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부족
한스는 각 부대의 위치, 교량,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하여 최적으로 보급을 해줄 수 있는 보급소의 위치를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라고 수학자들에게 두 달 전에 부탁하였다. 그리고 일선 최고의 수학자들의 연구 시간을 두 달에 걸쳐 빼앗은 결과, 가장 효율적으로 식량, 연료, 탄약을 보급할 수 있는 보급소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한스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 공식을 보며 기뻐했다.
'좋았어!! 이렇게만 된다면 효율적으로 각 부대에 식량과 탄약 보급을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독일 제국의 식품부에서 병사들에게 보급하는 식량의 양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서신으로 보낸 상황이었다. 현재 8월 시점으로 독일의 농사는 날씨로 인하여 흉작이 예정되어 있었다. 식품부와 보건부 측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민간인들의 식량 배급이 부족하여 수많은 국민들이 영양 결핍을 호소할 것이라고 두꺼운 보고서를 한스에게 보냈다. 그 보고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영양소에 대한 정보가 가득 나와 있었고 전쟁으로 인하여 국민들이 심각한 영양 결핍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참고로 한스는 식량농업부 장관 그 외 정치인들이 요청하는 미팅을 피하고 도망다니기에 바빴다. 한스는 이 보고서를 보며 이를 갈았다.
'이 새끼들이 나를 엿먹이려고 작정을 했군...'
이 보고서는 조만간 총리와 황제에게도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한스는 부관 프란츠에게 식량농업부 장관과 미팅을 잡아달라고 했다.
'일선에서 서류만 보는 장관 나부랭이가 독일 제국의 명운이 걸린 이 시기에 이런 배부른 소리를...이런 녀석들은 모두 최전선으로 보내야 한다!!'
그 날 저녁, 한스는 식량농업부 장관 리하르트 발터 다레와 미팅을 했다.
"이번 전쟁은 고작 몇 달만에 끝날 것 이오. 그 때까지만 최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에게 식량이 충분히 보급된다면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토지에서 나오는 농작물들로 독일 제국의 식량 농업에 장기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오."
"현재 우크라이나의 상황도 좋지 않다는데 전쟁이 끝나고 강제 징발이라도 한다는 뜻이오?"
식량농업부 장관 리하르트 발터 다레의 말에 한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식량농업부 장관은 엄청난 분노를 참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곡물이 부족하여 민간에 빵 배급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오. 지금 공장에서 군수 물자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노약자들 또한 제대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소!!"
리하르트 발터 다레는 애초부터 현재 독일제국의 산업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군수 공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던 것 이다.
"점령지의 식량 상황 또한 위태롭지 않소? 이게 몇 달간 지속된다면 점령지의 민심을 잃게 될 것 이오!"
한스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전쟁은 길어야 세 달 안에 끝날 것 이오."
잠시 뒤, 리하르트 발터 다레는 성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날, 한스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서류를 뒤적였다. 전쟁으로 인해서 올해는 우크라이나에서 식량을 징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프랑스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프랑스에서 극우 민족주의가 발발하고 있었던 것 이다. 프랑스에 있는 독일 제국의 첩보원들이 계속해서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혹시나 프랑스가 극우화되어 소련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양면 전쟁이 일어나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빠른 속도로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것은 독일 제국의 명운이 달린 문제였던 것 이다.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의 집무실 안을 돌아다녔다. 전쟁으로 인하여 아들까지 엄청난 죄를 지었다. 전쟁만 하지 않았다면 오토와 스테판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 이다. 한스로서는 이 전쟁은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만 했다.
한스는 원수봉을 쥔 상태로 자신의 집무실에 걸린 프리드리히 대왕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모스크바까지 점령한다!! 나폴레옹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을 독일 제국이 이루는 것 이다!!'
한스는 문득 오토의 말이 떠올랐다.
'내 조상도 혹시 모스크바에?'
한스는 자신의 조상이 라인 연방의 작센 왕국군에 보병으로 속해 있었다는 정보를 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파이퍼 가문은 예전에 작센 지역에 거주했었다.
'내 조상이라면 분명 용맹하게 싸웠을거야! 그 당시에 전열 보병으로 어떻게 살아남은걸까?'
한스는 전열 보병 전술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지옥 같은 참호전을 겪으면서, 한스는 전열 보병 시절보단 지금이 낫다고 위안하고 했던 것 이다. 한스는 자신의 조상에 대해 더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전열 보병 전술로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이건 무조건 뒷줄 서야 생존할 수 있을텐데? 아니다. 내 조상이라면 분명 뭔가 방법을 생각해냈을거다!! 뭔가 혁신적인 방법을 상부에 건의했을거다!'
[작가 주석 : 외전에서 나중에 기회되면 다루겠지만 한스 파이퍼의 조상은 포격으로 부대가 혼란해지고 와해된 틈을 타서 똥오줌 지리며 탈영해서 생존하게 된다. 그렇게 한스 파이퍼의 조상은 탈영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생존하고 이후 파이퍼 가문은 브레멘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한스의 조상은 자신의 동료들이 상관한테 얻어맞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말하지 않고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한편, 슐레프 중대는 2중대에 티거 2대와 판터 1대를 빌려준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2중대 쪽에서 대전차 지뢰를 밟고 티거와 판터를 손실했기 때문이다. 오토는 자신의 티거마저 손상되는건 아닌가 전전긍긍했다. 3시간 쯤 뒤, 2중대가 대대 본부로 복귀했다. 오토와 전차병들은 황급히 달려가서 자신들의 전차를 살폈다. 2중대장 마흐땅이 슐레프 중대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행히 오토의 티거는 멀쩡했지만 차체 장갑에 소련군의 대전차포를 맞고는 움푹 파인 자국이 생겼다. 오토는 그 자국을 만지며 아쉬워했다.
'받은지 얼마 안 된건데 잘 좀 쓰지..'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다시 슐레프 중대는 시가지에 나머지 주요 확인점을 점령하러 앞으로 전진했다. 여기저기 잔해가 떨어져 있어서 전차 기동이 쉽지 않았다.
트으응 트드드등
"우측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막상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려고 해보니 잔해가 깔려있어서 도저히 티거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후진해!!"
마티아스는 조심스럽게 티거를 후진시켰다. 그 때, 어디선가 대전차포 소리가 들렸다.
퍼엉!!
멀리서 들린 소리였지만 마티아스는 조급해져서 무리하게 티거를 후진하면서 선회시키다가 평소에는 안하던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우측 궤도가 이탈했습니다!!"
"이런 젠장!!"
결국 구난 소대를 불러와서 우측 궤도를 수리했다. 그렇게 다시 오토의 소대는 앞으로 전진했다. 오늘은 뭔가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트으응 트드등 트드드등
오토는 관측창으로 시가지 창문, 골목 등 곳곳을 살폈다. 어제 저격수한테 모조리 박살난 관측창은 전부 갈아끼운 상태였다. 하도 도로에 잔해가 많이 떨어져서 티거가 통과할 수 있을지도 잘 살펴야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게 눈에 띄었다.
"정지!!!"
오토가 관측창으로 도로 가장자리에 묻혀있는 소련군의 대전차 지뢰를 발견한 것 이었다. 소련군 공병대가 서두르다가 제대로 흙을 덮어주지 못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슐레프 중대장은 무선으로 빨리 확인점으로 가라고 명령했다. 오토는 결국 눈치를 보며 재빨리 해치를 열고 티거 밖으로 나왔다.
"날 엄호해!!"
오토는 빠른 속도로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노이어 공병 소대장한테 배운대로 소련군이 매설한 대전차 지뢰를 해체했다. 손에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으아아...으아아아아...'
멀리서 소총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쉬잇!! 쉿!!
오토는 대전차 지뢰를 해체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2m 쯤 떨어진 곳에 뭔가 흙이 부자연스럽게 덮여 있는게 있었다. 소련군은 총 두 개의 대전차지뢰를 매설해놓은 것 이었다. 오토는 땀을 줄줄 흘리며 두 번째 대전차 지뢰를 조심스럽게 해체했다. 그리고는 티거로 재빨리 돌아왔다.
'헉...허억...'
"전진!!"
트응 트드등 트드드드등
잠시 뒤, 오토는 시가지 곳곳에 매복된 소련군의 대전차포와 T-34 전차를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슬슬 연료가 떨어질 참이라 다시 대대 본부로 복귀해야 했다.
"돌아가자!!"
그 때, 무선으로 뷜리겐의 4호 전차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전차포 2문 매복!! 지원 바란다!!"
현재 뷜리겐의 4호 전차는 오토의 티거와 다른 도로에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지원 가겠다!!"
뷜리겐은 한 문의 대전차포를 격파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반대쪽에서 다른 소련군 포병들이 대전차포를 뷜리겐의 4호 전차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뷜리겐이 외쳤다.
"포탑 6시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포탑이 선회하고 있었지만, 소련군 대전차포가 더 빨리 포를 발사했다.
퍼엉!!
콰과광!!!
뷜리겐의 4호 전차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4호 전차 승무원들은 빠른 속도로 해치로 탈출했다. 그 때 오토 소대의 판터가 소련군의 대전차포를 뒤에서 격파했다.
쿠과광!! 콰광!!!
뷜리겐의 4호 전차 승무원들은 재빨리 탈출에 성공했지만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으아악!! 아아악!!"
오토가 조종수 마티아스에게 외쳤다.
"빨리 저 쪽에 차 갖다 대!!"
뷜리겐과 4호 전차 승무원들은 오토의 티거와 우벤의 판터, 다른 4호 전차에 나누어 탑승했다. 다들 화상을 입은 상태라 빠른 속도로 대대 본부로 복귀해야 했다. 오토는 구급 상자를 이용해서 뷜리겐의 상처에 대충 연고를 발라주었다. 대대 본부로 복귀하는 와중에 인근 건물 옥상에 매복한 저격수가 오토 티거의 관측창을 노렸다.
쉬잇! 탕! 타앙!
그렇게 대대 본부에 복귀한 다음 뷜리겐과 4호 전차 승무원들은 급하게 치료소로 갔다. 다행히 경상이라 부대 잔류는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전차병들은 공포에 휩쌓였다.
'다음엔 내가 탄 전차가 격파될 수도...'
'저 녀석들은 운이 좋아서 탈출했는데...'
어쨋거나 시가지 점령에 성공했기에 슐레프 중대는 대충 정비를 마치고는 롤반을 따라 이동해야 했다. 아직도 독일군은 튤라를 점령하지 못하고 있었다. 포수 에밀이 전차 정비를 마치고는 지껄였다.
"여태까지는 쫙쫙 밀고 나갔는데 튤라 점령은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립니다! 이러다가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을...악!!"
알프레트가 에밀을 쿡 찔렀다. 오토가 말했다.
"조만간 보급 문제가 해결되어서 모스크바도 금방 점령할 수 있을걸세!"
그렇게 전차 부대는 다시 엄청난 먼지를 뿜어내며 롤반을 따라 전진했다. 파울은 자신의 기관총 팀과 함께 티거 뒤에 걸터앉아 있었다.
'먼지가 엄청나군!!'
파울은 눈이 충혈되는 것을 느꼈다. 잠시 뒤, 기관총 팀들 모두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하도 눈이 따가워서 눈을 감고 있다보니 졸리기 시작했다. 잠시 졸고 있는데, 전차 부대가 정비를 위해 정지했고 포수 에밀이 파울과 기관총 팀을 퍽퍽 치며 깨웠다.
퍽! 퍽!
"이보게!! 일어나게!!"
"왜 때려!!"
에밀이 말했다.
"여기서 졸다가 일산화탄소로 죽을 수 있네!! 절대 졸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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