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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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한
그림/삽화
글한
작품등록일 :
2020.01.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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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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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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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1. 카밀라의 마음>

DUMMY

”하지만 이건 자주색이잖아? 압소비움은 검은색 아니냐?“

테이블에 자신이 떨어뜨린 압소비움을 바라보며 선장이 말했다.

금성에서 흑색 갑옷을 입은 케이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이후로 압소비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카밀라가 테이블에 떨어진 자주색 큐브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좀 이상해요. 그래서 이걸 연합군의 김홍 박사님에게 가지고 가보려고요.“

”연합군?“

헉슬리 선장의 눈이 다시 한번 휘둥그레졌다.

”네. 어쩐지 이 큐브가 어떤 열쇠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선장님. 저와 함께 금성으로 가주세요.“


”뭐? 너희 비서실장에게 속아서 지금까지 연합군 소굴에 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빠져나왔어. 그런데 날 더러 다시 그 소굴로 다시 기어가 들어가란 말이냐? 목숨을 구해준 건 고맙다만, 죽으면 죽었지 그곳엔 다신 안 돌아간다.“

”전 몰랐어요. 그런데 연합군을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 거예요?“

카밀라가 깜짝 놀라 하며 물었다.


위메이에게 헉슬리가 케이를 데리고 금성의 연합군 사령부로 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속았다는 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선장이 죽을 고비를 겪었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싫어하는 건 아니야. 단지 승산 없는 그들의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을 뿐이야. 솔직히 연합군이 가진 오합지졸의 병력으로는 다국적 기업들에 상대가 안 돼. 더군다나 맹주라는 괴물도 뒤에 버티고 있잖아.“

”하지만 누군가는 그들을 막아야 하잖아요. 이대로면 지구의 있는 수십억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거예요.“


“그놈들도 사람인데 설마하니 그렇게까지 하겠어?”

“케이가 살던 마을에 놈들이 한 짓을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천 명이 넘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놈들이에요.”

“그건 나도 들었다.”

“전 지금도 그날만 생각하면 잠을 못 자요. 케이의 어머니를 치료해 드리기로 했었단 말이에요. 제 문제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제가 조금만 서둘렀더라면 케이의 어머니는 구할 수 있었을 거예요.”

카밀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 생각 하지 마라. 놈들이 그런 짓을 벌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그런 천벌을 받을 짓을 벌이다니!”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어떻게든 막아야 해요.”

“하지만 어떻게? 이제는 태양계 변두리의 암거래상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된 나야. 이런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


“태양계에서 제일 빠른 비행선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난 전쟁을 겪어봐서 잘 알아. 다국적 기업의 일가인 너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소득도 없는 싸움에 이용당하기 싫어.”


“그럼 선장님은 어디로 가시려고요? 다국적 기업 모두에게 적색 수배 중이잖아요? 이젠 카이퍼 벨트에도 소문이 다 퍼져서 그곳에서도 숨어계실 곳을 찾기 힘드실 거예요.”


“나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구나.”

“좋아요. 그럼 일단 저를 금성까지만 데려다주세요. 그럼 아버지와 비서실장에게 말해서 선장님과 챙을 우리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시켜드릴게요.”


“너희 회사라면 플래닛 인더스트리에 말이야? 정직원으로?”

“비록 맹주를 피해 도망 다니고는 있지만, 다국적 기업 회장의 딸인데 그 정도도 못 해드리겠어요? 정직원이 되면 화성의 우리 회사 구역에 사시면 될 거예요. 다른 다국적 기업들도 우리 회사 구역으로는 못 들어오니까요.”


“정말이냐? 정말 태워만 주면 그렇게 해줄 거야?”

“그럼요. 여기서는 감청당할 수 있으니까. 화성에 도착하면 곧바로 아버지에게 연락할게요. 선장님은 경력도 있으시니까. 과장 정도로 들어가실 수 있을 거예요.”

“고맙다. 카밀라. 그렇게만 해준다면 그 은혜는 평생을 잊지 않으마. 내 정신 좀 봐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당장 자동 운항 경로를 금성으로 바꿔야겠다. 금성까지는 일주일이면 도착할 거다.”


헉슬리 선장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테이블에서 일어나 조종석으로 갔다.

헉슬리 선장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카밀라의 마음도 흐뭇해졌다.


회장의 무남독녀인 카밀라에게 사람 몇 명쯤 아버지의 회사에 취직시켜주는 것 정도는 실로 간단한 일이었다.

선장이 데려다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게 할 참이었다.

소행성 폭발 때 그녀가 적재함에 갇히지만 않았어도 선장과 챙이 수배자 신세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둘에게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카밀라의 머릿속에 케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목성에서 함대의 공격을 받은 후 사라졌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케이를 생각하자 카밀라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우주정거장에서 처음 봤을 때 우주에 광산을 찾으러 나온 케이는 그냥 도와주고 싶은 동생일 뿐이었다.

소행성에서 함께 일하며 그의 어려운 환경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들이 이유 없이 구박할 때면 카밀라는 언제나 케이의 편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케이는 카밀라를 보고 언제나 밝게 웃어 보였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밝은 모습이 조금은 멋져 보였다.


카밀라의 마음에 케이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을까?

맹주로부터 숨어 외롭게 도망 다니던 카밀라의 마음속에 케이의 티 없이 맑은 웃음이 온기처럼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사령선의 병실에서 카밀라는 확실히 알았다.

그녀에게 그는 특별한 남자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는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꼭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맹주의 처단.

어머니와 고모를 죽인 장본인이자 인류의 적.

그를 처단 할 때까지는 그런 감정은 그녀에게 호사로 여겨졌다.


그리고 ‘컨테이너 숲’이 폭격당했다.

그녀는 이제 그의 앞에 나설 용기가 없다.

‘아마 나를 많이 원망하고 있겠지.’

특히 케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의 어머니를 치료해 주겠다는 약속을 그녀가 직접 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비서실장을 통해 한 것이었다.


지금 카밀라는 그에게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무사히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 목성


케이가 압소비움의 방에서 수련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다.


수련은 지구 중력의 1.5배인 1.5G의 중력부터 시작되었다.

비행선이 속도를 올릴 때도 가속도 때문에 순간적으로 몸에 6G 이상의 중력을 받는다.

그런 것을 겪어봤기 때문에 케이는 2.5배의 목성 중력을 조금 우습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높은 중력을 지속해서 견디는 것이 가속할 때 순간적으로 받는 것과 비교 할 수도 없을 정도로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1.5G에서는 체중이 80kg인 케이의 몸무게가 120kg으로 느껴진다.

몸이 무거워져 힘든 것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머리의 피가 아래로 쏠려 심장이 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해댔다.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대고 머리가 어지러워 서 있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얼마간 버티고 있으면 결국 심장이 멈추거나 혈관이 터져 쓰러졌다.

그러면 케이가 죽기 직전에 압소비움이 몸을 재생해 살려냈다.


죽는 것보다 다시 살아나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마취도 없이 압소비움이 세포를 재생시킬 때마다 마치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미세한 바늘로 헤집어 놓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죽고 싶은 생각에 혀를 깨물어 피가 흐르기를 하루에도 십 수 번씩 반복했었다.

하지만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갈 것이었다.

케이는 마지막 순간에 혀를 빼내고 맹주와 장리우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다시 재생될 때마다 높은 중력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가 조금씩 변해갔다.

생과 사를 반복하며 케이의 몸이 진화해 갔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나오기를 48번 반복하고 나서야 1.5G의 중력에 몸이 적응되었다.

몸이 적응되고 나면 압소비움이 알려준 수련법을 하루 이틀 동안 연습해 몸을 적응시켰다.

그런 후에 다시 2.0G의 중력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0.5G씩 늘려가며 보름 동안 반복했다.

2.0G부터는 뼈도 으스러져 버렸다.

그야말로 뼈를 깎고 살이 문드러지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총 183번의 재생 끝에 이제 겨우 2.5G의 중력을 견딜 수 있는 몸이 만들어졌다.


-예상보다 적응 속도가 빠르군.-

‘칭찬은 됐고. 물이나 좀 줘. 목말라 죽겠어.’

마지막 재생이 끝나고 압소비움이 만든 둥근 방에 앉아 잠시 쉬고 있던 케이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버티고는 있지만, 아직 체중이 200kg이 되는 2.5G의 중력이 익숙하진 않았다.


둥근 방의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샤워기에서처럼 쏟아지는 물을 입을 벌려 들이켰다.

흐르는 물이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식혀주었다.


압소비움은 목성에서 나오는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해 수련에 필요한 각종 에너지를 공급했다.

그리고 대기에서 채취한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케이에게 필요한 물과 산소도 공급해주었다.

물만 있으면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불구덩이에서 살아 돌아온 후로 케이는 압소비움에서 에너지를 직접 흡수하면 한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대단해. 수련을 거듭할수록 모든 것이 새롭게 보여.’

압소비움이 알려준 수련은 단지 싸움만을 위한 무술이 전부가 아니었다.

수련을 쉬는 동안 명상을 하고 있을 때는 압소비움이 케이의 머릿속으로 어떤 이미지 같은 것들을 보내왔다.


그 이미지들 속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지식이라기에는 너무 직관적이었고 경험이라기에는 너무 심오했다.

그것들은 마치 케이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떠올려 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우리가 50억 년 동안 우주에서 쌓아온 지식의 정수다.-

‘네가 알려준 수련을 계속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무언가 깨닫게 돼.’

-이제 극히 일부를 보여줬을 뿐이다.-

‘알아. 다만 행성 에너지와 생명 에너지에 대해 좀 이해가 된 것 같아서.’

-그건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기본 요소다.-

‘내 생각엔 행성 에너지를 모으려고 누군가 너희를 만들어 낸 것 같아.’

-그 누군가를 50억 년 동안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


‘사라져 버린 건가? 하긴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하지만 생명 에너지에 대해서는 놀랐어. 영혼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니.’

-너희는 그걸 그렇게 부르는군, 한 생명이 꺼지면 작은 에너지가 나와 우주를 떠돌다가 어디선가 정착해 다시 생명을 싹틔운다. 우주의 많은 순환 중 하나이다.-


‘그럼. 그 생명 에너지가 압소비움에 흡수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다시 생명을 싹틔우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진다.-

‘그럴 수가.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하지?’

-전에도 말했지만, 단지 본능일 뿐이다. 숙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선 생명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난 이렇게 버티고 있잖아?’

-불구덩이에서 네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 수 많은 생명 에너지가 너에게 들어갔다. 아마도 그 에너지가 지금의 너를 살리고 있을 것이다.-

‘뭐? 그럼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영혼이 나 때문에 사라졌다는 거야?’

-그 에너지들은 내가 흡수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의지로 너에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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