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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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최근연재일 :
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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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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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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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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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6쪽

제 12막. 잊혀진 왕가의 이야기.

DUMMY







클라우스는 참지 못하고 레지스의 얼굴을 주먹으로 갈겼다. 사람을 직접적으로 때려 본 적 없는 손인지라 주먹이 아려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빠져 있는 레지스에게 소리쳤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이 따위 신파극을 찍고 있었냐? 뭐, 이런 미친 경우가 다 있어? 얼마나 세월이 지났는데. 왕비가 되겠답시고 널 버린 그 여자와 눈이 닮아서 그렇게 부인을 내팽개치고 있었던 거야? 그 부인을 모욕하지 마라. 왕비와는 차원이 다른 여자니까. 힘없이 제 아들을 뺏기고 왕에게 버림받아 밤새 눈물 훔치는 그런 힘없고 어리석은 여자가 아냐, 네 부인은!”


"그게 무슨 소리야?"


레지스의 흐릿한 눈빛이 다시 빛을 발했다. 그에 움찔한 클라우스는 괜히 여태까지 자신이 너무 막말을 했나 싶어 머리를 긁적거리며 궁싯거렸다.


"이게 이제는 머리까지 돌이 되었나. 네 부인은..."


"아니, 왕비 이야기 말이야. 클레어가 버림을 받았다니. 왜? 아들도 낳았다며? 그럼 그 여자는 행복해야 하는 거 아냐? 모든 걸 다 가졌으니."


클라우스는 눈을 깜빡였다. 무슨 욕을 해줘야 이 배알 빠진 놈이 정신을 차릴까 생각하면서. 그러다 이내 포기한다. 5년을 멍청하게 있다가 클레어가 불행하다는 말에 다시 빛을 발하는 저 놈을 어떻게 자신이 정신 차리게 한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 클레어에 대한 연심이 저렇게 깊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왜 5년 전 그렇게 힘없이 물러섰지?


클라우스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 뭘까, 이 기이한 위화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뭘 짚고 넘어가야할지 몰라서 클라우스는 애꿎은 아랫입술만 깨물다가 입을 열었다.


"폐하께 직접 물어봐. 안 그래도 폐하께서 널 정말로 간절하게 찾고 계시니까."


"폐하... 폐하가 또 왜! 여기서 더 얼마나 나를 짓이기려고...!"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그런 거였으면 내가 여기 오지도 않았지."


클라우스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말하면서도 그의 말에는 설득력이 없었다. 왕은 그의 동생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죽이자니 그에게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그의 평판만 더러워지며, 그렇다고 살려두자니 애매한 그런 존재.


그래서 왕성으로 왔을 땐 잔인하게 레지스의 여자를 빼앗고 다시는 그의 성에 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한 번만 더 성으로 돌아왔다간 네 소중한 것을 모두 빼앗아버리겠다는 유치한 협박. 그리고 타고 나기를 유약하게 태어난 레지스는 그런 유치한 협박에 잘도 휘둘렸지.


그런 왕이 요즈음 레지스를 찾는 이유는 레지스를 죽이기 위함도 아니었고, 그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클라우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빌어먹을 대신관이 폐하께 또 불길한 예언을 했어. 그 자는 괴상하리만치 폐하의 약점을 잘 알고 있지. 마치 ‘폐하의 최측근에 사람을 심어둔 것’처럼! 이번엔 폐하의 소생들은 폐하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것이라 했지. 너도 알다시피 폐하는... 인격적으로 결함이 많은 분이시고, 그 사실을 폐하 스스로도 잘 아셔. 그럼에도 그 분이 그토록 날뛰는 것은 선대 이전부터 약해진 왕권을 모조리 빼앗아오기 위함이었지. 이제 왕가는 안정되었고, 더 이상 그런 폭군은 필요 없다. 폐하는 그 사실을 잘 아는 거야. 게다가 지금의 왕자는 외척 기반이 전혀 없다. 폐하처럼 날뛴다 해서 아스피트 가문처럼 그를 비호해줄 가문이 없다는 뜻이야. 폐하가 죽고, 왕자가 왕위에 오른 뒤 얼마 안 있어서 왕자는 귀족들에게 숙청당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 예언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그렇다고 귀에 담아두지 않기에는 많은 귀족들 앞에서 그 예언을 말한지라. 벌써부터 헛바람이 든 귀족들도 있고. 아무튼 매사에 조심해지셨어. 극도로. 갑자기 자신이 숙청한 귀족들의 직위를 다시 되돌리지를 않나. 마치 참회라도 하는 것처럼.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너도 알다시피 폐하의 연세가 꽤 많으신지라 그런 것에 굉장히 판단력이 흐려질 만도 해. 특히 자신이 물고 빠는 아들에 관한 일이니."


클라우스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 악마 같은 양반도 제 자식은 소중한 게야. 하긴, 벌써 슬하의 두 자식을 잃었으니."


"내게 사과를 하고 싶으시다?"


"말은 그렇다는데. 뭐, 안 가도 상관없어. 지금의 폐하라면 네가 거절한다 하더라도 그리 위해를 가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여긴 엄밀히 말하자면 그라니우스 령이니. 위해를 가하더라도 우리 가문이 눈에 걸려 할 것 같진 않고..."


"갈 거야."


"뭐? 너 설마 왕비를 만나러 가는 거라면 꿈 깨는 게 좋을 거다. 왕비는..."


"그런 거 아냐. 그냥 궁금해. 폐하께서 내게 사과하는 모습이.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레지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괜히 섬뜩해 클라우스는 눈을 돌렸다. 왜? 왜 저렇게 변해버린 건가? 클라우스는 그제야 아까부터 느꼈던 위화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단순히 클레어를 빼앗겨서 저러는 것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왜 저러는 건가? 답답하리만치 순했던 녀석이다. 그래서 짜증이 날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 클라우스가 간과했던 것은, 클라우스가 그를 만나기 전 레지스가 왕에게 어떤 취급을 당하고 쫓겨났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비록 천한 출신의 여자 소생이긴 했지만 그래도 왕자였고, 그래서 호화로운 삶을 살았었던 레지스가 어떻게 쫓겨났는지. 그리고 왕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는 어떤 취급을 받았던가?






* * *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서야 레지스는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토록 오래 걸린 이유는 왕의 애를 좀 태우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지만, 그가 경미한 술 중독 현상을 보였기 때문에 그를 고치고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 몸을 만드느라’였다. 게다가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는 레이첼과 제 아들을 끌고 오느라 늦은 이유도 있었고.


사실 가족에 대한 애착은 없었으나,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버림을 받아도 이렇게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다고. 그러나 끝내 레이첼은 입궁을 하지 않았다. 의외로 왕성까지 따라온 것은 그의 아들 룬이었다. 클라우스 녀석이 어떻게 꾀어냈는지는 몰라도 소년은 꽤 들떠 있었다.


“기분이 그렇게 좋냐?”


“음... 뭐.”


클라우스의 물음에 룬은 자신이 너무 들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우물거리다가 피식 웃는다. 의외로 클라우스와 룬은 잘 맞았다. 특히 클라우스는 룬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한 살 먹은 제 딸의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은 모양이었다.


곧 가족들을 데리고 이 나라를 뜰 거라는 놈이. 하긴, 룬과 레이첼을 데리고 가면 자신도 속이 편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홧김에 이루어진 가족이 아닌가? 차라리 그들을 놓아주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도, 그들에게 있어서도 좋겠지.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시죠. 룬 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웬 존댓말?”


괜히 소름이 돋아 레지스가 묻자 클라우스는 환하게 웃는 낯으로 거친 말을, 속삭이듯 내뱉었다.


“구색 맞추기는 해야 하지 않겠냐? 머리가 아주 굳었지? 내가 애 앞이라서 쌍욕을 못하는 게 천추의 한이니 얼른 꺼져.”


“흥.”


레지스는 코웃음을 친 뒤 팩 돌아 걷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애 앞에서 말을 가려서 했다고. 저것도 다 제 딸이 태어나고 나서부터이다. 샤를리즈라고 했던가? 클라우스의 말과는 달리 그 아이는 제 어머니를 더 닮았었다. 클라우스와 닮은 것이라고는 붉은 머리칼과 눈동자 색뿐.


아, 가끔씩 제가 원하는 걸 안 들어주면 한 살배기인 주제에 성질을 내는 꼴만큼은 클라우스와 꼭 닮았었다. 뭐, 다행인 것은 그 아이가 그렇게 성질을 내기 전에 대부분의 것들은 클라우스가 다 들어주어 성질을 낼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 수도에서 제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는 갓난쟁이가 바로 샤를리즈, 그 아이일 것이다. 거기다 저보다 어린 아이는 처음 보는 룬도 그 애에게는 지극정성이니.


“아이가 안 생기는 걸 절더러 어떻게 하란 거예요!”


날카로운 목소리에 레지스는 흠칫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왕성에서 저렇게 목소리를 드높이다니. 그것도 보아하니 가정사에 대한 일인 것 같은데. 레지스는 혀를 찼다. 왕이 저 소리를 들으면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저러는 건지. 그럼에도 내용이 궁금했던지라 레지스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낯익은 목소리에 또다시 걸음을 멈췄다.


“감히 왕성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다니. 그것도 그런 내용을!”


“계속 성질을 건드리셨잖아요. 아무튼 그런 줄 아세요. 저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왕성에서는 제발 아는 척 좀 하지 말라고요. 다른 이들이 볼까 두려우니! ‘아버지’와는 다르게 난 폐하가 무서우니까요!”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구두 굽 소리에 레지스는 반사적으로 코너로 몸을 돌려 숨겼다. 또각이는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고, 곧 누군가가 지나갔다. 레지스는 슬쩍 고개를 내밀어 그를 바라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로즈퍼드 부인이었다. 그녀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는데 그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레지스는 얼이 빠진 채 눈을 깜빡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로즈퍼드 부인이 말한 내용 때문이었다. 그녀는 분명 평민 출신이었다. 그것도 아주 한미한. 우연히 로즈퍼드 자작의 눈에 들어 귀족의 부인이 된 여자. 그런 그녀의 아버지가 궁을 드나들 수 있다니? 그녀가 평민이니 그녀의 아버지 또한 당연히 평민이 아닌가?


로즈퍼드 부인이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평민인 제 아비를 왕성에 들일 정도란 말인가? 아니, 그 전에 로즈퍼드 부인은 ‘아버지와는 다르게 난 폐하가 무서우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는 일개 평민인 로즈퍼드 부인의 아비는 왕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 아닌가?


“레지스!”


레지스의 몸짓도, 생각도 모두 멈췄다. 목소리만 들어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은 왜일까? 천적을 만난 생쥐처럼 꼼짝도 않고 있던 레지스는 다음 목소리가 들렸을 때서야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와주었구나, 정말로. 그라니언이 간다 해서 기대는 하고 있었다만...”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6년 만인가? 왕은 여전히 풍채 있고, 멋있었지만 어딘가 잔뜩 주눅이 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때문에 놀란다. 항상 자신만만하다 못해 오만한 그였고, 그럼에도 그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자가 아니었던가? 너무 놀라 멍하게 있는데 왕이 다가와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 그래. 오랜만이지.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느냐? 네가 입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리다 못해 이렇게... 그래, 오는 길에 그라니언이 네 아들을 데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아이는 아마 지금 란을 만나고 있을 게야. 다행이지. 그 애가 란을 아주 보고 싶어 했다고 하더구나.”


“저, 폐하.”


레지스는 아주 공손하게 손을 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궁정식 절을 했다. 마치 예를 차리지 못한 것을 사죄라도 하는 듯. 그러나 왕의 갑작스러운 환대가 부담스럽고 두려워서 그랬다는 사실을 왕도 레지스도 알고 있었다. 왕은 멋스럽게 기른 제 수염을 쓰다듬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래, 네 반응은 이해한다. 가자, 예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니. 아주 긴 시간이 흘렀고, 그래서 할 얘기가 아주 많아.”


그리 말하고 왕은 앞서 걸어간다. 레지스는 멍하게 눈만 깜빡이다가 이내 그를 따라 걷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워 머리가 딱딱하게 굳은 것 같다. 마치 클라우스가 자신에게 빈정거렸듯이.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왕이 맞는 것일까? 전설 속에서 나오는, 남의 모습을 훔치고 산다는 그런 괴물이 아닐까?


차라리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가 더 신뢰가 갈 정도로 눈앞의 왕은 이상했다. 예전에 그가 알고 있던 왕은 잔혹했고, 그럼에도 모든 면에서 뛰어나 귀족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었다.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군주의 모습.


그래서 자신의 안위에 위협이 될 만한 형제들을 모조리 죽였다. 레지스를 제외하고. 붉었던 밤이었지. 그 날의 악몽이 떠오르자 레지스의 오른 팔이 미세하게 떨렸다. 빌어먹을 술 중독을 고쳤음에도 이 오른팔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란!”


왕이 외쳤다. 그러자 멀리서 자그마한 아이가 달려와 왕의 품에 안긴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듯 꺄르르거리면서. 그리고 뒤이어 어색하게 그의 아들, 룬이 걸어온다. 아마도 란이 제 아비의 품에 안기는 걸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저러는 것이겠지. 룬이 괜히 그의 눈치를 보는데, 레지스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그 때였다.


“너도 이리 와 보거라. 룬이라고 하였느냐? 내 조카가 아니랄까봐 란과 꼭 닮았구나. 나중에 크면 둘을 구분하지도 못하겠다. 마치 친형제 같아.”


룬이 우물쭈물하며 걸어오자 왕은 그를 품에 안은 뒤, 란과 동시에 끌어안아, 두 아이를 들었다. 6살과 4살. 분명 조그마한 아이들이었지만, 둘을 동시에 안고 걷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 기사들이 그를 만류했지만 왕은 거슬린다는 듯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기사들이 움찔하고는 알아서 물러선다.


성질은 여전하시군. 그런데 왜 자신에게 그렇게 살갑게 굴었지? 그리고 저 꼴이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 어린아이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상냥한 노인처럼. 거짓말이다, 저 모습은. 만약 그가 진짜 그런 모습이었다면 스무 살이었던 왕이 어째서 고작 5살밖에 되지 않았던 그의 손등을 베었단 말인가!


“애칭이 말고 진짜 이름이 무엇이냐?”


“그냥 룬입니다. 저 아이의 어미가 지은 이름이지요. 어차피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아이입니다. 거추장한 이름은 필요가 없어요.”


왕의 말뜻을 알 리 없는 룬을 대신해 레지스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왕은 인상을 찌푸린 뒤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이지. 크로이츠 왕가의 몇 안 되는 핏줄인데 좋은 이름이 필요해. 내가 지어주마. 란의 이름도 내가 지었지. 너도 그에 걸 맞는 이름을 지어야겠다. 대신 룬이라는 이름은 해치지 말아야지. 네 어머니가 지어진 소중한 이름이니 말이다. 네 어머니는 아주 충직한 여자였어. 분명 본받을만한 점이 많은 여자이니라.”


세상 어느 누구가 제 어머니를 칭찬하는 이를 싫어할까? 룬은 잔뜩 얼굴이 상기된 얼굴로 왕을 바라보았다.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벌레처럼 징글징글하다는 듯 바라보던 그 눈이 왕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멍청한 놈. 제 어머니가 그렇게 사는 것도, 그리고 제가 이렇게 사는 것도 모두 저 자에 의한 일이라는 것도 모른 채 쓸개 빠진 놈처럼 웃는 꼴이라니. 레지스는 괜히 인상을 찌푸린다.


차라리 클라우스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녀석은 곧 죽어도 입바른 말을 하는 놈이니까. 적어도 왕이 저렇게 상냥하게 구는데 비꼬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만한 용기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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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2 수훈
    작성일
    13.06.22 21:18
    No. 1

    음. 많이 약해졌네요.
    리즈가 그리도 정을 많이 받았다니.
    혹 리즈가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기억을 봉인한다거나. 음.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sa*****
    작성일
    13.06.23 10:35
    No. 2

    룬 불쌍한 녀석이었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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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3 13.10.25 804 25 10쪽
174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4 13.10.21 939 23 10쪽
173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4 13.10.18 703 20 13쪽
172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5 13.10.16 802 25 10쪽
171 제 14막. 돌이킬 수 없는. +5 13.10.13 905 24 8쪽
170 제 13막. 사냥. +9 13.10.11 1,063 27 9쪽
169 제 13막. 사냥. +5 13.10.08 975 37 10쪽
168 제 13막. 사냥. +9 13.10.02 954 26 14쪽
167 제 13막. 사냥. +7 13.09.28 1,615 35 9쪽
166 제 13막. 사냥. +8 13.09.24 953 28 11쪽
165 제 13막. 사냥. +6 13.09.19 999 29 12쪽
164 제 13막. 사냥. +9 13.09.14 1,445 30 10쪽
163 제 13막. 사냥. +4 13.09.12 2,917 45 10쪽
162 제 13막. 사냥. +4 13.09.10 2,859 38 11쪽
161 제 13막. 사냥. +5 13.09.06 2,045 40 9쪽
160 제 13막. 사냥. +5 13.09.01 1,116 26 10쪽
159 제 13막. 사냥. +8 13.08.29 4,180 36 9쪽
158 제 13막. 사냥. +7 13.08.26 1,525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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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제 12막. 잊혀진 왕가의 이야기. +3 13.08.03 1,149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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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제 12막. 잊혀진 왕가의 이야기. +2 13.07.13 1,023 21 13쪽
151 제 12막. 잊혀진 왕가의 이야기. +4 13.07.06 926 15 15쪽
150 제 12막. 잊혀진 왕가의 이야기. +3 13.06.29 2,752 28 15쪽
» 제 12막. 잊혀진 왕가의 이야기. +2 13.06.22 983 19 16쪽
148 제 12막. 잊혀진 왕가의 이야기. +3 13.06.15 1,010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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