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연재수 :
1,017 회
조회수 :
743,731
추천수 :
21,451
글자수 :
5,647,234

작성
20.12.14 00:19
조회
2,781
추천
82
글자
11쪽

머카나키 통조림

DUMMY

저렇게 소총 위에 철모를 걸어둔 것은, 이 쪽에 부상병이 있으니 전차로 뭉개지 말라는 신호였다. 한스가 스패너로 마크 전차를 캉캉 때리며 외쳤다.


“좌로 선회!!!좌로 선회!!!”


그렇게 티거는 좌로 선회해서, 독일 부상병이 없는 쪽으로 서서히 교전 참호 위를 지나갔다. 전차가 참호를 건너다가 아래로 빠져서 기동 불가가 되는 사태는 아주 흔했다. 한스는 속으로 제발 무사히 참호를 건널 수 있기를 기도했다.


‘제발···걸리지 마라···제발···’


참호에 다다르자 전차가 쑥 앞으로 기울어졌다. 티거 안에 전차병들도 앞으로 기울어졌다. 구급상자, 그 외 물품들도 앞 쪽으로 쏠렸다.


“으악!”


“젠장!!”


마름모꼴 전차의 앞부분이 참호 안으로 들어갔다. 양쪽에 무한궤도가 헛돌았다. 한스가 외쳤다.


“침착해!! 빠져나갈 수 있다!!!”


혹시 여기서 기동 불가가 된다면, 문을 열고 빨리 나가서 보병들과 같이 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스는 티거를 믿었다. 헤이든이 외쳤다.


“전진합니다!”


티거의 앞 부분이 참호 반대편에 대충 걸쳐졌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제발 조금만 더···.’


전면부 무한궤도는 여전히 헛돌았다. 티거는 더욱더 깊이 참호 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덜컹!


거너가 비명을 질렀다.


“으악!! 빨리 나가야 해! 수류탄에 죽을 거야!”


“진정해! 우리 보병들이 싸우고 있어!”


무한궤도가 조금씩, 참호 흙을 뒤로 밀어가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티거 안에 전차병들은 몸이 쏠려서 균형을 잡으러 애썼다. 에밋이 엔진을 잡고 비명을 질렸다.


“으악 뜨거!!”


놀랍게도 마름모꼴의 티거가 천천히 참호 밖으로 탈출했다.


끼기기긱 끼기기긱


무한궤도가 금속 소리를 내며 엄청난 마력으로 흙을 밀어내며 영국군의 교전 참호 밖으로 빠져나왔다. 전차병들도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해냈어!!”


헤이든은 다시 티거를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이제 티거는 교전 참호 다음에 두 번째 참호인, 영국군의 지원 참호를 막아서고, 독일 보병들이 마음껏 그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독일 보병들은 티거가 무사히 앞으로 전진할 수 있기를 바라며, 티거와 50m 정도 거리를 두고, 뒤에서 조심스럽게 따라오고 있었다. 전차에 너무 달라 붙으면 전차를 노리는 야포에 의해 묵사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50m 정도가 적당했다.


한스는 무한궤도로 반쯤 가려진 측면 전차장으로 주변을 관찰하러 애썼다.


‘아군 병사들은 잘 싸우고 있는가?’


이 곳에는 영국 병사도 많을테니 영국 포병들도 이 쪽에 포를 쏘아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한스는 해치를 열고 하늘을 위해 조명탄을 쏘아 올리고 재빨리 해치 문을 닫았다.


독일 병사들에게 지원 참호까지 돌격해도 된다는 신호였다. 조명탄을 쏘아올리기 무섭게, 기관총이 티거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앙! 타앙! 타앙!


“젠장!! 어디서 쏘는 거야!!”


영국놈이 기관총으로 티거의 관측창을 집중 사격하는 바람에, 주변을 살펴볼 수도 없었다. 이러다가 야포가 티거를 노리면 끝장이다. 한스는 해치를 열고, 잠망경을 위로 올렸다.


“10시 방향 기관총!”


타앙! 탕!


기관총이 티거의 해치를 무섭게 때려댔다. 한스는 황급히 해치를 닫았다. 마크 전차의 해치는 슬라이드 형식으로 열고 닫는 것이 아니라, 접이식으로 열어야 했기 때문에, 오픈하기만 하면 멀리서도 해치가 열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한스가 마크 전차의 오른쪽 벽을 스패너로 때리며, 좌측면의 포가 기관총으로 포 사격을 할 수 있도록 우회전하도록 명령하였다. 육중한 마크 전차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우회전하며, 좌측 포를 기관총 쪽으로 움직였다.


타앙! 탕!!


기관총 사수는 필사적으로 마크 전차의 포가 있는 쪽을 향해 계속해서 사격하고 있었다. 한스가 스패너로 마크 전차를 캉캉 때리며 말했다.


“벤! 고폭탄!! 발사해! 발사해!”


포수인 벤의 머리 위에서 무한궤도가 돌아갔기 때문에, 한스가 아무리 스패너로 캉캉 소리를 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벤은 일산화탄소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한스가 벤의 등을 발로 차면서 수신호로 말했다.


“고폭탄!!!발사!발사해!”


벤은 서둘러 고폭탄을 장전하고 기관총이 있는 쪽을 향해 포를 발사했다.


“발사!”


슈욱 쿠광!!!


영국군의 기관총이 박살이 났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영국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그 때, 팔을 하나 잃은 영국 병사가 뛰쳐 나왔다.


“저!!!저 자식 뭐야!!!”


보통 이런 경우는 수류탄을 들고 자폭하는 것이다! 한스가 재빨리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영국 병사를 향해 권총을 쐈다


탕! 타앙! 탕!


영국 병사의 다리에 총이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그 병사는 티거와 고작 2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수류탄을 궤도 쪽으로 던진다면, 티거는 기동 불가가 될 것이다.


“안돼!!”


한스가 비명을 지르며 그 영국 병사의 머리에 총을 쏘았다. 그 병사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젠장!”


한스는 재빨리 해치를 닫았다. 수류탄은 영국 병사의 손 안에서 폭발했다.


쿠과광!!!!


한스가 스패너로 전차 안을 캉캉 때리며 외쳤다.


“전진!전진!!!”


그렇게 한스의 전차 티거는 지원 참호를 막아섰고, 독일 병사들은 영국군의 지원 참호 쪽으로 돌격했다.


레온도 지원 참호에 도착했다. 독일군의 참호는 밑바닥에 널빤지를 깔아놓아서, 병사들의 발이 물에 젖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지만, 영국군의 참호는 그보다 훨씬 열악했다. 영국군의 참호 바닥에는 물이 여기저기 고여 있었고, 레온이 참호 안에서 걸을 때마다 신발이 진흙탕에 질퍽거렸다.


레온이 앞으로 가다보니 영국 병사 셋이 한스의 전차의 관측창을 향해 소총을 쏘고 있었다. 한스의 전차의 포가 그들 쪽을 향하고 있지 않아서, 안심하고 총을 쏘고 있었던 것 이다. 한스의 전차는 보병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멈춘 것 이지만, 그 영국 병사들은 자신이 소총을 쏘자 한스의 전차가 멈추었다고 생각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한 영국 병사는 허리춤에서 파인애플 수류탄을 꺼내들고 있었다. 레온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막대형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격발끈을 잡아 당기고 바로 영국 병사들을 향해 던졌다.


쿠과광!!!


레온의 귀가 순간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앞에 참혹한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수류탄 소리에 잠시 귀가 멍멍해져서 레온은 자신의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레온은 순간 자신의 고막이 터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레온은 참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반복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으아아!!”


“이봐! 이봐!!!”


천천히 청력이 돌아왔고, 레온은 롬멜 소위가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멈추지 마!돌격한다!! 돌격!”


롬멜 소위는 그렇게 말하고, 지원 참호를 벗어나 예비참호로 달려갔다. 병사들을 이끌고 제일 앞에서 돌격하는 소위들은 빨리 죽게 마련인데 롬멜 소위는 용케도 살아있었다.


레온도 지원 참호에서 기어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진흙에 미끄러져서 다시 지원 참호 바닥에 쳐박혔다. 그 때, 왼쪽 손에서 뭔가 물컹하는 것이 만져졌다. 레온은 자신의 왼쪽 손을 바라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레온은 자신의 왼쪽 손을 참호 흙에 비비면서 닦아냈다. 그 때, 다른 독일 병사가 시체 가방을 뒤져 통조림을 하나 꺼내고는 롬멜 소위를 따라 앞으로 돌격했다. 레온도 비명을 지르며 참호에서 빠져나와 영국군의 지원 참호로 달려갔다. 레온은 달려가면서도 끊임없이 비명을 질렀다. 마치 고장난 인형이 기계음을 내는 것 같았다.


“으아아! 으아아! 으아아! 으아아! 으아아!”


레온의 왼쪽 발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면서 예비 참호 안으로 풀썩 떨어졌다. 이 와중에도 레온은 세게 자신의 소총을 쥐고 있었다. 여기선 이미 독일군과 영국군의 육박전이 한참 벌어지고 있었다. 한 독일군이 소총을 휘두르다가 참호 벽에 박혀서 소총을 빼려고 애를 쓰는데, 이미 영국 병사가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레온이 재빨리 영국 병사에게 소총을 쏘았다.


타앙!


영국 병사가 쓰러졌다. 독일군은 참호 벽에 박힌 소총을 버리고, 영국 병사가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들고는 재빨리 다른 쪽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독일군은 그 날 전투에서 승리하고, 영국군의 참호를 빼앗았다. 한스가 자신의 전차 장갑을 매만져 보았다. 여기저기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여태까지 문제 없이 운행한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그 때, 누군가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교관 나으리! 여기 있었군!”


스톰트루퍼 출신의 전차병이 된 피셔 하사였다. 한스가 인사하며 물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하사님 전차는 어디 있습니까?”


“아, 신형 전차 그거 말일세. 타고 오다가 진흙탕에 빠져서 버리고 그냥 왔네.”


A7V는 무른 땅에서 기동성이 떨어졌던 것 이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고작 20대 밖에 생산 안해는데 그렇게 쉽게 기동 불가가 되다니···’


독일군은 영국군이 쓰던 참호에서 머카너키 통조림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머카너키 통조림은 감자, 순무, 당근, 아주 약간의 고기가 들어간 영국군의 보급 식량이었다. 독일 병사들은 칼로 비스킷을 부시고, 머카너키 통조림과 같이 먹었다. 요나스가 말했다.


“우린 순무만 나오는데, 이 녀석들은 고기 통조림을 먹고 있었군.”


독일 병사들은 진흙으로 범벅이 된 철제 도시락에 다 식은 음식을 보급받았고, 그걸 더러운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고는 했었다. 그리고 독일군에게 보급되는 빵은 정말 최악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빵이었지만, 사실은 순무를 뭉친 덩어리였던 것 이다. 순무로만 만든 빵보다 더 최악은, 순무에다 톱밥이 들어간 빵이었다. 문제는, 보급용 빵에 톱밥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차가운 머카너키 통조림은 많은 독일 병사가 죽음도 불사하고 용감하게 돌격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되었던 것 이다. 니클라스가 불평하며 말했다.


“내 통조림엔 고기는 없고 감자랑 당근 밖에 안 들어있어.”


“그래도 순무보다는 낫잖아.”


“이 녀석들 누가 영국놈 아니랄까봐 차도 끓여먹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전차 탈출 작전 +7 20.12.27 2,230 68 11쪽
73 독 안에 든 쥐 +4 20.12.27 2,215 70 11쪽
72 독일 최강의 장전수 +6 20.12.26 2,320 77 11쪽
71 도망자 +3 20.12.25 2,314 78 11쪽
70 호랑이 교관 +4 20.12.25 2,361 86 11쪽
69 전차병 훈련 +10 20.12.24 2,299 85 11쪽
68 고급 레스토랑 +8 20.12.24 2,371 76 11쪽
67 프랑스제 담배 +4 20.12.23 2,320 77 11쪽
66 죽음 앞에 짐승 +1 20.12.23 2,333 67 11쪽
65 스테판 +3 20.12.22 2,410 67 11쪽
64 미친 작전 +7 20.12.21 2,418 69 11쪽
63 한 병사의 이야기 +1 20.12.21 2,447 71 11쪽
62 황당한 작전 +7 20.12.20 2,473 70 11쪽
61 전차 회수 작전 +3 20.12.20 2,476 77 11쪽
60 전차장의 판단 +5 20.12.19 2,511 72 11쪽
59 한스 파이퍼 기갑 부대 +3 20.12.19 2,586 69 11쪽
58 장갑차 +9 20.12.19 2,525 74 11쪽
57 괴링 +9 20.12.18 2,537 78 11쪽
56 휴가를 보내줘 +4 20.12.18 2,532 72 11쪽
55 MP18 +5 20.12.17 2,537 71 11쪽
54 르노 전차 +9 20.12.16 2,571 76 11쪽
53 행군 +7 20.12.16 2,604 71 11쪽
52 손바닥 +9 20.12.15 2,644 71 11쪽
51 재밌는 이야기 +8 20.12.15 2,741 81 11쪽
» 머카나키 통조림 +4 20.12.14 2,782 82 11쪽
49 총력전 +1 20.12.13 2,789 68 11쪽
48 영국 군인들의 깜짝 파티 +2 20.12.12 2,758 82 11쪽
47 비전투 손실 +5 20.12.12 2,761 74 11쪽
46 다시 참호로 +20 20.12.12 2,885 76 11쪽
45 2차 세계대전 +5 20.12.11 3,060 7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