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_그린섬 지하의 베르 자르당(1)
사람이 태어나면 하늘에는 별이 하나 태어나고 땅에는 꽃이 하나 피어난다. 그 별과 꽃의 이야기를 듣는 소녀는 어느 날 슬픈 비밀을 알게 된다.
<72화>
그린섬 지하의 베르 자르당
* * * * *
문화일보 박 기자가 올렸던 기사의 반응은 전혀 뜻밖의 전개를 이어가고 있었다.
<치자꽃 설화와 의문의 실종>
박 기자의 기사는 치자꽃 설화에 이은 후속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에게 코끼리를 보여주고 아주 많은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사람들의 기억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길다란 코만 그렸다.
어떤 사람은 하얗고 커다란 상아만 그렸다.
어떤 사람은 커다랗게 팔락이는 귀만 그렸다.
어떤 사람은 까칠하게 갈라진 피부만 그렸다.
어떤 사람은 아주 커다란 다리만 그렸다.
어떤 사람은 뭉툭한 발가락만 그렸다.
코끼리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모두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남긴 것이었다.
그야말로 그림은 제각각이었다.
사람들은 각각의 코끼리 그림을 보고 사람들의 기억이라는 것이 정말 형편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사람이 각각 그린 다른 그림의 경우가 수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각각 다른 코끼리 그림을 합성한 결과,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서 진짜 코끼리의 그림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각각의 추측으로 치자꽃 설화와 의문의 실종 사건에 대해 저마다 글을 올렸는데 오히려 그 추측의 글은 진실에 점점 가까워 오고 있었다.
사유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사유의 부활을 위해 제물로 윤지의 죽음이 사용되었다.
윤지와 정민, 라일라, 준희는 파리에서 같이 지냈던 사이다.
정민이나 라일라, 준희은 실종됐다
이들의 실종은 윤지의 실종과 연관이 있다.
결국 이들은 연쇄 실종 및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들의 배후에는 커다란 힘이 작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유를 사랑했다.
사유의 부활을 위해 김 교수는 어떤 노력을 했을 것이다.
김 교수 역시 파리에서 윤지, 정민, 라일라, 준희와 함께 지낸 사이다.
파리의 그린섬에서 함께 지냈던 인물은 도현, 재인, 영진, 정우가 있었다.
이들은 지금도 가끔 회합을 하는 사이다.
최근 들어 도현은 우주그룹의 총수가 되었다.
우주그룹 회장의 죽음에는 의문이 있었다.
죽음의 의문에 도현이 관련이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은 그린섬 멤버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박 기자는 후속 기사를 다시 올렸다.
<그린섬, 그들의 요새는 그린인가>
박 기자의 후속 기사 역시 사람들에게 이상한 인기를 끌었다.
그린섬 멤버들은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사람들이 그린섬 멤버들을 대상으로 각각의 펜픽을 쓰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그 중에서 정말 인기가 있는 것은 도현과 정우의 사랑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도현의 도회적 얼굴과 정우의 잘 생긴 얼굴을 매칭시켜 BL 소설을 너도나도 올리기 시작했다.
BL은 Boys Love의 약자로 남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사람들은 둘의 사랑 이야기에 몰입했다.
그 가운데 이들의 사랑을 위해 팬클럽이 생길 지경이었다.
처음에 도현과 김 교수, 영진, 정우는 자신의 일이 이렇게 주목을 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라일라나 준희의 실종은 별개의 사건으로 사람들은 인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이젠 이들의 실종이 공론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진실에 가까워지는 글들은 그린섬 일행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린섬 빌딩에 그린섬 멤버들이 모였다.
도현, 영진, 정우, 김 교수, 성 부장이었다.
“김 교수, 그래서 내가 사유 사고 때 조심하라고 했잖아. 나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윤지를 제물로 쓴 일은 용서하기 싫은데.”
“죄,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가 제물을 대신 사용해서 부활 의식을 시험 삼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만.”
“그건 인정해.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했어야지. 지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어.”
“김 교수님, 정말 어떻게 하실 거예요? 라일라나 준희 모두 주목 받지 않아서 그냥 묻을 수 있는 사건이었어요.”
“경찰청장에게 압력을 넣어 지금 모든 것이 순조로운 상황이었는데 사유 사건으로 주목을 받게 생겼으니 어떻게 수습 방안이 있습니까?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서 어떻게 합니까?”
“자, 자, 그만 해. 이제 어서 대책을 세워야지.”
“김 교수와 성 부장이 대책을 좀 세워봐.”
“모든 일이 사유의 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이번에 사유 부활과 관련한 전시를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좀 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다.
모두들 김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교수님의 전시는 찬성입니다. 사람들이 사유의 부활이라는 그림 전시를 보면서 그동안의 일들이 그림 전시를 위해서 만든 일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니까 좋은 의견 같습니다.”
영진과 정우가 동의했다.
“그래 좋을 것 같아. 김 교수는 전시 준비를 잘 하도록 해”
“회장님, 추진하려고 했던 특별실 부활의식을 이번 블루문 그믐에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요? 딱 이번 달이 블루문이 뜨는 달입니다.”
“그렇잖아도 재인에게 지시했어. 벼리를 잘 데려와야 할 거라고.”
“재인이 말을 잘 들을까요?”
“듣지 않을 수 없을 거야. 듣지 않을 경우 벼리가 목숨을 잃게 될 테니까. 그것보다는 부활의 상태로 벼리를 데리고 있는 것이 좋겠지.”
“그렇죠. 그냥 죽지 않고 이렇게 부활의 의미로 살아있는 것이 좋은 거죠. 정민이나 라일라, 준희처럼.”
“그럼 우리 한 번 우리들의 베르 자르당을 한 번 둘러볼까? 성 부장, 볼 수 있어?”
“네,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럼 우리들의 베르 자르당으로 가보자.”
이들은 모두 지하의 비밀공간으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성 부장이 특수카드를 꺼냈다.
지하 6층을 눌렀다.
이들이 지하 6층에서 내리자 성전과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대리석과 고급스런 인테리어가 장식된 곳이었다.
모두 도현의 뒤를 따랐다.
도현은 이들 중 단연 최고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들이 긴 회랑과 같은 복도를 지나 커브를 돌자 선 부장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 베르 자르당을 오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어서 열어봐.”
성 부장이 버튼을 눌렀다.
일행이 걸어왔던 복도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복도의 벽이 하나씩 위로 올라가더니 벽이 사라지고 커다란 유리정원이 나타났다.
유리정원은 하나씩 칸막이가 있었다.
그 칸막이 안에는 각각 하나씩 유리상자가 있었다.
유라상자는 사람들이 누울 수 있는 침대의 크기였다.
유리상자의 머리맡에는 하나씩 나무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때죽나무, 라일락, 수국, 치자, 아카시아 순이었다.
이 나무들은 실종된 여인들의 나무였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유리상자는 꽃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열어 봐.”
소멸하고 싶지 않은 자와 소멸이 되고 싶은 자의 이야기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