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대 전술
푸마의 전차병들은 이미 저만치 멀어진 솝위드 카멜기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그너가 말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고개 숙여!!”
하지만 헤르만과 몇 전차병들은 씁쓸한 마음으로 푸마를 바라보았다. 궤도가 벗겨진 푸마는 피부가 벗겨져 뼈가 훤히 보이는 부상자 같았다. 매번 전차병들이 돌아가며 정성스레 궤도에 낀 이물질을 제거해주고 기름칠해주고 궤도 사이에 막대를 끼워서 탄력을 시험해보며 애지중지 정비하던 전차가 처참한 꼴이 되어 있었다. 푸마는 전차 소대에서 티거 다음으로 적 전차 격파 횟수가 많았다. 헤르만이 눈물을 흘렸다.
“으흑흑···푸마..”
바그너가 다시 헤르만의 머리를 포탄 구덩이 속으로 집어 넣으며 말했다.
“울지 마라!!”
하지만 바그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때 한 전차병이 외쳤다.
“저 쪽에 우리 항공대가 온다!!”
하늘에는 미하엘의 알바트로스 편대가 날아오고 있었고 날개 양쪽에는 철십자가 그려져 있었다. 헤르만이 외쳤다.
“토미놈들에게 복수해줘!!”
“솝위드 카멜기를 날려버려!”
바그너가 외쳤다.
“놈들이 이 쪽으로 다시 와서 포탄을 떨어트릴 수 있다! 자리 이동!!”
바그너는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 채로 대피할 만한 다른 포탄 구덩이를 모색했다.
한편, 미하엘은 노르만, 게르하르트, 후고, 그리고 그나마 믿을만한 요하임과 5기로 편대를 이루고 있었다. 미하엘은 출격 전에 비행 전술에 짜고 이에 대해 자신의 편대원들에게 이야기했었다.
ㅁㅁㅁㅁㅁ 미하엘
ㅁㅁ 후고 ㅁㅁㅁㅁㅁ 노르만
요하임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게르하르트
“요하임, 자네가 좌측 맨 뒤에서 자네 앞에 있는 후고의 뒤를 봐주게. 그리고 우측에 게르하르트 뒤로 붙는 적 전투기가 있으면 자네가 역시 그 전투기를 격추시키게. 게르하르트, 자네도 요하임 뒤로 붙는 솝위드 카멜기가 있으면 자네가 그 놈 뒤를 쫓으면 되네! 그렇게 맨 뒤에서 쫓아오는 요하임과 게르하르트 자네들이 서로의 6시를 지켜주는 걸세!”
그리고 이번 출격 전에 조종사들은 이제 자원 부족으로 인해서, 독일의 항공기 생산 능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기체를 소중히 다루라는 명령을 들었다. 장교가 미하엘을 포함한 조종사들에게 말했다.
“낙하산을 조종사에게 가장 먼저 지급한 국가는 바로 우리! 독일일세! 그렇다고 해서 아무 때나 비행기를 버리고 달아나라는 의미가 아닐세. 제군들! 저 비행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 많은 독일인이 쉬지 않고 일하고 굶주렸네! 위급할 때는 낙하산으로 탈출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저 비행기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을 기억하게!“
미하엘, 노르만, 게르하르트, 후고, 요하임 모두 설교를 들으며 절대로 자신의 전투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었다. 미하엘이 속으로 생각했다.
‘완벽한 편대 전술로 토미놈들을 격추시킨다!’
하지만 미하엘의 편대 전술은 이미 엉망이 되었고 각 전투기들은 제각기 흩어져 있었다.
‘젠장!!녀석들 어디에!!’
순간, 후고의 전투기가 미하엘의 좌측으로 날라오고 있었다.
“안돼!!!”
미하엘은 잽싸게 우측으로 선회해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저 망할 새끼!!’
그 순간 미하엘은 하늘 저 편에서 검은 점 두 개를 발견했다.
‘솝..솝위드 카멜!!’
미하엘은 제임스의 솝위드 카멜기가 멀리서 자신의 편대를 노리는 것을 날라오는 것을 보았다. 제임스의 비행 솜씨만 보아도 저 녀석은 에이스가 틀림없었다. 미하엘은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기체를 상승시켰다, 노르만, 게르하르트, 후고, 요하임이 다시 편대를 이뤄 미하엘의 뒤를 따랐다.
한편 한스는 티거 안에서 푸마의 궤도가 벗겨져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어 바라보았다.
“젠장!!안돼!!”
전차 속에서 프란츠가 외쳤다.
“소위님!! 위험합니다!!”
순간 한스는 5시 방향에서 날라오는 점 하나를 보았다. 솝위드 카멜기였다. 그 카멜기는 저공 비행하며 푸마 위에 소형 폭탄을 정확히 떨어트렸다.
쿠과광!!콰광!!
소형 폭탄이 폭발하면서 푸마의 열려 있는 탈출구 사이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잠시 뒤, 푸마 안에서 포탄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꽈광!!쿠광!!쿠과광!!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불이 붙은 크고 작은 금속 파편과 화염이 사방으로 날라갔고 시꺼먼 연기가 사방을 덮었다. 잠시 뒤 바람에 연기가 날라가고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푸마가 보였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푸마의 전차병들은!!’
하지만 지금은 푸마의 전차병들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솝위드 카멜기는 티거 쪽으로 날라오고 있었다. 한스가 헤이든의 등을 네 번 치며 외쳤다.
“4단!!4단으로 간다!!”
헤이든은 양측 기관사인 에밋, 거너에게도 기어를 바꾸기 위해 신호를 보냈다. 티거를 포함한 한스의 전차 소대는 궤도의 안정성을 위해 4단으로 주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스가 전차 상부 해치를 열고 머리를 내밀고 있었기 때문에 티거의 모든 전차병들은 솝위드 카멜기가 하늘에서 공기를 절단하는 프로펠러를 돌리며 날아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거너가 오줌을 지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아아악!!!”
프란츠가 외쳤다.
“닫아야 합니다!!”
두두두 두두두두
한스가 정지하라는 뜻으로 헤이든의 등을 툭 쳤고 헤이든은 반사적으로 티거를 정지시켰다.
끼기긱 끼기긱..
솝위드 카멜기의 프로펠러 소리는 어느덧 가까워져 있었고 한스는 잽싸게 상부 해치를 닫았다. 티거의 전차병들은 머리 위에서 공기를 찢어발기는 솝위드 카멜기의 프로펠러 소리를 들었다.
두두두 두두두두두
프로펠러 소리가 멀어지는 순간, 티거의 30m 정도 앞에서 솝위드 카멜기가 떨어트린 소형 폭탄이 폭발했다.
쿠광!!콰과광!!
타앙! 탕!!
폭탄이 터지면서 생긴 파편이 티거의 정면 장갑을 때렸다.
“사..살았어?”
한스는 다시 상부 해치를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 뿌연 연기가 바람에 흩어지자 그제서야 앞이 보였다. 하늘에서는 폭탄을 떨구고 간 솝위드 카멜기를 향해서 독일군의 알바르토스 한 대가 날아가고 있었다.
‘제발..우리 쪽이 이겨야 할 텐데..’
한스가 11시 방향에서 한참을 앞서서 전진하는 휘핏 전차를 바라보았다. 휘핏 전차는 마크 IV보다 속도가 2배 가까이 빨랐다. 하지만 기관총 밖에 없기 때문에 휘핏은 야포에는 속수무책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포가 달려 있는 수컷 마크 IV전차 티거가 빨리 가서 지원을 해줘야 했다.
한스가 해치를 닫고 외쳤다.
“3단!!3단으로 일단 전진!!”
한편 게르하르트는 자신의 알바트로스로, 제임스의 솝위드 카멜기와 서로의 꼬리를 잡으려는 시저스 기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조만간 자신이 꼬리를 잡힐 것이 뻔했다. 그리고 게르하르트가 우측으로 선회할 때, 제임스가 드디어 기회를 잡고는, 게르하르트의 알바트로스의 꽁무니를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탕!탕!탕!
게르하르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으아악!!아악!!”
미하엘은 잽싸게 제임스의 꽁무니를 잡고 총알을 날렸다.
탕!탕! 탕!탕!탕!탕!
제임스는 자신이 꼬리를 잡힌 것을 알고, 게르하르트를 격추시키던 것을 멈추고 일단 고도 상승했다.
“쳇!”
게르하르트는 뒤를 돌아서 자신의 기체에 난 선명한 총알 자국들을 바라보았다. 5센치만 빗겨갔으면 자신의 머리가 뚫렸을 것이 분명했다. 게르하르트의 알바트로스에는 여기저기 총알 자국이 난 상태였고 뒤 쪽으로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이리저리 불안하게 흔들렸다. 게르하르트를 포함 조종사들에게는 죽기 직전까지는 귀한 비행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족쇄처럼 마음을 억눌렀다. 무인지대에서는 계속해서 포탄이 여기저기 터지고 있었다. 탈출한다고 해도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미하엘은 요하임과 함께 아무리 애를 썼지만 영국군의 솝위드 카멜기 편대에서 아무 것도 격추시키지 못했다. 제임스의 솝위드 카멜기 편대는 모두 실력이 우수했다. 미하엘은 사방을 살펴보았다.
‘게르하르트?’
게르하르트는 연기가 나는 자신의 기체를 버리고 낙하산으로 탈출하고 있었다. 주인을 잃은 알바트로스는 천천히 무인지대를 향해서 낙하하고 있었다. 한스는 전차장 해치를 통해서 1시 방향에서 낙하산을 탄 게르하르트가 천천히 무인지대를 향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한스가 헤이든의 오른쪽 어깨에 발을 올리고 외쳤다.
“1시 방향!!”
게르하르트는 바지에 똥오줌을 지리며 낙하산을 타고 무인지대로 서서히 내려갔다. 사방에서는 포탄이 터지고 총 소리가 들렸다. 하늘에서는 맡을 수 없었던 화약 냄새와 시체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으악!!으아악!!!”
그 때 게르하르트의 눈에는 사다리꼴의 전차 해치 위로 한스가 머리를 내밀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한스가 게르하르트에게 무언가 외치고 있었지만 사방에서 들리는 포탄 소리에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잠시 뒤, 게르하르트의 낙하산은 무인지대에 떨어졌다. 한스가 외쳤다.
“프란츠! 가서 구해줘!!”
프란츠는 재빨리 나가서 게르하르트를 데리고 티거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한스는 관측창으로 하늘을 보며 식은 땀을 흘렸다.
‘제발 우리 쪽 항공대가 이겨야 하는데..’
이제 영국군의 전투기와 독일군의 전투기 편대는 제각기 모두 4대씩이었다. 미하엘이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대형을 갖추어야..’
그 때 제임스의 솝위드 카멜기가 미하엘의 알바트로스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미하엘 또한 솝위드 카멜기를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탕! 탕! 탕!
쉬이잉!!!
제임스의 기체는 무서운 속도로 프로펠러를 돌리며 미하엘의 좌측으로 지나갔다. 서로 충돌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미하엘은 제임스의 뒤를 잡기 위해 재빨리 선회했다.
‘저..저게 뭐지?’
제임스를 포함한 영국군의 솝위드 카멜기 4대는 서로 원형진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만약 한 솝위드 카멜기의 꼬리를 잡기 위해 원형진으로 들어간다면 뒤 따라오는 다른 솝위드 카멜기한테 꽁무니를 따라잡혀 격추될 것이 분명했다.
‘제..젠장!!’
미하엘은 자신의 연료를 체크했다. 연료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노르만, 요하임 또한 미하엘의 양 옆에 합류해서 다시 대형을 만들었다. 그런데 후고가 보이지 않았다.
‘후고?’
후고의 알바트로스는 영국군의 솝위드 카멜기 4대가 형성한 원형진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삽화는 솝위드 카멜기가 형성한 원형진을 향해 달려드는 알바트로스입니다! 사실 전투기 사이 거리를 더 벌려야하는데 비율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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