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오줌
현재 슐레프 중대는 하천을 도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토는 초조한 마음으로 공병들이 설치하는 다리를 바라보았다.
'저거 못 건널텐데...'
중대에는 50톤이 넘는 티거 중전차가 네 대가 있었다. 공병들이 설치한 다리는 아무래도 부실해보였기 때문에 티거는 못 건널 것이 분명했다. 슐레프 중대장은 공병 중대장과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티거 전차병들은 모두 슐레프 중대장을 응원했다.
'저걸 건너라니 말도 안된다!!'
하지만 슐레프 중대장이 분통을 한 번 터트리고는 결국 4호 전차부터 한 대씩 건너라고 명령을 내렸다. 전차병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한 대씩 조심스럽게 전차를 전진시켰다. 이미 강 너머에는 아군 보병들과 함께 고사포 대대의 차량들이 이동한 상황이었다. 참 야비한 생각이지만, 오토는 차라리 다른 소대의 4호 전차가 지나갈때 다리가 박살나기를 바랬다.
'제발 박살나라 제발 박살나라...'
저 다리는 절대로 티거가 건널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티거가 전복되는 것 보단 4호 전차 한 대가 전복되는게 나을 것 이다.
트으응 트드등 트드드드등
하지만 열 받게도 4호 전차와 판터 전차까지 무사히 도하에 성공했다. 이제 중대에 4대의 티거 전차들만이 남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티거부터 건널걸...'
오토와 소대장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다리를 바라보았다. 차량들이 지나가느라 다리는 아까보다 더 약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열 받는 공병 중대장은 그거 보라는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전차병들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 소련군의 공격을 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이동해야 했고 결국 각 소대의 티거들도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블라덱은 누가 먼저 전차를 이동시킬지 눈치를 보았다. 각 소대에서 티거는 가장 주요 전력이자 소대장들이 쓰는 차량이었다. 모든 소대장들은 자신의 전차가 제일 먼저 건너는 것은 원치 않았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아..아무래도 1소대 티거부터 앞으로 가는게 어떤가?"
오토가 말했다.
"맨날 내가 제일 먼저 건넜으니 이번엔 4소대부터 건너는게 좋을 것 같네."
4소대장 블라덱이 말했다.
"제비 뽑기로 정하지."
참으로 전우를 생각하는 독일 제국군다운 멋진 모습이었다. 슐레프 중대장이 성난 표정으로 외쳤다.
"지금 빨리 도하해야 하네!! 그냥 차례대로 가게!!"
그렇게 오토의 티거는 결국 다리를 도하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티거의 해치를 전부 열고 조종수 마티아스 녀석은 조심스럽게 천천히 티거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트으응 트드등 트드드드등
조금이라도 하중을 줄이기 위해서 차량 내부에 탄까지 다 빼둔 상태였다. 80프로 정도 건너왔을때, 다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안돼!!"
"빨리 가!! 빨리!!"
오토는 티거 내부에 손잡이를 꽉 붙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부실한 다리가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우지끈!!!
"으아악!!!!"
다행히 티거는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하천 가장자리 경사진 곳에 옆으로 완전히 전복되고 말았다. 오토와 마티아스는 재빨리 티거 하부 장갑의 해치를 열고는 빠져나왔다.
"으아아악!!!"
오토와 마티아스 둘 다 머리를 내부 장갑에 부딪친 상태였다. 조금 있으면 머리에 혹이 날 것 같았다. 오토와 마티아스는 진흙으로 범벅이 된 상태로 경사진 곳을 따라 기어올라갔다. 하이에 녀석이 오토의 손을 잡고 끌어주었다.
"자네 괜찮나?"
'착한척 하기는...네 놈이라면 괜찮겠냐!!'
하지만 오토는 태연한 척 했다.
"고맙네."
다행히 이미 건너가있던 구난 소대 녀석들이 케이블을 티거에 X자료 교체해서 연결한 다음 구난 차량으로 끌어주었다. 공병 중대장이 슐레프 중대장에게 사과를 했다. 그 때, 열받는 일이 일어났다. 지크프리트 4인조가 인근을 정찰하다가 티거가 도하할 수 있을만큼 물이 얕은 구역을 발견한 것 이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의기양양하게 통조림을 잔뜩 받으며 좋아했고, 나머지 3대의 티거는 물이 얕은 지점으로 도하할 수 있었다. 오토는 얄미운 지크프리트 4인조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찾아낼거면 진작 찾아내던가 왜 이제서야!!'
오토의 티거는 다행히 무사했지만 머리에는 혹이 부풀어오른 상태였다. 게오르크가 오토의 이마에 혹을 보며 놀리듯이 외쳤다.
"자네 이마에 혹 났네."
"알고 있네."
오토는 구급 상자를 꺼내서 이마에 약을 발랐다. 잠시 뒤 슐레프 중대는 관목림에서 숙영을 시작했다. 많은 병사들이 숟가락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잼을 먹을 때는 시커먼 손가락으로 퍼먹었다.
그 때 멀리서 포성 소리가 들렸다.
우르릉 쿠릉 쿠과광!!
"저거 한 7km 정도 되려나?"
몇 년만 전쟁터에서 구르면 대충 포성 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거리에서 포격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슐레프 중대가 숙영하고 있는 관목림에서 7km 정도 떨어진 곳에 포진지에서 포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토는 망원경을 이용해서 관목림 가장자리로 슬쩍 나가서 포격이 이루어지는 지점을 관측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었고, 저 멀리서는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 때, 아군의 항공기들이 무서운 속도로 소련군의 포병대 거점이 있는 곳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오토와 전차병들은 관목림 가장자리에서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헤치워버려!!"
독일군 항공기들은 소련군 포병대에 벤젠, 그 외 잘 타오를 수 있는 연료가 들어있는 캡슐을 잔뜩 투하했다. 그리고는 엄청난 저고도로 비행하며 폭탄을 투하했다.
쿠광!! 콰과광!! 쿠구궁!!
소련군의 포병대 쪽에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화염이 하늘로 솟구쳤다. 오토와 전차병들은 이 광경을 보며 환호했다.
"우와와!!!"
소련군 포병대의 탄약 보관소가 폭발이라도 한건지, 화염과 시커먼 연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두텁게 뒤엎었다. 마치 시커멓고 뭉게뭉게한 버섯이 하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매서슈미트 편대는 멋지게 소련군 포병대를 헤치우고는 저공비행하며 다시 남서쪽으로 비행했다. 스테판이 루프트바페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저 녀석들은 왜 우리랑 싸울때만 제대로 못하냐?"
여태까지 슐레프 중대는 정작 공군의 도움이 필요할때는 제대로 공군 지원을 받지 못했던 적이 종종 있었던 것 이다. 맨날 가장 선두에서 싸워야 했기에 전차병들은 "공군은 뭘 하는 거야!!" 혹은 "포병대는 지원 안하고 뭘 하는 거야!!"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포병대나 공군의 지원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오인 포격, 오인 폭격을 당하는 것 일테지만 말이다.
저녁 노을이 지는 하늘을 비행하며 날아가는 항공기들을 보며 오토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오토와 동료들은 그 누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오토는 러시아 대평원 저 너머에서 아군 루프트바페의 폭격을 받고 아작이 난 소련군의 포병 진지를 보며 전율을 느꼈다.
'이런게 있을 줄이야..'
오토와 동료들은 지금 당장 전차를 이끌고 소련군의 방어선을 뚫고 전격전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탄약 보급반과 연료 보급반 차량들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내일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지옥같은 전투를 거치고 엄청난 죄를 저질렀음에도 오토는 군인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왜 20년 전에 지옥 같은 참호전을 겪고도 독일 제국이 다시 전쟁을 선택했는지 오토는 알 것 같았다.
현재 독일 제국은 경제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군수 공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게 장기적으로 얼마나 독일 제국에 큰 타격이 될지 오토 또한 알고 있었다. 미국은 비싼 가격으로 독일 제국에 식량을 팔아먹을 것 이었다. 솔직히 군수 공업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자동차나 다른 공업을 발전시키는게 미래에 독일 제국의 경제에 좋을 것 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수 많은 사람을 죽이고 PTSD가 생길지언정, 비록 전쟁으로 인하여 다른 국가의 귀중한 문화유산과 건축물이 파괴되고 있을지언정 오토는 러시아 땅을 짓밟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교육으로 배웠던 수 많은 도덕 관념 따위는 원시인 시절부터 갖고 있는 살육의 본성을 누르지는 못했다. 먼 옛날 오토의 선조 또한 얼굴에 얼룩을 칠하고 부싯돌로 만든 무기를 들고 다른 마을을 침략하면서 환호했을 것 이었다. 루프트바페가 폭격을 한 곳에는 수 많은 소련군이 죽어가고 있었을 것 이었지만, 오토와 동료들은 딱히 이에 대한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블라덱이 말했다.
"러시아인들은 우수한 유럽의 문명을 받아들일걸세."
볼프강이 말했다.
"근데 러시아 문학은 좋지 않아? 독일 문학은 솔직히 재미 없네."
다들 블라덱과 볼프강의 말에 은연 중에 동의했다. 백군 녀석들이랑 같이 싸울 때는 절대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모두 슬라브 인종의 문명이 열등하다는 뿌리 깊은 생각이 박혀있었던 것 이다. 게오르크 또한 말했다.
"러시아 문화 중에서도 나름 좋은게 있다는건 인정하네. 우리는 이들이 이룩한 문명도 존중하면서 공산주의를 없애고 선진적인 국가 사회주의 체제로 이들을 이끌걸세."
옆에서 듣고 있던 마르틴이 말했다.
"저는 공산주의는 반대하지만 인종 간에 우열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하!! 마르틴! 자네는 아무것도 모르는군!"
"맞아! 소련 놈들은 인간이 아닐세! 놈들에게 문명 사회의 질서나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네!"
마르틴은 속으로는 이들의 말에 반대했지만 장교한테 대들 수는 없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오토가 말했다.
"우리는 전쟁 범죄도 저지르지 않고 포로를 존중하지만 소련 놈들은 그렇지 않네. 마르틴 자네는 세상을 너무 좋게 보는 습성이 있네."
다음 날, 슐레프 중대는 탄약 보급반과 연료 보급반 차량으로부터 탄약과 연료를 보급 받고는 다음 작전을 준비했다. 오늘은 중요한 거점이 되는 사거리를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소련군이 하도 도청을 하기 때문에 슐레프 중대는 새로운 암호를 정해야 했다. 스테판 녀석이 포탄은 똥, 연료는 오줌, 피격당한건 방구 꼈다라고 암호를 정하자고 건의했다. 슐레프 중대장은 골머리가 아팠지만 어차피 전투가 얼마 남지 않았고, 외우기 쉬울 것 같아서 이 암호를 쓰는 것에 동의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슐레프 중대는 관측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관측반은 저 멀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잠시 뒤, 관측반의 연락이 왔다.
"목표는 2-2-7"
"돌격!!!"
슐레프 중대는 쐐기 대형으로 앞으로 돌격했다.
"우측 관목림 라체 밤 주의하라!!"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평문 송수신은 금지한다!!"
그렇게 슐레프 중대와 소련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소련군은 독일군 전차 부대의 무선을 도청하려고 애를 썼다. 주파수를 맞추니 지직거리며 오토 파이퍼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련군 무선감청병은 식은 땀을 흘리며 무선을 해석하려고 했다.
'오토 파이퍼...여기까지 왔군...'
그 소련군 에이스 무선감청병은 계속해서 독일군 전차 부대의 무선을 감청했기에 오토 파이퍼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4호 건빵이 방구 뀌었다!! 기저귀를 달라!!"
'???'
소련군 감청병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가 잘못 들은거냐?"
계속해서 무선으로 오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줌을 지렸다!! 팬티를 가져다줘!!"
그 다음에는 스테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똥도 오줌도 부족하다!! 팬티가 더 필요하다!!"
치열한 전투 끝에 슐레프 중대는 마침내 주요 사거리 거점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였다. 전투가 끝난 이후에 스테판이 슐레프 중대장에게 외쳤다.
"똥과 오줌이 부족합니다! 기저귀가 필요하..악!!"
슐레프 중대장이 스테판의 머리를 쳤다.
"지금은 암호 안 써도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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