하더니 기지개를 켠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너 하드 드러그, 소프트 드러그는 알아?”

“전에 미미씨한테 조금 들었던 거 같긴 한데.”

“그래, 보통 너희 쪽에서 약쟁이라고 하는 건 하드 하는 애들이야. 뽕이나 헤로인 같은 거.”

끄덕인다.

“요새 젊은 애들은 LSD나 K 같은 건 기본으로 하는 거 같던데?”

LSD는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K라니?

“소프트. 약한 거 말이야. 엑스터시나 마리화나 같은 거. 중독성도 별로 없는 거.”

“미미씨 말로는 중독성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우리는 맞으면 안 된다고…….”

“그래, 말이야 그렇게 하지. 거기다 미미는 좋은 집에서 어릴 때부터 조기 교육받은 애고.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 고등학교에서 선생들이 학생들한테 담배 피우라고 권하는 거 봤어? 거기다 애들이 피지 말란다고 안 펴? 너네는 약한 걸맞아도 일반인들이 센 거 맞는 거보다 더 느끼기 때문에 빠져나오기가 힘들긴 하지. 정신력이 약한 놈들은 소프트도 이런 데 하드는 어떨까, 하면서 맞아봤다가 인생 종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대충 자기 통제가 가능한 애들은 맞아도 돼. 안 죽어. 오히려 싸워야 할 때나 집중력이 필요할 때 일부러 맞는 애들도 많아.”

“그런가요?”

“센 거 맞으면 미치는 건 알지?”

“네, 꿈꾸는 것처럼 된다고 하던데요.”

그가 끄덕인다.

“꿈속에서는 자기가 제일 힘센 놈이고 빠른 놈이고 했는데, 깨어나면 그게 아니거든. 그걸 못 받아들이는 애들도 있는 거지. 그래서 다시 약을 하게 되고. 약에 빠지고 안 빠지고는 정신력이야, 언더스탠?”

끄덕인다.

“너도 약해 보고 싶으면 말해 싸게 구해줄 테니까.”

“별로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요.”

“너 정말 굉장한 놈이네. 도전정신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고.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어릴 때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었냐? 내가 너 같으면 별걸 다 해보겠는데.”

그가 입맛을 다시며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저런 말을 지껄일 수 있는 거겠지.

“너도 이쪽 세계에서 살게 되면 홍대 근처에 SEED라는 클럽으로 가봐.”

“거긴 왜?”

“그냥 가 봐. 너 인기 좋을걸?”

“거기가 뭐하는 곳이에요?”

“클럽이라고 했잖아. 춤추는데 지 뭐 하는 데겠어.”

“저 춤 안 추는데요.”

“누가 너보고 춤추라고 했어? 그냥 가보라고 했잖아.”

“거길 왜?”

“보름날은 안 하거든. 그날은 너 같은 애들만 모여.”

“저 같은 사람들이 많아요?”

“음, 서울에 한 천오백, 이천쯤 되려나?”

“생각보다 많네요.”

“아니야, 육십 년, 그러니까 칠십 년대 초반까지는 지금 두 배는 넘었다고 들었어.”

“그래요?”

“원래 그전까지는 동대문 하나밖에 없었는데, 강남이 동대문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전쟁이 났다고 하데. 그 싸움에서 거의 절반씩 죽었다던데.”

“아, 전쟁.”

“여의도에서 안 말렸으면, 뭐 다 죽었을지도 모르지.”

“여의도요?”

“그래.”

“싸움나기 전에는 동대문 하나밖에 없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여의도는 둘이 싸우는 중에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났다고 하던데.”

“동대문이랑 강남에서 싸우는 걸 말렸다면, 그 두 곳보다 더 세다는 소리겠네요?”

“그렇겠지. 나도 여의도가 세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어. 불려 간 적도 없고. 그 근처에 기웃거리다가 몇 명 없어지고 나서는 얼쩡대는 애들도 없어.”

“혹시 마약 하는 사람들 아닐까요?”

“왜?”

“마약 하면 엄청 세진다고 했잖아요.”

“그건 아닐 거야. 여의도에서 하드를 한다면 강한 건 이해가 되지만, 통제하는 방법이 존재했다면 강남이나 동대문에서 벌써 알아냈겠지. 그쪽에서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마약 가지고 연구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알아냈으면 벌써 무슨 일이 생겨도 생겼겠지. 왜 유명한 말도 있잖아.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고.”

그거야 세상 어디서나 통용되는 진리가 아닌가.

“그럼 도봉 여의도 말고 또 다른 데는 없어요?”

“음, 몇 군데 더 있긴 한데. 이건 앞에서 말했던 단체나 파벌 같은 거라고 말하기는 뭐하고, 친목회 정도라고 할 만한 게 불광이랑 이태원, 천호정도? 나머지는 프리랜서들이고.”

“그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에요?”

“불광은 폭주 뛰는 애들이고,아 폭주라고 해서 오토바이 타고 하는 그런 폭주가 아니고 그냥 달리기하는 거야. 이태원은 외국 애들이 놀러 왔다가 거기 사는 거고. 천호는 일선에서 물러난 노인들 자치회 정도 될까?”

“이태원 말이에요.”

“어, 왜?”

“외국인들이 왜 우리나라까지 와서.”

“왜라니. 우리나라 살기 좋잖아. 일반인들이 총도 안 가지고 다니고, 외국인이라면 설설기면서 귀족 대우해 주는데 안 좋겠어? 영어 한두 마디만 해봐. 침 질질 흘리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애들이 사방에 널렸는데. 이태원 여기가 크게 보면 동대문 애들이 관리하는 곳이거든.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걔들한테는 천국이지 뭐.”

“외국인 중에는 원숭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그렇다면서요?”

“그건 들었나 보네.”

끄덕인다.

“맞긴 한데, 대부분이 쥐나 고양이 개 원숭이 정도 되는 약한 애들이야. 너 같은 곰이나 사자는 없어. 걔들은 지들 나라에서 잘 먹고 잘사는데 우리나라에 왜 오겠어. 그쪽 애들 대부분이 자기 나라에서 자리 못 잡고 빌빌대다가 오는 애들이지. 우리나라에서는 너 같은 대형 육식동물들은 다른 애들이 작업해서 죽였거든.”

“아, 그건 들었던 것 같아요.”

“들었어? 서양이나 그쪽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알고 있거든. 그러니까 뭐.”

의사가 하품하더니 얼굴을 찌그러뜨린다.

“다른 건 없어? 또 물어봐.”

“글쎄요.”

“이거 말해줘도 되나 모르겠네.”

“뭔데요?”

그가 피식 웃는다.

“에이 뭐, 비밀도 아니고. 어차피 알게 될 거. 너 미미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미미라.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건 여자, 여우. 또 뭐가 있지?

“잘 모르겠는데요.”

“음, 동대문에 늙은 여우가 한 마리 살거든.”

“늙은 여우요?”

“이쪽 세계에선 유명한 사람인데, 미미가 그 사람 자식 중의 하나야. 며칠 전에 죽은 구피 알지?”

“네.”

“그놈은 미미 아버지가 붙여놓은 보디가드쯤 되는 놈이고.”

“동대문이라면, 키티도 예전에 동대문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래, 맞아. 키티가 거기 싫다고 뛰쳐나올 때, 미미도 따라나왔어.”

“왜요?”

그가 뜸을 들인다.

“미미가 키티한테 반했거든. 그래서 따라나온 거지. 보면 이번에 키티가 도망 다니는 일도, 미미한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이거든. 잡아서 어디 숨었는지 알아낼 수도 있고. 그런데 다른 애들이 미미는 안 건드리잖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아무리 뛰쳐나왔다고 해도, 뿌리는 동대문 애니까 그런 거야.”

“딸이 집 나갔는데 그쪽 아버지는 별말 안 하나 봐요?”

“자식이 많거든.”

“자식 많은 거 하고, 자식이 남자한테 빠져서 집 나간 거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별 신경을 안 쓴다는 말이기도 하고, 일반인하고 연애하는 건 몰라도 상대가 키티잖아. 비록 고양이기는 해도 자식을 낳으면 마스커가 나올 확률이 높잖아. 그럼 됐다고 생각하는 거지.”

“마스커라니요?”

“아, 서양에서는 너희 같은 사람들보고 세비지, 부르탈, 사티로스, 몬스터, 마스커, 뭐 그런 식으로 불러.”

“우리나라에서는요?”

“그냥 우리 너희 이러던데? 그건 그렇고 너 부모님은?”

“네?”

“엄마 아빠 말이야.”

“돌아가셨는데요.”

“그래? 언제?”

“오 년, 육 년 전에 왜 그러시죠?”

“아니, 그냥. 부모님은 일반인?”

“그랬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그래, 이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네.”

“음, 오 년 전이면 작업은 아닐 거고, 두 분 같이 돌아가셨어?”

“아니요, 따로.”

의사가 생각에 잠긴다. 내 머리는 세차게 돌아가며 받아들인 정보들을 구석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한다. 의사와 함께 보낸 반나절이 키티와 보낸 세 달보다 훨씬 알차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걸까?

“넌 어쩔 거야?”

“뭘요?”

“들으면서 대충 생각한 게 있을 거 아냐. 도봉이나 강남, 동대문. 어디로 들어갈지.”

“그런 거 없는데요. 게다가 예전에 키티가 저 합쳐지면 써먹을 거라고 하던데요?”

그가 피식 웃는다.

“네가 합쳐지면 키티가 너한테 뭐 시킬 수 있을 거 같아? 고양이가 곰을?”

“글쎄요.”

“요새는 멧돼지나 소 정도가 대세야. 왜 그렇겠어?”

으쓱한다.

“세니까 그렇지. 간단하게 보통 동물로 생각해봐. 너 같은 대형 육식들은 빼고, 소나 멧돼지가 강하잖아. 똑같다고 보면 돼.”


작가의말

며칠 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동행이랑 어느 건물에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로 다가가는데, 노인 두 명이 열 걸음 정도 앞서서 가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더군요. 그래서 전 다른 엘리베이터 앞에 가서 버튼을 눌렀죠. (아 그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나란히 두 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행하고 있던 사람이 제가 서 있는 쪽으로 오지 않고 노인들이 타고 올라간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르더군요. 왜 그러나 싶었는데 문이 열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전 당연히 노인들이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동행한테 그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나, 하면서 눈총이나 주고.

혼자 섬뜩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면수심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Finale +4 12.05.30 269 1 6쪽
50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2 12.05.24 311 1 12쪽
49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 12.05.15 204 3 11쪽
48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2.05.13 255 1 9쪽
47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2.05.09 206 1 8쪽
46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2. +1 12.05.07 210 1 8쪽
45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1. +2 12.05.05 221 8 9쪽
»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1. +2 12.05.02 242 1 9쪽
43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1. 12.04.30 207 2 10쪽
42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12.04.27 274 3 9쪽
41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12.04.25 209 2 8쪽
40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12.04.23 260 2 9쪽
39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10. +3 12.04.21 241 2 10쪽
38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9. +2 12.04.17 266 3 12쪽
37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9. +2 12.04.15 248 3 13쪽
36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9. +2 12.04.13 265 5 9쪽
35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3 12.04.12 326 2 9쪽
34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3 12.04.11 309 4 9쪽
33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5 12.04.10 293 4 9쪽
32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1 12.04.09 289 3 9쪽
31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8. +3 12.04.07 377 7 7쪽
30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2 12.04.06 290 4 9쪽
29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2 12.04.05 427 4 10쪽
28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1 12.04.04 359 5 9쪽
27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3 12.04.03 492 6 8쪽
26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7. +1 12.04.02 485 7 8쪽
25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1 12.03.23 516 5 11쪽
24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2 12.03.22 434 6 9쪽
23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3 12.03.21 355 7 9쪽
22 인면수심자(人面獸心者)-scene 6. +1 12.03.20 424 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