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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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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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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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사의 이야기

DUMMY

"저기 있다!"


한스가 마크 전차와 A7V 전차를 위한 연료통을 발견했다.


"양은 충분히 있을까?"


전차병들은 기름이 흘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기름을 채우기 시작했다. 한스가 말했다.


"너무 꽉 채우면 전차에 안 좋으니까 적정 수준으로 채우게나."


깔데기로 조심스럽게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전차병들의 옷은 기름 범벅이 되었다.


"포탄에 절대 기름 묻지 않게 주의하게!"


어차피 기름을 채우느라 쉬어가는 김에, 한스는 전차를 점검하기로 했다. 한스는 티거의 포신에 기름이 묻어 있고, 이물질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스가 거너, 에밋에게 말했다.


"이 포신 좀 깨끗이 닦게나."


한스는 속으로 걱정했다.


'혹시 기름이 부족하면 어쩌지?'


다행히 기름은 부족하지 않았다. 정비병 바우어씨가 전차에 오일을 발라주고 볼트 너트의 상태를 점검하고 조여 주었다. 한스는 헤이든을 조용히 불러서 말했다.


"혹시 내가 지휘 불가능한 상황이 오거든, 자네가 티거를 지휘하게."


"네?"


"나는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지휘해야 하네. 그러니 총이나 포탄 파편에 부상을 당하기도 쉽지."


"저...저는...."


헤이든은 한스의 말에 당황한 듯 보였다. 한스가 말했다.


"무능한 보병은 혼자 죽지만, 무능한 전차장은 동료들도 죽음으로 끌고 가고 전차는 무덤이 되네. 내가 부상을 입을 경우 자네가 티거를 책임져야 하네. 알겠나?"


한스의 말에 헤이든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전차병들과 돌격대는 전차 정비를 틈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보병들은 전차 궤도 옆에 기대어 있었다. 한스가 가서 말했다.


"궤도 옆에 있으면 위험합니다. 또한 궤도에 기대면 부품에 손상이 갈 수 있으니 여기서는 휴식하지 말아 주십시오."


한스의 말에 몇 보병이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자리를 옮겼다. 한스의 머리 속에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전차 내부에 운전병들은 궤도 근처에 다른 병사가 있는지 볼 수 없다...교전을 하지 않더라도 저렇게 부주의하게 옆에 보병이 있으면...'


지난 번에도 전차를 수리하던 기술자가 전차 궤도에 깔려서 부상을 입은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분명히 주의를 줄 필요가 있었다. 한스가 외쳤다.


"비교전시에도 전차 근처에 보병이 너무 가까이 있으면 사고 위험이 있습니다! 모든 병사들은 주의해주십시오!"


한 병사가 말했다.


"이봐, 그냥 자네들이 전차를 제대로 운전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한스가 말했다.


"전차병들은 전차 바로 옆은 볼 수 없습니다. 여기 전차 근처 6m까지는 다 사각지대입니다. 그리고 밖에서 소리를 질러도 내부에 운전병한테는 들리지 않습니다."


"뭐야 전차라고 해서 대단한 건줄 알았는데 주변 상황도 못 살펴 본단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전차는 보병의 보조가 필요합니다."


"뭐? 보조라고 했나? 우리가 이런 노획 전차 따위를 보조한다는 거야?"


그 때, 피셔 하사가 말했다.


"이보게! 전투 하기도 전에 부상당할 일 있나? 교관 나으리 말 들으라고!"


피셔 하사가 나서자, 보병들은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좋지 않았다. 한스는 보병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혹시나 궤도에 너무 가까이 보병이 붙지는 않는지 살펴보면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한스가 티거의 운전병들을 불러서 슬쩍 이야기했다.


"저 얼간이들이 우리 전차에 얼쩡거리다가 대참사가 발생하겠어! 내가 전차 주변을 살피면서 갈테니 자네들 등을 발로 걷어차면 바로 자리에 멈춰서야 하네!"


그렇게 전차들은 보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슈톰트루퍼의 호위를 받으니 안심이 되는군...'


티거는 전차 부대 제일 앞에서 전진하고 있었고, 한스는 마치 자신이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전진하다보니, 또 정해진 장소에 기름이 비치되어 있었다. 전차병들이 기름을 넣었고, 한스는 막대기로 땅을 꾹꾹 눌러가며 지표면을 살폈다. 겨울이라 땅이 얼어붙어서 아주 딱딱했다.


한스가 땅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았다. 요나스가 말했다.


"땅이 단단하니 운전하기는 편하군."


한스가 말했다.


"그렇긴 한데, 박격포가 날라올 때 불발을 기대하긴 힘들겠어."


'포병의 지원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혹시 놈들이 이 쪽으로 집중 포격을 가하면...'


한스는 다음 휴식 시간 때, 베버 상사에게 가서 말했다.


"두 전차 부대가 이렇게 나뉘어서 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놈들의 집중 포격을 맞을 경우, 한 번에 전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버 상사가 물끄머리 한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 생각하는가?"


"마크 전차 부대, 그리고 A7V 부대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베버 상사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이보게. 전차 부대라고 하기엔, 마크 전차 3대, A7V 3대 뿐이지 않은가? 근데 여기서 나누어서 가자고? 정비병은 어느 전차들을 정비하게 할텐가?"


그도 그럴 것이 정비병은 단 한 명 뿐이었던 것 이다. 한스와 베버 상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른 의견을 내놓자, 다른 병사들도 옆에서 지금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몇 보병들은 어린 한스가 자신의 의견을 너무 거침없이 내놓는 것에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 때, 피셔 하사가 말했다.


"우리 돌격대는 강하긴 하지만 박격포 앞에서는 속수무책일세. 저 전차들도 마찬가지이고. 전차 부대를 나눠서 가는게 좋을 것 같지만 전차장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베버 상사가 탐탁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연료를 보급 지점까지 같이 가고 그 이후로는 각자 따로 전진하도록 하게."


독일군이 앞으로 전진할수록 삼림 지대는 나무가 우거져서 전차로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스가 초조해졌다.


'아군이 다른 곳에서 선제 공격을 해서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우리가 밀고 들어와야 하는데...이러다 예정보다 늦으면 어떻게 하지?'


차가운 땅 위를 전차들이 전진하는 금속 소리와 보병들의 군화 소리만이 얼어붙은 숲 속의 적막함을 깨뜨려 주었다. 이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었던 한 보병이 입을 열었다.


"제 친구가 전투기 조종사인데, 이 놈은 맨날 하는 소리가 하늘에서 싸우다 죽겠답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보병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공군들 맨날 그 소리야. 그렇게 잘난척 하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더군."


"이 놈은 꽤 잘 싸우기는 합니다. 듣기로는 7대를 격추시켰다고 들었어요. 언제나 자신만만했죠."


"그러면 뭐하나 제일 빨리 죽을텐데."


"늘 자기가 영웅이라도 되는 양 잘난척 하던 놈이었는데, 얼마 전 휴가 때는 좀 겸손해졌더라구요."


"왜? 죽을뻔 하기라도 했대?"


"이 놈이 여느 때처럼 적기의 날기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기체는 절대 멀쩡히 살아돌아갈 수 없는 수준으로 망가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실 그럴 땐 내버려두고, 다른 기체를 공격하거나 즉시 도망가는게 맞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친구놈이 꽤 자신만만했는지, 그 너덜너덜한 적기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고 했답니다."


어느 새 병사들이 모두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하던 병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그 적기가 제 친구놈의 전투기 쪽으로 오고 있었답니다."


"아니 왜?"


"그 영국놈 전투기 조종사는 어차피 살아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거죠. 그래서 너 죽고 나 죽자는 듯이 제 친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고 합니다. 이미 한 쪽 날개가 너덜너덜했고 기름도 줄줄 흘러가는 상황에서도 말이죠."


"그래서? 니 친구는 죽었어? 살았어?"


"멍청이!! 죽었으면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냐?"


"제 친구는 본능적으로 기체를 회피해서 겨우 살았다고 합니다. 그 영국놈 조종사의 전투기는 추락해서 폭발했구요. 하지만 그 이후로 놈은 아무리 만만해 보이는 적이라도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일단 살고 봐야지 그렇게까지 목숨을 거는 이유가 뭐지?"


"다들 신병 때야 용감하게 돌격해서 전공을 세우고 영웅이 된다는 상상을 하곤 하지. 하지만 한 번이라도 싸워보면 그게 멍청한 짓 이란걸 다들 깨닫는단 말야."


"제 친구는 순간적으로 너무 두려웠다고 합니다. 그 영국놈 조종사가 얼마나 독일군을 증오했으면,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도 전투기 한 대라도 격추시키기 위해 자폭하려 할 수 있었는지. 전투기를 조종하다보면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안전한 쪽으로 운전하게 말이거든요."


"그렇지. 누구나 살고 싶은 것은 본능이니까."


"그 자식 말로는, 전투기끼리 가까운 거리에서 교전을 벌이다 적기가 망가지면, 파편이 나한테 튈 수도 있어서 가까이 접근하면 일단 피하는게 모든 조종사들의 버릇이라고 합니다. 그런 버릇이 한 번 들면 좀처럼 안 없어지잖아요. 근데 어떻게 그런 자폭을 할 수 있었는지, 자기 전마다 오싹하게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냥 그 영국놈이 정신이 이상한 놈이었을 뿐이야."


그 때, 피셔 하사가 말했다.


"아니야. 가끔 그런 놈들이 있네. 공군에만 있는게 아니라 보병 중에도 있어."


모두 피셔 하사를 쳐다 보았다. 덩치 큰 피셔 하사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싸울 때 적을 너무 몰아가지는 말라는 거야. 생포할 수 있으면 생포해야 하네. 의외로 덩치도 작고 가장 순박해보이는 병사가 그 상황에서 놀랄만큼 폭주하기도 하니까. 주로 나이가 어린 놈들이 이런 경우가 많더군. 나이가 들고 지켜야할 자식이 있는 병사들은 이 짓거리도 못하지."


"만약 그런 놈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피셔 하사가 말했다.


"나라도 그런 놈이 작정하고 덤벼들면 살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네. 일단 튀고 봐야지."


피셔 하사는 돌격대 중에서도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자였다. 그렇기에 피셔 하사의 이 말은 병사들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 동물들은 다들 그렇게 하네. 제 아무리 나약한 초식동물이라도. 죽기 전에 발악은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다가 운 좋게 목숨을 건지기도 하니까."


"그런 놈들은 뭘 위해 싸우는 걸까요? 가족? 동료? 애국심?"


"나도 모르지. 아무튼 그런 놈들은 안 마주치는게 상책일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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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0.12.21 14:12
    No. 1

    저런 사고는 지금도 많죠. 정말 끔찍하고요. 또한 가장 취약한게 궤도라... 여러모로 전차개발에 필요한 지식들을 얻네요. 이제 군들라히 잠망경등도 생각하려나? ㅅㅅ 그나저나 근접지원항공기도 생각하나? Hs123정도면 정말 도움많이될텐데... 문제는 전후 괴링을 믿을수가... 이번에야말로 대활약을 하여 훈장받자!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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